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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하는 봄날
[이코노믹데일리] 봄이다. 봄이 왔다. 하지만 아직 봄날은 아니다. 고운 봄꽃이 피어도 모자랄 판에, 3월 중순도 지나 폭설이라니. 아침 출근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가로수 가지마다 피어난 눈꽃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슬펐다. 우리가 알던 봄은 사라졌구나, 싶어서. 기후변화로 길을 잃은 우리의 봄날은 어디로 간 걸까. 기상청 분류상 봄이 시작되는 3월 1일 연휴에도 폭설이 내리더니, 춘분(春分)을 며칠 앞둔 지난 17일 아침 출근길은 밤새 내린 눈으로 온통 새하얀 눈 세상이었다. 그 뒤로도 며칠간, 바깥 날씨는 참으로 매정했다. 잠시 햇볕이 따사로울 뻔하면 가차 없는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눈은 더 오진 않을 듯해 보이나 이 즈음 서울 광화문의 빌딩 숲 사이에 부는 바람은 매섭기 짝이 없다. 잠시만 빌딩 숲 사이를 걸어도 북극 대기에서 바람을 타고 전해진 한기에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기후변화와 함께 3월은 겨울과 봄이 혼재하는 시기가 돼 버렸다. 3월의 겨울과 봄 혼재는 서울 광화문 광장의 혼돈과 닮아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재판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둘러싸고 한쪽에서는 탄핵 촉구를, 다른 한쪽에서는 탄핵 기각을 외치는 양극단의 목소리들이 낮과 밤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절박해지고, 극단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헌재의 탄핵 판결일 예고가 나올 것으로 가장 강력하게 예상됐던 지난 19일, 헌재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이날 윤 대통령 판결 관련 공지가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 주로 미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 사건은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가운데 가장 긴 현재 평의란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기록 경기인 프로야구도 아니고, 이를 지켜보며 결과를 기다리는 국민들은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지경인데, 헌재는 결정장애라도 걸린 것일까. 지하철 안국역 인근 헌재를 둘러싼 경찰의 방어벽은 나날이 단단해지고, 헌재와 가까운 종로 금은방에는 윤 대통령 관련 헌재 선고 당일 혹시 있을지 모를 미연의 사고 방지를 위해 영업을 하지 말란 경찰 안내문까지 발송됐을 정도로 모두가 예민해졌다. 예민을 언급하니 민감이 떠오른다. '민감’하면 피부나 성격 얘긴 줄 알았는데 계절도, 광장도, 겨울과 봄이 혼재된 와중에 우리나라는 어느새 ‘민감 국가’로 낙인 찍혀 있었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막연한 것은 헌재의 판결 지연 역시 마찬가지다. 이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새로운 혼란이 어느 정도는 뒤따를 것이란 예상쯤 누구라도 하고 있다. 양극단으로 나뉜 민심도 자신들이 바라는 결과를 희망하면서도, 설사 희망하던 판결이 나오지 않더라도, 판결 그 자체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란 안도감에 그동안의 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헌재의 계절은 어떤지 모르겠다. 헌재 바깥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둘로 쪼개진 민심은 지난 겨울에 이어 겨울과 봄이 혼재된 3월을 온몸으로 견디며 함성이 뒤섞인 혼돈 속에서 헌재 판결 기다리다 말라 죽을 지경이다. 언제까지 이런 혼돈의 봄이 이어질지, 어디선가 표류하는 봄날이 우리 곁에 왔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좀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25-03-20 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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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51번째 주(州)나 되지?"
[이코노믹데일리]“우리 51번째 주(州)나 되지?” 조롱인 줄 알았다. 막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무관세였던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매긴다 하자 한걸음에 미국 백악관으로 달려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트럼프가 일갈했을 때 말이다. “그린란드도 미국 땅으로 삼겠다.” 정신 나간 줄 알았다. 적국도 아닌 우방 덴마크 영토를, 식민지 시대도 아닌 21세기 느닷없이 미국 땅으로 삼겠다니 망언인 줄 알았다.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해 고급 리조트로 만들겠다.” 진짜 미쳤구나.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 정착촌 콘서트장을 급습한 이후 전쟁이 벌어져 겨우 휴전 협정이 체결돼 지금도 전운이 감도는 가자지구를 호화 리조트로 만들다니. 그럼 난민은? “이집트, 요르단이 받아.” 이집트, 요르단이 발칵 뒤집혔다. 참으로 독하고 못된 혀다. 취임 전부터 온갖 도발적 언행으로 ‘글로벌 악동’으로 불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 당시 “내가 대통령 되면 하루 만에 종전하겠다”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협상이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됐다. 정작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단둘이 말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2주면 러시아에 정복될 줄 알았던 우크라이나가 푸틴의 서진(西進) 야욕을 막아내는 방패로 버텨주자 서방 각국과 미국 의회에서 영상 연설을 하며 푸틴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기립 박수를 받았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그가 트럼프의 독한 혀에 오르자 하루아침에 ‘독재자 젤렌스키’로 전락했다. 전쟁 중 대통령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허세 혹은 제정신인가 싶던 그의 말들은 불행히도 지독한 현실을 지향하고 있다. 