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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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 입찰 '간이형 종심제'…같은 금액 입찰 속출에 제도 취지 흔들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공공공사 입찰 방식인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간이형 종심제)’에서 같은 금액을 써내는 업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애초 가격뿐 아니라 업체의 기술력과 경험까지 함께 평가해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특정 금액대에 입찰이 집중되면서 제도의 본래 의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국군재정관리단이 개찰한 ‘25-A-00부대 시설공사(1274)’가 대표적 사례다. 추정가격 105억원 규모의 이 공사에는 1565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220곳이 동일한 내역서를 제출해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같은 금액을 써낸 업체도 10곳씩 나타나 가격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비슷한 상황은 강원지방조달청이 집행한 ‘평창강 후평지구 하천정비사업(116억원)’에서도 반복됐다. 균형가격을 정확히 맞춘 업체가 8곳, 불과 1~2원 차이로 금액을 써낸 업체는 20곳에 달했다. 같은 날 개찰한 ‘평창강 다수지구 하천정비사업(176억원)’에서도 특정 금액대에 입찰이 몰리는 군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원인으로 ‘견적 대행 프로그램’을 지목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어란진항 정비사업(307억원)’의 경우 입찰 참가자의 80% 이상이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했지만, 동가 입찰은 없었다. 반대로 프로그램 사용률이 2%에 불과했던 후평지구와 다수지구에서는 대규모 동가 투찰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프로그램 문제가 아니라 일부 브로커가 균형가격 근처의 금액대를 미리 계산해 1원 단위로 나눈 뒤 여러 업체에 배포하는 관행이 원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간이형 종심제는 단순히 낮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자가 산출 역량과 기술력까지 평가에 반영해 ‘가격+역량’을 함께 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외부에서 만든 견적서에 의존하는 업체가 늘면서 제도의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자가 산출 역량을 갖춘 업체들은 오히려 불리해졌다는 박탈감을 호소하고, 발주기관은 동일내역서 검증에 인력이 묶이면서 계약 집행 속도까지 늦어진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낙찰 이후 공정 관리와 품질 저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입찰자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다. 수백 개사가 참여하면 균형가격 주변으로 투찰이 몰리면서 가격이 밀집되고, 결과적으로 동일 금액 입찰이 반복된다. 심지어 입찰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경우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 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견적서 유통 구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한 동가 입찰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간이형 종심제가 지향한 ‘가격과 역량을 함께 본다’는 변별력은 사실상 사라졌고, 발주기관의 부담과 계약 지연, 시장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간이형 종심제는 가격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며 “입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가 산출 역량을 살릴 수 있는 제도 보완 없이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2025-09-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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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취소는 피했지만'…정부, 중대재해 건설사 공공입찰 제한
[이코노믹데일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면허취소는 어렵고 영업정지만 가능하다”고 밝히자 중대재해 압박을 받아온 건설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 부처 전반에서 강도 높은 제재 방침이 쏟아지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공공 입찰 제한을 골자로 한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중대 사고를 낸 기업은 향후 공공공사 입찰 자체가 제한되고, 입·낙찰 단계에서 안전 평가 요소가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입찰 자격 심사 시 안전 전문 인력·기술 보유 여부, 안전관리비 확보 현황 등을 평가항목에 추가하고,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도 ‘중대재해 이력’은 감점 요인으로 신설한다. 특히 연간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업은 공공 입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지금까지는 ‘동시 2인 이상 사망’의 경우에만 배제됐지만, 앞으로는 ‘연간 누적 다수 사망자’ 기준이 적용된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과징금 강화, CEO 책임 명문화, 안전 예산 확대 등 후속 규제를 준비 중이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최근 2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돈 아끼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최고경영진의 직접적인 안전 책임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체불 문제를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강도 높은 제재가 예고된다. 업계는 규제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중복 규제가 산업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토부 외에도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산업부, 해수부 등 여러 부처에서 중복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산발적 규제를 통합하고 국토부 중심의 규제 총괄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간 건설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 공공입찰 제한 조치가 업계 전반에 안전관리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질적 변화가 있으려면 적정 공사기간과 안전 확보 비용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면허취소는 피했지만 공공공사 입찰 제한이 시작된 만큼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가 새로운 기준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2025-08-21 08:3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