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8건
-
소리 없는 하늘의 비명...겨울마다 반복되는 굶주림 막는 사람들
[이코노믹데일리] 겨울이 깊어지면 낙동강과 서해안, 압록강과 비무장지대(DMZ) 인근으로 수천 km를 날아온 맹금류들이 하나둘 힘이 빠진 채 발견됩니다. 추위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굶주림’입니다. 인간 사회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자연의 먹이사슬을 흔들어 놓았고,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일수록 그 여파는 치명적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각종 ‘먹이 공급 활동’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복잡한 생태적 고민도 함께 존재합니다. 한국의 사례에서 출발해 해외 각국의 겨울철 맹금류 보조 먹이 공급 활동 현황을 살펴보고, 이러한 노력들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양면성’을 지니는 지를 차근히 짚어봅니다. ◆왜 겨울엔 먹이가 부족해질까…생태 변화의 누적된 결과 맹금류가 굶주림에 취약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고기를 먹으며, 사냥감이나 자연 사체가 줄면 그대로 생존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변화가 이 ‘먹이원’을 급속도로 축소시켰다는 점입니다. 먼저 사체 처리가 강화돼 먹을 사체가 급속히 줄었습니다. 과거엔 도로나 농가 주변에 가축 사체가 남는 경우가 많았지만, 구제역·조류독감(AI) 등 가축전염병 관리 강화를 위해 사체가 신속히 수거되면서 독수리류가 먹을 수 있는 자연 사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농경지 풍경 변화도 한몫 했습니다. 논밭이 정리되고 농약과 방제 방식이 바뀌면서 들쥐나 토끼 같은 소형 포유류가 감소했습니다. 이는 맹금류의 주요 사냥감 감소로 연결됩니다. 기후 변화 영향도 빠질 수 없지요. 폭설이나 이상 한파는 맹금류가 사냥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줄이고, 사체를 눈 속에 묻어 먹이 접근성을 낮춥니다. 결국 이 같은 요인들이 한꺼번에 쌓이며 겨울철 ‘굶어 쓰러지는 맹금류’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 만들어졌습니다. ◆맹금류의 생체적 특성도 ‘한몫’ 결정적으로 맹금류는 오직 고기만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먹이의 폭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대부분의 새는 곡물·씨앗·과일·곤충 등 여러 먹이를 섭취하지만 맹금류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어류 등 고기만 섭취하기에 먹이 기반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먹이원 감소는 바로 굶주림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다른 새보다 큰 몸집을 가진 맹금류는 에너지 요구량이 조류 가운데 매우 높습니다. 특히 독수리·흰꼬리수리·참수리 등 대형 맹금류는 ‘체온 유지+장거리 비행+상승기류 활용’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큰 몸에 비해 먹는 빈도가 적어도 되지만 한 번의 식사에서 충분한 칼로리를 얻지 못하면 빠르게 쇠약해질 수 있습니다. 조류 중에서 최상위 포식자다 보니 느린 번식 때문에 스트레스에 약합니다. 맹금류는 보통 번식이 늦고(1~2살 이상) 한 번에 낳는 알 수가 적으며(보통 1~2개) 새끼 양육 기간이 길고 개체 수 증가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따라서 굶주림 등 환경 충격에 취약하며, 개체군 회복도 느립니다. 맹금류는 하루에 수십~수백 km 이동하기도 하고, 사냥을 위해 넓은 영역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도시화·농경지 확장·풍력발전 단지·도로 건설로 넓은 ‘사냥 가능한 열린 공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작은 조류처럼 도심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먹이를 찾기 힘듭니다. 독극물·납탄·농약에 매우 취약하기도 합니다. 사체를 먹는 독수리류는 납탄(사냥 후 남은 총알 조각), 농약·약물 중독(가축 폐사체), 농경지 농약에 중독된 설치류 등에 의해 배고파도 먹이를 섣불리 먹기 어려운 생태적 압박을 받습니다. 이처럼 먹을 수 있는 먹이 자체가 줄고 먹으면 중독되므로 위험이 두 배가 됩니다. 한마디로 맹금류는 보기와 달리 ‘생태적 취약점이 많은’ 조류입니다. 높은 에너지 소비, 좁은 먹이 선택성, 느린 번식률, 넓은 서식지 요구, 기후·농업·도시화에 대한 민감성 때문에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굶주림 문제’가 더 쉽게 드러납니다. 그 결과로 생긴 것이 한국의 ‘독수리 식당’입니다. ◆한국의 겨울 풍경…확대되는 ‘독수리 식당’의 역할 한국은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러시아·몽골·중국 북부에서 날아온 유라시아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등 대형 맹금류의 주요 월동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수 년간 자연 사체가 급격히 줄고 농경지 환경이 변화하면서 겨울철 굶주림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른바 ‘독수리 식당’입니다. 