캐나다의 51번째 주 설(說)과 그린랜드 흡수 야망은 북미 전체와 북극해까지를 영해로 두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빅 피처’ 일환이었고 가자지구 리조트화(化) 관련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동의 의사를 표명해 진전을 이뤘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 제목처럼 트럼프의 독설은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그의 독설이 겨냥한 국가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미 대선 유세 과정 중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출금기)’으로 불렀던 트럼프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한국이 대미 수출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연일 관세 부과를 표명, 관세 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당장 시행할 듯하던 상호 관세는 오는 4월 이후로 연기,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상호 관세가 부과되면 그간 작동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무효화된다. 관세 전쟁 속에서 각국 총리나 대통령들이 자국 방어를 위해 속속 트럼프를 찾아 정상회담이나 면담을 갖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우리와 비슷한 입장인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지난 7일 트럼프를 만나 “대미 투자 규모를 1조 달러(약 144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각국의 미래가 달린 관세 전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12‧3 사태 이후 대한민국호(號)를 조종할 함장 부재 상태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금 전투에 임하고 있는 이들은 우리 기업과 기업인이다. 이번 관세 전쟁이 끝나면 어떤 기업, 기업인이 살아남을지 모르기에 경제인들은 피가 마른다.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렸습니다. 성장 엔진을 되살릴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일 열린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서 만장일치로 40대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한경협 회장의 절박한 호소가 아직도 눈앞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는 정치인들에게 ‘쫌’ 들리길, 이왕이면 크게 들리길 기원한다. 골든 타임을 눈 앞에 두고 대체 언제까지 정치가 경제 발목 잡는 악습을 반복할 것인가. 나도 망언 좀 하자. 존재하되, 존재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게 지금의 한국 정치이고 정치인들이다.
2025-02-20 15: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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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30조 규모 추경 제안…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이코노믹데일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잘사니즘’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회복과 성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10일 이 대표는 22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가 앞장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내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진정한 사회대개혁 완성이 잘사니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을 위해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과 ABCDEF 산업 정책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30조원대 추경을 재차 제안했다. 산업 정책으로는 인공지능(AI), 바이오(BIo), 콘텐츠·문화산업(Contents·Culture), 방위산업(Defense), 에너지(Energy), 제조업 부활 지원(Factory)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산업과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포항·울산·고양·서산·당진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제안했다. 정치개혁 의제로는 국민소환제를 제시하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책임지고 행동한 경험을 토대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노동 유연화를 언급하며 “노동유연성 확대로 안정적 고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한미동맹에 초점을 맞춰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근간”이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자유민주진영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민주화·산업화 정신을 고루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제422회 국회 (임시회) 교섭단체대표 연설문 전문(2025년 2월 10일) <회복과 성장, 다시 대한민국!>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유례없는 위기, 역사적 대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 세계 10위 경제력, 세계 5위 군사력을 자랑하며 k-컬쳐로 세계문화를 선도하던 문화강국, 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에서 예측조차 망상으로 치부될 만큼 비상계엄은 상상조차 불가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대통령의 친위군사쿠데타’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국민과 국회에 의해 주동세력은 제압되었지만, 내란잔당의 폭동과 저항이 70여 일 계속되며 대한민국의 모든 성취가 일거에 물거품이 될 처지입니다. 권력욕에 의한 친위군사쿠데타는 온 국민이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송두리째 파괴중입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 보장’, ‘헌정질서 파괴와 기본권 제한 금지’라는 1987년의 역사적 합의를 한 줌 티끌로 만들었습니다. 세계가 인정하던 민주주의, 경제, 문화, 국방 강국의 위상은 무너지고 일순간에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안 그래도 힘겨운 국민의 삶은 벼랑 끝에 내몰렸습니다. 외신의 아픈 지적처럼 “계엄의 경제적 대가를 오천만 국민이 두고두고 할부로 갚게” 되었습니다. 수십, 수백조원의 직접 피해는 물론, 신뢰 상실, 국격 훼손 같은 계산조차 불가능한 엄청난 피해였습니다. 