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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가 뭐길래 투자자들이 화가 났나… 한화에어로·삼성SDI는 왜?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의 사례를 통해 기업의 자본 조달 수단과 부채 비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대규모 유상증자 발행···대체 뭐길래 투자자들이 화 났나 유상증자는 기업의 대표적인 자본 조달 수단 중 하나예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처음 만들어지면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단계에 따라 시드투자· 시리즈 A·B·C 등의 투자 유치를 하고, 이후 사업 모델이 충분히 성숙된 비상장 기업은 기업공개·상장(IPO)을 준비합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지인, 벤처캐피탈(VC)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다 점차 대기업, 사모펀드,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자금 확보를 이어나가고 그 이후엔 IPO을 통해 기관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자금을 조달받는 거죠. 기업은 그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투자자들은 그 성장에 대한 이익을 배당·시세차익 등을 통해 나눠 갖는 게 자본시장의 기본 구조예요. 이미 상장된 기업은 일반적으로 분기, 반기 등 필요한 시점에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요. 하지만 회사채는 채권의 일종으로 구매자들에게 돈을 빌려온 개념이기 때문에 재무재표 상에서 부채로 인식되죠. 이 때문에 사업보고서 상에서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투자자 혹은 고객 업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부채비율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특히 방산 분야처럼 장기 계약을 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 계약 수주 시의 재무재표 상 재무건정성의 중요성은 더 높아져요.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유상증자예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면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대규모 자본금을 조달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요. ◆ 취지 납득하지만 '결과' 예측이 불가능한 유상증자 유상증자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그 목적과 시점에 따라 논란이 될 여지가 있어 주주들에게 명확한 이유와 향후 계획 제시를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하지만 이번 사례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고, 한국 증시 환경을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크다는 의견이 많아요.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미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성장 가속화를 위한 시설 투자 자금 확충 명분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어요. 이번 유상증자 주식 수는 1182만1000주로 증자 비율은 16.8%에 해당돼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20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어요. 이는 보통주 595만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13%에 해당됩니다. 삼성SDI는 어려운 업황을 극복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에어로는 역대급 호황에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실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물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전문가들로부터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SDI에 대해 최근 차입금이 급증한 상태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려는데 자체 영업 현금 흐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훼손하지 않고 설비 투자를 하겠다는 설명은 타당하지만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하란 의문을 제기했어요. 삼성SDI의 주가순자산 비율(PBR)은 0.64배였거든요. 중국 업체들처럼 PBR 3배에 비슷한 규모로 증자했으면 5배 많은 10조원 규모 자본 확보가 가능하고, 2조원으로 충분하다면 3% 수준의 주식 희석화로 일반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 한화에어로의 경우에는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에 회사 여유 자금을 사용하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 주주에게 받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한화에어로 이사회는 지난 2월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한화에너지 및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해 지배력을 강화했기 때문이에요. 이후 한달 만에 이뤄진 유상증자는 일반 주주에게 대규모 부담을 떠안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지요. 게다가 이들은 회사채 등급이 'AA-'로 높아 조 단위 회사채 발행에 지장이 없어 더 논란이 됐어요. ◆경영진의 임시방편, 자사주 매입으로 투심 달래기…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양사 경영진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어요.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19일 당일 1억9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1000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밝혔고 한화에어로도 김동관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들이 지난 24일부터 총 48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한다고 밝히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어요. 이에 따라 실제 주가가 일부 회복하기도 했고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증자 규모와 주주 피해에 비하면 소액에 불과해 허울만 좋은 구색 갖추기란 비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이번 유상증자를 토대로 가파르게 성장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투자자들에게도 공정하게 이익을 배분하면 더할 나위 없을 텐 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는 일반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어요.