경북 고령을 비롯해 경기 파주·충남 서산·전북 군산· 전남 해남·울산 등 전국 10여 곳에서 운영 중인 독수리 식당은 겨울철마다 주기적으로 돼지고기 부산물이나 검수된 가축 사체를 먹이로 제공하며 굶주린 맹금류의 생존을 돕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하루 최대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몰려들 만큼 의존도가 높아, 지금은 한국 겨울의 중요한 보전 활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먹이를 놓는 수준을 넘어서 탐조, 생태 해설, 시민 참여형 모니터링까지 병행하며 교육적·보전적 의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의 경우 ‘생태 미사’ 등 지역 행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어 이색적인 생태 문화로 평가받습니다. ◆유럽의 제도화된 먹이 공급 시스템 ‘사체 은행’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스페인·프랑스·포르투갈은 가축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지만 유럽연합(EU)의 엄격한 위생 규제 때문에 사체가 산지에 그대로 방치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유럽 독수리 종류가 먹이 부족으로 급감했고, 몇몇 종은 멸종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은 ‘벌처 레스토랑(Vulture Restaurant, 독수리 레스토랑·사체은행)’을 제도화했습니다. 허가받은 장소에 검사된 가축 사체를 정기적으로 비치하고, GPS 추적을 통해 독수리들의 이용 패턴을 연구합니다. 스페인은 이 정책 덕분에 유럽 최대의 독수리 개체군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북미에선 황금독수리 보호를 위한 ‘윈터 피딩 프로그램’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황금독수리, 흰머리독수리 등이 겨울철 먹이 부족을 겪습니다. 특히 도로에서 죽은 사슴 사체가 각 주 정부의 도로 정비 정책 때문에 빠르게 치워지면서 겨울철 사체 기반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사냥꾼이 사용한 납탄(총알 파편)이 사체에 남아 독수리 중독 사망률을 높이는 악순환까지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호크와치 인터내셔널(HawkWatch International)’ 등 보전 단체들은 사슴·엘크 로드킬을 확보해 지정된 지역에 제공하는 ‘황금 독수리 윈터 피딩 프로그램(Golden Eagle Winter Feeding Progra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체를 통해 독수리가 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납탄 금지 운동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서식지 붕괴 속에서의 제한적 먹이 공급 몽골·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초원 지역은 한때 많은 수리류의 번식지가 있었지만 최근 심각한 사막화와 가축의 지나친 방목으로 작은 동물들이 크게 줄며 먹이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드’라 불리는 대규모 겨울 폭설이 닥치면 며칠 동안 사냥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굶주림 사망률이 높아집니다. 이 지역은 사체를 인위적으로 공급하기보다는 서식지 복원–번식지 보호–가축 관리 개선에 중점을 둔 보전 방식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노력 뒤에 숨은 문제…선의의 공급이 만든 새로운 고민 맹금류의 생존을 돕는 먹이 제공 활동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태학적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우려도 존재합니다. 먼저 ‘의존성 증가’ 문제입니다. 매년 같은 장소에 먹이를 주면, 맹금류가 자연 사냥보다 공급소에 먼저 의존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생태계 고유의 사냥·포식 구조를 변형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질병 전파 위험도 있습니다. 많은 개체가 좁은 공간에 몰리면 조류인플루엔자 등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때문에 공급소에서는 ‘검수된 먹이 사용’과 ‘폐기물 처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종간 경쟁 심화 우려도 있습니다. 먹이 주변에 독수리, 수리를 물론 까마귀, 유기견까지 먹이 주변에 몰리면서 자연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경쟁 상황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생태 균형의 변형도 고민거리입니다.지나친 먹이 공급은 특정 종의 개체 수만 과도하게 증가시키거나 이동 경로를 바꿔 ‘예상치 못한 생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움 주되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겨울철 맹금류 먹이 공급 활동은 분명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보전 활동입니다. 한국의 독수리 식당부터 유럽의 사체은행, 북미의 겨울 먹이 프로그램까지, 세계 곳곳에서 인간은 “우리가 만든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이 자리합니다. 먹이를 주는 행위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생태적·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과학적 관리 행위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맹금류의 생존을 돕되, 자연 생태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정교한 보전 전략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겨울 하늘을 날아오는 그 거대한 날개들이 매년 건강하게 돌아오기 위해선,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공존 모델이 필요합니다.