무엇보다 큰 상처는, 언제 내전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극단주의’ 가 광범하게 배태(胚胎)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까지, 헌법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폭력이 난무합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원리를 부정하는 ‘반헌법, 헌정파괴 세력’이 현실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무수한 동료들은 확신합니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망치며 비루한 사익과 권력을 좇던 ‘헌정파괴세력’이 여전히 반란과 퇴행을 계속중이지만, 우리의 강한 민주주의는 이 어둠과 혼란을 걷어내고 더 밝은 미래와 더 활기찬 희망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산이 높을수록 바람은 더 세지만 더 높이 올라야, 더 멀리 볼 수 있습니다. 군사정권을 통한 영구집권시도, 어처구니 없는 친위군사쿠데타가 세계를 경악시켰지만, 이제 그들은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의 회복력과 대한국민의 저력에 다시 놀랄 것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서슬 퍼런 권력에 온몸으로 맞선 국민의 의지를 모아 전진해 왔습니다. 5천년 한반도 역사에서 위기를 만든 것은 언제나 무책임하고 무능한 기득권이었지만 위기를 이겨내고 새 길을 연 것은 언제나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헌정수호연대’를 구성하고,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무너진 국격과 신뢰, 경제와 민생, 평화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의 길을 제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며, 공정한 성장으로 격차완화와 지속성장의 길을 열겠습니다. 1980년, 불의한 권력이 철수한 찰나의 광주에서 모두가 꾸었던 꿈,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꿈은 2016년 촛불혁명을 지나 2024년 ‘빛의 혁명’으로 이어집니다. 1894년 우금치 고개를 넘지 못한 동학군의 꿈은 2024년 마침내 남태령을 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광장을 물들이는 ‘오색 빛들’의 외침은 우리를 다시 만날 새로운 세계,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최악의 출생률과 자살률, 희망이 사라지고, 삶을 포기할만큼 처절한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외칩니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 다시 희망이 펄떡이는 나라,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기본이 튼튼한 나라’를 가리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경제가 1%대 저성장에 들어섰습니다. 자칫 역성장까지 가능한 상황입니다. 기회와 자원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격차와 양극화가 성장을 막는 악순환이 지속됩니다. 저성장으로 기회가 줄어드니, 경쟁 대신 전쟁만 남았습니다. ‘오징어게임’ 주인공처럼, 사회적 약자가 된 청년들은 협력과 공존이 아닌 죽여야 사는 극한경쟁에 내몰립니다. 경쟁 탈락이 곧 죽음인 사회가 서로 죽이자는 극단주의를 낳았습니다. 국가소멸 위기를 불러온 저출생은 불안한 미래와 절망이 잉태했습니다. 공동체의 존망이 걸린 출생과 양육은 이제 부모 아닌 공동체의 몫이어야 합니다. AI로 상징되는 첨단기술시대는 전통적인 노동 개념과 복지 시스템을 근본에서 뒤바꿀 것입니다. AI와 신기술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대신, 노동의 역할과 몫의 축소는 필연입니다. AI와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노동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습니다. 우리는 OECD국가 중 장시간노동 5위로 OECD평균(1752시간)보다 한달 이상(149시간) 더 일합니다.(2022년 기준)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됩니다. ‘첨단기술분야에서 장시간 노동과 노동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입니다. 누구나 일할 수 있음을 전제로 예외적 탈락자만 구제하는 현 복지제도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의 주축이 되는 첨단기술 사회에선 한계가 뚜렷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합니다. 주거, 금융,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을 공동체가 함께 책임짐으로써 미래불안을 줄이고 지속성장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회복과 성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희망을 만들고, 갈등 대립을 완화하려면,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 바로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입니다. 새롭고 공정한 성장동력을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해야만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성장해야 나눌 수 있습니다. 더 성장해야 격차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적 삶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나라, 두툼한 사회안전망이 지켜주는 나라여야 혁신의 용기도 새로운 성장도 가능합니다.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습니다.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이 자리에서 ‘먹사니즘’과 함께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 ‘잘사니즘’의 비전을 제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변화는 너무 크고 막중하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대립과 갈등을 넘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앞의 난제들을 피하지 맙시다. 쟁점과 논란에 정면으로 부딪쳐,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고, 그 성과로 삶과 미래를 바꿉시다. 정치가 앞장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내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진정한 사회대개혁의 완성, 그것이 바로 ‘잘사니즘’의 핵심입니다. 새로운 세상,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충돌하는 이해를 조정해야 합니다. 실재하는 갈등을 피하지 말고, 대화하고 조정하며 타협해야 합니다.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봅시다. 성장과 분배는 모순 아닌 상보 관계이듯,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닙니다. 일자리가 유일한 복지이고,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실한 현실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위해 ‘노동유연성’을 요구하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는 죽음’을 외칩니다. 