현대차그룹이 포스코에 이어 SK그룹과도 수소 사업을 위한 MOU를 맺었다. SK그룹은 수소 생산과 인프라를, 현대차그룹은 수소 차량과 유통 등을 담당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수소 산업 협력으로, 범 기업 수소 밸류체인이 구축될 조짐이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일 간담회를 열고,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간담회 이후 인천광역시·인천서구청과 함께 수소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저장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탄소 중립 시대의 수소가 ‘에너지 화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진행된 이번 간담회를 통해 양사는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모델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SK그룹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차량 1500여 대를 현대차의 수소전기차로 바꾸기로 했다. 내년 공개 예정인 수소카고트럭과 2024년 출시할 수소트랙터 등 현대차가 선보일 수소상용차를 SK그룹이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양사는 수소·초고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인천·울산 지역 물류 서비스 거점인 SK내트럭하우스에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각 1기씩 설치하고, 전국의 SK 주유소 등에 수소충전소와 전기차 급속 충전기(200kW급)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SK그룹 계열사 SK에너지는 현재 전국에 3000여개의 주유소와 화물 운송 트럭 휴게소인 ‘내트럭하우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와 SK그룹의 유통인프라를 더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SK그룹과 협력을 통해 수소의 생산·유통·활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건전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통한 수소사회의 실현을 한 발 앞당기겠다”며 협력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등 국내 수소 관련 기술 개발을 선도해 왔다. 2018년에는 FCEV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연료전지 70만기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중심으로 연료전지 사업을 본격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중국 광저우에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공장인 ‘HTWO 광저우’를 건립할 방침이다.
이날 HTWO 광저우 기공식 개최한 현대차그룹은 “이번 HTWO 광저우 건설을 계기로 수소전기 승용차·수소전기 상용차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통해 중국 수소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광동성 광저우개발구에 건설되는 HTWO 광저우는 2022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며, 연간 생산목표는 총 6500기에 달한다.
SK그룹도 지난해 12월 수소사업추진단을 출범하며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SK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범 기업 수소 생태계 구축에 한 발 더 다가갔다”며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행보가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