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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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좋아졌지만 체질은 그대로… 착시 개선에 그친 건설사 원가율 하락
[이코노믹데일리] 대형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일제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비용 효율화의 성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원가 현장이 실적에서 빠져나가며 생긴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를 줄이고 사업을 보수적으로 운영한 결과이기도 해, 향후 주택 공급 위축과 실적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11.75%포인트(p) 개선됐다. 건설업계가 통상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는 가운데, 주요 대형사들은 90% 초반까지 낮추며 체감 성과를 냈다. 가장 큰 개선폭을 보인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3분기 원가율은 93.6%(건축·주택 부문 91.9%)로 전년 대비 11.75%p 떨어졌다. 현대건설도 95.4%(건축·주택 95%)로 5.26%p 낮아졌고, DL이앤씨는 87.5%(주택사업 82.6%)로 2.3%p 개선됐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치솟으며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2년 121.46에서 2023년 127.34, 올해 9월에는 131.66까지 올라 3년 새 8.4%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놓고 공사비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올해 3분기 원가율이 낮아진 것은 자재비 안정과 더불어 고원가 현장들이 순차적으로 실적에서 제외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까지 착공한 아파트 현장은 철근, 시멘트, 외주 단가가 급등해 손실 부담이 컸다”며 “이들 현장이 최근 준공되면서 손실이 회계상 반영되지 않아 전체 원가율이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원가 절감보다는 ‘손실 요인 제거’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원가율 개선을 수익성 회복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수주를 보수적으로 줄이고, 리스크가 큰 현장을 정리한 결과로 숫자가 개선된 것일 뿐 실제 현장 원가는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흐름이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사비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엄격히 따지면서 신규 착공이 줄어드는 현상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공동주택 착공 물량은 12만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감소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주요 단지의 착공 일정이 수차례 연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율 하락이 수익성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리스크 회피형 경영이 고착되면 공급 자체가 위축되고, 결국 분양시장과 전반적인 주택 공급망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가율이 안정세를 유지하더라도, 고비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철근과 시멘트 등 주요 자재의 글로벌 시세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인건비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전체직종 평균 임금은 27만6011원으로, 2022년(24만2931원) 대비 13.6% 올랐다. 한 건설정책 전문가는 “건설사들의 원가율 개선은 재무적 통제의 결과이지만, 이는 곧 신규 프로젝트의 위축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현장 효율화보다 사업 축소로 인한 착시 개선이 반복되면, 내년 이후에는 실적 공백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2025-11-12 0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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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성사돼도 벼랑 끝…홈플러스 출구 없는 '생존전'
[이코노믹데일리]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다섯 번째로 연장됐다. 복수의 원매자가 인수 의사를 밝히며 청산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후보 기업들의 자본력과 유통 운영 역량 검증이 완료되지 않아 매각 절차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인수 시 최소 5000억~1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무산될 경우 점포 폐점·고용 불안·협력망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다음 달 29일로 연장했다. 당초 이날이던 시한이 한 달 반 늦춰졌다. 법원은 오는 26일 예정된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의 실사 및 채권단 협의 기간을 추가로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현재 가치 구조는 ‘부동산 중심 청산가치 우위’가 특징이다. 회생절차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산가치는 약 3조6816억원, 계속기업가치는 약 2조5059억원으로 평가됐다. 총자산은 약 6조8000억원, 부채는 약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보유 부동산 자산을 처분했을 때의 가치가 향후 영업으로 벌어들일 현금흐름보다 높다는 의미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정상화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보다 청산 시 회수금이 더 큰 구조로, 매각 성공이 쉽지 않은 이유다. 현재 홈플러스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두 곳이다. 하렉스인포텍은 IT·핀테크 기반 소규모 법인으로 지난해 매출 3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총계는 10억원 수준에 그친다. 스노마드는 2007년 설립된 부동산 임대·개발 중심의 회사다. 지난해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거뒀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00만원 미만으로 파악된다. 두 회사 모두 대형 리테일 기업 인수를 감당할 수준의 재무 여력을 보유하지는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들은 두 후보 모두 자기자본보다 차입에 의존한 레버리지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인수 직후에도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영업 현금흐름이 안정되기 전까지 재무 구조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 실적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약 7조원, 영업손실은 3141억원, 당기순손실은 5742억원이다. 임차 점포 비중이 약 60%에 달해 고정비 절감이 어렵고, 온라인 전환이 지연되면서 비용 효율화도 제한적이었다. 현재 전국 점포는 120여곳이며 납품업체는 약 1800곳, 입점 매장 8000여곳이 연계돼 있다. 업계에서는 정상화를 위해 최소 5000억~1조원 규모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자금은 부채 상환, 점포 리뉴얼, 물류 및 IT 인프라 강화에 투입돼야 한다. 동시에 온라인 매출 비중을 현재 15~18% 수준에서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EBITDA 마진을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로 제시된다. 이는 대형마트 업계의 손익 분기선에 해당한다.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 구축도 필수다. 홈플러스의 전국 물류망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으나, 노후화된 점포를 도심형 소형 매장으로 전환하고 자동화 물류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자체브랜드(PB) 경쟁력 강화, 데이터 기반 재고·가격 관리, 라스트마일 배송 효율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인수 후에도 리스크는 남는다. 인수자가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하지 못할 시 비용 절감 중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레버리지 비중이 높을 경우 이자비용이 영업 현금흐름을 압박해 재차 회생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전국 120여 점포 중 일부는 폐점이 불가피하며, 약 3만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납품대금과 외상매출금 등 협력사 미회수 채권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직접 개입 가능성은 낮다. 다만 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산업부의 유통시장 관리, 지자체의 상권 회복 지원 등 간접 조치가 추진될 가능성은 있다. 이러한 정책은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는 완충 역할에 그칠 전망으로, 협력사 채권 손실이나 지역경제 위축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5-11-07 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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