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2008년 국내 양돈 농가를 보호하고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돼지고기 선물시장을 개설했다.
돼지고기 선물은 현재 가격으로 돼지고기를 선물 매수하면 6개월이나 1년 뒤 돼지고기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선물 매수했던 가격으로 상품을 받는 방식이다.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에 따른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부터 양돈 농가를 보호하고, 도매가격 안정으로 소비자에게도 도움을 준다.
한국거래소는 당시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 최초로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거래 품목으로 돼지고기 선물시장을 개설했다.
도입 첫해인 2008년 1만6258건의 계약이 이뤄졌고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 6억원에 달했다. 2009년과 2010년에도 연 1만4000여건에 육박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그러나 2011년에는 연간 거래량이 5981건으로 급감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연간 수십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2014년부터 지금까지는 아예 거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이처럼 돼지고기 선물시장이 침체된 데는 국내 돼지고기 축산농가가 대부분 영세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 단위가 1거래당 1000㎏ 규모로 일부 대규모 축산농가를 제외하고는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할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다 축산발전기금과 한돈자조금 등 축산농가를 위한 각종 기금제도가 마련돼 영세농가들이 선물거래보다는 손쉬운 기금을 이용하는 것도 선물시장 위축의 원인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돼지고기 선물거래 부진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기도 했다. 2010년 기본예탁금 최소액수를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췄고, 2013년에는 이마저도 50만원으로 다시 인하했다. 거래증거금도 14%에서 12%로 내렸고 선물회사들의 참여도 확대하는 등 다양한 거래 활성화 대책을 시행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당초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이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인 데다 축산물 성격상 가격변동이 심해 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이 침체한 데 대해 실수요자들의 시장 참여가 저조하고 선물거래를 이용한 위험회피도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거래 활성화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시장 유지비용만 드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의 상장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농림축사부 등 유관 부처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당장 상장폐지 등의 결정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