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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 450, '삼각별'이 다가 아니다…감성·성능 '완벽한 균형'
[이코노믹데일리]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차 제품군인 E-클래스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오랜 기간 브랜드를 정상에 올려 놓은 핵심 모델이다. 지난 2016년부터 8년 연속 수입차 판매량 1위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벤츠에게 한국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E-클래스 세단이 가장 많이 팔린 시장이기도 했다. 국내 수입차 소비자와 벤츠의 특별한 관계는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벤츠가 지난 1월 출시한 11세대 E-클래스는 단순히 브랜드 상징인 '삼각별'이 주는 만족감 이상을 선사했다. 지난 4~5일 이틀간 약 680㎞를 타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 450 4매틱(MATIC) 익스클루시브'는 감각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차였다. ◆현대적 감각으로 돌아온 11세대 E-클래스 벤츠는 국내에 △E 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E 300 4매틱 AMG 라인 △E220 d 4매틱 익스클루시브 △E 200 아방가르드 △E 450 4매틱 익스클루시브를 출시했고 전동화 모델인 E 350 e 4매틱 익스클루시브와 고성능 모델 메르세데스-AMG E 53 하이브리드 4매틱+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구성은 복잡해 보이지만, 파워트레인(구동계)에 따른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걸 의미한다. E 450 4매틱 익스클루시브는 E-클래스의 여러 트림(세부 모델) 중에서도 상징적인 모델이다. 고성능 모델을 제외하고 파워트레인이나 내장 등 상품성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E-클래스 차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외관에서는 후면에 적힌 모델명과 전면 보닛 위에 수직으로 선 삼각별 엠블럼,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에서 E 450 4매틱 익스클루시브라는 걸 알아볼 수 있다. 11세대 E-클래스 외관의 전면과 후면 생김새는 과감해지면서 이전 세대보다 한층 현대적으로 변모했다. 그러면서도 안정감을 해치지 않아 선을 잘 지켰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헤드램프(전조등)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선명하게 감싸는 검정색 유광 장식과 맞닿아 일체감을 주면서 부드러운 인상을 줬다. 리어램프(후미등)는 가로로 길게 이어지면서도 날렵한 곡선으로 처리됐고 삼각별 형상의 제동등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살려냈다. 야간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불빛이 들어와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옆에서 보면 윤곽이 우아하다. 앞쪽 끝부터 한 번에 선을 쭉 그었을 때 끊기지 않고 유려했다. 객실 부위를 봉긋하게 처리해 머리 공간을 확보하면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점도 특징이다. 실내는 화려했다. 일단 운전대에 큼지막하게 박힌 삼각별 엠블럼에서 벤츠 브랜드의 위력이 느껴졌다. 좌우로 펼쳐진 평평하고 광택이 나는 대시보드가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11세대 E-클래스 대시보드에는 총 3개 화면으로 구성된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갔다. 입체감을 살린 12.3인치 3D 디지털 계기반과 14.4인치 대형 중앙 스크린 이외에 동승석에도 화면(MBUX 슈퍼스크린)이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칩을 탑재한 3세대 MBUX는 디지털화와 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승석 화면에서는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동승석 화면에 재생 중인 영상을 쳐다보면 카메라가 시선을 감지해 운전석에서는 못 보게 만든다. 중앙 스크린은 시원시원해서 좋았지만 자주 쓰는 공조 버튼 중 일부는 화면 내에서라도 따로 구현하면 어떨까 싶다. ◆우아함 뒤에 숨겨진 운동 실력에 '감탄' 운전석은 적당히 푹신하면서 견고했다. 고급차답게 방석 길이와 허리·머리 받침을 여러 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몸에 딱 맞게 좌석을 맞출 수 있었다.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가 적었다. 뒷좌석은 내부가 좁다는 수입 고급 세단에 대한 인식과 달리 넓었다. 신형 E-클래스 레그룸(무릎 공간)은 이전 세대보다 17㎜, 헤드룸(머리 공간)은 5㎜, 뒷좌석 너비는 25㎜ 각각 길어졌다. 언뜻 보기에 작은 숫자지만 넓어진 게 확실하게 체감됐다. 트렁크 용량은 540ℓ로 넉넉하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 여유로운 실내에서 감탄하기엔 일렀다. 주행이 남아 있었다. 신형 E-클래스가 주행 중 보여준 모습은 이중적이었다. 운전자가 안락함을 원할 땐 정숙하며 편안했고, 달리고 싶을 땐 숨겨진 힘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시승 중 대부분은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해놨는데 승차감과 정숙성 면에서 딱히 흠 잡을 게 없었다. 