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출판기념회 대신 북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결국은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한 후원회라는 성격은 같다.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은 500여명의 사람들로 넘쳐났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출판기념회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3선인 하 의원은 일찌감치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갑을 포기하고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참석해 열기가 더욱더 뜨거웠다. 이 전 대표 외에도 국민의힘 권영세·조해진·허은아 의원, 국민의힘 이인선 원내부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 의원의 책 ‘여의도 렉카’는 이날 최고 인기 상품이었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책을 구매하며 팬심을 전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경국립대학교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최 의원은 비례대표지만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일찌감치 안성을 지역구로 정하고 활동해 왔다.
최 의원은 자신의 인생 역경이 담긴 ‘간절하게 꿈꾸고, 거침없이 도전하라’는 책을 선보였다.
이날 출판기념회 역시 유력 정치인들이 총출동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안민석·이재정·김용민·김상희·전용기 의원과 원내대변인 임오경 의원, 최고위원 장경태 의원 등이 참석했다. 2부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는 개그맨 서승만도 등장했다.
여의도에서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을 홍보하고 세를 과시하고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로 불린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다. 책 가격과 상관없이 후원금을 내는 경우도 많고 일부 기업, 기관,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돈 봉투를 꺼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는 경조사로 분류된다. 모금 한도도 없고 모금액, 구매자(기부자) 등에 대한 공개 의무가 없다. 출판기념회 횟수 제한도 없다. ‘깜깜이 모금회’라고 비판 받는 이유다.
국회의원이나 선거 등록 후보들의 경우 정치자금법상 후원금이 관리된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각종 선거 후보로 등록한 경우 1억5000만 원의 후원금 모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역의원은 선거가 없어도 매년 1억5000만 원을 모금할 수 있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한도가 2배 늘어 3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금된 돈은 모두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선관위도 출판기념회 후원금 모집과 관련한 폐해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규를 만드는 데는 소극적이다.
지난 2014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황영철 의원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출판기념회 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같은 당 의원 153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황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지방의회의원 또는 후보자·예비후보자는 집회의 형태나 다수를 초청하는 형태로 일정한 장소에서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등 대가성 금전을 받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책을 홍보하고 설명하는 행사는 가능하지만 판매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월 4일 정치자금법이 포함된 정치관계법 입법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대부분 황 의원의 법안과 비슷하지만 출판사가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저서를 정가로 판매하는 행위는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 개최 일정, 장소, 출판사명 등을 관할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입법권한이 없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지만 법 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