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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출 옥죄기' 엇박자…소비자 혼란 가중
[이코노믹데일리]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해 은행권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오락가락한 정책 기조에 실수요자 혼란이 가중되자 금융당국이 수습에 나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가계대출 관리 방향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메시지가 다르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확고하다"면서 "단편적으로 보면 어느 부분이 강조됐느냐에 따라 메시지가 충돌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금감원장이 말씀한 것과 제가 말씀드린 것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가계대출 관련 은행권을 향해 "센 개입 필요", "가계대출 관리 실패 시 페널티", "실수요자 보호" 등 강한 입장을 내면서 혼란이 커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이 나선 모습이다. 특히 이 원장은 지난 4일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추석 전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 관련해 효과적이면서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방법론이 무엇인지 고안할 것"이라면서 "은행들도 소비자 혼란이 없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련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할 경우 국민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차주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은행들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고객 불편을 해소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며 이 원장과 온도 차를 보였다. 이렇게 금융당국 간 메시지가 불분명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이 원장이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자 은행들은 한 달 새 20번 넘는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이 원장은 "대출금리 인상은 저희가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개입 강화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축소, 전세대출 중단 등 '만기·한도' 조이기까지 하면서 제각각 대출 정책을 내놓았다. 은행별 대출 취급 기준이 달라 실수요자 혼란만 더 가중됐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및 은행권 내부 관리목적 DSR 산출 등 금융당국 정책방향에는 적극 협조하겠지만, 주담대 관리 강화 주문으로 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은행 탓으로 쏠리는 게 황당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대출 방안은 금융당국 메시지에 따라 마련된 것인데, 이제 와서 (은행들이) 질타를 받는 것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공방전이 지속되자 대통령실도 나섰다. 지난 8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MBN 방송에 출연해 "전반적인 대출의 건전성 관리를 하는 가운데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는 곤란하다"며 "투기 목적으로 간주될 수 있는 대출은 엄격히 관리하지만, 실질적으로 주거의 이동 때문에 필요한 대출은 면밀히 관리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대출 자체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되 실수요와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금융당국이 준비하도록 해 실수요자 대출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계대출 정책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은행장들과 만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실수요자 피해 방지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전월보다 9조6259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8조9115억원 늘어난 568조6616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 데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는 이달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다.
2024-09-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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