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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잇단 복귀에 의료계 내부 균열…투쟁 기조 흔들
[이코노믹데일리]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 휴학에 들어갔던 의대생 다수가 올해 복귀를 결정하면서, 의료계의 공동 대응 기조에 균열이 뚜렷해지고 있다. ‘제적은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과 ‘정부에 끝까지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이 충돌하면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30일 교육계 및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연세대 의대는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등록을 마쳤고, 고려대도 40% 이상 등록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4일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받은 이후 연세대는 전원이, 고려대는 80% 이상이 복학 의사를 밝히면서 복귀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도 ‘미등록 휴학’ 기조에서 ‘등록 후 휴학’으로 전환했고, 현재 전원이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서울대 의대 의정 갈등 대응 태스크포스(TF)가 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 조사에서, 유효 응답자 607명 중 65.7%가 ‘미등록 휴학’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도 비대위 차원에서 복귀를 결정해 전원 복귀하게 됐고, 고려대도 복귀율이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가 일제히 복귀 흐름을 보이면서 다른 대학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징성이 큰 주요 대학 의대생들이 등록을 선택한 만큼, 여타 대학들도 투쟁 방식이나 노선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복귀 움직임은 제적에 대한 우려와 향후 진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전공의와 달리 의사 면허가 없는 의대생들은 제적이 확정될 경우 사실상 의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나 전공의 단체가 뚜렷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각자 판단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대 의과대학 전 학생 대표 5인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각자의 결정을 주저 없이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불편한 시선 없이 거취를 결정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서울대와 연세대 일부 동요가 있었지만, 나머지 38개 단위는 여전히 미등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존의 투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의사 단체 내에서도 견해차가 감지된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난 24일 SNS에 “의협은 이번 사안을 의대생 개인 문제로 선을 긋고 있다”며 “도움을 줄 계획이 없다면 이쯤에서 돌아가라고 말해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협 부회장)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서 “등록 후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며 “상대의 칼끝이 내 목을 겨누고 있는데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의대생 복귀가 본격화되더라도 의료교육 정상화나 의정 갈등 해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학생들이 ‘등록 후 수업 거부’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려는 상황이며, 정부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이미 공동 대응 기조는 사실상 붕괴됐다”며 “정원 3058명 복귀가 이뤄지려면 휴학했던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보건학과 교수)은 “정부는 ‘돌아오라’는 말만 할 게 아니라, 끝내 돌아오지 않았을 때의 대응책도 제시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의료 공백의 부담을 계속 지우는 건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2025-03-30 17: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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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법 제정 10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수련 환경 문제 실마리 풀리나
[이코노믹데일리]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및 처우 개선을 주제로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대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국회 입법조사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격려사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과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의 축사로 행사가 시작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년 넘게 지속된 의정갈등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문제의 핵심은 의료계 내부에서 전공의와 수련병원, 의대지망 수험생과 현 의대생, 대학 간 의견 차이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전공의, 환자가 균형을 맞춘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대화가 해결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싸워온 전공의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응답해야 할 때”라며 “주 80시간, 36시간 연속 근무라는 가혹한 환경 개선과 권리 보장이 실현될 때 대한민국 의료가 바로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전공의 법이 제정됐지만 보완이 필요하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성과 전공의 참여 확대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의학과 수련 도중 사직해 현재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김은식 전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은 단상에 올라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겪는 부조리를 고발했다. 그는 “2015년 제정된 전공의법이 10년이 지났지만 전공의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산부 전공의들에게 '역사상 임신한 전공의가 당직과 시간 외 근무를 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며 '당직을 설지 말지는 본인이 선택하라'며 야간 당직과 36시간 연속 근무를 강요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병원의 암묵적 압박을 비판했다. 이어 “전공의법은 처벌 조항이 전무하거나 처벌 수준이 경미한 탓에 보호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의 허점을 악용해 지속적으로 전공의를 착취하는 병원의 횡포를 막고 전공의들이 안전하게 수련받을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수련현장 환경 문제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토론회를 이어갔다. 그는 2022년 실태 조사를 인용해 “전공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77.7시간이며 법적한도인 80시간을 초과하는 비율이 52%에 달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120시간까지 근무하는 사례도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하지만 전공의는 36시간 연속 근무 후 퇴근한다”며 “6~18시 동안 근무를 했지만 실제 인정되는 시간은 9시간뿐이며 최대 40시간의 무급 노동을 강요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임산부 전공의도 예외 없이 야간 당직과 장시간 연속 근무를 강요받고 있으며, 휴게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로 환경은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19년에는 전공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으며 최근에도 전공의들의 연속 근무로 인한 사고 위험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련 과정에서 전공의들은 폭력과 부당한 대우에 노출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에게 폭행, 성추행, 금전 갈취 등의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복직하는 경우도 있다. 전공의 특별법이 존재하지만 실질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 병원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전공의들을 착취하고 있으며 법 위반 시 처벌도 고작 과태료 500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역시 전공의 참여가 제한적이며 병원협회가 주도해 공정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는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미래 의료계를 책임질 인재”라며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 중심의 수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단 위원장의 발표에 기동훈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방영식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 임사무엘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 조동찬 전 SBS 의학전문기자(신경외과 전문의)가 토론을 펼쳤다. 기동훈 교수는 전공의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공의 수련 비용의 국가 지원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보호 강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 교수는 첫 번째로 전공의 수련 비용의 국가 지원을 꼽았다. 그는 "전공의들이 빠진 것 만으로 대학병원들이 적자를 겪고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며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지원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전공의 수련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전공의들에 대한 명확한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련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들은 전공의의 진료 참여에 동의해야 하며, 동의하지 않을 경우 수가 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근로기준법과 전공의법의 모순 해결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병원협회 산하에 있어 공정성이 부족해 독립성 확보 및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영식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정부는 올해 전공의 수련 환경 혁신을 위해 23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내년에는 전공의 수당을 위한 별도 예산도 대폭 증액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처음으로 수련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게 됐다”며 “올해 신규 사업으로 8개 학회를 중심으로 시작했으며 향후 모든 과목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이 특정 과목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관련 학회와 협의하며 세부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03-10 16: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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