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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원로 조갑제 선생 "진영 논리 넘어 法과 事實이 유일한 기준 돼야"
[이코노믹데일리] 오후 5시 무렵, 서울 종로구 세안문로 남서쪽 덕수궁을 내려다보는 오피스텔 고층 사무실 안은 일반 가정의 거실처럼 고즈넉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전기와 국내 정치·국제 정세를 다룬 서적들이 빽빽히 꽂혀 있었다. 일부는 바닥과 책상 위에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조갑제닷컴과 조갑제TV를 운영하는 조갑제 선생의 공간이다. 1945년생, 기자 생활 55년. 이제 ‘선생’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럽다. 그는 “내 글방이 곧 내 전선”이라며 “책은 역사의 흔적, 기자는 그 흔적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그의 면면이 한번에 느껴진다. 보수와 진보 구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조갑제 선생은 오랫동안 보수의 핵심에 있어온,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발간된 저서 ‘윤석열 몰락의 기록―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격했다’에서 전임 대통령의 재임 중 벌인 군사 쿠데타에 대해 “국가 파괴 행위”라 규정하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보수 출신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냉철하게 비판했고 단호하게 쿠데타 세력과도, 부정선거와 같은 음모론과도 칼같이 거리를 뒀다. 어줍잖은 인물이 이미 실권 잃은 전직 대통령 한번 더 패대기치기하는 정도였다면 그리 관심 갖진 않을 게다. 그간 보수의 기치를 지켜온 그였기에 그가 버린 것, 그가 취한 것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보수·진보를 지나 극우·극좌가 난무하며 종교인지 정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이념 과잉이 광신처럼 뒤범벅이 된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자신을 있는 대로 드러낸 채 공개적으로 뭔가를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인가. 이념의 미친 굿판 같은 이 사회를 향해 조갑제는 이제 보수·진보란 용어에서 탈피해 사실과 법치를 우선시할 것을 제안하며 음모론과 극단주의에 선을 그었다. “지금 (글로벌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극단화돼 있다. 둘러보면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여러 나라에서 이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갑제 선생은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에서 미국 이민당국이 한국인 300여명을 일주일간 구금한 사건을 예를 들었다. “우리 근로자들이 그 피해자가 돼 비루한 구금시설 시설에서 일부는 쇠사슬까지 찼고, 임산부도 구금되는 그런 막무가내 상황이었다. 일부 업무용 비자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다 구금시설에 집어 넣어버렸다.” 그는 “이 사건은 일종의 ‘본보기’였다”며 “세계 곳곳이 이 같은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왜 이 같은 경향들이 나타난다고 보는가. “지금 세계 전체가 극단화돼 있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브라질,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가 진영 논리에 갇히고, 언론은 자극적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며, 사회 전체가 불신과 분노에 휩싸였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조금만 자극을 줘도 터질 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특히 우파의 극단화 원인은 무엇에서 찾을 수 있나. “부정선거 음모론에 그 뿌리가 있다. 한국의 2020년 4월 총선 부정선거론자들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연계된 일종의 부정 선거 삼각 동맹이 형성됐다. 근거 없는 주장인데도 한국의 보수 내부를 깊이 분열시켰다. 음모론은 한 번 뿌리 내리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과 유튜브, 일부 교회가 이를 증폭시키며 사실처럼 퍼뜨려 극우화가 심화됐다.” -왜 유독 한국 보수가 큰 타격을 받고 궁지에 몰린 상황이 됐나. “지금도 우리 사회에 보수층으로 불릴 수 있는 국민은 약 45% 수준으로 건재하다. 하지만 이를 대표하던 보수 세력은 거의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국민의힘은 이미 극우화했고, ‘보수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사라졌다. 그 시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됐다. 탄핵까지 안 갔을 수도 있는 일을 비박 세력과 민주당 세력이 손을 잡고 선동적인 가짜 뉴스에 기초해 탄핵을 시킨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보수는 윤석열이란 검찰총장을 영웅화했고, 그가 대통령이 된 뒤 그의 폭주를 견제하지 못했다. 지금 보수 세력의 괴멸은 윤석열의 폭주를 견제하지 않고 오히려 진영 논리에 빠져 박수부대가 되고 팬클럽이 된 대가다. 윤석열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걸 봤을 때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했다. 탄핵 이후에는 이념보다 감정이 앞섰고, 결국 합리적 토론의 장을 스스로 버린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은 무엇이라 보는지. “청와대에서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긴 결정부터가 법과 경호 상식을 무시한 처사였다. 그때부터 불안했다. 한국 현대사를 부정을 하고 어떻게 청와대를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건 모독이다. 그 말을 했다는 것은 윤석열의 머릿속에는 보수적 역사관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후 이준석 전 대표를 치사한 방식으로 몰아내며 내부 총질을 시작했다. 의료정원 확대와 의사 집단 적대화, 지난해 12·3 계엄령 선포까지 모두 내부를 향한 공격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좌파와 싸운 적이 없다. 항상 자기편을 향해 총을 겨눴다. 