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화생명이 강도 높은 비용절감 정책을 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차남규 부회장의 공석을 재무통인 여승주 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서 메우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중금리까지 떨어져 미래 실적을 반영하는 주가가 10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에서만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냈다. 관련업계에서는 단순한 비용절감으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상황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는 안전자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생명 주가는 이날 오후 3시50분을 기준으로 전일대비하락 80(-5.86%)원 하락한 1285원을 기록 중이다. 10년 전 9000원대에 거래됐던 한화생명 주가는 3년 전 6600원으로 하락했고, 1년 전에는 3800원에 거래되다 최근에는 1000원대를 맴돌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1000원대 방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2억원으로 전년(4465억원) 대비 무려 87.2%(3893억원) 급감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장기 CEO 중 한 명이었던 차남규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승주 사장 단독체제로 전환한 후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용절감 아이디어 공모전까지 실시하는 등 강력한 긴축에 돌입했다.
문제는 마른수건 쥐어짜기식의 비용절감이 뾰족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 실적을 크게 갉아먹은 분야가 투자 손실 부문이라 근본적으론 투자 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매도가능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손실이 387억원에서 607억원으로 증가했다. 대출채권및수취채권 평가 및 처분손실도 125억원에서 459억원으로 늘었다. 파생상품평가 및 거래손실은 1781억원에서 1조1549억원으로 6배가량 급증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화생명의 영업비용은 5조7324억원에서 6조725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이 5조9532억원에서 6조8140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0억원에서 8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 2조원 통안채 1조3000억원 등 총 3조4000억원 순매수했다. 투자자별로는 금리 급락에 따른 거래 증가로 증권사, 자산운용 및 은행의 채권 거래량은 전달 대비 각각 11조3000억원, 11조20000억원, 8조원 늘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실물경제 충격이 있는 만큼 신용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보험사는 채권 등 좀 더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신용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크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장중 코스피가 3% 급락해 1900선이 붕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