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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알짜 먹거리 '배터리'
[이코노믹데일리] 전기차(EV) 캐즘 등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배터리 시장이 미래에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탈탄소화에 이어 로봇, 드론, 자율주행, 전기차 등 다양한 미래 산업에서 배터리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다. 황경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시스템산업실 부연구위원은 20일 "배터리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전망했을 때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탈탄소화, 디지털 전환, 전동화 등 미래 트렌드를 봤을 때 배터리 성장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산업은 현재 대부분의 수요가 전기차 부문에 집중돼 있어 전기차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전기차 시장에서 중저가 배터리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인기를 끌자 삼원계(NCM) 배터리 생산에 열중하던 한국 배터리 기업의 영업이익과 시가총액은 급격히 하락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전기차 외에도 드론, 자율주행, 로봇, 차세대 발전소(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터리 필요성이 높아지며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먼저, 탈탄소화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연기관차로의 회귀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과거 석유를 동력으로 삼던 내연기관차에서 벗어나 전기차로 변화하는 추세는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이 많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시작하며 전기차로의 변환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자동차 업계가 목표로하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배터리가 필요하다. 미래 모빌리티의 경우 전력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배터리는 필수적이다. ESS를 통해 태양광, 풍력, 수력 등과 같이 불규칙적으로 생산되는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관리해 신재생 에너지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SS는 거대 배터리팩으로 저장이 어렵고 사용 후 없어져버리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지털 전환에도 모든 사물이 배터리로 움직이는 ‘사물배터리(BoT, Battery of Things)’ 시대가 도래하며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심항공교통(UAM)이 대표적이다. 이어 UAM의 종류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기체 시스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는 전기로 이착륙을 해 강력한 배터리 출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고방전 기술을 비롯해 급속충전 기술, 배터리 발열 관리나 안전 관리 등의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된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향후 공개될 로봇은 무선화를 기반으로 하기에 고용량 배터리가 불가피하다. 박철완 한국로봇산업협회 부회장은 "미래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향후 수요가 높아질 배터리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 성장도 중요한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연구·개발비(R&D) 증액'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은 LFP 배터리보다 더 저렴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까지 시작해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황경인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리스크가 투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 혼자 감당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경쟁국에 앞서 차세대 전지 기술 확보를 위한 R&D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5-01-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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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미국 대선···우리 기업은 어디에 후원했나
[이코노믹데일리] 전 세계 안보 및 경제·산업계 지형도를 바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이코노믹데일리는 2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 맞춰 21일 대선판에 투입된 우리 기업들의 로비 자금 내역을 살펴봤다. 결론부터 설명하면 우리 기업은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고 정당별 후원은 기업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원호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장은 "해리스 후보는 환경이나 인권 문제를 강조하고 있어 친환경 공급망 재편이나 노동조합 강화 등에 대응해야 한다"며 "반대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에 미국산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대선 후 세계 경제를 전망했다. 미 대선은 연방 상·하원 선거와 함께 다음달 5일(현지시간) 시작해 6일 마무리된다. 총 유권자는 약 2억4400만명인데, 지난번 대선 투표율 66.8%를 기준으로 보면 약 1억63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할 거라 예상된다. 선거 규모만큼 투입되는 로비 자금도 천문학적이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대선 관련 모금액은 총 10억8400만 달러(약 1조4850억원)였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억9600만 달러, 4억2060만 달러로 양분했다. 