이런 행보가 보수 세력의 붕괴를 재촉했다.” -지난해 12·3 계엄령의 배경은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핵심이었다고 본다. 윤 전 대통령의 음주 문제, 부인과의 비정상적 관계, 주술적 영향, 그리고 부정선거 음모론이 뒤엉킨 결과였다. 저는 이를 ‘망상적·발작적 결정’이라 표현한다. 한 국가의 수장이 개인적 불안과 가족 문제를 국가 운영에 투영한 전례 없는 사례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해악을 거듭 강조하셨는데. “대통령이 직접 부정선거를 언급하면 국민은 믿을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인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악령’과 같다. 한국 개신교 일각이 이를 퍼뜨리며 교인들을 현혹했는데 이는 종교를 빌미로 삼은 범죄다. 전 국민의 30%, 국민의힘 지지층의 60%가 한때 이 음모론을 믿었다. 공산주의가 한반도를 분단시킨 것만큼이나 오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음모론에서 벗어날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철저한 수사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단순히 특검이 외관죄를 수사할 것이 아니라, 부정선거 음모론의 발원과 유포 경로를 규명해야 한다. 이를 뿌리 뽑지 않으면 보수는 물론 한미동맹까지 흔들린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주장을 바로잡기 위해 수년간 법적 절차가 이어졌듯이, 한국도 단호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수 세력 재건 가능성은. “보수는 지난 80년간 우리나라 산업화와 문명 건설의 주인공이었다. 군, 기업, 의료보험, 중화학 공업, 사회 인프라 모두 보수가 만든 업적들이다. 그러나 박근혜·윤석열 사태를 거치며 보수 세력의 절반은 좀비화·컬트화됐다. 이제는 법치와 사실을 기준으로 ‘국가 중심 세력’으로 재편해야 한다. 국민의힘 해체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준석·한동훈 세력 등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수의 이름을 되찾으려면 ‘보수’라는 말 자체보다 실질적 가치와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그간 사회 전반의 지적(知的) 기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해왔는데. “한국어의 70%는 한자어다. 이를 몰라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휘력·판단력이 떨어지고, 고급 학문도 어려워진다. 저는 이를 ‘국가적 치매화’라고 부른다. 국민의 분별력이 약해지니 부정선거 음모론이 먹히는 것이다. 한자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국민적 사고력이 점차 퇴화해 민주주의 운영도 불안정해질 것이다.” -젊은 세대가 통일 필요성에 회의적이란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갖고 계신 걸로 안다. “그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다. 우리 한민족은 ‘일민족 일국가(一民族 一國家)’의 전통을 갖고 있다.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명령하고 있다. 평화 공존은 임시일뿐, 통일을 포기하면 한국은 역사적 정통성을 잃고 결국 식민지화될 수 있다. 과거 서독처럼 실력을 기르며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조갑제 선생은 “보수와 진보, 진영 논리를 넘어 법과 사실이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극단화와 보수 진영의 몰락을 “분별력의 붕괴”로 진단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국민이 사고력을 높이고 분별력을 찾고 역사의 향방을 찾아내는 방안의 하나로 ‘회고록 쓰기’를 권장했다. “개개인의 회고록들이 모여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자연스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회고록 쓰기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그의 말 속에는 55년 기자 생활이 남긴 집요한 현실 감각과, 국가를 향한 냉철한 애정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2025-09-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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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미래를 위한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동국제강은 한국 철강업의 뿌리 깊은 기업이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금융위기와 철강 시황 악화가 겹치며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습니다. 2010년대 초, 철강 수요 급감과 원자재 가격 급등, 고환율이 겹친 삼중고 속에서 회사는 대규모 적자와 부채에 시달렸습니다. 시장은 “동국제강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때 선두에서 방향을 잡은 인물이 장세주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위기 국면에서 과감한 투자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동시에 단행했습니다. 2011년 브라질에 대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해외 광산 확보와 원가 절감을 노렸고,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후판·형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했습니다. “위기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그의 소신은 불확실성에 흔들리지 않는 동국제강의 버팀목이 됐습니다. 장 회장의 리더십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인력 감축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협력사와의 신뢰를 지키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철강은 사람의 산업”이라는 그의 말처럼, 동국제강은 공정 혁신과 안전·환경 투자를 병행하며 ‘사람 중심’ 경영을 강화했습니다. 그 결실은 숫자로 증명됐습니다. 