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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3)
한국 정치의 위기를 진단할 때 우리는 흔히 이념의 충돌, 정책의 부재, 세대 갈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더 본질적이고 어쩌면 치명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즉 ‘불인(不仁)의 정치’가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논어』에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말이 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똑같을 필요는 없고 소인은 겉으로만 같으면서도 조화롭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의 정치권은 안타깝게도 후자의 모습에 가깝다. 정책이 나오기 무섭게 여야는 내용보다 ‘누가 말했느냐’에 집착한다. 여당의 정책은 “정권 연장술”로 야당의 법안은 “포퓰리즘”으로 단정된다. 정책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공격의 재료가 된다. 『중용』에서 말하는 “성(誠)은 천지의 도요, 성지(誠之)는 인지지(人之道)라”, 성실과 진정성의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 상임위에서는 정책 논의가 실종된 지 오래다. 대신 개인 비난과 감정적 언사가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예산 심의와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상대 진영의 도덕성 공격만 난무한다. 답변 또한 사실 설명보다 정치적 반격으로 채워진다. 서로를 향해 “무능하다”, “비겁하다”는 말이 서슴없이 오간다. 언어의 난투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분열과 혐오를 더욱 키우고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되레 재생산하는 구조가 굳어진다. 여당은 야당을 ‘발목 잡는 세력’으로 야당은 여당을 ‘독선의 권력’으로 규정한다. 상대는 국정의 동반자가 아니라 반드시 제거해야 할 경쟁자로 인식된다. 『논어』에서 말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내가 원치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타협은 굴복이 되고 양보는 배신으로 읽힌다. 결국 민생 정책은 표류하고 국민은 피로와 냉소만 쌓아간다. 정치가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은 동의가 아니다. 상대의 주장 속에도 들을 만한 일리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주장 역시 국민을 구성하는 하나의 목소리임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중용』은 “중(中)이란 치우치지 않음이고, 용(庸)이란 변하지 않음”이라고 설명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오늘의 정치는 이 ‘중용(中庸)’의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정치의 본령은 다름을 조율해 공존의 지점을 찾는 것이다. 자신이 옳다는 확신보다 상대도 국민의 절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이 필요하다. 『논어』의 “군자무본(君子務本),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자는 근본을 세우는 데 힘쓰며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는 말처럼 지금 정치가 되찾아야 할 근본은 거창한 개혁이 아니라 태도의 회복이다. 비난을 앞세우는 정치를 멈추고 상대의 논리를 경청하며 필요할 때는 양보할 줄 아는 성숙함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이자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품격이다. 한국 정치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제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2025-11-19 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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