굽이진 산길을 오르내릴 때는 웬만한 스포츠 세단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차체가 노면을 꽉 움켜쥐었다. 특히 급선회 구간을 통과하면서 '벤츠는 벤츠다' 싶었다. E 450 4매틱 익스클루시브의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960㎜로 회전할 때 축간거리가 짧은 차보다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가뿐히 극복했다. 에어 서스펜션(공압식 현가장치)이 즉각 반응하고 뒷바퀴 조향각이 바뀌면서 차량의 성격을 순간적으로 바꾼 듯했다. E 450 4매틱 익스클루시브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쓰면서 성능과 연비를 모두 챙겼다. 3.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구동력을 발휘하며 주행 성능을 끌어냈다. 공식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4.5초 만에 가속한다. 복합 연비는 10.5㎞/ℓ, 시승 종료 후 계기반에 표시된 연비는 15.0㎞/ℓ였다. 저공해차 2종 인증 혜택은 덤이다. E 450 4매틱 익스클루시브는 모든 면에서 '국민 드림카' 자격을 얻기에 충분했다. 가격은 1억2300만원.
2024-07-17 18:00:00
혼다 CR-V·어코드 '연비의 마법'…하이브리드 기술 해부
[이코노믹데일리] 미국을 꺾고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일본 자동차 기업이 한국·중국에 주도권을 뺏긴 전동화에 하이브리드차(HEV)로 맞불을 놨다. 일본 자동차 기술의 상징인 혼다는 2013년 1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구동계)을 선보인 이후 10여년 동안 완성도를 높여 왔다. 혼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최근까지 4세대로 진화하며 성능과 효율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출시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와 중형 세단 어코드에 처음 적용돼 호평을 받았다. 두 차량의 공인 연비는 각각 15.1㎞/ℓ, 16.7㎞/ℓ로 준수한 편에 속한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실제 주행에서 20㎞/ℓ를 가볍게 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관련 기사 : 본지 2023년 10월 24일자 B3면 [시승기] 혼다의 쌍두마차 CR-V·어코드,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車). 혼다의 4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크게 2.0ℓ 가솔린 엔진과 발전용·주행용 모터, 전자식 연속가변변속기(e-CVT)로 이뤄진다. 세 가지 장치가 상황에 따라 호흡을 맞추며 EV(전기차) 모드, 하이브리드 모드, 충전 모드로 다르게 작동한다. 2.0ℓ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4㎏f·m를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엔진 내부에 있는 연소실에 연료를 고압으로 쏴주는 직분사 방식과 흡기 포트에 연료를 분사하는 '최소 연료 청정 연소' 기술이 적용됐다. 다른 완성차 제조사의 2.0ℓ급 자연흡기 엔진이 160~180마력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최고출력이 다소 낮지만 신뢰도가 높은 편이어서 잔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다.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엔진 출력은 모터가 보완한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를 생산하는 모터와 주행에 쓰이는 모터를 따로 쓴다. 예를 들어 EV 모드에서는 엔진 개입 없이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하는 주행용 모터만으로 주행한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엔진에서 생산된 동력 일부를 발전용 모터로 전달해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한다. 저속 주행을 할 때는 엔진이 꺼지고 주행용 모터만 작동한다. 엔진이 개입할지, 어느 모터를 사용할지 차량이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성능과 효율이 균형을 이루는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마지막 퍼즐은 e-CVT다. CVT는 금속 재질 벨트 또는 체인으로 직경이 서로 다른 두 회전축을 연결해 변속 충격 없이 엔진 동력을 바퀴로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CVT는 내구성이 약해 출력이 높은 엔진에는 잘 맞지 않아 주로 경차나 소형차에 탑재된다. 혼다는 CVT의 동력 전달을 전자식으로 제어해 높은 출력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혼다의 e-CVT는 상황에 따라 엔진 구동력이 변속기 클러치를 통해 바퀴로 직접 전해진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이는 수동변속기 기반인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와는 다른 개념인데, 고속으로 일정하게 주행할 때 동력 손실을 최대한 줄여 연비를 높인다. 혼다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알리는 데 집중하며 CR-V와 어코드 판매량 끌어올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혼다 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4-07-17 18:00:00