동국제강은 2015년 이후 재무 구조를 빠르게 개선하며 흑자 기조를 회복했고, 컬러 강판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인천·포항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지속 확충하며 건축·가전·친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장세주 회장이 강조한 ‘패기와 신뢰’는 동국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는 “동국제강은 60년 넘게 국가 산업을 이끌어온 기업으로, 위기 때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을 임직원에게 일깨웠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탄소중립 기술 개발, 친환경 제품 확대 등 최근의 행보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장 회장의 별의 순간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던 철강 불황기 속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데 있습니다. 그의 결단은 동국제강이 단순히 전통 제조업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철강 명가’로 재도약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부침(浮沈)은 있었지만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그는 동국제강 홀딩스 회장으로서 이제 70년을 넘어서는 동국의 역사와 함께 세계 철강산업이 친환경·저탄소 전환이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한 가운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빛나는 별처럼, 장세주 회장이 선택한 도전은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를 여는 길잡이가 되고 있습니다.
2025-09-19 16: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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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바른ICT연구소, 구글·애플·MS 한자리에…'AI 거버넌스' 글로벌 해법 찾는다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글로벌 차원의 거버넌스와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최고 수준의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렸다. OECD,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국제 정책 기관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핵심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했다.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소장 김범수)는 18일 연세대 백양누리 최영홀에서 ‘AI Governance & Privacy Symposium’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마침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와 연계해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과 실천적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축사에 나선 손영종 연세대 부총장은 “학계-산업-정부-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혁신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AI 미래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기조연설을 맡은 민원기 KAIST 교수는 “AI 거버넌스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포괄적 글로벌 협력 플랫폼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심포지엄은 크게 세 개의 핵심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 ‘AI 거버넌스와 글로벌 혁신’에서는 공공 영역에서의 AI 활용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싱가포르경영대학교의 플로리안 감퍼 박사가 공공행정에서의 책임 있는 AI 활용 방안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리모어 슈멀링 마가자닉 수석정책분석관이 건강 데이터의 재이용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이 세션의 토론은 미국 IT 규제의 핵심 인물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줄리 브릴 위원이 맡아 깊이를 더했다. 두 번째 세션 ‘디지털 책임성’에서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구글, 애플, 시스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분야 책임자들이 연사로 나서 AI와 사이버보안, 콘텐츠 관리, 지적 재산권 등 복잡한 디지털 정책 이슈에 대한 각 사의 관리 전략과 비전을 공유했다. 세 번째 세션 ‘국제 데이터 흐름’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의 정책적·제도적 과제를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글로벌 로펌 베이커맥켄지의 엘리자베스 덴햄 변호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카리 벤, 하버드대 로스쿨의 알랜 라울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섰으며 이정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여해 국내외 시각을 교차 검증했다. 김범수 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AI 기술 확산이 가져온 도전과제를 논의하고 글로벌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라며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lobal Privacy Assembly, GPA) 기간과 맞물려 열리는 만큼 해외 전문가와의 교류와 실질적인 정책적 논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학계, 정책결정자, 산업계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AI 시대의 새로운 규범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AI 거버넌스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자리가 되었다는 평가다.
