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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도 못 믿겠다"…'유령코인' 사태에 드러난 거래소 시스템의 '치명적 허점'
[이코노믹데일리] 빗썸의 '60조원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핵심 운영 방식인 '장부 거래' 시스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업계 전반의 신뢰 위기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안으로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PoR)' 의무화가 거론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며 구조적인 시스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당초 지난주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빗썸 현장 검사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인력도 8명으로 늘렸다. 이는 사고의 원인 규명이 예상보다 복잡하고 과거에도 유사한 오지급 사례가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는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가 도입한 PoR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PoR은 거래소가 특정 시점(스냅샷)에 고객 자산만큼의 코인을 실제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PoR이 빗썸 사태와 같은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고는 거래소의 실제 지갑 보유량과 내부 장부상 수량이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는 '깜깜이 장부'에서 비롯됐다. 빗썸은 하루 한 번만 장부와 지갑을 대조했고 그 사이 보유량의 13배가 넘는 '유령 코인'이 장부상에 찍혀도 20분간 알아채지 못했다. PoR은 특정 시점의 잔고만 보여줄 뿐 거래가 일어나는 순간의 정합성을 검증하지는 못한다. ◆ 업비트 '5분 대조'도 완전한 해법 아냐…기술적 한계 현실적인 대안은 '대조 주기 단축'이다. 업비트는 사고 이후 "5분마다 장부와 실제 지갑 잔액을 대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거래는 초 단위로 체결되는데 검증은 분 단위로 이뤄지면 그 사이의 '공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한계도 명확하다.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블록체인상에서 검증하려면 거래소의 핵심 시스템을 외부에 공개해야 하고 블록체인의 느린 처리 속도 탓에 데이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이후처럼 보유량을 초과하는 주문 자체를 시스템적으로 원천 차단하는 설계가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한편 금감원의 '감독 부실'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민병덕 의원실에 따르면 빗썸은 이미 2024년 현장 컨설팅에서 '장부와 지갑의 정합성 확인 데이터 부족'을 지적받았음에도 시정되지 않았다. 당국이 6차례나 점검·검사를 진행하고도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가상자산 정보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 케이스"라며 "'유령 코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도권 편입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국은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에 △보유량-장부 실시간 연동 시스템 의무화 △외부 기관의 주기적 점검 △사고 시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 부과 등 강력한 규제를 담을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 사태는 단순한 운영 실수를 넘어 거래소 시스템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고강도 규제가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신뢰 회복과 산업의 건전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6-02-19 07:32:58
빗썸 사태, 주인이 아니라 '신호등'이 고장 났다
[선재관의 시선] 60조 원. 한 국가의 국방 예산을 훌쩍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이 거대한 숫자가 단 한 번의 키보드 입력 실수로 허공에 떴다가 사라졌다. 지난 6일 빗썸에서 벌어진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고도화된 해킹 공격이 아니었다. 단위를 ‘원(KRW)’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적은 촌극이었다. 블록체인의 무결성과 혁신을 외치던 가상자산 시장이 실상은 얼마나 원시적인 수기(手記) 장부와 인간의 손끝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순 없다. 오늘 10시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풍경은 안 봐도 비디오다. 여야 의원들은 경영진을 향해 호통칠 것이고 금융당국은 기다렸다는 듯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지분 제한’이라는 낡은 칼을 꺼내들 것이다. 은행처럼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쪼개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복안이다. 사고는 시스템에서 터졌는데 처방은 지배구조로 내리는 전형적인 ‘여의도식 문법’이자 ‘행정 편의주의’다. 우리는 여기서 냉정하게 되물어야 한다. “대주주가 바뀌면 입력 오류가 사라지는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지배구조’가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재다. 60조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가 입력되고 승인되는 과정에서 그 어떤 경고등도 울리지 않은 ‘시스템의 구멍’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대주주 지분을 분산시키면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고치는 대신 도로 소유주를 바꾸겠다는 억지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이미 ‘주인 없는 회사’의 실패를 수없이 목격했다. 지분이 잘게 쪼개진 시중은행에서도 수백억 원대 횡령과 배임, 불완전 판매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주인이 없다고 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질 주체가 사라져 관치(官治)의 놀이터가 될 뿐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 투명성을 위한 장기적 과제일 수는 있으나 당장 시급한 ‘거래 안정성’을 담보하는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초(秒) 단위로 전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낡은 금융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며 징벌적 규제에 몰두한다면 그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지금 금융당국이 들어야 할 것은 기업을 옥죄는 몽둥이가 아니라 기술적 허점을 꿰뚫어 볼 현미경이다. 규제의 방향은 ‘사람(대주주)’이 아닌 ‘시스템’을 향해야 한다. 입법의 초점은 지분 쪼개기가 아니라 ‘기술적 강제력’ 마련에 맞춰져야 한다. 우선 거래소의 장부와 실제 블록체인상 자산을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이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간 준비금 증명’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인간의 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도덕성이 아니라 코드(Code)다. 여기에 평소 거래량이나 보유량을 초과하는 비정상적 주문이 입력될 경우 시스템이 자동으로 승인을 거부하고 동결하는 ‘이상 거래 킬스위치’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감독 방식의 진화도 필수적이다. 당국은 사후 약방문식 제재에서 벗어나야 한다. 종이 보고서만 받아볼 것이 아니라 거래소 API와 연동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신뢰를 먹고 산다. 그 신뢰는 주인이 누구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인이 앉아 있어도 사고가 날 수 없게 만드는 완벽한 기술적 무결성에서 온다. 국회와 당국은 이번 사태를 관치의 영역을 넓히는 기회로 삼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혁신을 죽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 그 해법은 ‘규제 만능주의’가 아닌 ‘기술적 투명성’에 있다. 60조 원의 촌극이 남긴 교훈을 오독(誤讀)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엉뚱한 외양간만 고치게 될 것이다.
2026-02-11 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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