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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vs 재무통'···건설사 인사 시즌, 명암 갈린 생존 전략
[이코노믹데일리] 건설업계가 연말 인사 시즌에 들어서며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한쪽은 신사업 확장을 위한 기술형 조직 개편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다른 한쪽은 급격히 높아진 부채비율과 적자 속에서 재무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버티기 경영’에 들어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SK에코플랜트·한화건설부문 등은 기술과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한 반면, 코오롱글로벌·신세계건설 등은 재무통 대표를 선임하며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같은 시기, 같은 업종이지만 회사마다 완전히 다른 인사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 “기술로 미래를”···신사업 확대 나선 대형사들 대우건설은 지난 7일 발표한 조직개편에서 원자력사업단을 CEO 직속으로 격상했다. 기존 플랜트사업본부 산하 조직을 최고경영자 직속 체계로 올려 투르크메니스탄, 체코, 모잠비크 등 신규 원전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GTX-B 민자사업,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홍천 양수발전소 등 대형 토목 사업을 전담할 CM(건설사업관리)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술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사적 체질개선”이라며 “프로젝트 중심의 민첩한 조직으로 개편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의 경계를 넘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김영식 사장은 SK하이닉스 양산총괄 출신으로, 반도체 공정 전문가다. 회사는 “반도체 공정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AI·데이터센터 건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의 전통적 한계를 기술 융합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현대건설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공략을 위해 웨스팅하우스 부사장 출신 원전 전문가 마이클 쿤(Michael Coon)을 새롭게 영입했다. 대형사들은 공통적으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 “재무 안정이 먼저”···적자 기업의 선택은 ‘재무통 CEO’ 반면 중견사들의 분위기는 무겁다. 코오롱글로벌은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388%로 치솟았고, 상반기 순손실만 571억원에 달했다. 신세계건설 역시 상반기 영업손실 368억원, 부채비율 259%로 급등했다. 양사 모두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외부 재무 전문가를 대표로 내세웠다. 코오롱글로벌은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김 대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코오롱아이넷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친 ‘위기관리형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다. 신세계건설은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를 선임하며 그룹 내 비용 효율화와 재무 안정화 역할을 맡겼다. 한화그룹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로 김우석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대표는 30년간 그룹 내 재무 라인을 거친 전문가로, 안정적 수주와 재무 건전성 강화, 안전경영이 임무로 주어졌다. ◆ “성장과 방어, 두 얼굴의 인사” 올해 건설사 인사의 공통점은 ‘성장’과 ‘방어’의 양극화다. 대형사는 신사업·글로벌 확장이라는 공격 카드를 꺼냈고, 중견사는 재무 안정화와 생존에 방점을 찍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건설경기 양극화의 인사판 반영”으로 본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이제 건설사는 얼마나 짓느냐보다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며 “수주보다는 현금 흐름, 기술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PF 부실, 고금리, 미분양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 전략은 ‘공세형’과 ‘수비형’으로 명확히 갈리고 있다.