고용경직성을 피해 비정규직만 뽑으니, 생산성 향상도 한계가 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더 악화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대화와 신뢰축적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국가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며, 노동유연성 확대로 안정적 고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합니다. AI시대를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면 ‘정년 연장’도 본격 논의해야 합니다. 연금개혁처럼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의힘이 모수개혁을 먼저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더 이상 불가능한 조건 붙이지 말고,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매듭지읍시다. 보험료율 13%는 이견이 없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는 민주당의 최종안 45%와 1% 간극에 불과합니다.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봅시다. 경제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입니까, 민생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입니까.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합시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 유용하다면 어떤 정책도 수용할 것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하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스스로 변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겠느냐’라는 엄중한 물음 앞에 거듭 성찰합니다.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겹겹이 쌓인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희망과 열정으로 온전히 바꿔내지 못했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몰아냈지만 권력의 색깔만 바뀌었을 뿐 내 삶이나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겸허히 수용합니다. 맨몸으로 장갑차를 가로막고 총과 폭탄을 든 계엄군과 맞서싸우며 다음은 과연 더 나은 세상일 것이냐는 질문에 더 진지하게 응답하겠습니다. 국민의 주권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도록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겠습니다. 색색의 응원봉이 경쾌한 떼창과 함께 헌정파괴와 역사퇴행을 막아내는 현장에서 주권자들은 이미 우리가 만들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치란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합니다. 민주당이 주권자의 충직한 도구로 거듭나 꺼지지 않는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습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 책임지고 행동한 그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공복의 사명을 새기며,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습니다. 회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민생경제를 살릴 응급처방, 추경입니다.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두 달 만에 또 하향조정했습니다. 계엄 충격으로 실질 GDP 6조원 이상이 증발했고, 한 달 만에 외국인 투자자금 5조7천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정부는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합니다. 상생소비쿠폰, 소상공인 손해보상, 지역화폐 지원이 필요하고, 감염병 대응,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등 국민안전 예산도 필요합니다. 공공주택과 지방SOC,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도, AI, 반도체 등 미래산업을 위한 추가투자도 필요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추경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습니다. A. AI(인공지능) 중심 첨단 기술산업을 육성합시다. 박정희 시대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산업화의 초석이었습니다. 김대중 시대의 초고속 인터넷망은 ICT 산업 발전의 토대였습니다. 비록 우리가 뒤처졌지만, AI산업에는 후발주자도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딥시크가 보여줍니다. AI혁명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합니다. 우선 국가 AI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10만장 이상의 AI반도체 GPU를 가진, AI데이터센터로 AI산업을 지원합시다. 연구자, 개발자, 창업기업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인프라를 구축하면 AI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이 발전할 것입니다. 수준 높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AI 부트캠프(전문인력 집중양성기관)를 만들고, AI 기술 인력을 10만 명까지 양성해 AI 산업을 전략자산으로 키워야 합니다. 과학 기술이 국가의 미래입니다. 미래를 주도할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폭 강화되어야 합니다. B. Bio 바이오 현재 국내 10위 기업 중 2개가 바이오 기업입니다. 향후 5대 바이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한 국가투자가 필요합니다. 인천과 충청권 등, 권역별 특화 발전 전략으로 R&D 및 금융 지원, 바이오특화 펀드 등 투자 생태계 구축, 관련 의학자 등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강화합시다. C. Contents & Culture 문화 컨텐츠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이 높은 문화의 힘”. 백범 김구선생의 꿈, 문화강국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영화, 드라마, 게임, 웹툰, K팝, K푸드까지 한국문화가 세계를 사로잡습니다. K콘텐츠 수출이 이차전지도, 전기차도 넘어선 시대 문화가 곧 경제이고, 문화가 미래 먹거리입니다. K팝 열풍은 K뷰티 열풍으로 이어졌고, 한국어 학습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어학습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힘입은 ‘K미식여행’이 관광업의 새 활로가 되었습니다. K컬쳐 관광 5천만 시대, ‘버킷리스트 한국관광’을 통해 국제적 한국문화 열풍을 매출증대와 좋은 일자리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문화는 융합이 쉬운 만큼, 브랜드, 디자인 등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지원해야 합니다. 