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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비는 늘었는데 사고는 줄지 않는다"… 공사비 압박과 현장 이행력 부실이 만든 위험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 사이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두 건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사들이 안전예산을 대폭 늘리고 현장 점검을 강화했지만, 사고는 여전히 반복된다. 업계에서는 “돈을 쓰는 문제를 넘어, 일정 압박과 현장 이행력 부족이 사고를 되풀이시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성남 판교 오피스 신축 현장에서 삼성물산 협력업체 직원이 굴착기에 깔려 숨졌다. 이달 1일에는 원주 정비사업 신축 현장에서 대우건설 협력업체 근로자가 장비 작업 중 사망했다. 대우건설 현장에서는 올해만 네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13명이다. 대우건설 20명, 현대건설 19명, HDC현산 18명 순이다. 대형사일수록 안전예산 집행 규모도 크지만, 사고 건수는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의문이 커진다.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안전조직 확대, 외부 전문가 영입, 특별점검 상시화 등 안전관리 투자를 크게 늘렸다. 이번 사고 후에도 삼성물산은 전국 현장 작업을 중지했고, 포스코이앤씨는 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현장경영회의를 열었다. HDC현산과 중흥건설 역시 최고경영자가 현장을 돌며 장비·시설을 점검했다. 그러나 현장 사정은 복잡하다. 첫째, 적정 공사비와 공기(工期) 부족이 위험을 키운다. 업계에서는 “공사비가 줄면 안전관리 인력이나 보호설비보다 먼저 줄어드는 것이 인력 투입 규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 역시 강하게 압박된다. 발주처가 요구한 기간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동시작업이 반복되면서 작은 오류도 치명적 사고로 이어진다. 둘째, 안전예산이 충분해도 ‘현장의 이행력’이 따라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 현장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언어 장벽과 숙련도 부족 탓에 안전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전달돼도 규칙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내국인·외국인을 불문하고, 일부 작업자가 안전장비 착용이나 작업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현장 관계자들은 “작업자들에게 반복적으로 교육을 해도, 작업 속도를 우선하다 보니 안전수칙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안전비가 늘어도 현장에서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고 가능성은 줄지 않는다. 셋째, 원청에서 확보한 안전비가 협력업체 단계로 내려가면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도 지적된다. 하도급·재하도급을 거치며 인력·장비 비용이 늘고, 안전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고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한다. 공사비·공기 압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작업자 안전교육과 의사소통 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강화하지 않는 한 개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맞춘 다국어 교육·계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건설현장은 수백 명이 함께 움직이는 대규모 작업공간이다. 지시가 전달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기고, 일정이 빠듯하면 안전은 가장 먼저 밀린다. 반복되는 사고는 개별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가 안고 있는 복합적 문제다. 안전비는 분명 늘었다. 그러나 돈만으로 줄일 수 없는 사고가 있다. 공사비·공기·현장문화·노동자 구성 변화까지 함께 바뀌어야 비극이 멈출 수 있다.
2025-11-06 1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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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업계, 새 정부 "AI 강국 도약, 범정부 지원과 규제 혁파에 달렸다"
[이코노믹데일리]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이재명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AI 디지털 정책 컨트롤타워 신설과 규제 완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산업·공공 전 영역의 AI 전환(AX)과 범정부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인사들은 개별 부처 중심 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과 투자 규모 확대, 기술 혁신을 이끌 전문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영섭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장은 "대한민국에 가장 시급한 과제인 구조적 저성장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산업·공공·국민 전 영역에 인공지능(AI)을 과감히 도입·활용·확산하는 '한국형 AX 전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AI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 도입하고 민간과 공공 분야에 AI 융합 혁신 모델을 확산하는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가 AI 시범도시 운영, 유연한 규제 환경 조성 및 해외 전문가 영입 등 AI 혁신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 마련과 AX확산에 적극 지원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AI 디지털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여러 협회에서 공통으로 제기됐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현재 유관 부처에 산재한 AI 디지털 산업 관련 기능을 아우를 수 있는 단일한 AI 디지털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공공과 산업 전반의 AX, 교육, 문화, 의료 등 분야에서 국민 친화형 AI 보급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컨트롤타워가 예산 편성과 부처 간 이견 조율에서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대통령실 AI 수석 신설, 국가인공지능위원회 확대 및 기능 강화를 제안했다. 또한 "글로벌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민관이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AI 디지털 분야 2차 추경 편성을 건의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새 정부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시작하게 되었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근거가 취약하고 광범위한 규제로 혁신의 싹을 틔우기 어려운 산업 환경에서 규제 개혁을 이루고 새로운 규제에는 신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AI 플랫폼 3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글로벌 시각에서 국가 비전을 수립하고 산업계와 소통하며 정부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봉의 플랫폼법정책학회장 역시 "플랫폼 정책을 전담할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플랫폼 정책 자체가 부재했다"며 새 정부가 플랫폼 정책 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산업의 발전은 플랫폼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국가가 전략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접근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ICT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부처 중심의 정책을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를 요구했다. 그는 "낡은 규제에 가로막히지 않고 기술을 실험하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야말로 디지털 경제의 출발점"이라며 규제 완화, AI 공공사업 개방 확대, 사업 관련 인증 간소화를 주장했다. 게임 산업과 알뜰폰 업계도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한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국내 시장 성장 둔화와 해외 게임사 진출 가속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해외 매출에 대한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게임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자금 조달 어려움 해소를 위한 매칭펀드 조성과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신중 검토도 요청했다.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도매제공 대가의 사후규제 전환으로 중소사업자 경영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며 사전규제 재도입과 전파사용료 조정을 요구하며 "이는 소비자 권익 보호와 통신시장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적 선택이고 알뜰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ICT 업계는 새 정부가 AI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국가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립과 함께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미래 성장 동력인 ICT 스타트업 육성과 AI 기술의 전 산업 확산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정책 지원이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과 AI 강국 실현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2025-06-04 08:3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