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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글로벌 사우스' 성장 본격화…인도 시장 공략 가속
[이코노믹데일리]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가 인도, 중동,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는 기존 성장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조 CEO는 “글로벌 사우스 중 인도는 특히 경제 안정성과 성장성 관점에서 독보적이라 생각한다”며 “내년부터 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이 크게 늘어나 가전 보급률이 10~20% 급증하는 변곡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LG전자가 기업공개(IPO)에 나선 지역으로 최근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로부터 LG전자 인도 법인의 IPO 계획을 예비 승인 받았다. 조 CEO는 “LG전자는 인도에서 2년 연속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꼽히는 등 브랜드 위상은 아주 높다”며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인도 국민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급변하는 지경학적 환경에 대응해 미국, 중국 중심의 전략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 이미 계획은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지난 28년간 쌓아둔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가전 제품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향후 현지 특화 라인업 강화와 연구개발(R&D) 인프라 확대를 통해 국민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조 대표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을 넘어 B2B, 구독형 서비스, webOS 플랫폼 등 비-하드웨어 사업 부문이 지난해 매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사업의 질적 성장 영역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냉난방공조(HVAC),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원전 관련 산업용 솔루션까지 포함한 신규 B2B 사업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사업본부별 전략도 명확히 제시됐다. HS사업본부는 프리미엄 가전 및 B2B 부품 확대, MS사업본부는 webOS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 확대, VS사업본부는 '소프트웨어 정의차량(SDV)' 전환에 집중한다. 신설된 ES사업본부는 산업용 HVAC 중심의 B2B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26일 ‘마이크로소프트 AI 서밋’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회동할 예정이다. 나델라 CEO의 방한은 2022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미국발 관세 우려와 관련해 조 대표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총은 열린 경영 방침에 따라 온라인 생중계 및 영어 동시통역이 제공됐으며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해 주주들과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고 신규 사외이사로 강성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선임됐다.
2025-03-25 16: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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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신임 사외이사에 양인집·전묘상 후보 추천
[이코노믹데일리]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양인집 후보자와 전묘상 후보자 등 총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신규 추천했다고 4일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양인집 신임 사외이사 후보의 추천 사유와 관련해 "후보자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정보통신기술(ICT) 품질 검증 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를 오랜 기간 이끌어 왔다"며 "디지털 사업과 ICT 기술에 대한 전문적 이해도를 갖고 있고, 손해보험사와 국내 대기업의 해외사업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보유한 전문 경영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후보자의 디지털 및 ICT 기술 관련 전문 역량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그룹의 미래를 위한 심도 있는 조언이 고객 편의성 증대란 신한금융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묘상 신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현지 회계법인에서 은행, 증권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회사 감사 업무를 오랜 기간 담당했으며 일본정책투자은행의 회계자문역으로 파견되는 등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회계·재무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이어 "내부통제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금융회사 대상 회계 감사 및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내부통제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통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를 위해 지난 2023년에 도입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인선자문단'이 이번 후보 추천 과정에도 참여함으로써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임 의사를 밝힌 진현덕 이사와 최재붕 이사는 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퇴임한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곽수근(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김조설(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 배훈(변호사법인 오르비스 변호사), 윤재원(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이용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등 5명의 사외이사와 지난 1월 신한은행장으로 재선임된 정상혁 비상임이사에 대해서는 재선임을 추천했다. 이와 함께 여성 후보자인 전묘상 후보자를 신규 추천함으로써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될 경우 재선임이 추천된 윤재원·김조설 이사, 지난해 3월 선임된 송성주 이사와 함께 4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포함해 구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폭넓은 의사 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확립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신한지주는 재임 기간 감사위원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한 곽수근, 배훈, 윤재원 사외이사 후보자를 감사위원 후보로 재추천했다. 감사위원회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용국 후보자도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해 감사위원회 인원을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후보로 추천된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들은 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2025-03-04 16: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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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홀딩스,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진행…"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홀딩스가 1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내외이사 후보 추천 건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는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이주태 미래전략본부장과 천성래 사업시너지본부장을 추천하고, 김기수 미래기술연구원장(그룹CTO)을 재추천했다. 이주태 미래전략본부장은 1988년 포스코에 입사 후 포스코 아메리카 법인장, 포스코 경영전략실장 및 구매투자본부장,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 등을 역임했다. 