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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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병들게 하는 혐오의 덫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과 중국 양국 국민 사이에 상호 혐오 정서가 깊어지는 현상이 심상치 않다. 주요 파트너 국가 간의 이런 감정의 골은 양국 관계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기 파괴적인 행위이다. 문제의 핵심은 양국에서 나타나는 혐한(嫌韓) 및 혐중(嫌中) 정서가 일반 대중 전체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일부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그룹에 의해 주도되고 증폭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와 같은 익명의 공간을 활용하여 자극적이고 편향된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한다. 국내에서는 중국의 역사적, 문화적 이슈(동북공정, 문화 기원 논쟁)나 환경 문제(미세먼지), 또는 정치 체제 및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 중국인 전체에 대한 인종적 편견과 비하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중국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이 기성세대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미래 관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내 일부 그룹에서도 한국의 문화적 성과를 폄하하거나, 한국의 안보 및 외교적 결정(예: 사드 배치)에 대해 감정적인 반감을 표출하며 경제적 보복이나 비난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 역시 한국 사회와 한국인 개개인에 대한 오해와 비난으로 비화되어 간다. 이런 소수 강성 그룹의 주장은 온라인 환경의 '확성기 효과'를 타고 마치 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정교하게 조작되거나 과장된 사례는 빠르게 퍼져나가며, 이는 양국 국민 간의 오해와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혐오 정서를 자신의 정치적, 상업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특정 정치 세력은 국민적 불만이나 불안을 외부에 투사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거나 정적을 공격하는 도구로 혐오 감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파 = 친중/친한 프레임'을 씌우며 합리적인 논의를 차단한다. 여기에 편승해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를 이용해 높은 조회수와 트래픽을 노리는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일부 미디어와 유튜버들은 사실 확인 없이 선정적인 혐오 소재를 다루며 이윤을 추구하고, 이는 혐오 정서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이런 이용 세력은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방해하고, 합리적인 대화와 협력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한중 관계가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 이런 혐오 선동과 이용 행위를 단호하게 청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의 책임 있는 미디어와 교육 기관은 편향되지 않은 사실 기반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익명성을 악용한 혐오 표현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자정 노력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양국의 시민 사회는 소수의 강성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건설적인 민간 교류를 확대하여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회복나가야 할 것이다. 혐오의 감정은 잠시의 대리 만족을 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양국 관계뿐 아니라 각 사회의 성숙도를 떨어뜨리는‘독(毒)’이다. 혐오를 배설하는 행위를 멈추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상호 존중과 협력의 관계를 다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2025-11-13 09: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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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로당, 설치는 의무지만 활용은 저조…"고령 친화 서비스 확대해야"
[이코노믹데일리] 아파트 단지 내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경로당이 고령자들의 실제 생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경로당을 현대화하고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로당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2006년부터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주민공동시설이다. 그러나 운영·관리 방식에 대한 지침은 부재하고 면적 등 시설 설치 기준만 규제돼 있어 고령자의 다양한 욕구와 변화한 생활양식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에는 총 3596개의 경로당이 있으며 이 중 65.6%인 2348개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 아파트 경로당의 평균 개설 연한은 20.5년, 평균 정원은 32.9명으로 서울 전체 경로당 평균(23.1년, 35.5명)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서울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6%(448명)가 단지 내 경로당 위치를 알고 있었으나 실제 이용자는 31.2%(156명)에 불과했다. 특히 성별·나이별 차이도 컸다. 남성의 이용률은 21.2%에 그쳤고 여성은 40.6%였다. 나이별로는 만 75세 이상 고령층의 절반 이상(57.1%)이 이용한다고 답했지만 만 60~64세의 경우 이용률이 0%였다. 경로당을 알지만 이용하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76.7%)가 가장 많았고 “집에 있는 게 더 좋아서”(24.7%), “다른 이용자와 어울리는 것이 불편해서”(13.0%)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실제 이용자들은 “친한 친구나 이웃과 교류하기 위해서”(78.8%), “날씨 영향을 피하기 위해”(57.5%), “저렴한 식사와 간식 제공”(57.1%)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현재 서울시 경로당의 85.6%가 주 1회 이상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중 22.6%는 주 5일 내내 식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식사 외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55.1%에 불과해 생활체육·건강관리·취미 오락 등 다양한 활동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거주 고령자들은 대체로 건강과 경제 여건이 양호하고 아파트 단지 환경에 만족하며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당 이용 여부를 설문한 500명 중 노인복지시설이나 공공주택 입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아파트 거주 만족 이유로는 “안전한 산책 공간”(88%), “쾌적한 단지 환경”(86.6%) 등이 꼽혔으며 불만족 요인으로는 의료·교육·문화시설 접근성 부족이 지적됐다. 