2025-09-18 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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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바른ICT연구소, 18일 국제 심포지엄…구글·애플·MS 등 'AI 거버넌스' 머리 맞댄다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글로벌 차원의 거버넌스와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최고 수준의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린다. OECD,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국제 정책 기관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핵심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AI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한다.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소장 김범수)는 오는 18일 연세대 백양누리 최영홀에서 ‘AI Governance & Privacy Symposium’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마침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와 연계해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국제 협력과 실천적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심포지엄은 크게 세 개의 핵심 세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세션 ‘AI 거버넌스와 글로벌 혁신’에서는 공공 영역에서의 AI 활용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싱가포르경영대학교의 플로리안 감퍼 박사가 공공행정에서의 책임 있는 AI 활용 방안을 법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리모어 슈멀링 마가자닉 수석정책분석관이 건강 데이터의 재이용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이 세션의 토론은 미국 IT 규제의 핵심 인물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줄리 브릴 위원이 맡아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두 번째 세션 ‘디지털 책임성’에서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구글, 애플, 시스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분야 책임자들이 연사로 나서 AI와 사이버보안, 콘텐츠 관리, 지적 재산권 등 복잡한 디지털 정책 이슈에 대한 각 사의 관리 전략과 비전을 공유한다. 이 세션의 토론은 김범수 바른ICT연구소장이 직접 맡아 진행한다. 세 번째 세션 ‘국제 데이터 흐름’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의 정책적·제도적 과제를 심층적으로 논의한다. 글로벌 로펌 베이커맥켄지의 엘리자베스 덴햄 변호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카리 벤, 하버드대 로스쿨의 알랜 라울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며 이정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여해 국내외 시각을 교차 검증한다. 김범수 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AI 기술 확산이 가져온 도전과제를 논의하고 글로벌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라며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 기간과 맞물려 열리는 만큼 해외 전문가와의 교류와 실질적인 정책적 논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학계, 정책결정자, 산업계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AI 시대의 새로운 규범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AI 거버넌스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2025-09-1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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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몰락의 기록–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격했다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 조갑제 선생은 수십 년간 한국 현대 정치사의 주요 국면을 기록하고 해석해온 인물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법치, 반공, 시장경제 등 전통 보수주의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한국 사회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조명해왔다. 그가 2025년 8월 출간한 ‘윤석열 몰락의 기록–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공격했다’는 제목부터 충격적이다. 과거 윤석열을 ‘체제 수호의 희망’으로 간주했던 저자가, 이제는 그를 ‘체제의 위협자’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실정 비판이 아닌 철학적 배반과 이념적 파산 선언서에 가깝다. 그는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공화국의 적(敵)이 된 대통령을 대한민국이 헌법의 힘으로 어떻게 단죄했는지 그 과정을 다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대에서 절망으로–보수의 붕괴를 진단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진보적 이념정책에 대한 반발 속에서 등장했다. 그는 검사 시절 조국·추미애·이재명 등을 수사하며 보수 진영의 ‘정의 구현자’로 추앙받았고, 법치와 공정, 상식이란 메시지로 보수 유권자의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은 서릿발 같은 기개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히 박혔다. 조갑제 역시 그러한 기대를 공유한 대표적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조갑제는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규정하며, 보수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리고 좌파의 유산을 수용하거나 방치한 대통령으로 기록한다. 그는 “윤석열은 문재인의 계승자”라는 급진적 결론을 내리고, 그 논리를 조목조목 펼친다. 이는 단순한 정권 실정 비판이 아닌, 체제 수호자에서 체제 위협자로의 정체성 전복에 대한 고발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해부 책의 전개는 윤 대통령의 주요 국정 운영 전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개된 일부 내용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갑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즉 인사 실패와 검찰 중심 제왕적 대통령제, 대북 정책의 기만성, 경제·사회 정책의 좌향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가장 많이 제기된 비판은 인사 문제였다. 