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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 홈플러스 회생 불씨 살리나
[이코노믹데일리]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회생을 위해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전례 없는 사재 출연을 결정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협의가 주목된다. 그동안 채권단은 MBK 측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회생계획안 합의에 난항을 겪었으나, 김 회장의 이번 결정으로 양측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 하락 이후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MBK는 채권단과 회생계획안을 논의했으나, 채권단은 MBK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추가 재원 출자 없이 부채 협상만 주도하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MBK가 자구책 없이 자산 매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홈플러스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소식은 홈플러스에 '단비'와 같은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회장은 출연 재원을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소상공인 결제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MBK의 자금 수혈로 문제 해결 의지를 확인한 만큼, 채권단과의 회생계획안 협의가 진전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MBK와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에 매장 추가 매각,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재추진,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담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성사될 경우 3000~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BK와 홈플러스는 6월 3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채권단의 동의를 거쳐 계획안을 실행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에 이은 국내 2위 대형마트로, 직원 1만9000명과 3만명이 넘는 간접고용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영난은 마트 노동자와 지역사회 고객 등 서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다. 정계와 노동계에서는 MBK를 향해 '먹튀 자본'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는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MBK 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김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금투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회사가 직면한 평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영사는 투자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져도 자금을 투입할 의무가 없지만, MBK는 과거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 등 잇따른 경영 실패에 이어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그리고 홈플러스 법정관리까지 겹치자 운영사 수장이 직접 사재를 출연한 첫 사례를 만들었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에 대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을 제공한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을 비롯한 홈플러스 채권단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향후 협상의 관건은 MBK 측의 사재 출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 출연 규모가 시장과 채권단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협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이 홈플러스 정상화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채권단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03-16 17: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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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은 찬성, 상법 개정은 반대…기업들 진정성 의심
<편집자주>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때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전해 새로운 형태의 'K-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국회의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진화하는 K-행동주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코노믹데일리] [이코노믹데일리] 현재 국회와 정부는 국내 증시의 만성적 문제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당국과도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프로그램' 가동에 나섰다. '연결고리'라고는 없어 보이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밸류업 프로그램은 묘한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매년 연말이면 다음해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행동에 나서는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들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이사 선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개정을 추진하는 상법이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시장 구조에서 상법과 밸류업 프로그램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을 확장하는 역할을 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4일 "개정될 상법과 밸류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도와주는 면이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구를 했을 때 이사들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생기면서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요구 사항들을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밸류업을 잘못한다든지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회사가 있으면 두 제도를 활용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사 추천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법의 경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4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상법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 주주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지배 경영권 남용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목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현재 분할·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의 경우만 봐도 가장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 방법은 상법 개정"이라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도입되는 것만으로 두산은 지배구조 개편을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부와 금융권은 지난 2일 상법 개정의 대안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00여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 분할합병 등을 진행할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상법 개정을 언급하면서 금융당국이 들고 나온 정책이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스크리닝하는 요건에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여부와 최근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넣었다. 자율적으로 밸류업을 공시한 기업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실시와 높은 PBR과 ROE를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PBR은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PBR이 1배를 넘지 못하면 기업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로 요구하는 것도 주주환원을 통해 PBR을 올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이다. 지난달 25일 고려아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영풍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시작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자산운용이 자사주 전량 소각과 밸류업 공시 등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내용만 놓고 보면 비슷하지만, 상법과 밸류업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상반된다. 일단 밸류업 공시엔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기아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3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내놨다. 판매·제품 경쟁력 강화, 신사업 다각화를 통해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35%, 영업이익률 1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자사주) 466만주를 1조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8월엔 올해 최소 배당금을 주당 1만원 이상으로 확정하고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도 최근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밸류업이란 주주환원이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공시하는 행위"라며 "행동주의 펀드는 공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감시하고 점검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상법 개정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해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대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주주가치 제고에는 동의하지만,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에 거부감이 크다. 밸류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더라도 그 방법이 상법 제328조3에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 개념으로 구체화하고 감사위원 중 독립이사의 숫자를 확대하는 내용 역시 최대주주의 경영권에 위협을 준다고 해석되면서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다. 독립이사는 회사 경영진, 대주주 등으로부터 독립된 외부 인사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상장 기업의 이사회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독립이사 대신 사외이사 개념만 존재한다. 상법 개정안은 이런 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과 유사하다. 독립적 인물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 2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 측에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주를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3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지분 14.04%를 확보하고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첫 사례였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일명 오너일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영 지배권을 잃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반발에도 시장에선 상법 개정안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할 경우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소액주주 권익을 더욱 강화할 거라는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는 행동주의 펀드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과 연합하거나 의결권을 위임받음으로써 주주 행동주의 중심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활발히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12-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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