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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되나… 이재용 사법리스크 재점화에 반도체 경쟁까지 밀려
[이코노믹데일리] '위기의 삼성'이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예측과 함께 최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당했다. 여기에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이는 SK하이닉스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부진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수주 실적 등을 이유로 평택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줄인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항소심 첫 정식 공판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검찰은 이 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한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분식회계를 지시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가 분식회계, 주가조작, 뇌물공여 등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자 검찰은 항소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항소심을 앞둔 지난 24일 이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 항소심과 관련해 "심급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어떤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사법부를 신뢰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한소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을 산정하면서 옛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는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는지 등이다. 1심에서 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또 청탁이 있었더라도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이 회장이나 삼성그룹이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1심 재판부 판결 이후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정부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털·엘리엇매니지먼트간 벌인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과정에선 법원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메이슨이 ’삼성 합병‘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ISDS를 통해 약2700억원 규모로 제기한 국제 중재에서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약 43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손실을 입었다는 메이슨 주장을 ISDS 사건을 맡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받아들인 결과다.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이어 메이슨에 연달아 패소한 셈이 됐다. 이후 ISDS 사건 결과를 담은 중재판정문이 공개되면서 항소심은 1심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PCA는 "커먼 언더스탠드(공동의 이해), 즉 형사적인 의미로 '공모'가 있었고 이 회장이 청탁의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정문에 기술했다. 엘리엇 판결 때는 없던 내용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PCA는 명시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이 공모했다는 걸 인정했다"며 "검찰이 메이슨 건 판정문을 증거로 제출한다면 이재용 회장의 1심 무죄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본보 5월 21일자 2면 '메이슨 판정문에 등장한 ‘공모’… 이재용 ‘무죄’, 2심서 뒤집힐까'). 최근엔 국민연금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는 삼성물산 법인과 함께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의 이름이 올라갔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피고로 적시됐다. 현재 소송 가액은 5억원 수준이지만,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금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되면 손해배상 청구 규모가 최대 600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손해배상과 별개로 진상규명과 함께 삼성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엘리엇-메이슨 ISDS 구상권 행사와 국민연금 손해 회복 방안 모색 토론회'에선 엘리엇과 메이슨이 각각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S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뒤 취소소송과 항소까지 제기하면서 손해배상금에 더해 이자까지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엘리엇과 메이슨에 지불해야 할 이자는 각각 1500억원과 800억원이라는 주장도 내놨다(본보 5월 23일자 1면 '혈세로 2400억 배상금… 침묵하는 삼성에 “구상권 청구” 목소리'). 1심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분식회계 자료에 대한 새로운 정황도 추가됐다. 당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서버에 숨어 있던 디지털 자료를 찾아낸 분식회계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1심 법원은 검찰이 해당 자료를 위법하게 취득했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취득한 증거에 관계없이 1심의 무죄 판결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의 1심 판결과 정반대되는 분식회계, 부당 개입 등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오면서 검찰이 증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가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회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광중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행정 처분을 취소하긴 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회계 처리가 분식이었냐 아니었냐는 형사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만큼 이번 판결이 2심 판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위기를 말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최근엔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격차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12단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양산에 돌입하며 올해 안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능 문제로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평택 캠퍼스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 내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부진한 파운드리 수주 실적과 계속된 적자에 가동률을 조절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 측은 "(설비 가동을 줄인다는 소식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2024-09-29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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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 구속, '국민 메신저'의 미래는?
[이코노믹데일리] 카카오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시작해 금융,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경영 전략과 기업 문화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구속 배경과 카카오의 위기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새벽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작년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카카오의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의 정점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는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출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한 후, 택시·페이·뱅크·게임·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 결과 연결 종속회사 수는 2020년 말 115개에서 2023년 말 175개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SM 주가 조작 의혹 외에도 카카오 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 카카오뱅크·페이·게임즈의 쪼개기 상장 논란, 임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카카오가 급성장 과정에서 대기업에 걸맞은 지배 구조와 준법 경영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 내실 경영으로의 전환 시도와 좌초 위기 카카오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작년 말부터 경영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12월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확장 경영에서 내실 경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CA협의체'라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그룹 경영에 직접 나섰고, 주요 계열사 수장들을 교체했다. 올해 초에는 정신아 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대표로 선임하는 등 경영진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이러한 내실 경영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쇄신을 선언하면서 자율 경영 체제에서 중앙집권 체제로 이제 막 체질 개선에 나서던 시점에 최악의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라며 "김 창업자가 구속되면서 신사업이나 해외 확장 등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 카카오, AI 시대 대응과 미래 전략의 불확실성 특히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올해 안에 '서비스형 AI'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는 "AI, 신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과 대규모 투자 등의 결정이 '올 스톱'되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AI는 현재 글로벌 IT 기업들의 핵심 경쟁 영역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거대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AI 전략 지연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카카오의 AI 전략은 카카오 브레인의 기술력과 카카오의 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그 추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 가능성과 금융 사업의 위기 김 위원장의 구속은 카카오의 금융 사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최근 5년간 특정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중 10%를 초과한 17.17%를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지분 매각의 문제를 넘어 카카오의 금융 사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이 없으면 카카오의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전면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들은 카카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급성장해왔기 때문에 이들 사업의 위축은 카카오 그룹 전체의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CA협의체 중심의 경영 체제 가동과 과제 김 위원장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카오는 CA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CA협의체는 그룹 차원의 주요 의제를 발굴하고 방향성을 결정하는 조직으로, 김 위원장과 정신아 대표가 공동의장을 맡아왔다. 정 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 없이 본업에 충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카카오의 핵심 사업과 미래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CA협의체 산하의 5개 위원회(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의 역할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각 위원회는 영역별로 그룹 차원의 의제를 발굴하고, 계열사에 참고·권고할 의견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창업자의 부재 속에서 이러한 체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쇄신과 혁신의 갈림길에 선 카카오···위기를 기회로 카카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급성장한 카카오는 대기업에 걸맞은 지배 구조와 준법 경영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 그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스타트업 문화를 유지하며 빠른 의사 결정과 사업 확장을 해왔지만 이제는 대기업에 걸맞은 책임감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카카오가 사업 확장과 성장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이미 계열사 축소, 준법 감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작년 5월 147개였던 계열사를 124개로 줄였고, 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와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균형 잡힌 경영이 요구된다.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이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근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 문화와 지배 구조, 경영 방식 전반에 걸친 혁신을 이뤄내야 하며, AI와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AI 시대를 맞아 카카오의 강점인 플랫폼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는 "카카오는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카카오는 이미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카카오 브레인의 기술력과 카카오의 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연내 새로운 AI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창업자의 부재로 인한 리더십 공백, 투자 위축 가능성, 인재 유출 우려 등이 주요 난제다. 또한 네이버, 쿠팡 등 국내 경쟁사들과의 경쟁,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24-07-2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