2025-11-11 09: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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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비사업 '대형사 쏠림' 심화… 중견건설사, 가로주택으로 밀려났다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주요 지역의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시장이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브랜드 선호도와 금융 조달 여건의 차이가 수주 결과를 가르고, 중견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입주했거나 연내 입주 예정인 정비사업 단지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밖 건설사가 시공한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아크로삼성’(대림산업, 419가구), 6월 ‘메이플자이’(GS건설, 3307가구), 11월 ‘래미안원페를라’(삼성물산, 1097가구), 12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2678가구) 등 굵직한 단지들이 모두 대형 건설사 손에서 완공됐다. 이 같은 ‘대형사 독주’ 현상은 강남을 넘어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7월 성동구에서 분양한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대우건설), 8월 분양된 ‘신공덕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 ‘청계SK뷰’(SK에코플랜트) 등 역시 모두 시공순위 10위 안에 드는 브랜드다. 용산구에서는 ‘호반써밋에이디션’이 올해 3월 입주를 마쳤지만, 110세대 규모의 소형 오피스텔에 불과하다. 서울 전체로 보면 정비사업 시장에서 중견건설사의 자취는 더 희미하다. 올해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둔 단지 중 시공순위 10위 밖 건설사가 시공한 곳은 ‘은평뉴타운디에트르더퍼스트’(대방건설), ‘새절역두산위브트레지움’(두산건설), ‘양평동동문디이스트’(동문건설), ‘천왕역모아엘가트레뷰’(혜림건설) 등 단 4곳뿐이다. 결국 중견건설사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모아타운 등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소규모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시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29곳이며, 이 중 ‘학동역에스포레논현’(성안종합건설), ‘대진빌라가로주택정비사업’(신태양건설), ‘등촌센트럴르씨엘’(제이앤이건설) 등이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기업 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보니 수도권에서는 소규모 사업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며 “조합이 입찰 조건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아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중견사는 입찰 참여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요 지역의 정비사업이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장 내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대형사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대규모 사업장을 독식하는 반면, 중견사는 사업성이 낮은 소규모 시장에 집중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2025-11-05 08: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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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하이닉스 기술력, 이미 증명...오픈AI만 HBM 월 90만장 요청"
[이코노믹데일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규모 경쟁에서 효율 경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발적인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 생산 확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제조 AI 도입 등 세 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오픈AI·엔비디아·AWS 등과의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AI의 다음을 위해 ‘지금’ 해야 할 노력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SK그룹 전체의 미션은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라며 "더 이상 스케일 경쟁이 아닌 효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K AI 서밋은 반도체, 에너지설루션, AI 데이터센터, 에이전트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 걸친 AI 경쟁력을 국내외 기업과 학계에 소개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최신 AI 동향을 공유하며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행사다. 지난해 온∙오프라인으로 3만명 가량 참여했으며 올해는 ‘AI Now & Next’를 주제로 열렸다. 최 회장은 AI 시장의 전례 없는 수요 급증에 비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서밋 내내 거의 모든 정상들이 AI 관련 얘기를 나눴다"며 "세상의 거의 모든 리소스를 동원해 AI를 놓고 있고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가 터질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2020년 2300억 달러에서 올해 6000억 달러로 연평균 24%씩 증가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5000억 달러(약 700조원), 메타는 2028년까지 600~800억 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AI 인프라 투자는 기하급수적하게 늘어날 확률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AI 수요 폭증의 원인으로 ▲인퍼런스 본격화 ▲B2B 영역의 AI 도입 ▲에이전트 AI 등장 ▲소버린 AI 부상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특히 "한 단계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단계가 바로 오다 보니 기업에서 뭔가 만들어 내기도 전에 모델이 바뀌고 새로운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급 측면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최 회장은 "솔직히 말해서 AI 컴퓨팅 파워 공급은 수요 성장세를 따라하기 어렵다"며 "상당한 미스매치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작년까지는 GPU가 주요 병목이었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비롯한 다른 요소들도 다 병목으로 존재하기 시작했다"며 "정확한 수요 예측이 안 된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효율성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케일만 갖고 싸우면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되고 상당히 비효율이 일어난다"며 "스케일로만 승부한다면 AI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효율성을 높여 리소스가 적은 나라도 AI에 접근이 용이하고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는 효율적 AI 솔루션을 위해 세 가지 영역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첫 번째가 메모리 관련 솔루션이다. 