2025-12-11 06:00:00
-
-
-
'1.2조원' 현금 쥐는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바이오 전격 육성
[이코노믹데일리] CJ제일제당이 자회사 CJ피드앤케어를 매각하며 글로벌 식품·바이오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리스크를 줄이고,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핵심 성장동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1일 CJ피드앤케어 지분 100%를 네덜란드 사료 기업인 로얄드헤우스에 매각하기 위한 본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CJ피드앤케어는 아시아 7개국에서 27개 사료공장을 운영하며 사료 사업과 축산 사업을 영위해왔다. 매출 규모는 2조원을 넘지만 곡물가와 축산 경기,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4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원가 구조 특성상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가 중요한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이후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 비주력 사업을 꾸준히 정리해왔다. 2018년 CJ헬스케어 매각을 시작으로 CJ씨푸드 사업 축소, 부동산·물류 관련 비핵심 자산 처분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피드앤케어 매각도 같은 흐름에서 이뤄진 구조조정으로,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슬림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재무구조 개선도 매각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인수합병과 생산설비 투자로 차입 부담이 늘어나면서 최근 3년간 순차입금이 7조~8조원대에서 정체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6% 수준, 이자보상배율은 약 3배 안팎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선이 요구됐다. 피드앤케어 매각으로 약 8000억원 규모의 순차입금이 이탈하면 레버리지 지표가 개선되고,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이자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확보한 자금은 미래 성장 동력 투자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가공식품·가정간편식(HMR) 생산설비 확충, 미국·유럽 시장 내 유통망 및 콜드체인 고도화 등 글로벌 K-푸드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떡볶이 등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며, 작년 식품부문 매출 11조3530억원 중 해외 비중은 49.2%까지 확대됐다. 또 다른 투자 축은 바이오다. CJ제일제당은 발효·생명공학 기반 스페셜티 아미노산과 핵산, 향미소재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고 친환경 바이오소재 생산능력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 연 5000톤 규모 PHA(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이며, 다양한 분야에 PHA 적용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매각에 따라 주력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차입금 감소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 효과 등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5-10-02 16:21:07
-
-
'자본시장 1세기' 꿰뚫는 한국거래소 역사관…"증시 심장, 여의도에 뿌리내리다"
[이코노믹데일리] 부슬 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질 무렵,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서울사무소에 도착했다.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 사이 머리 위로 눌러앉은 습기와 짙게 물든 바지 밑단은 꽤 묵직했다. 그러나 회전문을 지나자마자 불편함이 한순간에 웅장함으로 뒤바꿨다. 정문을 통해 색색의 푹신한 소파와 은은하게 쏟아지는 조명, 넓게 펼쳐진 대리석 바닥이 이 공간이 여의도 한복판에서도 깊이 뿌리내린 금융의 중심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종합홍보관 '마켓 스퀘어(MARKET SQUARE)'를 찾은 본지 기자들에게 권민서 한국거래소 홍보팀 대리는 과거와 현재의 자본시장 역사기 가득 채운 디지털 전시물과 실물 모형들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시작은 증권이 아닌 곡물 거래소였다. 1896년 설립된 '인천미두취인소'는 당시 일본이 전쟁과 흉년으로 곡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값싼 조달을 위해 만든 상설 시장이었다. 