2025-03-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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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삼성전자 이사회 개편 비판… "글로벌 거버넌스 혁신 부족"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문가 중심의 이사회 개편을 발표했지만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변화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가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경쟁력 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문화, 평가보상, 이사회 등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사회의 본질적 역할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영 경험과 독립적인 시각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하면서 이사 후보 선임을 확정했다. 기존 이사 9명 중 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등 사외이사 3명이 연임하고 이재혁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새롭게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사내이사로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사장을 신임 후보로 선임하고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연임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문가를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사회 구성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이 강조하듯 이사회는 단순히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 리더십, 자본 배치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문가를 추가하는 것보다 글로벌 경영 경험을 갖춘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후보들이 선진국 기업 거버넌스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전현직 외국인 CEO, 인공지능(AI)전문가, 자본시장 전문가 등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컨트롤타워 설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을 벗어난 경영 간섭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버넌스 포럼 측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은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를 감시·통제하는 것이며, 경영 구조에 대한 개입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2025-02-21 10: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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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은 찬성, 상법 개정은 반대…기업들 진정성 의심
<편집자주>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때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전해 새로운 형태의 'K-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국회의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진화하는 K-행동주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코노믹데일리] [이코노믹데일리] 현재 국회와 정부는 국내 증시의 만성적 문제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당국과도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프로그램' 가동에 나섰다. '연결고리'라고는 없어 보이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밸류업 프로그램은 묘한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매년 연말이면 다음해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행동에 나서는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들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이사 선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개정을 추진하는 상법이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시장 구조에서 상법과 밸류업 프로그램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을 확장하는 역할을 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4일 "개정될 상법과 밸류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도와주는 면이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구를 했을 때 이사들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생기면서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요구 사항들을 적극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밸류업을 잘못한다든지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회사가 있으면 두 제도를 활용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사 추천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법의 경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4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상법 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 주주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지배 경영권 남용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목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현재 분할·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의 경우만 봐도 가장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 방법은 상법 개정"이라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도입되는 것만으로 두산은 지배구조 개편을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부와 금융권은 지난 2일 상법 개정의 대안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00여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주식의 포괄적 교환, 분할합병 등을 진행할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상법 개정을 언급하면서 금융당국이 들고 나온 정책이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스크리닝하는 요건에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여부와 최근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넣었다. 자율적으로 밸류업을 공시한 기업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실시와 높은 PBR과 ROE를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PBR은 주가가 기업의 자산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PBR이 1배를 넘지 못하면 기업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로 요구하는 것도 주주환원을 통해 PBR을 올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이다. 지난달 25일 고려아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영풍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시작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자산운용이 자사주 전량 소각과 밸류업 공시 등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내용만 놓고 보면 비슷하지만, 상법과 밸류업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상반된다. 일단 밸류업 공시엔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기아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3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내놨다. 판매·제품 경쟁력 강화, 신사업 다각화를 통해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35%, 영업이익률 1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자사주) 466만주를 1조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8월엔 올해 최소 배당금을 주당 1만원 이상으로 확정하고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도 최근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윤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밸류업이란 주주환원이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공시하는 행위"라며 "행동주의 펀드는 공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감시하고 점검하는 주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상법 개정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해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대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주주가치 제고에는 동의하지만,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에 거부감이 크다. 밸류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더라도 그 방법이 상법 제328조3에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사외이사를 독립이사 개념으로 구체화하고 감사위원 중 독립이사의 숫자를 확대하는 내용 역시 최대주주의 경영권에 위협을 준다고 해석되면서 기업들이 반대하고 있다. 독립이사는 회사 경영진, 대주주 등으로부터 독립된 외부 인사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상장 기업의 이사회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독립이사 대신 사외이사 개념만 존재한다. 상법 개정안은 이런 점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과 유사하다. 독립적 인물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 2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 측에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주를 위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3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지분 14.04%를 확보하고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첫 사례였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일명 오너일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영 지배권을 잃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반발에도 시장에선 상법 개정안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문화할 경우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소액주주 권익을 더욱 강화할 거라는 기대감을 내놓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는 행동주의 펀드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과 연합하거나 의결권을 위임받음으로써 주주 행동주의 중심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활발히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12-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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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전자' 반도체 경쟁력 하락… 외국인 투자자 "'지배구조 리스크'가 키웠다"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1일 장중 8만8800원, 시총 530조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넉 달 뒤인 지난 14일 시총 230조원이 증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로 삼성전자 주가가 4년 5개월 만에 4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점인 0.87배까지 떨어졌다. 