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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초고층 타워, 하늘에 막히다… 청라시티타워의 10년 표류
[이코노믹데일리] 인천 청라국제도시 8공구 한복판, ‘청라시티타워’가 철제 울타리 뒤에 멈춰 선 채 10년 넘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착공만으로도 도시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이 초고층 타워는, 전망대·호텔·상업시설을 갖춘 지하 2층, 지상 30층, 높이 448미터 규모의 ‘글로벌 랜드마크’로 계획됐지만 각종 규제와 사업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청라시티타워 프로젝트는 2014년 국제공모를 통해 시작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과 LH는 청라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겠다는 청사진 아래 시티타워를 미래 상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김포공항 이착륙 항로와의 충돌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항공안전 규제라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서울지방항공청은 비행절차 변경이 없으면 기존 계획을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수년간 사업자 설계 변경과 인허가·심의 절차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항공안전 규제뿐 아니라 LH와 민간사업자 간 공사비 분담 갈등, 계약 해지와 소송전, 시공사 선정 지연 등 다양한 장애물이 더해졌다. 건물 높이 조정 방안도 논의됐으나, 비행절차 변경 용역 결과 원안대로 448미터 유지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일단락됐다. 사업 지연은 청라의 도시 전략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도시 브랜드와 인근 부동산의 투자 매력도에 타격을 입었고, 상가 입주민과 시민들은 “청라시티타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기대를 품었지만, 10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다”며 허탈함을 토로한다. 최근 LH와 서울지방항공청은 비행안전성 검증 용역을 추진 중이며, 연말까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시공사 선정 등 실질적 사업 재개가 예상되지만, 시민들은 ‘또 다른 변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시티타워가 지역경제와 도시브랜드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의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라시티타워만의 문제는 아니다. 송도 6·8공구 초고층 타워 사업 역시 항공안전 규제와 인허가 지연, 설계 변경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두바이, 상하이 등 해외 초고층 도시는 신속한 인허가와 통합계획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들었지만, 국내에서는 항공안전 규제, 중앙·지방 간 협의 절차, 경제성 논란 등이 맞물리며 ‘한국형 신도시 개발’의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층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항공·교통·행정계획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청라 8공구 현장에는 여전히 공터와 울타리만이 남아 있다. 10년 전 약속했던 랜드마크의 그림자는 지금도 청라의 하늘 아래 머물러 있다.
2025-05-27 08: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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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하철이 무너졌다, 청라 6공구의 침묵
[이코노믹데일리] 청라국제도시 중심부,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가 멈췄다. 2023년 10월, 6공구 006정거장(가칭) 부근에서 하루 930톤에 달하는 지하수가 터져 나오며 대규모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궤도와 승강장 바닥이 내려앉고, 스크린도어도 변형됐다. 인천시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청라 6공구 핵심 공사는 결국 중단됐다. 이상도시를 표방했던 청라의 심장부에 ‘침묵’이 내려앉은 것이다. 이 문제가 발생한 곳은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과 연결되는 006정거장(가칭) 일대다. 서울 강남에서 부천, 인천을 거쳐 청라까지 이어지는 7호선 연장선의 종점이자 추후 스타필드 청라와 돔구장 개발의 관문 역할을 맡는다. 인천시는 당초 2027년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삼았으나, 2023년 말 지반침하 사고 이후 공정률이 크게 떨어졌다. 현재 인천시는 1단계(석남역~005역)를 2027년에, 2단계(스타필드 청라역~006역)를 2029년에 개통하는 계획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청라 6공구는 교통·상업·주거시설이 집약된 핵심 지역이다. 이 일대에는 LH 복합용지와 상업용지, 스타필드 청라, 돔구장 등 대형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어 지하철 개통이 필수적이다. 침하 사고와 개통 연기 탓에 상업용 부지 분양, 대형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와 투자자 사이에서는 교통공백, 상권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인천시는 사고 이후 침하 구간에 차수벽 보강과 지반 안정화 작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 토목학회에 의뢰해 지반침하 조사 용역을 마쳤고, 2025년 상반기 내로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하반기에 6공구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현재는 지하수 제어를 위한 주입공법 등 보강방안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매립지 기반에 모래와 실트층이 혼재된 청라 6공구 지질 특성상, 완전한 안전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더 큰 논란은 사고와 공식 발표, 일정 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미흡함이다. 실제 침하가 발생한 시점은 2023년 10월이지만, 용역 발주 및 보완계획 수립, 국토부 승인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공정률 하락과 예산 재조정, 장비 출입 제한 등 추가 문제가 이어지면서 사업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하수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공기 단축에 쫓겨 차수 대책이 간소화된 것이 침하의 본질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감리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된 점, 터널폐수 처리나 환경영향평가 관리까지 소홀했던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이번 청라 지하철 사고는 단순한 공사 지연이 아니다. 대규모 도시개발 신뢰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다. 공공기관 주도의 사업이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시기별로 행정 절차와 정보공개, 환경관리까지 허점이 드러났다. 주민과 투자자들은 불신을 표출하고 있고, 일부 개발사업자는 계약 철회나 투자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재발 방지와 공사 정상화를 위해 특수 공법과 감리 강화에 나서고, 상반기 내 국토부 승인을 받아 하반기에 본격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라 6공구의 침묵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계획과 현실, 속도와 안전 사이의 괴리가 만든 결과다. 이상도시로 설계된 청라는 지금 '이 도시는 정말로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2025-05-26 07:4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