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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참치에 담긴 바다의 경고를 들어주세요
[이코노믹데일리] 2024년 글로벌 통계에 따르면 통조림이나 가공 참치 기준으로 전 세계 1인당 보존(가공) 참치 소비량 평균은 약 0.7 kg입니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연간 약 2.8 kg으로,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소비국 중 하나입니다. 특히 스페인은 1인당 8.3 kg으로 가장 높은 소비량을 기록했습니다. 참치는 한국인의 식탁, 편의점, 가정, 그리고 반려동물 사료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인이 주로 소비하는 태평양 참치가 수은에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참치 한 점’이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지구 해양과 기후 시스템 전체와 연결된 경고일 수 있습니다. ◆참치와 해양…단절 없는 연결 고리 2025년 3월 발표된 국제해양생태계보전재단(ISSF)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상업용 참치 어획량의 약 87%는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상태(stocks at healthy abundance)’에서 나오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총 어획량은 2023년 기준 약 520만t으로, 최근 몇 년 간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계는 단순 어획량 안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한 국제 공동 연구에서는 아시아권 공장과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수은이 대기를 타고 태평양까지 이동하고, 해양 생태계와 식탁 위 참치에 축적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독립적인 해양연구기관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로라 모타 박사 연구팀과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강동진 박사 연구팀은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이동해 해양 생태계에 축적되는 경로를 규명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습니다. 이들 합동 연구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연구선을 이용해 대한해협부터 벵골만에 이르는 서태평양해역과 필리핀해에서 하와이 근해까지 중앙태평양에서 플랑크톤을 채집해 수은 안정 동위원소를 분석했습니다. 합동 연구팀은 수은 안전 동위원소가 배출원마다 고유한 지문을 갖는다는 특징을 이용해 플랑크톤 속 수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 배출된 수은이 태평양으로 유입돼 생물체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바다로 유입되는 수은 경로를 분석한 결과 육지에 가까운 해역에서도 최소 60% 이상의 수은이 강이 아닌 대기를 통해 유입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 ‘커뮤니케이션즈 어스 앤 인바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와 세계적 해양 커뮤니티 매체 ‘디퍼블루(DeeperBlue)’에 소개됐습니다. 이는 플랑크톤을 시작으로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포식어까지 퍼지는 구조로, 참치뿐 아니라 인간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처럼 인간이 소비하는 참치에 수은에 오염됐다는 사실은 단순히 식생활 문제가 아니라, 해양 오염과 수은 축적이라는 글로벌 환경 문제의 일부입니다. ◆전 세계가 겪었던 수은 오염…또 다른 사례들 태평양 참치에서 확인된 수은 축적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다양한 사례가 보고돼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 미나마타만(1950~60년대)에서는 산업 폐수로 배출된 메틸수은이 어패류에 축적되며 지역 주민들에게 신경계 이상을 일으킨 ‘미나마타병’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수은 규제 논의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북극권 이누이트 지역에서는 고래·물개 등 상위 포식 해양동물을 먹는 전통 식습관 때문에 수은 농도가 일반 인구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북유럽 내륙 호수에서도 대형 어류에서 적지 않은 양의 메틸수은이 검출되며, 수은 오염이 해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수은이 지구 어디에서든 배출되면 결국 해양 생태계와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 생선 속 수은, 어느 정도가 문제일까? 수은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해양에 들어가 미생물 작용을 거치면 신경계에 독성이 강한 '메틸수은'으로 전환됩니다. 메틸수은은 체내 배출이 느리고 지방조직과 뇌에 축적돼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감각 이상, 균형 장애 등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임산부나 영유아에게는 발달 지연, 학습 능력 저하 등 민감한 영향이 나타날 수 있어 국제기구들은 대형 포식어 섭취 빈도에 주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해양 오염이 높아질수록 대형 어종의 수은 농도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적 연결입니다. 이는 수은이 플랑크톤→소형 어류→상위 포식어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과정에서 단계별로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대형 어종일수록 개체별 수은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해양 생태계의 두 얼굴—지속가능 vs 위기 일부 국제기관은 현재 참치 자원의 86~88%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2월 ISSF 보고에서는 “상업용 참치 어획의 88%가 건전한 자원 상태에서 나왔다”고 밝혔고, 2025년 3월판에서는 이 비율이 87%로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해양 과학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산소 고갈 해역(Dead Zone)’과 ‘저산소 해양(low‑oxygen zones)’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지구 온난화, 육상 오염 유입, 과잉 영양염류 배출 등이 맞물리면서 해양 물속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해역이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해역에서는 플랑크톤, 갑각류, 어류는 물론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이는 단지 특정 어종의 위기가 아니라 해양 생물다양성과 인류 식량 안보 전반에 대한 구조적 위협입니다. ◆해양 자원, 소비 패턴, 그리고 ESG 참치 소비와 해양 위기의 연결이 더욱 명확해진 만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소비자의 선택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지속가능 수산물 인증(MSC) 확대, 대기 및 산업 배출 규제 강화, 양식 어업의 확대와 기술 고도화, 소비자의 식습관 변화와 다양한 어종 선택 등은 단순한 ‘윤리적 소비’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보전과 식품 안전을 위한 필요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적인 양식이 전통적인 포획 어업을 넘어 글로벌 수산물 공급의 큰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유엔 식량농업 기구(FAO)의 지적도 있습니다. 소비자 선택과 식습관 변화도 필요합니다. 참치 소비 빈도 줄이기, 다양한 해산물과 어종 소비, 지속가능 인증 제품 선택 등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선택 참치 한 점이 들려주는 바다의 경고는 분명합니다. 수은 오염, 해양 산소 고갈, 무분별한 어획, 이 모든 것이 서로 엮이며 우리의 식탁과 지구 생태계, 그리고 미래 세대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현실도 있습니다. 해양관리협의회(MSC)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참치 어획의 대다수는 지속 가능한 상태이며 관리와 책임만 따라준다면 회복 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합니다. 결국 결정은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기업은 공급망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조금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 참치는 단순 생선이 아니라 지구와 바다를 위한 공동의 약속이 됩니다. 참치에 담긴 바다의 경고, 이제 듣고 행동할 때입니다.