다음날 주가가 5만원대를 회복하고 삼성전자가 자사주 10조원어치를 매입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바닥을 모르는 삼성전자의 추락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질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트리서치는 '삼성 주가 하락의 이유'를 묻는 이코노믹데일리 질문에 18일 “(삼성의 주가 추이는) 주목할 만한 동향”이라고 답한 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스트레이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펼치며 미국 시장에서 경기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며 "관세 인상 등 당선인이 공약을 이행할 경우 달러 강세는 불가피해질 게 뻔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 전문가들은 또 다른 분석을 내놨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달리 유독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보인 기저에는 삼성전자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명 ‘지배구조 리스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일시적인 경쟁력 훼손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훼손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 수뇌부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이다. 지배구조에 획기적인 전환이 있지 않은 이상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삼성전자 경영진의 능력을 두고 의심은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 그 의구심이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반도체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인 TSMC에 밀려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를 냈다. 이에 이 회장은 2022년 10월 회장 취임 당시 사내 게시판에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지난달 8일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고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지 못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까지 SK하이닉스에 내준 게 주요 원인이었다. 2019년 HBM 연구개발팀 해체가 패착의 이유가 됐다는 주장과 함께 지배구조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측은 “반도체 경쟁력 약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이나 전략적 선택 등 기업 경영에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이 회장이 이를 미루거나 하지 않은 점”이라며 "수 년 째 인수합병을 한다면서 실행하지 못했고 그 사이 염두에 두던 회사들 시총은 2~3배 올랐는데, 만약 선전국 기업들이었다면 이사회에서 그 경영자를 해고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이 미등기임원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지 않아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되지 않는 미등기임원은 회사의 법적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어도 실질적으로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해 논란이 돼 왔다. 등기임원에 비해 법적 책임이 가벼워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한다는 비판도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달 발간한 ‘2023 연간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찬희 위원장은 “삼성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 경험하지 못한 노조의 등장, 구성원의 자부심과 자신감의 약화, 인재 영입의 어려움과 기술 유출 등 사면초가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면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거버넌스에 획기적 전환이 없는 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은 계속 이어질 거라는 조언도 나왔다. 거버넌스포럼이 17일 발표한 논평에선 “최근 미국, 영국 등 초대형 자산운용사 중역과 핵심 펀드 매니저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며 “주요 목적은 삼성전자 고위층을 만난 후 운용사별로 수조원씩 되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지 아니면 매각할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024-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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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어닝쇼크' 두산밥캣…합병 앞두고 '꼼수' 의혹 제기
[이코노믹데일리]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업 재편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두산그룹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과 관련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나 정정요구한 뒤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투자업계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요 경쟁사들이 글로벌 시장 침체에도 양호한 실적을 보이는 데 반해 두산밥캣이 유독 실적 부진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생산과 판매를 의도적으로 줄여 매출 하락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데서 비롯했다. 6일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2·3분기 실적이 인수합병을 앞두고 완전 박살났다”며 “글로벌 경쟁사 중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의 캐터필러는 물론 오는 8일 실적을 발표하는 일본의 구보타 예상 실적을 보면 현재 (두산밥캣은 의도가 다분한 어닝쇼크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두산밥캣과 캐터필러, 구보타 3사의 실적을 동일한 화폐 기준인 달러화로 비교해 봤다. 두산밥캣은 지난달 28일 3분기 매출이 13억6000만 달러(약 1조777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상황은 더 안 좋았다. 9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8% 급감했다.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억3000만 달러, 1억7000만 달러로 16.3%, 48.7%씩 줄었다. 특히 주력 시장인 북미 매출은 22% 감소했다. 이에 반해 캐터필러나 구보타는 지난해보다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도 실적은 두산밥캣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캐터필러는 매출 168억 달러, 영업이익 31억 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4%, 9% 감소한 데 그쳤다. 캐터필러는 실적발표회에서 “정부의 인프라 수요 둔화로 올해는 상승 추세가 완화됐지만, 가격 인상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경쟁사는 올 상반기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는 구보타다. 지난 1, 2분기 영업이익은 13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억1640만 달러보다 약 12% 올랐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건설 부문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27% 증가했다. 조만간 발표할 3분기 실적도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동종 업계 기업들이 업황 부진에도 견고한 매출을 이어가면서 투자업계에서는 두산 측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기 위해 일부러 실적을 반토막 내 가치를 낮추려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광중 변호사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 형편에 맞게 회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두산밥캣도 실적을 의도에 따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기가 안 좋아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생산과 재고를 줄였다고 설명하는데 원론적으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 “재벌들이 합병 직전 가치를 낮추려고 일부러 실적을 안 좋게 만든 역사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다. 당시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쟁 건설사들이 실적 개선을 보이던 때 유독 삼성물산만 그 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당시에도 삼성은 의도적으로 실적을 낮춰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심을 받았다. 문제는 기업들이 합병할 때마다 '실적 토막내기' 음모론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해소할 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경우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지만, 1심과 2심 재판부가 정반대의 결론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삼성물산의 일부 소액주주는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다고 법원에 가격 조정을 신청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제시한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선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지만, 이것이 삼성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다. 현재 이 법은 의무 대상을 회사 만으로 하고 있는데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켜도 회사에 손해만 없다면 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돼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는 “미국의 경우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가 있어 주주가 소송을 걸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가 인정되면 실제 시장에서 입증의 책임이 주주에서 이사로 전환되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상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근 의원실은 “상법 개정 관련해 당론으로 채택할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2024-11-07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