현재 미국은 로비 활동을 허용해 거액의 로비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슈퍼팩'이라 불리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대해선 무제한 후원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로비스트나 각종 모금 행사 등을 경유해 지원한다. 미 대선을 '쩐의 전쟁'이라 부르는 이유다. 다만 200달러(약 27만4000원) 이상 후원한 사람이나 기업은 로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은 미 의회나 정부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업별 로비 현황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로비 자금도 오픈시크릿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어느 당, 어떤 후보에게 흘러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공개된 모금액을 살펴봤더니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중에선 삼성이 올해만 354만 달러(약 48억5400만원)로 가장 많은 돈을 미 대선판에 투입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활동을 위해 삼성SDI아메리카, 삼성전자 미국법인 등 6개 주요 계열사가 뭉쳐서 만든 삼성그룹이 후원금을 냈다. 해리스 후보를 향한 후원금이 3만1448달러로 가장 많았고 트럼프 후보는 10분의1 수준인 3483달러였다. 연방의원 선거를 위해선 텍사스주에서 10선을 지낸 마이클 맥콜 연방하원의원과 같은주에서 11선에 성공한 존 카터 의원 등에 적극적으로 로비했다. 대선 후보와 달리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정당별로는 민주당이 54.7%, 공화당이 43.9%, 기타가 1.4%였다. SK그룹이 254만 달러(약 34억8000만원)로 2위에 올랐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5개 주요 계열사가 공동 출자한 'SK아메리카스'가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연방의원 선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선 후보에 투입된 로비 자금은 없지만, 연방의원 후원엔 정당별로 민주당은 83.9%, 기타는 16.1%를 차지했다. 흑인 여성 최초의 델라웨어주 하원의원인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 민주당 의원과 마틴 하인리 뉴멕시코주 민주당 의원 등이 많은 후원금을 받았다. 3위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23만 달러, 48만 달러로 총 171만 달러(약 23억4400만원)를 로비 자금에 썼다. 현대차그룹의 후원 비중은 대선 후보, 정당 모두 민주당이 높았다. 해리스 후보에게 3817달러를 후원했다면 트럼프 후보에겐 10만원도 안 되는 63달러를 건넸다. 정당별로는 민주당에 87.5%, 공화당에 12.5%를 지원했다. 기아도 해리스 후보에 후원한 액수가 2488달러로 234달러를 후원한 트럼프 후보보다 많았다. 정당 후원도 공화당(17.4%)보다 민주당(69.9%)에 집중됐다. LG그룹은 총 43만 달러(약 5억9000만원)를 로비자금으로 썼다. LG전자가 31만 달러,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등이 뭉친 LG코퍼레이션이 12만 달러를 냈다. LG전자의 경우 엄밀히 보면 기업이 아닌 직원 개인의 후원이었다. LG전자 직원들은 해리스 후보자에게 957달러를 지원했지만 트럼프 후보에게 후원한 금액은 '0원'이었다. 정당별 후원은 민주당이 93.7%, 기타가 6.3%였다. LG코퍼레이션 역시 직원들이 해리스 후보에게 786달러를 후원했지만, 트럼프 후보에게 들어간 후원금은 없었다. 정당별 후원은 공화당이 65.9%, 민주당이 34.1%를 차지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미국 선거판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이유는 거대한 대미 투자 액수에 있다. 미국에 돈을 쓴 만큼 투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미 투자액은 277억 달러(약 38조155억원)였다. 해외 투자액 비중은 43.7%로 1위였다. 특히 배터리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미국 직접투자액이 각각 37억9900만 달러, 23억4100만 달러였다. 해당 분야는 우리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삼는 핵심 사업이다. 미국의 대선 판도가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로비 자금이 들어간 정당과 후보는 각 기업이 미국에서 펼치는 사업과 일맥하는 부분이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7일 공개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자동차‧배터리 산업에 청신호가 켜지고 트럼프가 당선되면 철강 등의 산업에 유리할 것이라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덕에 64억 달러를 지원 받았음에도 상대 정당인 공화당 지원 비율이 높았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과 연관된 걸로 풀이된다. SK그룹과 LG그룹은 미국 내 투자를 배터리 관련 계열사가 주도하면서 전기차 전환과 관련된 곳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배터리 제조 회사인 SK온의 후원액은 민주당 연방의원에 쏠리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도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서 빌 하이젠가 미시간주 공화당 의원에 후원액이 몰렸다. 현대차의 경우 많은 액수를 후원한 해리스 후보보다 트럼프 후보에게 적은 액수라도 꾸준히 자금이 흘러간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수입차에 고관세를 부여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대형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공장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국제 정치 전문가들은 로비 액수보다 로비의 목적과 방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얼마나 후원하냐 보다 대선 후보들의 참모나 권력 심층부에 다가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 듯 하다"며 "결국 중요한 순간 후보들은 리딩 포지션(선도자)에 있는 사람에게 자문을 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연원호 센터장은 "바로 로비의 효과를 거둔다는 단기적 생각으로 접근하기보단,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관계를 만드는 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10-22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