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담당 부사장은 29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은 싱글스택 방식으로 128단을 쌓아 올리면서 업계 최고의 에칭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현재 삼성의 가장 큰 고민은 단수 자체가 아니고 단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쌓아 올릴 수 있는지와 관련한 시점과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176단 낸드를 개발하면서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해명이다. V낸드 단수쌓기 경쟁보다도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낸드 기술력과 관련해서는 "업계 유일의 싱글 스택 기반 128단 V낸드 생산 확대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176단 7세대 V낸드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 멀티태스크 소비자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처음 출시할 예정"이라며 "2022년까지 176단 6, 7세대가 중심이 될 것이고 이후 10년 뒤까지 기술 로드맵이 짜여있다"고 설명했다.
D램 원가 경쟁력 확보 의지도 강조했다. 한 부사장은 "D램이 세대를 거듭하고 공정 미세화를 진행하면서 원가 경쟁력이 둔화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선보일 14나노 기반 DDR5 제품은 극자외선(EUV)을 적용해 전체 공정이 감소하면서 원가를 줄이는 구조여서 DDR5는 14나노부터 가격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며 내년부터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는 기존 DDR4 대비 2배 이상의 성능으로, 향후 데이터 전송속도가 7200Mbps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EUV는 반도체 핵심 공정 중 하나인 '노광' 과정에서 얇고 세밀한 극자외선을 활용해 얇고 세밀한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으로, 네덜란드 업체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5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한 14나노 D램과 7세대 V낸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뿐 아니라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EUV 확보에 나서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EUV는 설비를 구매,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것보다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노하우를 축적 및 내재화해 기술 측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안정적인 에코시스템을 구축했고 D램 공정을 연구해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며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하반기부터 공급을 확대하고, 차세대 선단공정의 양산에 돌입해 TSMC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승준 파운드리 사업부 전무는 "하반기 5나노 2세대와 4나노 1세대 제품의 본격 양산을 통해 선단공정칩 공급을 확대하고, 중장기 투자를 고려해 가격 전략을 수립하고 고객 응용처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재차 언급했다. 서병훈 IR 담당 부사장은 "사업이 급변하고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인 인수합병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인공지능(AI)이나 5G, 전장 등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