최 회장은 "AI 칩 성능 향상을 가로막는 진짜 제약은 메모리 대역폭"이라며 "현재 유일한 해결책은 HBM 사용 개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GPU 하나당 HBM 하나를 매칭하던 것이 현재는 12개 이상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메모리 칩 공급량을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소진시키며 스마트폰·PC·서버 등 기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 회장은 "이제는 성능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병목"이라며 "너무 많은 기업으로부터 메모리칩 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월 90만 장의 HBM 공급을 요청했고 이는 현재 전 세계 전체 HBM 월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최 회장은 "오픈AI도 미래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인프라를 최적화하는 핵심이 HBM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개선을 병행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 HBM 공장 완공을 앞두고있으며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특히 2027년 가동 예정인 용인 클러스터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최 회장은 "용인 클러스터는 커다란 팹 4개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고 팹 하나에 청주 같은 팹이 6개 들어갈 수 있다"며 "완성되면 청주 팹 24개가 동시에 들어가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초고용량 메모리칩 개발과 NAND 컨셉 도입으로 병목을 해소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기술력은 이미 업계에 증명됐다"며 "젠슨 황조차 이제 내게 더 이상 개발 속도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우리가 충분히 준비돼 있다는 얘기"라고 자신했다. 두 번째 솔루션은 AI 데이터센터 레벨의 접근이다. 최 회장은 "미래 메모리 칩과 컴퓨팅이 가장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근본적으로 설계부터 다르게 구축된 AI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칩 레벨부터 시스템, 전력, 운영까지 포함해 가장 효율적인 인프라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 8월 가산에 정부와 협력해 국내 단일 규모로 가장 큰 블랙웰 B200 기반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장기적으로는 울산에 1기가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AWS와 100메가와트 규모 계약을 체결해 2027년 오픈할 예정이다. 오픈AI와도 서남권에서 새로운 형태의 미래형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한다. 세 번째 솔루션은 'AI 문제를 AI로 푸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의 생산 효율과 스피드로는 AI 생태계가 요구하는 수요를 다 따라가기 쉽지 않다"며 "메모리칩 생산과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AI를 적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메모리칩 생산에 AI를 적용하는 것을 본격화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를 활용해서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도록 하겠다"며 "이게 바로 지난주 SK와 엔비디아가 발표한 매뉴팩처링 AI 클라우드의 협력"이라고 소개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율형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세 가지 솔루션 모두 SK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트너와 함께 처음부터 공동으로 솔루션을 설계하고 개발해 나가는 게 SK의 AI 전략의 핵심"이라며 "우리는 파트너와 경쟁하지 않는다. 고객이나 파트너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계속 파트너십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빅테크나 스타트업, 각국 정부까지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들과 AI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고 최고 효율의 AI 솔루션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11-03 1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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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 후폭풍… "서울은 현금 부자만 집 사는 도시 됐다"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고 대출 문턱을 높이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득은 있지만 부모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2030세대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잃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서민·중산층의 주택금융 접근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모두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수도권 핵심 주거지가 전면 규제망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낮아지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하한 금리는 3%로 상향됐다. 전세대출에도 DSR이 적용되며,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이 조기에 시행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끊겼다는 것이다. 정부는 15억원 이하 주택의 기존 6억원 한도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LTV 40%가 적용되면 실제 대출 가능액은 오히려 줄어든다. 시장에서는 “현금 부자만의 시장이 됐다”는 불만이 확산한다. 자산가들은 대출 없이 매수가 가능하지만, 고소득이지만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과 맞벌이 신혼부부는 대출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LTV 규제 강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전문직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HENRY(High Earner, Not Rich Yet)’다. 석 교수는 “소득은 높지만 자산이 부족한 30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8월 20·30대가 주담대를 이용해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건수는 1356건으로, 전년 동기(2378건) 대비 42.5% 줄었다. 특히 3억원 이하 소액 대출을 활용한 20대와 30대의 매수 건수는 각각 69.2%, 71.8% 급감해 다른 세대보다 감소폭이 컸다. 고가주택 기준으로 설정된 15억원의 현실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 전용 59㎡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이미 10억5000만원을 넘었고, 강남·서초구는 20억원을 웃돈다. 마포(13억8000만원), 용산(14억9000만원) 등 선호 지역의 중소형 평형도 실수요자 접근이 어렵다. 규제 효과의 지속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15억원 초과 주담대 금지 조치가 6개월뿐이었듯, 이번 대책 역시 단기간 내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시장은 규제에 내성이 생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스트레스 DSR 하한을 높이는 것은 실수요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하며, 단기적 수요 억제책보다는 장기적인 금융 완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자금 여력이 있는 계층만 시세차익을 누리고,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는 시장 진입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0-2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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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벗어나 해외로…유통 총수들, '현장 경영'으로 위기 해법 모색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유통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불안, 소비 위축 등 복합 위기 속에서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돌파구를 찾는 행보로 풀이된다. 