볼보 XC90 T8 리차지, 모범적인 아빠 같은 패밀리 SUV
[이코노믹데일리] 볼보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가운데 최상단에 있는 XC90이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국내 패밀리카 시장의 실력자로 떠올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모델인 'XC90 T8 리차지'는 여타 볼보 SUV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매력을 지녔다.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총 930㎞를 타본 XC90 T8 리차지는 '가족에겐 따뜻하면서 무엇이든 해내는 모범적인 아빠'의 느낌을 주는 듯 했다. 안락함과 거주성을 갖추면서도 상황에 따라 폭발적인 힘을 드러내 보이며 탑승자와 운전자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 차량의 기반인 XC90은 2015년 2세대 모델 출시 후 2019년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쳤을 뿐이지만 꾸준히 상품성이 개선되며 구매층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추세에 맞춰 디젤 엔진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붙인 마일드 하이브리드(XC90 B6 MHEV)와 PHEV로만 판매되고 있다. 외관은 2세대 XC90이 1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는 점을 생각하면 구형 같아 보이지 않는다. 안정적인 비율과 적당한 볼륨감으로 상당히 듬직하게 느껴졌다. 반면 실내는 시간의 흐름을 어쩌지 못한 듯 보였다. 운전대와 계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대시보드 구성에서 이 차의 원형이 10여년 전에 출시됐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안정감을 선호하는 보수적 소비자에게는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볼보차 특유의 '스웨덴 감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내·외관 모두 상당히 절제된 인상을 주지만 탑승자가 촉각으로 느끼는 부분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신체가 닿는 곳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돼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가죽 시트는 적당히 푹신해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했다. 여기에 여유로운 공간, 볼보스럽지 않은 승차감이 더해져 타는 내내 안락했다. 볼보 SUV는 다른 브랜드 차량과 비교해 하체가 단단한 축에 속하는데 XC90 T8 리차지는 공기의 압력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해 훨씬 부드럽게 요철을 넘었다. 때에 따라서는 대형 버스를 탄 듯 출렁이는 느낌도 들었다. XC90 T8 리차지가 형제 모델인 XC90 B6 MHEV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파워트레인(구동계)이다. MHEV는 전기로만 주행할 수 없고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는 반면 PHEV는 긴 거리를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 XC90 T8 리차지는 18.8킬로와트시(㎾h)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 주행 거리가 53㎞에 이른다. 서울에서 경기 동탄신도시까지는 전기차처럼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여느 PHEV와 마찬가지로 '집밥'을 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완속 충전기가 갖춰지지 않은 대부분 주행 환경에서는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다르지 않았다. 강제로 엔진을 구동해 달리는 동안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효율이 떨어졌다. 900㎞ 넘게 시승하는 동안 충전기를 물려놓은 시간은 30분 남짓이었고 거의 일반 하이브리드 SUV처럼 타고 다녔다. 충전 문제를 XC90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하이브리드 SUV로서 XC90 T8 리차지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2.4t에 육박하는 7인승 SUV의 실 주행 연비가 12.9㎞/ℓ라는 것만으로 이 차를 선택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다지 연비를 신경쓰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달린 결과다. 넉넉한 토크(구동력)와 출력도 XC90 중에서 'T8 리차지'를 선택할 이유다. 제원상 이 차량이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단 5.3초에 불과하다. 가속 페달을 4분의3쯤 깊이로 밟자 '슈퍼맨' 같은 아빠의 면모가 드러났다. 이 차의 최대토크는 40.8㎏f·m, 최고출력은 462마력으로 317마력 엔진이 앞바퀴를, 145마력 모터가 뒷바퀴를 각각 굴린다. 패밀리카의 실력자답게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킬 감성·편의사양도 눈에 띄었다. 2열 가운데 좌석은 레버를 당겨 방석 부분을 한 층 올리면 어린 자녀를 위한 '키즈 시트'로 변신했다. 스피커 개수가 19개에 달하는 '바워스 앤 윌킨스' 음향 시스템은 음역대별 표현, 균형 모두 좋았다. 가격은 1억1520만원.
