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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반도체 블랙홀에서 반도체 격전지로 변한 중국
<편집자주> 값싼 공산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함께 방향을 틀었다. 생산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항해시대 이전 동서 교역 루트이던 '실크로드'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테크로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기세 좋게 테크로드를 확장하는 중국의 공습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시장 내 레거시(구형) 제품 공급이 늘어난 게 (실적에)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자리에서 메모리 반도체 부진을 설명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중국 업체들이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늘려 시장 가격이 내려갔고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업체가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을 꼽은 게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이 많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우리와 경쟁할 만큼 경쟁력이 올라온 건 최근"이라며 "중국 모바일 시장의 부진으로 지난해 침체됐던 반도체 시장이 올해부터 회복세를 타며 중국 업체들이 공급량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정보업체 스태티스타가 지난 8월 내놓은 '반도체-전 세계 시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총 5033억 달러(약 693조원)였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시장 규모가 1485억 달러(약 205조원)로 29.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2위인 미국(675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였다. 그럼에도 한국 등 반도체 선도 국가들이 안심한 건 규모에 비해 저조한 중국의 반도체 자급 수준에 있었다. 대신증권에서 지난 1월 발간한 '중국 반도체 국산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내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중국 전체 시장의 17% 수준이었다. 해외 자본이 들어와 만든 물량을 제외하면 현지 브랜드를 통한 반도체 자급률은 더 줄어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중국은 낮은 자급률 때문에 반도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1월 공개한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입액은 3493억 달러(약 481조원)에 달했다. 중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액 3375억 달러(약 465조원)보다 더 크다. 전 세계 반도체를 중국이 빨아들인다는 의미에서 '반도체 블랙홀'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2022년부터 '군사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근거로 첨단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며 압박하자,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자립'에 나서면서다. 이들 기업의 뒷배가 된 건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운 중국 정부였다. 중국은 반도체 투자기금(CICF)을 바탕으로 자국 업체를 지원했는데, 올해까지 이뤄진 제1기와 제2기 기금 규모는 각각 1387억 위안(약 27조원), 2042억 위안(약 40조원)에 달했다. 특히 제조 분야에 투자가 몰려 제1기에선 전체 기금의 67%, 제2기에선 75%로 총 2460억 위안(약 48조원)이 신규 반도체 공장(팹) 건설에 투입됐다. 이는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조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레거시 반도체부터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압도적인 생산력을 바탕으로 중저가 제품군을 장악하고 첨단 제품까지 점차 확장하겠단 의미로도 풀이됐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대표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올해만 매월 D램 웨이퍼 20만장을 공급할 것이라 예상했다. 지난 2022년까지 월 7만장 만들던 걸 2년 사이 세 배 가까이 키운 셈이다. CXTM의 올해 D램 시장 점유율도 11.8%로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4위에 오를 전망이다. 눈 여겨 볼 부분은 속도다. CXMT는 2016년 CICF 지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후 2021년 레거시 D램인 DDR4를 개발했으며, 이를 주력 제품으로 삼아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역시 2016년 CICF를 기반으로 창립된 후 레거시 제품으로 지난해 시장 점유율 6%를 달성했다. 설립부터 시장 장악까지 걸린 시간은 8년에 불과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상승은 주변국 수출에 직격타를 날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6%였는데, 그중 36.6%는 중국으로 향했다.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5.7%를 차지하는 셈이 됐다. 대만 역시 전체 수출 중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9%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이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만의 중국 무역 의존도 역시 2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거라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가 3분기 매출에서 고전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병훈 포항공과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이 낮아지면 시장 점유율과 투자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시장 경쟁력도 조금씩 감소한다"며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앞서가지 못한다면 중국 등 대체자에게 따라 잡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11-07 06:00:00
"엔비디아 과의존은 자충수?"…SK하이닉스 '역풍' 우려
[이코노믹데일리]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칩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면서 글로벌 HBM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를 두고 '엔비디아 독점 공급'이라는 타이틀이 SK하이닉스에겐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만 경제전문지 비즈니스타임즈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HBM 생산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년 HBM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 회사가 생산 시설을 늘리면서 내년 생산량을 올해 26만4000장 보다 105%(27만6000장) 증가한 54만여장으로 예상했다. HBM 생산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SK하이닉스다. 늘어난 수요량에 맞추기 위해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견고한 협력을 통해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BM3(4세대)에 이어 지난 3월 8단 HBM3E(5세대)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5%, 마이크론 9% 순이었다. SK하이닉스 생산은 HBM에 집중돼 있다. 지난 4월 HBM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청주에 총 2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중 새로 짓는 팹(공장)으로 HBM 생산용인 M15X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이천 팹 M10 일부 라인도 HBM 생산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SK하이닉스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이론을 눈 여겨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HBM 생산량 확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경우 SK하이닉스는 수요 감소로 인한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 엔비디아가 가격을 낮추려고 다수 고객사를 유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 공급업체 자격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 그래픽용 D램(GDDR5) 등 다양한 메모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유연한 생산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범용 D램 생산 능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하반기 D램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DDR3 가격은 50~100%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DDR4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PC용 DDR4(16GB) 가격은 1분기 27달러에서 2분기 29.7달러로 올랐고 같은 기간 모바일 LPDDR4(12GB) 가격도 22.1달러에서 23.4달러로 상승했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최근 보고서도 SK하이닉스에겐 달갑지 않다. 보고서는 "내년 D램 수요가 공급을 23%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데 11%인 HBM의 두 배 이상"이라며 "HBM이 전체 D램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반도체 생산 기업의 재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2024-07-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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