보고 중심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체감 중심의 현장 경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 2025’를 직접 방문했다. 그는 전시 부스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유럽 바이어 및 업계 관계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회장은 프랑스 유통 전문업체 SRG 인터내셔널과 유럽 내 유통망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어 네덜란드에 위치한 삼양식품 유럽 판매법인을 찾아 현지 사업 현황과 시장 상황 등을 점검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유럽 내 불닭볶음면 수요가 급격히 늘자 네덜란드 알버트하인, 독일 REWE, 영국 테스코 등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현지 전략 검증 과정으로 평가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5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을 방문했다. 그는 올해 가동을 시작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생산라인과 품질관리 공정을 살펴봤다. 이번 방문은 시러큐스 공장 준공 이후 첫 공식 현장 점검으로,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설정한 바이오 사업의 실행 상황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신 회장과 장남 신유열 롯데글로벌전략실장,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동행해 그룹 내 세대 전환 및 책임 경영 기조를 드러냈다.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보는 자국 내 의약품 공급 안정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롯데의 글로벌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으로도 평가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공장을 갖고 있어 관세 영향을 받지 않아 미국 시장 내에서의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4월부터 최근까지 일본, 미국, 유럽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그룹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직접 점검했다. CJ는 식품, 물류, 콘텐츠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강화하는 글로벌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영국 런던 방문에는 이미경 CJ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윤상현 CJ ENM 대표, CJ ENM 정종환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 등 그룹 핵심 경영진이 동행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시작으로 올해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며 글로벌 현장 경영을 본격화했다. 유럽 지역에서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룹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행보다. 그는 현지에서 글로벌 싱크탱크, 투자회사,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 등 그룹 유관 산업 주요 인사들과 만나 현지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옥스포드대학 조지은 교수와의 회동에서는 유럽의 문화 소비 트렌드와 K-푸드·K-뷰티로의 확산 가능성도 점검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유럽 지역을 포함한 신영토 확장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유럽 지역에서 전방위로 확산하는 K-웨이브를 놓치지 말고 현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범(汎)유럽 톱티어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 총수들이 현장 행보를 강화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경영 환경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공급망 변화, 소비 양극화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확인하고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고 중심의 의사결정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즉각적인 전략 조정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현장경영은 상징적 리더십의 표현을 넘어 경영 전략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조직의 실행력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10-10 16: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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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상차림보다 비싼 '분양가 상차림'... 건설사들의 이중적 행태
[이코노믹데일리] 추석이 돌아왔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성스럽게 차린 상 앞에서 조상을 추모하고 가족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며 많은 가정이 한숨을 내쉰다. 물가 상승으로 차례음식 준비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례상 비용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아파트 분양가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약 14만6130가구로,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4년 주택 분양물량은 약 26만 호로 2023년 대비 22.5% 증가했지만, 이전 10년 평균인 36만 호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물량이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건설사들은 한목소리로 하소연한다.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건설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분양가를 올린다고 주장한다. 주요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를 넘지 못하고, 일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논리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건설업계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2024년 주택시장은 전국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왔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진정 어렵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별적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정비사업과 프리미엄 단지에 집중하면서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건설사들의 의도적인 공급 조절이다. 2025년 아파트 분양 물량 중 자체사업은 53%, 정비사업은 47%로 집계됐는데, 정비사업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건설사들이 "불확실성이 큰 상반기를 피하자"며 공급 시점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서 건설사업자의 70%가 향후 1년 내 주택사업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이다. 2024년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극심한 양극화였다. 건설사들이 공급을 줄이면서 분양가는 치솟고, 이는 다시 전체 아파트 시세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에 미리 반영되면서 2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 부채가 증가했다. 정부의 대응도 뒷북이다. 