2024-06-18 06:00:00
도요타 크라운 2.4 듀얼부스트, 확 젊어진 크로스오버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에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있다면 일본엔 도요타 크라운이 있다. 두 차량은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정통 세단이자 오랜 역사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랜저와 크라운 모두 제품의 최상·최고급 기종을 칭하는 '플래그십'으로서 성공한 사람이 타는 차로 통해 왔다. 그런 크라운이 요즘 말로 '역변(본래의 모습에서 다른 방향으로 변함)'했다. 1955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후 2022년 단종된 15세대까지 70년간 이어 온 세단의 정체성을 확 바꿨다. 50·60대 중장년이 타는 차에서 30대, 그것도 진취적인 성향이 짙은 운전자가 내릴 법한 차로 바뀌었다. 고유한 상징인 '왕관(crown)'을 남겨둔 채.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350여㎞를 타본 '크라운 2.4 듀얼부스트'는 그간 크라운이 보여준 이미지를 한 번에 털어버리게 했다. 한국에 지난해 출시된 이 차량은 세단, 스포트, 왜건, 크로스오버 등 4가지로 구성된 16세대 크라운 중 크로스오버 모델로 파격적인 외관이 특징이다. 크로스오버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특성을 결합해 장르를 파괴한 차종을 일컫는데, 도요타는 16세대 크라운에 크로스오버를 추가하면서 구매층 확대를 꾀했다. 외관은 앞모습부터 가늘게 찢어진 헤드램프(전조등)와 큼지막한 그물형 그릴로 강렬한 인상을 뿜어냈다. 또한 앞유리가 시작되는 곳부터 트렁크 리드(끝단)까지 한 차례도 꺾이지 않고 하나의 곡선을 그려 내면서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 보였다. 바퀴는 통상적인 중형급 차량에 쓰이는 18~19인치 대신 21인치 대구경 휠과 함께 옆면이 얇은(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로 이뤄져 고성능 스포츠카 같은 느낌을 더했다. 겉모습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주행 성능도 어지간한 스포츠카 뺨치는 수준이다. 2.4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까지 달아 46.9킬로그램포스미터(㎏f·m)라는 엄청난 최대토크(구동력)를 발휘한다. 엔진·모터 합산 최고출력은 348마력으로 토크를 생각하면 높지는 않지만 200마력 중후반의 중형 내지는 준대형 세단을 생각하면 충분히 고성능이다. 공식 제원상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 시간)은 5.7초다. 실제로 달려 보니 이러한 수치가 실감됐다. 가속 페달을 3분의1 깊이만 밟아도 속력이 빠르게 붙었다. 페달을 더 깊게 밟았더니 좌석 등받이가 몸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크라운이라는 차 이름을 바꾸는 게 맞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점에서 시트의 날개가 옆구리를 좀 더 확실하게 잡아줘도 좋겠다 싶었다. 크라운 2.4 듀얼부스트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마저 연비보다는 성능을 위해 작동했다. 이 차는 하이브리드차인데도 공인 복합연비가 12.0㎞/ℓ밖에 안 된다. 그런 만큼 대부분 상황에서 엔진과 모터가 함께 돌아갔다. 고속화 도로에서 정속 주행할 때에는 모터에서 주로 동력을 끌어 쓰면서도 엔진이 계속해서 배터리를 충전했다. 40㎞/h 이하에서는 전기로만 달리며 연비를 보전했다. 폭발적인 가속 성능과 달리 승차감과 정숙성은 정통 세단 시절 명성 그대로였다. 하체가 상당히 부드럽게 조율됐는데 동력 장치와는 정반대 성격이었다. 전자식 서스펜션을 장착해 주행 모드를 '달리기' 위주인 '스포츠S+'로 맞추면 단단해졌지만 전반적인 느낌 자체는 편안한 성향에 가까웠다. 게다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흔히 반비례 관계라고 생각하는 성능과 승차감·정숙성을 빠짐없이 챙겼다는 점에서 상당히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켰지만 가격이 진정제 역할을 한다. 크라운 2.4 듀얼부스트는 단일 모델로 판매되며 6640만원이다. 분명 차는 좋은데 이 가격이면 선택지가 너무 많다. 다만 도요타 브랜드를 상징하는 내구성, 세단과 SUV 장점을 모두 얻을 수 있는 크로스오버의 활용성, 성능과 편안함의 조화를 모두 생각한다면 대안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2024-06-18 06:00:00
르노 QM6 GDe, 도시형 SUV의 익숙하지만 새로운 매력
