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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먹튀' 논란…사모펀드의 명과 암
[이코노믹데일리] 사모펀드의 별칭은 ‘기업 사냥꾼’이다. 기업을 성장시키기보다는 기업의 자산을 팔아 이익을 취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빗대 만들어졌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을 때도 고려아연이 곧바로 내놓은 의견 표명서에는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 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고 비판하며 이 별칭을 썼다. 별칭과 함께 자주 쓰이는 말이 ‘먹튀’다. 이익을 챙긴 후 책임을 다하지 않고 도망간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이 말은 MBK가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됐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오랜 기간 투자할 거고 먹튀 등의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를 향한 이 같은 시선은 2000년대 초 외국계 사모펀드를 경험한 데서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삼성물산-헤르메스 사태’다. 2003년 11월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총 발행주식 5%를 매입했다. 언론을 통해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꾸준히 강조하며 주가를 올렸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 오르자 헤르메스는 주식 전량을 팔아 3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부정적 시선이 많음에도 사모펀드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평가는 긍정과 부정을 오간다. 약 20년 전 벌어진 일명 ‘SK-소버린 사태’는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지만, 사후 평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기업 가치와 지배구조 개선을 평가표에 넣으면 기업 사냥꾼이라고 할 수 없는 면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소버린 사태는 2003년 모나코 국적의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당시 국내 최대 정유회사이자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 주식을 확보하며 SK그룹과 경영권 쟁탈권을 벌인 사건이다. 소버린은 SK(주) 주식 14%를 매입한 뒤 분식회계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SK그룹의 직접 보유 지분은 소버린보다 적은 13%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정기주주총회에서 최태원 회장의 재선임이 결정되면서 경영권 장악에 실패했으니 소버린의 완패였다. 결국 소버린은 2005년 6월 SK(주)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바꾼 뒤 그해 7월 SK(주)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1만원 이하에 사서 4만9000원에 팔면서 8040억원의 차익을 남긴 걸 두고 외국 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을 휘젓더니 자그마치 1조원 가까이 되는 차익을 챙겨 떠났다며 ‘먹튀’ 논란이 거세졌다. 논란과 달리 해외 시선은 달랐다. 이 시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게재한 칼럼 ‘재벌에 대한 도전이 남긴 교훈’은 “소버린은 SK(주)에 대한 도전을 통해 누구도 감히 실행하지 못했던 재벌 개혁을 추진했다”면서 “주주 권리 찾기 노력이 무산돼 지분 매각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옹호했다. 실제 소버린 사태가 해악만 끼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이 이사회제도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사외이사 비율을 75%로 확대하고 투명경영위원회 등 하부 위원회를 설치했다. 소액 주주들이 소버린이 아닌 SK 경영진을 지지하도록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이 경영진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평가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4일 “국내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사모펀드가 회사를 빼앗는다고 생각한다는데 경영권이라는 것은 경쟁을 통해서 가져오는 게 원칙적으로 맞고 그렇게 쟁취할 경우 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미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된 계기도 사모펀드들이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경영진들이 긴장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양면성은 항공업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대표적이다.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지난 2021년 티웨이항공의 8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발행에 참여하며 지분의 25%를 보유하게 됐다.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노선 운항을 시작하며 외형 확대에 나서면서 외부에선 안전보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영향이라는 비판이 잇따라 나왔다. 지난 6월 일명 ‘기체 바꿔치기 의혹’을 받을 때도 2대 주주로 있는 JKL파트너스로 이목이 쏠린 이유다. 기체 결함으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당초 오사카 노선에 배정됐던 항공기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에 투입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유럽행 항공기가 보상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오사카행 항공기와 바꿔치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안전을 가장 중요시 하는 특수 사업인데 사모펀드는 안전보다 재무적 관점에서 항공사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티웨이항공에서 발생한 안전 문제와 서비스 논란은 사모펀드가 운영사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에서 사모펀드들이 LCC를 돈벌이 수단으로 투자하면서 대형 LCC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라고도 지적했다. 투자업계의 시선은 항공업계와는 또 달랐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7월 대명소노그룹에 티웨이항공 지분을 모두 처분하며 투자금액의 2배 이상인 2000억원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티웨이항공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단거리에서 장거리 노선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결과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국민연금의 사모투자 분야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은 초기여서 사모펀드들이 무언가를 해서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 같은 해외의 안 좋은 사례를 접하면서 그런 인상들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비효율성을 개선해 기업 체질을 개선한 뒤 파는 케이스가 늘어난다면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2024-10-04 17:24:45