서울연구원은 이에 따라 “경로당을 단순 휴식·식사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적 고령자 지원 시설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파트 단지는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과도한 공공 개입은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서울연구원은 필수 주민공동시설을 경로당에 국한하지 않고 재가 노인복지시설(고령자가 자기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시설), 노인 의료 복지시설, 노인주거복지시설 중 하나를 선택해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고령 친화 아파트 인증제 도입을 통해 경로당 운영 프로그램 수, 고령자 친화 시설 다양성 등을 기준으로 단지를 등급화하고 인증 단지에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2025-09-04 10: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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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양종희標 ESG 경영 눈길…하나 '채권' vs KB '투자' 경쟁
[이코노믹데일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각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그룹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경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함영주 회장은 ESG 채권 발행을 통한 녹색 금융 확대를, 양종희 회장은 투자 중심의 ESG 리더십 강화를 앞세우며 금융사 간 지속 가능 경쟁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도 ESG 경영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먼저 하나금융은 발행 자금이 친환경 및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ESG 채권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ESG 금융은 크게 채권·여신·투자로 나눠 관리하고, 2030년까지 총 6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ESG 채권 25조원, ESG 여신 25조원, ESG 투자 10조원 씩이다. 이 중 여신부문은 지난해까지 26조6000억원 가량을 공급하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 했고, 채권은 8조24억원을 발행하면서 전체 대출채권의 약 20%를 차지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사업장의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2% 감축하고, 2050년엔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목표다. 아울러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 여신에 우대 금리 적용,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폐기물 재활용 등 친한경 산업에 대한 대출·투자 집행 등 친환경 프로젝트와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자금을 배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이사회 내 전담기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ESG 담당 임원 주도로 지속 가능 경영 실무위원회를, ESG 담당 부서장 및 실무자 주도의 지속 가능 경영 실무협의체도 각각 운영하면서 관계사별 다양한 아이템 발굴·관리에 나서는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ESG 경영 활동의 추진 현황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2년부터 정량화된 재무 가치로 측정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측정 결과를 경영 전략 및 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고객·주주·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ESG 금융 5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 'KB Green Wave 2030' 기회 대응 전략과,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중장기 위험 대응 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기반해 녹색 금융 투자 확대와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는 33조2000억원으로, 이미 2030년 목표치(50조원)의 66.4%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금융지주 최초로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해 그룹 차원의 ESG 전략을 총괄하고 있으며, 계열사별 협의체 및 전담조직 운영을 통해 대응 활동을 지원 중이다. 아울러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내 ESG 투자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실행 주체 역할을 맡아 녹색 전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ESG 우수기업대출, KB 태양광발전사업자 우대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각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에 이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만든 '부문별 탈탄소화 접근법'은 SBTi(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 방법론 중 유일하게 산업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수 있어 금융 부문에 가장 적합하단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회 대응 전략과 위험 대응 전략을 연계해 추진하며, 수익 기반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기후 리스크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ESG 경영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단순 마케팅 차원이 아닌, 리스크 관리와 장기 수익성 확보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과 KB금융이 ESG 부문에서 리더십을 보이는 건 결국 글로벌 투자자 신뢰 확보와 직결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ESG 경영 성과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보는 대표적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ESG 금융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025-09-03 06: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