검사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대거 중용되면서 권력의 편중이 심화됐고, 이는 국정 운영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해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갑제는 이러한 인사 구성이 ‘문재인의 코드 인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검찰 중심 권력 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민주적 통제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 등을 내세우며 강경한 대북 기조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조갑제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를 명확히 단절하지 못했으며, 실질적인 국가안보 전략 없이 외교적 수사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해양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안보적 직무유기’로 규정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시장경제를 강조했지만 실제 정책은 문재인 정권의 유산을 상당 부분 유지하거나 심지어 강화했다고 본다. 탈원전 정책의 잔존,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소극적 접근, 민노총과의 불분명한 관계 등이 그 근거다. 그는 이러한 정책이 보수정부가 갖춰야 할 기업 친화적, 자유시장 중심의 구조개혁 노선과 충돌한다고 판단한다. ◆ 대통령, 왜 헌법 수호자가 아니라 공격자가 됐나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갑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를 단순한 국정 실패가 아닌, 헌법 체제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 훼손,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 경찰·언론 통제 등의 문제는 조갑제의 눈에 권력의 독점과 권위주의 회귀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이 외부에서 체제를 흔들었다면, 윤석열은 내부에서 체제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실로 무거운 비판이며, 조갑제가 대통령의 행위를 체제 파괴적이라 규정하는 결정적 이유다. ◆조갑제의 철학적 기준…자비 없는 잣대 조갑제의 비판은 충동적이거나 감정적인 비난이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헌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하나의 기준에 따라 모든 정치 세력을 평가해왔다. 그 기준에 따르면,보수건 진보건 간에 체제 위협 세력은 적이며, 체제 수호 세력은 동지다. 따라서 그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던 기준과 같은 잣대로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고 있다. 그에게 윤석열의 실책은 단지 정책의 오류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에 대한 배신이다. 그런 점에서 조갑제는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극단적이라기보다는 정교한 이념적 원칙주의자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는 조갑제 특유의 강한 도식화와 일면적 시각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나 구조적 한계를 모두 ‘좌경화’나 ‘배신’이라는 틀에만 가두다 보면, 현실 정치의 복잡성과 타협의 필요성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특히 윤 정부가 실제로는 여러 보수적 개혁을 추진한 사례, 예컨대 노동시장 개혁 시도, 반중 외교 기조, 친미 안보라인 유지 등을 지나치게 폄훼하거나 평가절하한 부분도 보인다. 또한 조갑제의 비판은 때때로 개인화되며, ‘윤석열=위험한 대통령’이란 단정적 서술은 독자에 따라 불편함을 줄 수 있다. 현실의 정치는 이상적인 원칙과 항상 일치하지 않으며, 대통령 개인만으로 모든 정책 실패나 국가적 혼란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론: 보수의 자기비판인가, 파괴인가? ‘윤석열 몰락의 기록’은 단순한 정권 비판서가 아니다. 이 책은 보수가 자신에게 던지는 가장 냉정한 질문이다.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이 정말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가?”, “권력은 왜 늘 체제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서, 조갑제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그는 지지했던 인물을 향해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는 용기를 보인다. 하지만 그 비판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불편함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공허하게 남기 때문이다. 조갑제는 해체를 말하지만, 그 해체 이후의 건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침묵한다. 음모론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보수는 재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어떻게’가 제시돼 있지 않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보수적 문제 의식이 얼마나 깊고 치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진귀한 문서다.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든 비판하든, 한국 정치의 현실을 통찰하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다. 지은이: 조갑제 / 출판: 조갑제닷컴 / 출간: 2025년 8월 25일
2025-09-15 14: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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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 막내' 이은미號 토스뱅크, 외화 시장서 존재감 확대