사모펀드부터 울산시까지···'아수라장' 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코노믹데일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 참전에 이어 울산광역시와 고려아연 노동조합까지 가세하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13일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 목적 기업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같은 날 MBK의 공개매수를 적대·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규정하고, 18일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겸 고려아연 사내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영풍그룹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 사이에 벌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다. 분쟁 이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5.4%를 가진 영풍그룹이었다. 장씨 일가와 코리아써키트 등 영풍 계열사 지분 7.7%를 합해 고려아연 지분율 33.1%로 지배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고려아연의 경영은 1974년 창립 이후부터 지배구조와 상관없이 공동 창업주 집안인 최씨 일가가 도맡아 왔다. 영풍 쪽 장씨 일가가 위기감을 느낀 건 지난해 고려아연 최씨 일가 쪽에서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부터다. 15.6%에 불과하던 고려아연은 지분율을 늘려 영풍 쪽과의 격차를 1%까지 좁혔다. 이에 영풍 측 장씨 일가가 MBK파트너스를 포섭해 고려아연 지배권 강화에 들어갔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영풍이 MBK와 손을 잡으면서 싸움은 복잡해졌다. 일단 울산광역시가 고려아연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울산시는 고려아연 주력 사업장인 온산공장이 있는 곳이다. 향토기업을 사모펀드 자본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게 울산시가 나선 이유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8일 울산 남구 울산시청에서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MBK가 적대적 M&A를 할 경우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 참여로 120만 울산 시민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소액주주 참여를 독려했다. 하루 앞서 울산시의회도 MBK의 고려아연 M&A 시도에 반대했다. 김종섭 울산시의회 의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의원 22명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적대적 M&A로 (고려아연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게 되면 울산 고용시장과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고려아연 노조도 '공개매수 철회 촉구 집회'를 통해 고려아연을 거들었다. 고려아연 노조원 70여명(노조 측 주장)은 19일 MBK파트너스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D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업사냥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회사를 빼앗길 위기에 직면해 있다. MBK파트너스의 약탈적 공개매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곳곳에서 불거지는 반대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울산시와 울산시의회 반대에 대해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에선 가장 중요한 고려아연이 중국 자본에 넘어간다고 하니까 걱정할 만 하다"며 "그런 오해를 찾아뵙고 설명하고 해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려아연 노조의 반대 움직임에 대해선 "지금 협의할 창구가 존재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용에는 어떠한 변화가 없고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의 지분율 승부는 다음달 4일 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결정될 걸로 보인다. 그 사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해외에서 기업인들을 만나 우호 지분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측과 각 우호세력이 가진 지분을 비롯해 국민연금 지분과 자사주를 제외하면 주식 잔여 물량은 22.92%다.
2024-09-19 17:44:22
MBK,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참전···고려아연 "MBK는 기업사냥꾼"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에선 MBK를 기업사냥꾼이라고 비난하며 공개매수 반대 입장으로 맞불을 놨다. 고려아연은 13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MBK파트너스가 이날부터 다음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알렸다. 인수 예정 지분은 144만5036주에서 302만4881주 사이다. 지분율로 치면 6.98%에서 14.61%의 지분을 매수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주식은 12일 종가 기준 55만6000원에 거래됐다. 공개매수에선 이보다 18.7% 더 비싸게 매수하는 셈이다. 지분을 마련하기 위해 MBK가 준비한 대금은 2조원 내외가 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가 안정적으로 지분 확보에 성공할 경우, 고려아연 내에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등 영풍을 운영하는 장씨 지배력이 커질 걸로 보인다. 고려아연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두 일가의 지분율 차이가 0.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최대 주주는 지분 25.4%를 가진 영풍이며,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을 합하면 33.1%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고려아연을 운영하던 최씨 일가가 현대자동차그룹, LG화학과 같은 우군을 확보하며 지분율 33.2%까지 키워 영풍을 위협했다. 고려아연 측에선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두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공시 이후 즉각 의견표명서를 통해 "본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영풍과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이와 같은 공개매수 시도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심각한 훼손을 일으킬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2024-09-13 10: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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