수도권 127만 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당장 고통받는 수요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2025년 주택 착공은 38만 호, 주택 준공은 36만 호로 전망되지만, 이마저도 실제 공급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추석은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화합하는 명절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조상들이 물려준 '상생'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면서, 한편으로는 선별적 수주를 통해 실속을 챙기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진정으로 어렵다면, 임원 보수 삭감이나 불필요한 비용 절약 등 자구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분양가 인상과 공급 조절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 나아가 정부 역시 건설사들의 일방적 분양가 인상을 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분양가 상한제 재검토나 건설사 수익률 공개 의무화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 추석, 건설업계는 조상들이 물려준 상생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단기 수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함께 이뤄나가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추석 차례상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지만, 건설사들의 '분양가 상차림'에는 서민들이 자리를 잡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진정한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주택시장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2025-10-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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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회장, 올해도 국감 증인 출석 피하나…매년 해외 출장길
[이코노믹데일리] 다음 달 예정된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보안 이슈를 중점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 속에 올해도 연이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감 증인으로 채택 되더라도 실제 국감장에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올해 정기국회 국감을 추석 연휴가 끝나는 직후인 10월 13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정무위원회는 13일 국정조정실과 총리실을 시작으로 20일엔 금융위원회와 산업·기업은행, 21일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27일엔 금융권 종합감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무위는 아직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취합 중이나, 현재 다수의 의원실에서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를 증인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는 서버 해킹으로 인해 약 297만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선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및 보안 이슈와 가계부채 관리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이 공시한 국내 금융사고(10억원 이상)는 총 16건으로 사고 규모는 952억341만원에 달했다. 올해 국내 금융사고 공시가 없던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은행 6건(157억2047만원) △하나은행 6건(536억3601만원) △신한은행 2건(37억521만원) △농협은행 2건(221억5072만원) 등이다. 하지만 해외법인에선 결국 사고가 터졌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 한화 약 1078억원의 외부인에 의한 사기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신한은행도 8월에 베트남 현지 법인(신한베트남은행)에서 37억5000만원 규모의 현지 직원 횡령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알린 바 있다. 지난 4일엔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KB뱅크에서도 현지 채용 직원이 17억6500만원 규모의 부적절한 대출을 취급한 배임 혐의가 적발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금융사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 및 실행에도 불구하고, 횡령·배임 등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6·27 가계대출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국감에서 꼬집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관리의 구조적 한계와 사각지대, 대출 양극화 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다. 실제 은행들은 규제에 따라 하반기 대출 목표치를 기존보다 절반가량 줄이게 됐다. 이에 따라 대출 심사는 더 까다로워지고, 부실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이 확대되면서 중저신용자와 서민층은 대부업체로 밀려나는 등의 '대출 양극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도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번 국감 증인 명단에 포함될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올해도 금융지주 회장 국감 증인 채택은 또다시 '공전(空轉)'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례적으로 10월에 해외 출장 일정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다음 달 셋째 주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IMF·WB 연차 총회는 주요 20개국(G20) 재무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전 세계 금융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로, 국내 지주 회장들은 행사 전후로 글로벌 투자자들과 만나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며 사업 영역를 확대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불참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지주 회장들의 국정감사 출석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2022년엔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 전원이 불참했으며, 2023년엔 윤종규 당시 KB금융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사유는 모두 해외출장이었다. 지난해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전임자인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으로 인해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국감에 출석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한 것은 최초였다. 일각에선 매년 같은 시기에 해외 일정이 잡히면서 경영진이 출석을 피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책과 규제 현안을 논의할 중요한 자리임에도 금융권 최고 경영진의 국감 불참이 반복되면 제도 개선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서다. 이번 국감에선 증인 채택 및 참석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지만, 지난해 임종룡 회장이 출석한 일례가 있어 변수는 존재한다. 또 은행장 대리 출석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정권과 금융당국 수장 교체로 금융사를 향한 규제가 강화된 데다 국감 시즌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해외 출장의 경우 기존에 정해져 있는 연간 일정이라 일부러 회피한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025-09-25 0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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