이 본부장은 전략분야 전문가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강화 및 중점 사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성래 사업시너지본부장은 1988년 포스코에 입사한 이래 포스코 열연선재마케팅실장, 포스코마하라슈트라 법인장을 거쳐 포스코홀딩스 철강팀장 등을 역임했다. 마케팅과 해외사업 투자, 사업관리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사업 시너지 극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된 김기수 미래기술연구원장은 철강연구 전문성과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공정 자동화 등 폭넓은 신기술 연구 경험을 토대로 그룹 기술 개발 체계 고도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본부제'를 도입하여 의사 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업무 고유기능을 강화했다. 아울러 이번에 선임되는 사내이사들을 통해선 그룹 내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철강사업 본원경쟁력 강화, 이차전지소재사업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 해외사업 전략적 추진, 그룹사업 구조개편 등에 주력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고 소재 분야 글로벌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임기가 만료되는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하기도 했다. 손성규 교수와 유진녕 대표는 각각 재무/회계 분야와 신기술개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회사 경영 및 이사회 운영과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천된 사내외이사 후보들은 내달 20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인권경영 선언문'을 선포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인권경영을 실천하는 등 신뢰받는 환경·사회·거버넌스(ESG) 경영체제 구축에 힘쓰는 동시에, 주주친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주친화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7월 발표한 '3년간(2024~2026년) 발행주식총수의 6% 자기주식 분할 소각' 방침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 자기주식 소각을 결정했으며, 철강 및 이차전지사업의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배당정책인 주당 1만원의 기본배당을 준수키로 했다. 분기배당에 대해서는 선배당액 확정 후 배당일을 정해 주주의 투자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게 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한다.
2025-02-19 18: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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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캠페인 확산에…"기업들 방어 수단 마련해야"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때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전해 새로운 형태의 'K-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국회의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진화하는 K-행동주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에 예전에 보지 못한 경제 용어가 등장했다. 소버린, 칼 아이컨, 엘리엇 등의 이름을 건 행동주의 펀드였다. 이들은 한국의 기업을 상대로 경영진 교체, 자회사 매각, 합병 반대 등을 요구했다. 소버린은 2003년 SK 최태원 회장 등 분식회계에 연루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의 대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2015년에는 삼성물산의 2대주주로 등장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국내 기업들이 통째로 해외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됐고 '흡혈귀 해외자본', '기업 사냥꾼' 등의 오명을 썼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9일 "(기업)지배권이나 경영권을 가져가는 펀드의 개념과 꼬이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오해를 사게 됐다"며 "국내 기업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역할은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오해에도 국내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 숫자는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7년 3곳에 불과하던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 기업은 2021년 27곳, 2022년 49곳으로 늘더니 지난해 77곳으로 급증했다. 성장을 이끈 건 달라진 제도였다. 2016년 개정된 상법을 통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를 도입했고 2020년에도 주주대표소송제도 개선,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의 내용을 담아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 2019년 한진칼을 공격한 KCGI, 2022년 SM을 타깃으로 한 얼라인파트너스, 올해 KT&G를 겨냥한 FCP 등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은 활발히 전개됐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두산 합병에 문제를 제기한 얼라인의 캠페인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이코노믹데일리 12월 5일자 B1면 참고) 재계가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다. 지난달 21일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은 한경협과 함께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기업 사장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상장폐지를 택하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든 건 한국보다 앞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을 펼친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2015년 ‘기업 지배구조 코드’로 불리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 주주의 권리 행사를 보호하고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며 공시 투명성을 높이는 등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맞춰 일본 기업들도 움직였다. 지난 1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2022년 1170억 달러(약 165조57884억원)에서 지난해 2520억 달러로 2배 이상 커졌다. 그러자 행동주의 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개입이 늘었다. 일본 경제연구소 다이와소켄 자료를 보면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한 일본 기업의 수는 2021년 23곳에서 지난해 61곳으로 약 3배 급증했다. 한국도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을 진행할 경우 일본처럼 행동주의 캠페인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상법과 밸류업은 주주 행동주의를 돕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건 부작용이다. 일본에선 투자자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한경협이 지난 10월 발간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행동주의 펀드 개입이 단기적으론 주가를 부양해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한 기관투자자와의 관계 재정립이다. 긴밀한 소통으로 기관투자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공격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가는 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기업들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영자들이 기관투자자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정부도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하도록 제도를 균형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4-12-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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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은 찬성, 상법 개정은 반대…기업들 진정성 의심