문화예술 예산의 대폭 확대, 적극적 문화예술 지원으로 K콘텐츠가 세계 속에 더 넓고 더 깊게 스며들게 합시다. D. Defense 방위산업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군사밀도, 군사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이 오늘날 괄목할 방위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합시다. 다변하는 미래 전장과 기술 환경에 맞춰 드론과 로봇, 장비 등의 연구개발에 지속투자하고, 방위산업 협력국을 지속 발굴해야 합니다.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갑시다. E. Energy 에너지 23년 기준 우리의 에너지믹스 현황은 원자력29%, 재생에너지9%, 천연가스28%, 석탄33%입니다. 에너지공급은 안정성, 친환경성, 경제성이 핵심입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 대부분을 수입하고, 전력망이 고립된 사실상의 섬이어서, 에너지자립과 에너지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석탄 비중은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를 신속히 늘려야 합니다.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합니다. 전력생산지의 전력요금을 낮춰 바람과 태양이 풍부한 신안, 영광 등 서남해안 소멸위기 지역을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F. Factory (제조업 부활 지원)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긴 지 오래입니다. 기업매출 증가가 국내 재투자, 고용, 임금인상에 연결되지 않습니다. 기업이 해외투자에만 집중하면, 대한민국은 산업공동화에 직면할 것입니다. 강력한 국내산업 진흥책을 적극추진할 때입니다. 국내 공급망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형 마더팩토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더팩토리를 거점으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산학협력 등 혁신생태계를 조성합시다. 특정 대기업에 대한 단순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눕시다. 최근 한국 주력산업인 철강과 석유화학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국산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에 미국수출이 막힌 중국의 밀어내기가 겹쳤습니다. 이들 산업은 지역경제의 주축입니다. 관련 기업이 폐업하면 지역경제는 쑥대밭이 됩니다. 포항, 울산, 광양, 여수, 서산, 당진이 바로 그곳입니다. 긴급 지원이 필요합니다. 산업의 재구조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실증사업 지원이 필요합니다. 직업전환 훈련 등 노동자 대책과 지역상권 활성화 등 구조적 해법을 여야가 함께 논의합시다. 우선 이 지역들에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선포를 제안합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 하나는 국내무대에 갇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세계로 향했습니다. 대륙과 해양이 겹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도 같습니다. 상상력을 발휘합시다. 해양과 육지의 끝이 아닌 시작점이고, 해륙의 충돌지가 아니라 해륙 융합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의 항해가능 기간이 늘고, 물동량도 증가중입니다. 동남권 발전의 발판이 될 북극항로에 긴 안목으로 관심을 가지고 준비할 때입니다. 남북을 관통한 대륙철도 연결, 그 출발지의 꿈을 잊지 맙시다. 북미회담이 진척되면 남북간 강대강 대치도 대화와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고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세계에서 부울경으로 모인 화물이 대륙철도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갈 미래비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합니다. 사천-창원-부산-울산-포항으로 이어지는 동남권을 해운-철도-항공의 트라이포트와 그 배후단지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나라 안으로는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라있고, 밖으로는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국제질서가 빠르게 재편중입니다. 미국은 중국에 10%,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예고하며 무역전쟁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자국 우선주의가 지배하는 각자도생 시대 개막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더 어렵습니다. 시계제로 상황이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정치가 앞장서 통상위기에 대응해야 합니다. 국회 차원의 통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다시 제안합니다.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며, 첨단기술 협력과 경제발전을 위한 주요자산입니다. 민주주의를 공동가치로 하는 한미동맹은 친위군사쿠데타라는 국가적 혼란 앞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의 노력에 변함없는 신뢰와 연대를 보냈습니다. 자유민주진영의 도움으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성장발전해 온 우리는 앞으로도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 따른 남북관계 파탄과 북러밀착으로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사라진 대화 속에 평화는 요원해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북핵 대응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소통창구는 열고 대화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북측에 대화복귀를 촉구하고, 북미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불법계엄 관여로 국군의 사기가 말이 아니라 합니다. 어이없는 군사쿠데타에 일부 고위 장성의 참여는 사실이고,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국군장병을 믿고 사랑합니다. 국민과 국회가 계엄을 신속하게 막은 것도 대통령의 불법 명령에 사실상 항명하며 국가와 국민에 충성한 계엄군 장병덕분입니다. 