[이코노믹데일리] 르노 QM6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중형 세단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차다. 거친 노면을 네 바퀴로 극복하기보다는 포장 잘 된 아스팔트 도로를 느긋하게 달리는 장면이 더 어울린다. 2016년 9월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8년 가까이 풀체인지(완전변경) 없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만 세 차례 이뤄지며 조금씩 도시형 SUV로서 성격을 굳혔다. 유럽과 같이 차명을 통일한 아르카나(옛 XM3)와 달리 QM6는 유럽 이름 '꼴레오스'로 바뀌지 않았다. 오는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 예정인 '오로라1(가칭)'이 2세대 꼴레오스로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가 1세대 모델이 판매되는 마지막 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약 550㎞를 타본 '뉴 르노 QM6 GDe'는 SUV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힘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운전하는 내내 차분하고 정숙했다. 전반적인 움직임은 부드럽고 묵직했다. QM6는 초기형부터 최신형까지 일렬로 세워놓고 비교해 봐야 바뀐 곳을 찾을 정도로 변화가 적다. 이번에 만난 QM6는 지난해 출시된 3차 부분변경 모델에서 넓어진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디테일을 손본 범퍼를 토대로 한 가지가 더 바뀌었다. 엠블럼이다. 르노삼성차 시절 '태풍' 엠블럼 대신 프랑스 르노의 '로장주'를 채용했을 뿐인데 인상이 많이 달라 보였다. 실내는 화면 해상도나 반응 속도가 다소 아쉬운 소프트웨어 장치만 빼면 '올드'하다거나 질리는 구성은 아니었다. 내장의 꽤 많은 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도 느껴졌다. 선택사양을 추가하면 나파 가죽 시트와 알칸타라 내장까지 적용된다. 뒷좌석과 적재 공간, 편의성은 패밀리카로 타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나 착좌감 모두 괜찮았다. 시동을 걸고 몇백m 움직이는 순간 주행 질감이 보수적인 내·외장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노코리아는 QM6 첫 출시 때부터 가솔린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으로 2.0ℓ 자연흡기를 고수해 왔다. 엔진 체적을 낮추되 과급기를 달아 출력과 구동력을 높이는 추세가 자동차 업계에서 몇 년 동안 이어졌지만 이를 거스른 것이다. 오히려 이런 고집 때문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특성이 잘 살아났다. 저속에서 가속이 답답하지는 않았다. 무단변속기를 탑재해 변속 충격도 없었다. 엔진 최고출력은 144마력으로 같은 배기량을 가진 경쟁사 엔진보다 낮은데, 이는 초반에 가속력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을 3분의1에서 절반 사이로 지긋이 밟으면 시속 60~70㎞까지는 금방 도달했다. 그러나 고속 구간인 시속 90~100㎞ 이후부터는 가속이 눈에 띄게 힘들어졌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방음과 승차감이었다. 주행 소음은 엔진, 노면, 유리창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고속으로 달리는 중에도 이들 소음이 잘 억제됐다. 또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둔부로 전해지는 불쾌한 충격을 깔끔하게 걸러냈다. 급선회 구간을 지나거나 회피 기동을 할 때엔 탄탄하게 받쳐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QM6는 경쟁사 준중형 SUV가 매섭게 덩치를 키우고 동급 중형 SUV가 첨단·호화 사양으로 무장하는 동안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 왔다. 르노코리아가 그간 모델을 빠르게 바꾸기 어려웠던 탓이 크지만 어떤 소비자에게는 익숙함 속의 변화가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2024-05-30 07:00:00
르노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한 번 주유로 1000㎞ '거뜬'