<편집자주>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때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전해 새로운 형태의 'K-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국회의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진화하는 K-행동주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코노믹데일리] [이코노믹데일리] 현재 국회와 정부는 국내 증시의 만성적 문제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당국과도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프로그램' 가동에 나섰다. '연결고리'라고는 없어 보이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밸류업 프로그램은 묘한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매년 연말이면 다음해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행동에 나서는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들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이사 선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개정을 추진하는 상법이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시장 구조에서 상법과 밸류업 프로그램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을 확장하는 역할을 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4일 "개정될 상법과 밸류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도와주는 면이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구를 했을 때 이사들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생기면서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요구 사항들을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밸류업을 잘못한다든지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회사가 있으면 두 제도를 활용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사 추천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법의 경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4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상법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 주주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지배 경영권 남용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목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현재 분할·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의 경우만 봐도 가장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 방법은 상법 개정"이라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도입되는 것만으로 두산은 지배구조 개편을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부와 금융권은 지난 2일 상법 개정의 대안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00여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 분할합병 등을 진행할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상법 개정을 언급하면서 금융당국이 들고 나온 정책이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스크리닝하는 요건에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여부와 최근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넣었다. 자율적으로 밸류업을 공시한 기업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실시와 높은 PBR과 ROE를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PBR은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PBR이 1배를 넘지 못하면 기업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로 요구하는 것도 주주환원을 통해 PBR을 올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이다. 지난달 25일 고려아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영풍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시작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자산운용이 자사주 전량 소각과 밸류업 공시 등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내용만 놓고 보면 비슷하지만, 상법과 밸류업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상반된다. 일단 밸류업 공시엔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기아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3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내놨다. 판매·제품 경쟁력 강화, 신사업 다각화를 통해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35%, 영업이익률 1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자사주) 466만주를 1조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8월엔 올해 최소 배당금을 주당 1만원 이상으로 확정하고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도 최근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밸류업이란 주주환원이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공시하는 행위"라며 "행동주의 펀드는 공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감시하고 점검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상법 개정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해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대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주주가치 제고에는 동의하지만,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에 거부감이 크다. 밸류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더라도 그 방법이 상법 제328조3에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 개념으로 구체화하고 감사위원 중 독립이사의 숫자를 확대하는 내용 역시 최대주주의 경영권에 위협을 준다고 해석되면서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다. 독립이사는 회사 경영진, 대주주 등으로부터 독립된 외부 인사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상장 기업의 이사회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독립이사 대신 사외이사 개념만 존재한다. 상법 개정안은 이런 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과 유사하다. 독립적 인물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 2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 측에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주를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3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지분 14.04%를 확보하고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첫 사례였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일명 오너일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영 지배권을 잃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반발에도 시장에선 상법 개정안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할 경우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소액주주 권익을 더욱 강화할 거라는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는 행동주의 펀드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과 연합하거나 의결권을 위임받음으로써 주주 행동주의 중심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활발히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12-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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