※ '금은보화'는 '금융'과 '은행', 드물고 귀한 가치가 있는 '보화'의 머리말을 합성한 것으로, 한 주간 주요 금융·은행권의 따끈따끈한 이슈, 혹은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신상품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마음이 포근해지는 주말을 맞아 알뜰 생활 정보 챙겨 보세요! <편집자 주> [이코노믹데일리]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 중 가장 늦게 출범해 '막내'로 불리는 토스뱅크가 외화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 속에 외화자산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외환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 토스뱅크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토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404억원으로 전년 동기(245억원) 대비 65.03% 증가하며, 8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토스뱅크의 변신을 이끄는 인물은 지난해 취임한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다. 그는 전 대구은행(현 iM뱅크) 경영기획그룹장과 HSBC 홍콩 지역본부 아태지역 총괄 부문장(CFO) 등을 거친 외환·글로벌 금융 전문가다. 이 대표 취임 이후 토스뱅크는 외화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전통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평생 무료 환전 외화통장'이다. 이 상품은 기존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였던 환전 수수료를 없애 업계의 수수료 경쟁을 촉발했다. 무료 환전 자체는 하나카드가 원조였지만, 재환전까지 모두 무료화한 건 토스뱅크가 처음이다. 실제로 여러 은행들이 토스뱅크에 맞서 환전 수수료 인하나 면제 혜택을 확대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기존 시중은행 독과점 형태의 영업 구도 역시 깨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외화통장은 출시 1년 6개월 만에 누적 환전액 30조원, 267만명 고객을 돌파하는 등 외환 서비스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토스뱅크는 통장 이자를 자동으로 달러로 환전해 외화통장에 적립해 주는 '이자 달러로 모으기' 서비스도 내놨다. 기존에는 고객이 직접 환전 시점을 결정하고 수동으로 환전을 진행해야 했지만, 별도의 환전 과정 없이 자동으로 달러 자산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소 0.01 달러(한화 약 13원)부터 환전이 가능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현찰 환전보다 유리한 100% 환율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이 대표는 국내 고객 유치를 넘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시장부터 선진국 시장까지 글로벌 확장도 준비 중이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성과 저비용 구조를 무기로, 해외에서도 한국형 디지털뱅킹 모델을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 간담회 당시 해외 진출과 관련해 "특정 국가를 한정 짓진 않고 신흥·선진 국가 모두 살피는 중"이라며 "신흥 국가는 성장하는 데 기회가 될 것이고, 선진국은 시스템은 선진화됐지만 고객 경험 측면에선 부족하다고 보여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윈윈(Win-Win)하기 위해 여러 옵션을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고객들이 환율 변동에 대한 부담이나 환전 과정의 번거로움 없이 편리하게 글로벌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내실을 단단히 다지면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 혁신을 멈추지 않고 외환 서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2025-09-13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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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화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신약 개발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사명"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15년,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복제약'인 제네릭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안주하던 업계에서 ‘한국도 혁신 신약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긴 했지만, 실제로 수천억원을 장기간 묶어두며 신약 개발에 나설 결단을 내린 기업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해 3월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취임해 유한양행이 어떠한 미래로 나아갈지 그 키를 잡고 있던 인물이 이정희 대표였습니다. 1988년 입사해 현장을 두루 거친 그는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가 남긴 ‘기업은 사회의 것’이란 유지(遺志)를 ‘21세기형 혁신 전략’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고심 끝에 장기적·대규모 신약 연구 개발 투자란 험난한 길을 선택합니다. 단기 실적 압박과 실패 리스크를 무릅쓴,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죠. 그가 택한 방법은 외부 기술 도입(License-in)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을 결합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모델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국내 제약사들에겐 낯선 방식이었지만 유한양행은 과감히 이 길을 걸었습니다. 그 결실은 마침내 2018년 나타납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 이전한 것입니다. 계약 규모는 무려 1조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국내 제약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이었고, 이후에도 얀센과의 공동 임상과 차세대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의 결단은 단순히 ‘큰 계약을 성사시킨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국 제약산업이 제네릭 중심에서 혁신 신약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실질적 증거를 제시한 사건이었고, 투명 경영과 장기 투자로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그는 창업자의 뜻대로 유한양행 지분의 절반 이상을 사회공익재단이 보유하는 구조를 지켰고,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경영 철학을 흔들림 없이 유지했습니다.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소명”이라는 그의 말은 지금도 유한양행 연구진 머리 속에 새겨진 좌우명입니다. 오늘날 유한양행은 항암제·호흡기질환·대사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넓히며 ‘한국 제약의 글로벌화’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그 출발점에는 이정희 대표의 과감한 선택과 긴 호흡의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한 뒤에는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선임하며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의 ‘별의 순간’은 화려한 인수합병이나 단기 성과가 아닌, 100년 기업을 200년 기업으로 잇기 위해 미래를 향해 투자하는 결단이었습니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리더의 신념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2025-09-12 15: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