[이코노믹데일리] 르노코리아가 '신차 가뭄'으로 상징되는 오랜 침체기를 극복하며 하반기 화려한 부활을 알리기 위해 뛰고 있다. 지난 2년간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다시 르노코리아로 이름을 두 번 바꾸며 체제를 정비하면서 프랑스 르노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핵심 브랜드로 재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르노코리아 대표 차종인 '아르카나'와 'QM6'를 연달아 시승하며 앞으로 달라질 브랜드의 모습을 엿봤다. 국산차 가운데 유일한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인기를 누린 르노코리아 'XM3'가 '아르카나'로 돌아왔다. 차량 성능이나 편의성을 떠나 생김새만으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평가를 받아온 아르카나는 고효율 하이브리드 전기 파워트레인(구동계)을 얹어 경제성까지 갖춘 팔방미인으로 거듭났다. 르노 뉴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는 색깔이 상당히 뚜렷한 차다. 외관은 세단과 SUV를 합쳐 놓은 듯 늘씬하게 빠졌고, 체력은 한 번 주유로 서울-부산 쯤은 거뜬하게 왕복할 만큼 좋다. XM3 시절 가솔린 모델이 호평을 받은 두 가지가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완성형에 다다른 느낌이다. 지난 10일 르코노리아로부터 가득 주유된 상태로 차량을 받아 나흘간 약 840㎞를 타는 동안 한 번도 기름을 넣지 않았다. 서울-포항을 약 360㎞ 왕복하고도 120㎞를 더 탔다. 이후 계기반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150㎞였다. 연비에 신경쓰지 않고 탔는데도 이 정도다. 경제 운전을 했다면 1000㎞는 무난히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비결은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비율을 최대한 높였다는 점이다. 확실히 다른 하이브리드차보다 모터로만 달리는 빈도가 높았다.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 중에도 일정하게 속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엔진이 꺼지면서 연료를 소모하지 않았다. 최종 연비는 공인 복합 연비(17.4㎞/ℓ)보다 높은 21.0㎞/ℓ였다. 르노는 F1 경주용 차에서 운영 중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해 이처럼 높은 효율성을 뽑아냈다. 연료탱크 용량이 큰 것도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요인이다. 다른 소형 하이브리드 SUV에는 40ℓ가 채 안 되는 연료탱크가 탑재되는데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엔 50ℓ짜리가 들어갔다. 대개 연비 좋은 차는 가속이 답답하다고 알려졌지만 뉴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는 그렇지 않았다. 시속 50㎞까진 전기 모터로 빠르게 속력을 높이고 이후부터 엔진이 함께 돌아가며 꾸준하게 나갔다. 가속력은 초반과 중반에 집중됐다. 국내 고속도로 제한 최고속도를 벗어나서부터는 힘과 연비가 급격히 떨어지니 과속은 금물이다. 주행 모드는 크게 마이 센스, 에코, 스포츠까지 세 가지를 제공한다. 마이 센스에서는 조향감과 구동계 응답성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 운전 성향이 거칠지 않다면 컴포트·레귤러·스포츠 중에서 조향감은 컴포트, 구동계는 레귤러로 설정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이밖에 가속 페달만으로 주행·제동이 가능한 'B(브레이크)' 모드와 배터리 충전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e-세이브'를 지원한다. 르노 아르카나 E-테크 하이브리드는 뛰어난 효율성 만큼이나 정숙성과 승차감도 준수한 편이었다. 고속 주행 중에도 불쾌한 소음은 웬만큼 걸러줬다. 실내는 지붕이 낮고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쿠페형 SUV 특성상 차체 크기 대비 넓지는 않았지만 4명이 타기에는 충분했다. 적재 용량은 487ℓ로 큰 연료탱크와 배터리를 내장한 점을 생각하면 작다고 보긴 어렵다. 내·외부 디자인은 변함없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르카나가 처음 나온 지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련되고 개성 있다. 새롭게 적용된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은 차량 앞뒤에 보강된 심미적 요소와 어우러져 신차 같은 느낌을 냈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T맵 내비게이션을 쓴 것까지는 좋았지만 다소 버벅거려 반응 속도가 아쉬웠다.
2024-05-3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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