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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신뢰 회복, 원칙으로 돌아갈 때다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우리 사회에서 판사와 검사들의 판단과 언행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지고 있다. 법을 다루는 기관의 결정은 개인의 자유와 명예,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직결되는 만큼 그 무게는 매우 크다.그러나 국민들은 때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속과 기소, 그리고 일관성 부족한 판결을 접하며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중에서는 판사와 검사를 낮춰 부르는 거친 표현들이 들리기도 한다.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사법기관에 대해 “판사놈, 검사놈”이라는 비하 표현이 사용될 만큼 신뢰가 흔들렸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나아가 일부 법조인들이 퇴임 후 대형 로펌으로 가기위해 사실상 로펌의 사적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이는 전체 사법기관을 평가하기에는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으나, 국민이 품은 의심과 우려가 그만큼 깊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다. 이 불신은 특정 사건이나 특정 인물 때문만이 아니라, 법적 판단의 기준과 절차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사법기관이 스스로 설명하지 않은 공간은 결국 여론과 오해가 채우게 마련이다.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원칙이다. 첫째, 사법권은 강한 행사보다 절제된 행사가 우선해야 한다. 구속, 기소, 판결은 공동체가 맡긴 막중한 권한이므로 기준은 명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법과 증거에 기초한 판단이 어떤 외적 분위기보다 앞서야 하며, 동일한 기준은 어떤 사건에도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 둘째, 사법 판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판결이나 구속의 배경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으면, 국민은 이해 대신 불신을 갖게 된다.전문성을 이유로 한 불충분한 설명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법적 전문성과 국민적 설명 책임은 함께 가야 한다. 셋째, 사법기관 구성원들의 책임성과 일관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건마다 기준이 달라 보이거나 동일한 상황에서 상반된 결론이 내려지면 국민은 공정성을 의심한다.내부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나 절차가 있었다면 이를 바로잡는 자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넷째, 외부의 독립적 감시와 견제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독립성은 사법의 핵심 가치이지만, 이것이 폐쇄성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사법권이 지나치게 고립되면 오해는 더욱 커지고, 불신은 고착된다.독립성과 투명성은 서로 균형을 이루며 사법 신뢰의 기초를 형성한다. 사법부와 검찰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체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기관이다.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나 제도의 양산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법적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일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법기관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기준이 명확하고 절차가 공정하며, 잘못이 있을 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신뢰는 다시 쌓인다. 사법 신뢰는 국가 신뢰의 기초다. 법 앞의 평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절제되고 투명하고 원칙이 일관된 사법일 때 비난은 줄고 존중이 돌아와 사법기관은 제 기능을 온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2025-11-17 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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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C 국제환경·에너지본부(IHEE) 공식 출범…한국 주도로 'ESG 혁신 연대' 가동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혁신센터(GIC) 국제환경·에너지본부(IHEE)가 1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식 출범하고, 한국 주도의 글로벌 ESG 협력체계인 ‘ESG 혁신 연대’를 발족했다. IHEE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GIC의 산하 기구로, 이번 한국 설립을 통해 기후·환경 분야 국제협력 플랫폼의 국내 기반이 마련됐다. 출범식과 함께 열린 ‘9대 국제협력 프로젝트 협약식’에서는 GIC IHEE, 국제지도자연합, 한국저영향개발협회, UN ECOSOC NGO FLML 등 국내외 기관이 친환경에너지 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태계 확산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탄소중립 캠페인, ESG 인재 양성, 국제교육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포럼 개최, 탄소감축 공동 연구 등 실행 중심의 협력 과제를 포함한다. GIC 자오강(趙剛) 사무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국 설립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국제 표준과 연계된 ESG 산업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대신해 참석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에서 GIC 국제환경·에너지본부가 출범한 것은 지속가능 산업 전환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필요한 입법과 예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친환경 전환 정책의 성과를 언급하며 “미세 먼지가 줄어든 변화는 우리가 노력해온 결과이며, IHEE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철 GIC IHEE 회장은 “이번 협약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출발점”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지속가능 산업 전환의 본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출범식이 있기까지 준비에 분주했던 IHEE 설립 공동 준비위원장 이상옥 전 의원은 “한국 주도로 IHEE 출범식이 열린 이날은 한국이 '글로벌 기후 환경의 허브'로 탄생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고 그 의미를 기렸다. 이어 “지금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 기후 환경 관련 사항은 '너와 나를 뛰어 넘는 '미래'를 위한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관련 기관 및 국회의원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IHEE가 추진하는 9대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는 탄소감축기술 표준 및 배출권 거래 협력, 국제 공동개발, 탄소감축기금 조성, 친환경 물류기지 구축, 재생에너지 투자, 해양정화·자원순환 프로젝트 등 정책·기술·투자·시장을 통합한 국제 ESG 실행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범이 한국 ESG 생태계가 글로벌 표준과 연계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5-11-14 14: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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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김동관, 19일 UAE 총출동…첨단·방산·에너지 협력 '방점'
[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오는 19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14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와 코트라(KOTRA)는 19일 UAE에서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정의선 회장을 포함해 기업인 약 15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BRT는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칼리드 빈 모하메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가 만난 뒤 후속 행사로 평가된다. 양국은 당시 면담에서 관계를 미래지향적 분야로 확장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방·방산·투자·에너지 등 분야에 더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언급된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SK, 현대차, LG전자, 한화, HD현대,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석한다. 이재용 회장은 회장 취임(2023년 10월) 후 첫 해외 행보로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을 정도로 UAE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코리아' 컨소시엄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의 대표적 해외 원전 수출 성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UAE를 찾았다. 이번에는 UAE 측과 AI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UAE가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 수출국인 만큼,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김동관 부회장도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이 함께 참석한다. SK에서는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유영상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이 나선다. 이 밖에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조석 HD현대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이석준 CJ 부회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이 참석한다.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중동에 불닭볶음면을 수출하는 삼양식품의 김정수 부회장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삼성전자·SK(AI), 현대차(모빌리티) 등이, 방산에서는 한화·HD현대·LIG 등이, 에너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한국전력 등이 참여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칼리드 왕세자와의 면담에서 "UAE는 대한민국의 강력한 전통적 우방"이라며 "왕세자님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UAE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임명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UAE 아부다비로 출국했다.