국군은 대통령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해야 합니다.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면 안됩니다. 불법계엄 명령 거부권 명시, 불법계엄 거부자와 저지 공로자 포상 등 시스템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반만년 역사가 우리를 지켜봅니다. 위대한 선조들이 우리를 내려봅니다. 우리 앞의 역경은 전례 없이 험준하지만, 그동안 이겨낸 수많은 위기에 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환란 때마다 하나로 뭉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습니다. 일제의 폭압에 3.1운동으로 맞서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고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포화위에 산업화를 이뤄냈습니다. 무자비한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아름다운 촛불혁명으로 국민권력을 되찾았습니다. IMF 위기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위기를 경제개혁 기회로 삼아 복지국가와 IT강국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이 모든 성취는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통합된 국민의지의 산물입니다. 우리 국민은 내란조차 기회로 만들만큼, 용감하고 지혜롭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인 ‘국민통합’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겠습니다.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탈이념·탈진영 실용정치만이 국민통합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자, 회복과 정상화, 성장과 재도약의 동력이라 믿습니다. 굴곡진 우리 역사가 그랬듯 더디고 끝난 것처럼 보여도, 무력감에 잠시 흔들려도, 역사는 전진 해 왔고 또 전진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것입니다. 1945년 광복 직후, 가난과 빈곤에 힘겨웠던 선대들에게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군부독재 폭력으로 희생된 선열들에게 ‘대한민국이 세계가 인정하는 모범적 민주국가가 될 것’이라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고 군사쿠데타의 아픈 기억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렸듯이, 2025년의 우리 국민이 우리의 미래를 구할 것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포하고 내란마저 극복한 대(大)한국민’임을 마침내 증명할 것입니다. ‘모두의 질문Q’를 시발로 연대와 상생, 배려의 ‘광장’에서 펼쳐질 ‘국민중심 직접민주주의’는 ‘제2의 민주화’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시작될 ‘회복과 성장’은 사라진 꿈과 희망을 복원하는 ‘제2의 산업화’가 될 것입니다. 민주당이 앞장서겠습니다. 꺼지지 않는 오색의 빛으로 국민이 가리킨 곳을 향해 정진하겠습니다. 좌절과 절망을 딛고 대한국민과 함께 다시 일어나 다시 뛰는 대한민국 꼭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끝 -
2025-02-10 12: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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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또다른 위험 '습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27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첫눈이 내렸다. 반가웠어야 할 첫눈이 폭설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117년 만에 11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틀간 이어진 폭설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분석되고 있다. 북극 지역의 이상 고온이 이어진 여파로 한반다 상층 대기 기류에 더운 기류가 장기간 머물다 갑자기 서해로 찬 바람이 내려와 눈이 형성되는데 이상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해 해수면 온도는 온난화 영향으로 평년보다 섭씨 1∼3℃도 높아진 상태였고 찬 공기가 내려오며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한 많은 수증기를 머금어 거대한 습설 구름대가 형성됐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첫눈은 일반 눈보다 2배 이상 무거운 습설이 돼 인해 붕괴 사고와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간이창고 잔해에서 집주인 70대 남성이 발견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무너진 간이창고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으며 20㎝가량 눈이 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앞서 28일에는 경기 안성시 서운면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 캐노피가 무너져 그 아래 보행로를 지나던 70대 직원이 깔려 숨졌다. 이밖에도 소방청에는 각지에서 비닐하우스나 농수산물도매시장, 축사 등 지붕이 습설 탓에 내려앉았다는 신고가 줄을 이었다. 이러한 사고들은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지만 건축물이 붕괴하는 정도의 무게를 가진 습설의 특성 때문에 발생했다. 기온이 비교적 높거나 대기 중 수증기가 많을 때 내리는 습설의 눈 결정은 단순한 육각형 모양으로 수증기를 잘 포집할 수 있어 건설(마른 눈)보다 2배 이상 무겁다. 한 겨울 건조한 날씨에 형성되는 건설은 복잡한 표창 모양의 결정으로, 수증기가 잘 붙지 않는 특성이 있다. 기상청은 강수량 대비 적설량을 뜻하는 ‘수상당량비’를 기준 삼아 습설과 건설, 무거운 눈과 가벼운 눈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1㎜ 강수로 눈이 1㎝ 적설되면 수상당량비가 10이 된다. 수상당량비가 ‘10∼20’이면 ‘보통의 눈’, 10보다 작으면 ‘습설로 무거운 눈’, 20보다 크면 ‘건설로 가벼운 눈’으로 분류된다. 기상청이 지난 6일 공개한 월간 '2024년 11월 기후정보'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온은 9.7℃로 평년(7.6℃)보다 2.1℃ 높아,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근해의 11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6℃로 최근 10년(17.3℃)보다 2.3℃ 높았다. 해역별로 보면 서해, 남해, 동해가 각각 17.8℃, 20.1℃, 19.9℃로 최근 10년 평균(15.3℃, 17.9℃, 17.7℃)보다 2.5℃, 2.2℃, 2.2℃씩 높았다. 관측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였던 올해 전 세계적으로도 11월 평균기온은 약 13.8℃로 평년 대비 약 0.5℃ 높았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11월 평균강수량은 약 79.8㎜였으며 평년 대비 약 3.8㎜ 적었다. 그렇지만 평년 대비 높은 지역은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아시아 북부와 호주, 남아메리카 북서부, 인도네시아 부근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우리나라가 해수면 온도는 여느 해보다 높지만 평균 강수량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올 겨울 습설이 여느 때보다 더 잦을 것으로 예상하며 습설에 따른 시설물 붕괴 예방을 위해 시설물 관리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4-12-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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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안전한 AI 위한 KT Responsible AI 리포트 발간
