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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피해 발생하니 '뒷북' 매뉴얼··· '배터리 골든타임'을 지켜라
[이코노믹데일리] 2017년 4월 21일 저녁 10시 55분께 충남 예산군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비츠로셀 공장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10여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동안 수차례 진행해 온 소방 대피 훈련과 안전 매뉴얼 덕에 신속하게 근무자를 대피시키고 대피 인원을 확인했다. 화재 당시 비츠로셀 공장엔 80여명의 근로자가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 관리동과 생산 3동을 모두 태우는 큰 불이었음에도 공장 내 사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화재로 사망 23명 등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아리셀은 화재 직후 근무자 명단이 불에 타 신원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27일 전문가들은 '매뉴얼의 존재 유무'로 그 차이를 정리했다. 최근 배터리 산업이 커지면서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정부와 기업, 학계, 소방관계자가 헙업해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에게 화재 예방과 수습에 필요한 조언을 들어봤다. 앞서 소개한 비츠로셀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소방 교육을 실시하고 대피 훈련도 진행해 왔다. 2017년 화재를 겪은 뒤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화재 후 충남 당진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화재 대피훈련과 더불어 화재 대비 공장 설비도 마련했다. 보통 공장들은 철골 판넬조로 이뤄진 것과 달리 비츠로셀은 철근 콘크리트조로 지어 열확산을 막도록 했다. 또 공장 간 거리를 6m 이상 둬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이차전지를 제조하는 LG에너지솔루선,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도 이미 사내 화재 안전 매뉴얼을 마련해 놨다. 이들 기업은 각 공장에 방재 센터를 설치해 화재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분기당 한 번씩 화재 발생 시 즉각 대피하는 소방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무조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를 어떻게 운영할지 알려주는 매뉴얼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일반화재와 다른 배터리 화재인 만큼 정부와 소방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한 게 '배터리 골든타임'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 현장에는 매뉴얼이 없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차전지 화재는 일반화재 현장과는 다른 특수 현장이기에 화재 초기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하다. 따라서 안전 메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설명한 골든타임은 화재 초반 소수의 셀이 불에 노출된 상황이다. 공기 중 기화된 염화티오닐(SOCl₂)의 양도 적고 연쇄 폭발 위험성도 낮다. 이럴 땐 셀이 잠길 정도로 물에 담가 불을 진압할 수 있다. 분말 소화기 사용은 금물이다. 이번 화성 화재 진압에서 아쉬운 대목도 이 부분이다. 박 교수는 "초기 골든타임에 소화기를 뿌리면 소량의 물만 공급돼 더 큰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며 화재 진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재 진압 방법을 몰라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안전 매뉴얼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1차관과 소방청,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기관 관계자들은 비츠로셀 공장을 찾아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배터리산업 현장 안전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도 마련했다. TF 운영을 통해 리튬 배터리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또 리튬 일차전지 제조 시설뿐 아니라 리튬 이차전지 제조 시설, 리튬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조 시설, 사용 후 배터리 보관 시설도 점검 대상에 포함했다.
2024-06-27 17: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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