2025-12-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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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조 해양산업, 컨트롤타워 '전무'…"KRISO 재정비·통합 거버넌스 마련해야"
[이코노믹데일리] 해운·조선·항만 산업이 한 해에 만들어내는 경제 규모가 107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전략을 조율할 '해양 패권 컨트롤타워'가 부처·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산업 비중에 비해 정책·기술·R&D(연구개발) 체계가 지나치게 분절돼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新) 해양패권 스마트해양기술 세미나'에서 김진 KRISO 부소장은 해운·조선·항만 산업을 "반도체·자동차에 버금가는 외화·부가가치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 산업의 연간 총산출은 107조원, 수출액은 88조원으로 수출 비중만 82.9%"라며 "국가 경제의 생명선이지만 정책은 분절돼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조선·해양플랜트·항만을 아우르는 해양산업 혁신 클러스터가 재편되는 가운데 핵심 연구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역할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진 부소장은 "해양 패권 경쟁은 선박 건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친환경·디지털·안보·공급망 계획이 동시에 요구되는 종합전략"이라며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산업에 걸맞는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과 해양산업 혁신 클러스터 재편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위원도 "해운·조선·항만은 하나의 산업 생태계"라며 "조선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운·항만과 KRISO는 해양수산부, 기술·R&D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흩어져 있어 전략을 한 곳에서 묶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RISO의 여건도 열악하다고 밝혔다. "연 예산 1300억원, 연구 인력 330명 규모에 불과해 연구자 1인당 3억~4억원 규모의 과제를 떠안는 구조"라며 "해양공학 선도기관인 노르웨이 심테프(SINTEF)나 선박·해양기술 국가연구기관인 중국 CSSRC(중국선박연구센터) 등 글로벌 연구기관과 비교하면 인력·예산이 5분의 1~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디지털 전환·녹색 전환·북극항로·해양안보 등 국가가 요구하는 임무가 확대되는 만큼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양승우 위원은 국내 조선·해양 기술력이 주요국 대비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친환경 선박 기술은 EU(유럽연합)보다 2.2년, 자율운항·스마트십 기술은 1.6년, 해양 디지털 전환 기술은 미국보다 약 1.2년 늦다"며 "산업별로 흩어진 R&D 거버넌스를 하나로 묶지 않으면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조선업이 엔진(MAN·독일), 통신·계측(Siemens·독일), 항해장비(Kongsberg·노르웨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탱크 기술(GTT·프랑스) 등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양 위원은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 조선·해운·항만을 통합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려면 R&D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적 불일치도 문제로 꼽혔다. 부울경에는 조선소(야드)·항만·MRO·배후단지가 결합된 클러스터가 자리 잡고 있지만, 국가 해양기술 연구 핵심 기관인 KRISO는 대전에 본부를 두고 있다. 양 위원은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으로 해양산업 클러스터가 부울경 중심으로 강화되는 만큼 KRISO의 입지·기능·법적 위상도 함께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부소장은 "북극항로용 선박을 직접 설계·상용화한 국가는 없다"며 "KRISO는 캐나다·핀란드·러시아 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빙해수조를 보유해 북극항로 기술 선점의 전략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 역시 "KRISO가 조선·해운·항만을 뒷받침하는 전략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원천기술, 국제표준(IMO·ISO) 대응, 스마트 해운·스마트 항만까지 역할 범위를 넓힌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12-02 17: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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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대표 체제' 복귀…기술인사도 전면배치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가 전영현·노태문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복귀하고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과감한 '기술 인재' 중심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21일 이같은 내용의 사장 승진 1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 규모의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겸 MX사업부장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DX부문장과 MX사업부장을 겸직한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SAIT 원장 직위에서 물러나 DS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에 집중한다. 이로써 전영현 부회장(DS부문)과 노태문 사장(DX부문)의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가 내년 1월 1일자로 SAIT 원장에 영입된다. 박 원장은 1999년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25년 이상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왔으며 양자컴퓨팅, 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해 DX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을 맡는다. 윤 신임 사장은 MX사업부 IoT·Tizen개발팀장, S/W플랫폼팀장, S/W담당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로 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기술 투자를 주도해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수시인사를 통해 이미 사장 2명을 선임한 바 있다. 지난 3월 AI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갤럭시 S25 개발 성공과 글로벌 사업 성장을 주도한 최원준 부사장을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4월에는 3M, 펩시코(PepsiCo) 등 글로벌 브랜드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를 역임한 마우로 포르치니를 DX부문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우수인재를 연중에 승진시키는 수시인사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인사의 주요 특징은 MX, 메모리 등 주요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위해 양 부문장이 MX사업부장·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는 체제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또한 반도체 연구와 AI 주도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SAIT 원장 및 DX부문 CTO에 배치했다.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6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2025-11-21 09:3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