비록 식민 통치의 산물이었지만, 회원제 운영과 선물거래 시스템 등 오늘날 거래소와 유사한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일제강점기엔 '경성주식현물취인소'와 '조선취인소' 등으로 명칭과 조직이 바뀌며 자본시장이 태동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소들은 대부분 일본제국의 전시 통제 정책 하에 설립돼 '강제 자본 동원 수단'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결국 해방과 함께 '조선증권취인소'는 문을 닫았고, 1947년 증권구락부를 거쳐 1949년 국내 최초의 증권회사인 '대한증권'이 출범하면서 비로소 우리 손으로 만든 자본시장이 시작됐다. 현대적 의미의 한국거래소는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설립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이후 2005년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 증권업협회를 통합한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출범했고, 2009년에는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최근에는 코스피지수가 3200선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자본시장 심장'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거래소 종합홍보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자본시장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관람객은 수작업 매매 시절 시세판과 유자형 포스트, 딱딱이 매매 등 과거의 현장감을 체험할 수 있고, 사전 예약을 하면 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시장 구조와 제도까지 배울 수 있다. 특히 상장 절차에 대한 이해를 돕는 체험교육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상장 과정은 △사전 준비 △상장예비심사 △공모 △본 상장신청 △매매 개시로 구성되며, 거래소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 여부를 두 차례에 걸쳐 심사한다. 기업이 상장 후 공익을 해치거나 불공정 거래에 연루될 경우 상장 폐지 조치도 가능하다. 서연석 한국거래소 홍보2팀 과장은 "직접 상장에 관여했던 젝시믹스, 컬리 등 기업이 좋은 실적을 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불공정 거래를 제재하고 공정한 시장을 유지하는 것도 거래소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는 단순히 상장 여부만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와 공정성을 유지하는 최전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가 위치한 여의도의 변화도 흥미롭다. 원래 목축지였던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는 비행장으로 사용됐고, 해방 이후에는 국회의사당·방송국·거래소 등이 들어서며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이러한 배경은 한국 자본시장 역시 외세의 영향, 산업화, 국제화 등 굴곡 진 현대사 속에서 성장해왔음을 상징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시대' 공약 아래 거래소의 역할은 더욱더 주목 받고 있다. 거래 투명성 확보와 상장기업 감독, 시장 감시와 교육에 이르기까지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 신뢰를 떠받치는 마지막 보루다. 한국거래소 종합홍보관은 이러한 금융 인프라의 역사와 역할을 체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자, 자본주의 근간을 이루는 '신뢰'의 무게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다.
2025-07-20 07:13:00
-
기후변화가 부른 작황부진...커피‧코코아 이어 오렌지‧올리브까지 전 세계 기후인플레이션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미국 가정의 아침 식사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 오렌지 주스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오렌지를 재배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오렌지 껍질이 두꺼워 까서 먹는 것이 힘들다 보니 수요가 별로 없었다고 해요. 고민하던 오렌지 회사들이 날린 회심의 한 방, 그것은 오렌지를 믹서에 주스를 갈아 만들어 마시는 광고였답니다. 그 후 오렌지 주스는 미국인들의 식탁에서 없으면 안 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는, 광고계에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오! 오렌지 생산이 줄었어요-헤이케인, 엘리뇨, 질병 등 복합 재앙의 결과 캘리포니아와 더불어 미국의 오렌지 최대 산지인 플로리다가 지난해 불어닥친 허리케인 ‘밀턴’을 비롯해 최근 허리케인 피해가 커진 데다 시트러스 녹병(citrus greening disease)의 복합 타격으로 2024/2025년 시즌 생산량이 10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전성기 대비 90% 감소한 수확량이 예상되고 있다네요. 허리케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과 대기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빈번해지고 빠르게 강해지며, 이로 인해 피해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허리케인 이르마(2017), 이안(2022), 헬렌·밀턴(2024) 등 연속된 강력한 허리케인은 오렌지 나무의 과일 낙과와 흠집, 나무 피해를 초래했다고 합니다. 