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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의 아틀라스, 그리고 현대차의 '오래된 미래'
26년 1월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쏘아 올린 보호무역의 포성은 여전히 요란하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 국경의 장벽은 높아졌고 관세라는 무기는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고 기업의 장부를 난도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1년간 미국 관세 탓에 입은 손실만 7조2000억 원이다. 웬만한 대기업 하나가 통째로 증발한 액수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현대차는 로비스트를 워싱턴으로 보내는 대신 로봇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보내는 선택을 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3만 대를 투입하겠다는 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 일종의 '선전포고'다. 트럼프가 관세 장벽을 세운다면 현대차는 기술 장벽으로 그 위를 날아넘겠다는 의지다. 시간당 운영 비용 1.2달러, 우리 돈 1700원으로 24시간 돌아가는 로봇 노동자는 중국의 저임금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이는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피지컬 AI'의 서막이다. 그럼에도 냉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현대차는 아직 도요타를 넘지 못했는가. 글로벌 판매량 1위라는 도요타의 아성은 왜 이토록 견고한가. 도요타의 힘은 단순히 차를 많이 파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은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라 불리는 장인 정신을 시스템화했고 이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고장 나지 않는 차'라는 종교적 신뢰를 심었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고집하며 전동화 전환이 늦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시장이 그들의 속도가 옳았음을 증명하게 만들었다. 도요타는 유행을 쫓지 않고 표준을 만드는 기업이다. 이것이 현대차가 아직 갖지 못한 '격(格)'이다. 반면 현대차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DNA로 여기까지 왔다. 더 빨리 만들고, 더 싸게 팔고, 더 과감하게 디자인했다. 그러나 이제 그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와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혁신, 그리고 도요타의 신뢰 자본 사이에서 현대차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기였다. 트럼프의 관세는 이 위기를 가속화한 촉매제일 뿐이다. 현대차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도요타의 뒤를 쫓는 것이 아니라 도요타가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서 그곳을 영토로 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의선 회장이 던진 '로보틱스와 모빌리티의 결합'이다.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은 단순히 인건비를 줄여 관세 손실을 메우는 미봉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현대차 제조 공정의 '무결점'을 향한 도전이어야 한다. 인간의 컨디션에 따라 들쑥날쑥한 품질이 아니라 AI 로봇이 0.1mm의 오차도 없이 조립해 내는 완벽한 품질. 그것이 도요타의 '모노즈쿠리'를 넘어서는 현대차만의 '디지털 장인 정신'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내부는 시끄럽다. 노조는 "로봇이 내 밥그릇을 뺏는다"며 반발한다. 당연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냉정히 보자. 7조원의 이익이 관세로 날아가는 상황에서 기존의 고비용 구조를 고집하는 것은 공멸하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노조가 지켜야 할 것은 '현재의 일자리'가 아니라 '회사의 미래 생존'이다. 회사가 살아야 고용도 있다. 단순 조립은 로봇에게 내어주고 인간은 그 로봇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더 고차원적인 업무로 이동해야 한다.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현대차는 이제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섰다. 4족 보행 로봇이 감시하고 휴머노이드가 조립하며 자율주행차가 물류를 나르는 공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AI 생명체다. 트럼프라는 변수는 상수(常數)가 되었다. 정권은 바뀌어도 자국 우선주의라는 미국의 본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쌓아 올린 관세의 벽을 넘는 유일한 사다리는 기술 초격차뿐이다. 지금 앨라배마 공장에 들어서는 3만 대의 아틀라스는 현대차가 글로벌 톱티어(Top-tier)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도요타가 50년의 시간으로 쌓은 신뢰의 성벽을, 현대차는 압도적인 AI 기술과 로봇으로 단숨에 뛰어넘어야 한다. 기업의 본질은 혁신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그 이윤으로 다시 혁신하는 것이다. 관세 탓, 노조 탓, 경기 탓을 할 시간은 지났다. 현대차는 지금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확실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 승부수가 통한다면 훗날 2026년은 현대차가 도요타를 넘어 진정한 '모빌리티 제국'으로 등극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2026-02-04 15:16:54
금융권 총파업, '1억 연봉' 앞의 딜레마
[이코노믹데일리] 전 국민 평균 연봉이 3754만원인 시대에 연봉 1억원을 넘는 금융권 근로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지난 26일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며 주 4.5일제와 3.9%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측이 제시한 2.4%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숫자로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233만원이다. 일반 근로자 평균(3754만원)의 3배, 정규직 평균(4555만원)의 2.5배에 달한다. 상위 10% 근로자 평균(9270만원)보다도 높다. 그럼에도 금융노조가 파업카드를 꺼내든 데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2002년 금융 노동자가 주5일제를 시작했을 때 대한민국이 달라졌다"며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이 근로시간 단축의 선도 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실제로 주 4.5일제는 단순히 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와 삶의 질 개선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임금인상률 역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 보전 차원에서 접근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국민 정서는 싸늘하다 못해 냉담한다. '고액연봉자들의 배부른 투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연봉 1억원대 금융권 근로자의 파업은 공감받기 어렵다. 특히 은행 업무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 몫이다. 급여 이체와 대출 실행, 각종 금융거래가 차질을 빚으면서 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파업의 정당성과 별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금융권의 고임금 구조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정부 보호 아래 안정적 수익을 누려왔다.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 수익이 그 토대다. 결국 일반 국민이 지불한 비용이 고임금의 원천인 셈이다. 물론 금융권 근로자들의 전문성과 책임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직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 전반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사태는 한국 노사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는 상대적으로 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중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측 모두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범위에서 합리적 요구를 제시하고, 사측도 생산성 향상과 상생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내 밥그릇 지키기'에만 매몰된다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될 뿐이다. 진정한 선진 노사관계는 상호 존중과 사회적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금융권은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진 모습보다는 책임과 전문성이 묻어 나오는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2025-09-30 0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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