[이코노믹데일리] KT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활용을 위한 연구 성과를 담은 ‘KT Responsible AI 리포트’를 발간했다. KT는 AI 윤리와 신뢰성을 담보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안전한 AI 환경 구축을 목표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 리포트는 AI의 책임성과 투명성에 관한 KT의 방향성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KT가 공개한 ‘Responsible AI 리포트’는 회사가 추진하는 AI 윤리와 신뢰성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설명하며 핵심 원칙 ‘ASTRI’를 소개했다. ASTRI는 △책임성(Accounta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투명성(Transparency) △신뢰성(Reliability) △포용성(Inclusivity)을 뜻하며 이 다섯 가지 원칙은 안전한 AI 서비스 구축을 위한 KT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는 AI 기술 발전에 대한 대중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KT는 이 프레임워크에 따라 AI 거버넌스, 윤리 원칙, 프로세스 등 다양한 항목을 체계적으로 정립했다. 특히 KT는 AI 생태계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윤리적 방향성을 확립했으며 ASTRI 원칙은 AI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북극성' 역할을 수행한다. KT는 AI 신뢰성 강화를 위해 지난 22일 'Responsible AI 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위원회에는 KT 임원뿐 아니라 고려대, KAIST 교수와 AI 스타트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각적 관점에서 AI 윤리와 책임성 검토를 수행한다. 자문위원회는 AI 모델의 객관적 검증, 국내외 규제 반영 등 다양한 업무를 통해 한국적 가치가 담긴 AI 솔루션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KT 사내 위원회와의 협업을 통해 AI 관련 논문 저술, 학술 발표 등 연구 활동도 지속된다. 이는 KT의 AI 서비스가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기반 위에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KT는 국제적인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캐나다 벡터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AI 윤리의 글로벌 기준을 강화하는 데 힘쓰는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와도 AI 신뢰성 제고를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4월에는 서울 AI 기업 서약에 동참해 안전한 AI 활용을 다짐했으며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NTT도코모와 함께 AI 산업 백서를 발간해 글로벌 통신업계의 AI 윤리 기준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KT는 올해 4월 ‘Responsible AI Center(책임감 있는 AI 센터, RAIC)’를 설립해 AI 윤리 원칙 고도화, 거버넌스 구축, 평가 체계 수립 등을 통해 안전한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AIC는 KT 내부에서 AI 윤리 지침을 정립하고 임직원들이 AI 윤리를 일상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한다. 배순민 KT Responsible AI Center 센터장은 “RAIC는 신뢰받는 AI 활용을 목표로 정책 수립과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 리포트 발간을 계기로 국내외 AI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4-10-27 16: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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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간 전 세계 야생동물 73% 감소.."자연이 사라지고 있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대산호초)의 매부리 거북[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믹데일리]열대 우림의 코끼리부터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대산호초)의 매부리 거북(hawksbill turtles)까지, 세계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생물 다양성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최근 발표한 ‘2024 리빙 플래닛 보고서(The 2024 Living Planet Report)’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1970~2020년) 관찰해온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 수가 평균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만5000개 개체군과 5495종의 양서류, 조류, 어류, 포유류 및 파충류 개체 수로 구성된 생활행성지수(LPI, Living Planet Index)를 근거한 것으로 리빙 플래닛 보고서는 자연계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요약한 리포트다. ◆‘서식지 황폐화와 손실’이 주요 감소 요인 서식지별로는 담수 개체군이 가장 큰 감소를 겪어 85% 감소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육상(69%) 및 해양 개체군(56%)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서 가장 빠른 감소가 나타나 무려 95%의 감소율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아프리카(76%) 및 아시아와 태평양(64%)이 큰 감소를 기록했다. 