2025-11-14 11: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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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대책, 올해는 달라야 한다
[이코노믹데일리]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이나 구성이 줄어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소비자 불신이 커질 때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만 매년 같은 논의가 되풀이되고 있다. 일시적 단속이나 캠페인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워 정보의 투명성과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슈링크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은 원가 유동성이다. 원재료비,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빠르게 오르고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용량 축소나 구성 변경을 택한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저항이 커지고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가격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중량·구성 변화에는 둔감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덜 눈에 띄는 조정’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다. 온라인 유통 확산과 맞춤형 포장 등도 용량 변화를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 속 정부 개입은 매번 같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원가 상승 요인을 직접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용량 축소를 막거나 표시 의무를 강화해도 기업은 다른 형태의 조정을 통해 이익을 유지한다. 제품군이 다양하고 변경 주기가 짧은 시장에서는 행정비용과 감독 부담이 커 실효성 있는 감시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정책이 기업 압박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속과 행정처분만으로는 장기 지속성이 떨어지며, 과도한 규제는 시장 내 자율 경쟁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위험도 있다. 특히 중대한 변경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어떤 범위까지 고지·신고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가 논쟁적이다. 모든 변경을 신고 대상으로 삼으면 행정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선택과 집중을 택하면 사각지대 논란이 남는다. 이에 정부가 통제 중심의 정책이 아닌,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시장 자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품 단위가격 표시를 명확히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중량·구성 변경 시 변경 전후 정보를 일정 기간 고지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온라인몰에도 동일 기준을 적용해 소비자가 손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반복적·고의적 기만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등 표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정책 효과를 가늠할 평가지표도 명확해야 한다. 동일 제품군 기준의 실질 단가 흐름, 변경 고지 준수율, 소비자 불만·신고 추이, 기업의 준법 비용 등을 함께 추적하면 단속 실적 중심의 성과 과시를 경계할 수 있다. 성과가 불확실할 때는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 설계를 검증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결국 관건은 균형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시장의 가격 조정 메커니즘을 인정하면서 소비자가 변화를 인지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올해 대책의 성패는 통제·단속이 아닌 정보의 투명성과 설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2025-11-13 1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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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한국콜마, 엇갈린 3분기…연말 실적 분수령
[이코노믹데일리]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3분기 나란히 외형 성장을 기록했으나 수익성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K뷰티 수출 회복과 글로벌 발주 증가가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비용 부담과 해외 법인 리스크가 이익률을 제약했다. 연말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소비 시즌을 앞두고 고부가 제품 확대와 비용 효율화 수준이 두 회사의 4분기 실적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3분기 연결 매출은 5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1.58% 감소했다. 매출은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늘었지만 신규 고객 확대와 인디 브랜드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초기 서비스 비용이 수익성을 제약했다. 특히 국내 법인은 고객 다변화에 따른 개발·컨설팅·소량생산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이익률이 정체된 가운데서도 지역별 성장세는 뚜렷했다. 중국 법인은 매출 1400억원으로 22% 증가하며 상하이·광저우 모두 색조와 기초 부문이 성장했다. 미국은 신규 고객 효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했고, 태국은 OBM(제조업자 브랜드 개발) 사업 확대로 36.1%를 기록했다. 한국콜마는 같은 기간 매출 6830억원, 영업이익 583억원, 순이익 4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0%, 6.9%, 79.3% 증가한 수치로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국내 화장품 부문은 매출 3220억원·영업이익 443억원으로 각각 17.7%, 19.0% 증가했다. 스킨케어 수출이 선케어 비중 감소를 메우며 실적을 이끌었다. 반면 해외 법인은 부진했다. 중국 매출은 318억원으로 13.1% 줄며 영업손실 16억원을 냈고, 미국 매출은 81억원으로 53.7% 감소하며 6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공장 가동률 하락과 주문 연기로 인한 물량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수익성은 견조하지만, 해외 부진이 전체 마진을 끌어내린 구조다. 양사의 실적 구조는 방향이 엇갈렸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거점이 동반 성장하며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단기 비용 압박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콜마는 국내 수익 기반이 탄탄한 대신 해외 법인의 적자가 부담으로 남았다. 두 회사 모두 매출 성장보다 이익률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4분기 실적의 관건은 수익 구조 전환에 있다. 코스맥스는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쇼핑 시즌을 맞아 선케어·기초 중심의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신제품 개발 및 출시와 생산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국내 스킨케어 수출 호조를 유지하면서 미국·중국 법인의 가동률 회복과 저수익 제품 정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선케어 비수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스킨케어 중심의 전략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은 OEM(위탁생산) 고객을 포함한 다각화 영업으로 가동률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한 연말 시즌은 ODM 업계에 실적 반등의 분수령”이라며 “이 시기 주문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고, 기초·색조 중심의 고부가 제품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업체별 수익성 격차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11 17:2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