특히 밀턴은 강풍과 폭우로 플로리다 주요 감귤 재배지를 강타해 생산량을 20~33% 감소시켰다고 해요. 세계 오렌지 생산 1위국인 브라질 또한 엘니뇨 영향, 녹병, 해충 피해가 겹쳐 오렌지 수확 감소 및 주스 가격 급등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이 많이 마시는 오렌지 주스 가격이 12온스(약 355 ml) 주스의 경우 2020년 2.30 달러에서 2025년 4.50로 거의 2배 상승했습니다. 허리케인, 질병, 기후 이상 등 복합 재앙이 오렌지 생산량과 경제성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오렌지 주스 가격이 급등하며 시장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형적인 기후 인플레이션 (Climate Inflation)의 하나죠. 기후 변화는 농산물 시장에서 공급 충격→가격 급등→소비자 부담 증가의 전형적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유럽 산불 매년 이어지더니…올리브 생산 감소 유럽으로 가볼까요? 한국인들도 건강을 생각해 즐겨 먹는 지중해의 건강식 올리브. 올리브 역시 기후 변화에 톡톡히 시달렸다고 하네요. 2022~2023년 겨울 지중해 전역에서 이례적으로 건조하고 뜨거운 겨울이 지속되며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 주요 산지의 올리브 수확량이 급감했답니다. 스페인은 2022~2023년 올리브 수확량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올리브유 가격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네요. 국제통화기금(IMF) 산정에 따르면 2023년 8월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t당 약 8900 달러에 도달하며 130% 상승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요즘 마트에서 보는 올리브유들이 전보다 비싸다 느꼈는데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더라고요. BBC 뉴스에 따르면 2024년 초순부터 중순까지 남유럽의 빈번한 화재가 더 큰 피해를 불러와 산불 영향으로 스페인 산지 가격이 1년 만에 이전 대비 70%까지 상승했다네요. 이탈리아에서도 장화 모양 이탈리아 반도에서 구두 뒤축 부분에 위치한 푸글리아 등 주요 올리브 산지에서는 산불과 함께 가뭄으로 매말라 약해진 올리브에 곤층이 옮기는 ‘자일레라 패스트리디오사’라는 긴 이름의 병균-걸리면 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 치명적인 전염병까지 돌고 올리브 파리 등 병해충이 겹치며 생산량이 더 줄었답니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의 올리브 오일 가격은 20%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2년 전 대비 사실상 2배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2024/2025년은 스페인 올리브유 생산량이 전년 대비 48% 회복하고 유럽연합(EU) 전체 역시 5년 평균 대비 9% 초과 수준이라 올해는 다소 여유를 되찾았답니다. 다만 언제 또 기후가 변화를 부릴지 아무도 모르지요. 올리브유와 오렌지 주스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생필품이면서 가격·공급 변동성이 큰 품목이어서 우리 정부의 정책 대응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앞서 우리는 커피값 인상, 코코아 가격 상승을 통해 기후 인플레이션을 접한 바 있습니다. ◆별다방, 콩다방 커피값 올린 원두 가격…카카오 가격도 최고가 신기록 지난 2023년 이후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브라질·콜롬비아·베트남 등 주요 커피 생산국에서 커피 수확량을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커피 공급이 수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2024/2025년 커피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답니다. 그 여파로 우리 동네며 회사 근처며 별다방, 콩다방 커피값이 다 올랐죠.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직장인의 아침을 위협하는 게 무서운 상사가 아니라 기후변화라니…. 아무튼 국제커피기구(ICO)는 2028년에야 커피 가격 상승의 완화가 가능하며 빠르면 2026년쯤 상승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경우 2024년과 2025년 들어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지가 연이은 가뭄과 병충해에 시달리며 카카오 가격이 2024년부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며 t당 1만2000 달러를 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시장 평균 신차 가격이 3만 달러 수준이니 코코아 3t이면 자동차가 한 대라네요! 그리 비싼 카카오 가격은 2025년 내내 지금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2026년 이후 공급 회복과 함께 서서히 안정될 예정이고 완전 회복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랍니다. ◆국지적 작황 불황…호주에선 브로콜리, 영국‧스페인‧이탈리아에선 곡물, 채소 가격 급상승 이 밖에도 가뭄, 폭염, 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날씨 영향으로 지역별로 품귀 현상을 빚은 식품들이 있답니다. 