북미(39%), 유럽 및 중앙아시아(35%)에서는 감소가 적었지만 이미 이 지역에서는 1970년 이전에 감소 현상이 나타나 일부 개체군은 보존 노력과 종의 재도입 덕분에 안정화되거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 감소 원인으로 인간의 식량 체계에 의해 초래된 서식지 황폐화와 손실을 꼽았다. 이는 각 지역에서 가장 많이 보고된 위협 요소로 이외에도 과도한 착취, 외래종 및 질병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분석했다.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다른 위협 요소로는 기후 변화가 있으며, 이는 북미와 아시아 및 태평양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됐다 보고서는 “야생동물 개체군이 특정 수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태계를 기능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생동물 개체 수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감소를 보이는 경우 기후변화와 같은 교란에 대한 복원력을 제공하며, 날씨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올해 LPI를 통해 확인된 것과 같은 전 세계적인 야생동물 개체 수의 급격한 감소는 생태계의 기능을 위협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국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 즉 식량, 깨끗한 물, 안정적인 기후를 위한 탄소 저장 등이 무너지게 된다”며 “이러한 혜택은 우리의 문화적·사회적·영적 안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지적했다. ◆다가오는 ‘위험한 전 지구적 전환점’ LPI와 유사한 지표들은 자연이 위험한 속도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누적된 영향이 한계점을 넘으면 변화는 자가 지속적이 되어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나아가게 되며, 이를 ‘전환점(tipping points, 균형을 깨뜨리는 극적 변화의 시작점)’이라 부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자연 세계에서는 여러 전환점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전환점에는 인류와 대부분의 종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훼손하며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 지구적 전환점이 포함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전 지구적 전환점이 빠르게 다가오는 초기 경고 신호들로 나타날 수 있는 사례로 다음과 같은 일들을 꼽았다. 생물권에서는 광범위한 산호초 소멸이 어업과 해안 보호 기능을 파괴해 해안 지역의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전환점은 지구 대기로 산소가 아닌 탄소를 방출하고 전 세계의 날씨 패턴을 혼란시킬 것이다. 또한 해양 순환에서는 북극과 가까운 지역의 와류 붕괴가 북미와 유럽에서 날씨 패턴을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다. 빙권(지구의 얼어있는 부분)에서는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대규모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대규모 영구동토층 해빙이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대량 방출할 것이다. 보고서는 “당장은 ‘전 세계적 전환점’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태적·사회적·경제적 결과를 초래하는 전환점이 다가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북미 서부의 더 빈번하고 치명적이 된 산불, 호주 그레이프 배리프(대산호초)의 생태계 황폐화 등을 예로 들었다. ◆남은 희망은...“향후 5년이 전환점을 돌이킬 마지막 기회” 보고서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 지금보다 20~25% 감소하면 14~17% 탄소를 더 배출할 것이란 암울한 예상을 하면서도 “많은 경우 균형은 불안정하지만 전환점은 여전히 피할 수 있다”며 “우리는 생태계 복원력을 증대시키고 기후 변화와 다른 스트레스 요인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개입할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세계 각국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번영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글로벌 목표를 설정하고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및 회복(CBD 협약) △지구 온도 상승 1.5°C로 제한(파리 협정) △빈곤 근절과 인간 복지 보장(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을 위한 활동을 약속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국가적 약속과 현장 활동은 2030년 목표를 달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환점이 도래하기 전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살아있는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효과적 보존 활동이 필요하다”며 식량, 에너지 및 금융 시스템을 변혁을 제안했다. 특히 “세계 식량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비논리적”이라며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수자원을 고갈시키며 기록적인 식량 생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7억3500만명은 배고픈 채 잠자리에 들고 다른 쪽에서는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나 그 속도와 규모는 여전히 필요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연, 기후,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활동으로 자금을 재분배하는 금융 시스템의 변혁은 기 좋은 지구를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WWF는 “리빙 플래닛 보고서 모든 호(號)에서, 우리는 자연 상태의 추가적인 감소와 기후의 불안정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앞으로 5년 동안 일어날 일이 지구상의 생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 함께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는 단 하나의 살아있는 행성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을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
2024-10-15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