호주에서는 2024년 말부터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홍수, 빅토리아·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가뭄이 브로콜리 작황에 큰 타격을 입혔답니다. 주요 슈퍼마켓에서 브로콜리 공급이 줄었고 생물 대비 냉동 브로콜리가 더 싸게 팔리는 사태가 벌어졌다네요. 생물 브로콜리 가격은 1kg당 약 9.90 달러(약 1만3365원)까지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데 한국의 경우 생물 브로콜리가 1kg당 3000~4000원이니 어느 정도 비싼지 느낌 팍팍 오시죠?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2024년 봄 기록적인 건조와 폭염으로 밀·보리·과일·채소 수확량이 크게 감소해 곡물, 채소 가격이 급상승했답니다. 2025년 6월 기준 영국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3.7% 상승했는데 식품 가격 기준 최고치로 오른 가격이라네요 인도와 태국에서는 가뭄, 엘니뇨 영향으로 쌀과 사탕수수 등의 작황이 나빠 설탕 가격이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특히 인도에서는 차(茶)와 콩, 기타 작물들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20~30% 상승했다 하고요. 이처럼 커피·코코아·올리브유 등 전 세계인이 소비하는 작물과 농산물 생산에 큰 타격이 있던 지역의 물가 상승이 전 세계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상황입니다. 바로 기후변화의 불안정성이 이러한 기후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입니다. 이 영향은 식생활 비용 증가→인플레이션 압력→저소득층 식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2025-07-10 06:00:00
-
GS25·돈키호테 韓 팝업, LG생건 반려동물 전용 세정제
[이코노믹데일리] ◆ GS25, 日 돈키호테와 국내서 팝업…“글로벌 플랫폼 도약”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일본 돈키호테와 손잡고 국내 팝업 스토어를 선보인다. 전략적 협업을 통해 수출입 네트워크를 구축,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팝업은 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된다. 일본 현지 돈키호테 매장과 한국의 밤거리 문화를 접목한 ‘로컬라이즈드 돈키호테’로 구현됐다. 이 곳에는 △돈키호테 자체브랜드(PB) ‘JONETZ’ 상품 50여종 △GS25 x 돈키호테 팝업 한정 상품 △GS25 PB ‘유어스’ 상품 10종 △’무무씨’ 굿즈 2종 등을 만날 수 있다. 허치홍 GS리테일 MD본부장은 “글로벌 유통 브랜드와 손잡아 수출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PB 상품 개발로 ‘글로벌 K-편의점’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용변 얼룩·냄새 해결”…LG생건 펫패밀리, ‘펫 메스 리무버’ 출시 LG생활건강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펫패밀리가 반려동물의 용변 얼룩과 냄새를 제거해주는 ‘펫 메스 리무버’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오염 부위에 뿌려서 닦기만 하면 청소할 수 있다. 리모넨 성분을 배제했고 은은한 베이비파우더 향이 특징이다. 또한 곡물 유래 에탄올을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3배 더 강력한 세정력을 확보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펫 메스 리무버는 세탁하기 힘든 카페트나 침구 또는 화장실 타일 청소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직접 입는 옷이나 장난감 오염 부위에 뿌려서 사용해도 된다. ◆ 하림, ‘더미식 오징어육즙교자’ 출시 하림이 ‘더미식(The미식) 오징어육즙교자’를 출시하며 육즙만두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진한 육즙을 가득 채운 ‘더미식 육즙만두 시리즈’의 신제품으로, ‘오징어라면’과 ‘오징어 초빔면’에 이은 더미식 오징어 시리즈의 세 번째 제품이다. 돼지고기에 오징어를 썰어 넣어 해물 특유의 감칠맛과 깊은 육즙을 더했다. 만두피는 3시간 동안 우려낸 육수로 반죽해 깊은 맛과 고소함을 더했다. 또 1만 번 이상 치대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으며, 하림만의 독자적인 공정을 통해 육즙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설계했다. ◆ 신세계푸드, 산림청과 국산 대추·고사리 등 임산물 소비 활성화 신세계푸드가 산림청과 손잡고 국내 임업 농가 지원을 위한 임산물 식재료 소비 활성화에 나선다. 임산물 식재료는 산림에서 나는 먹거리로, 산나물과, 버섯류, 약초류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자사가 운영하는 급식장에 국산 임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대표 메뉴로는 여주 건가지, 여주 생표고버섯, 제주 취나물, 홍천 건호박오가리 등이 있다. 국산 임산물을 활용한 베이커리 제품도 개발해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4일 전국 이마트 내 베이커리 매장 ‘블랑제리’와 ‘E베이커리’에서 경북 경산시의 대표 임산물인 대추를 활용한 베이커리 신제품을 출시했다.
2025-07-08 10:3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