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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도 인프라도 미흡한데… 정부가 도와주는 현대차 수소시대
[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H 국회 수소 충전소'에 서울시경찰청 소속 수소연료전기버스(FCEV) 한 대가 좁은 충전소로 비집듯 들어갔다. 차를 세운 A씨는 "우리가 '마루타'인 것 같다"며 "수소전기버스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운영하라고 했다"면서 과격한 단어를 써가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경찰이 스스로를 '실험용 쥐'라 칭한 이유는 다양했다. 먼저 충전소 인프라 부재다. A씨는 "충전 때 마다 근무지인 종로에서 여의도까지 와야 하는데 오더라도 충전 압력이 맞지 않아 계속 오류가 난다"고 설명했다. 고장도 잦았다. A씨는 "타는 것보다 수리기간이 더 길 정도"라며 "탈만 하면 고장 나서 수리하러 간다"고 말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의 수소전기버스는 친환경을 대표하는 수소차가 시장에 자리잡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걸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자동차 전문가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산업 초기인 수소전기버스의 고장이 잦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11일 전했다. 한계를 반영하듯 수소차 보급도 저조한 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로 데이터를 산정하는 카이즈유에 따르면 국내 수소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 8월 기준 3만6799대로 같은 달 자동차 총 등록 대수(2617만2064대)의 0.14%에 불과했다. 차종에 상관없이 모두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생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을 비롯한 정부가 국내 완성차 업체의 개발 속도에 맞춰 수소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코노믹데일리는 전국 경찰에 보급된 수소전기버스 보급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경찰청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서울을 제외한 전국 17개 지방 경찰청은 '0'대였다. 서울에서만 수소전기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서울경찰청은 2019년 수소전기버스 2대를 구입해 운행을 시작한 뒤 2020년에 2대를 추가 구매해 2021년까지 4대를 운행했다. 2022년, 지난해 각각 3대씩 추가 투입해 8월 현재 총 10대를 운행 중이다. 카이즈유가 공개한 올 8월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수소전기버스는 총 1185대다. 이 과정에서 수소차 문제는 고스란히 경찰 몫이 됐다. 2021년 4건이던 고장 건수는 2022과 지난해엔 각 12건씩 늘었고 올해도 8월까지 9건의 고장 건수를 기록했다. 경찰청이 정비 업소에 들어갈 때만 고장 건수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실제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버스 정비업체 관계자는 "일반버스와 달리 수소버스는 제조업체 정비소로 들어가야 해 정비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고장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발생할 '수리비'다. 경찰청이 공개한 수소버스 수리 보증기간은 내연기관버스와 동일한 2년이다. 이후 수리비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무상 서비스 기간이 지난 경찰청 기동대 수소전기버스는 7대(2019년부터 누적 대수)다. 지방의 한 정비 업체 관계자는 "내연기관 경찰 버스도 오일 교환, 간단한 점검에도 매월 150만~2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수소버스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방의 경찰청 기동대 버스를 정비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스택)도 부담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의 95㎾짜리 스택은 25만㎞를 운행하면 바꿔야 한다. 2017년 발표된 교통안전공단 연간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인 약 12만㎞를 기준으로 2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셈"이라며 "넥쏘 스택 교환 가격은 5000여만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기동버스로 활용되는 수소전기버스 현대 '일렉시티'에는 넥쏘의 두 배인 90㎾짜리 스택 두 개, 총 180㎾가 탑재된다. 이런 악조건에도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 등 공공기관에 수소전기버스를 보급할 뿐 아니라 대중교통 보조금도 늘렸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선 환경노동위원회가 수소전기버스 저상버스(시내버스) 910대, 고상버스(광역버스) 810대 등 총 1720대 보급에 지원금 4017억원을 편성했다. 700대였던 2023년 보다 1000대 이상 늘어난 수다. 정부가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 활성화에 대신 나섰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현대차는 인베스터데이에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에 글로벌 리더쉽을 확보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현대차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24-09-12 13:00:00
"충전소 없어 KTX 탑니다" 현대차 넥쏘 운전자의 하소연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H 국회 수소 충전소'.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수소전기차) '넥쏘'가 줄지어 들어왔다. 경찰 기동대 소속 수소전기버스 한 대가 충전소로 진입하자 입구에는 충전을 기다리는 차량으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넥쏘 한 대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 대형 버스는 15~20분 정도로 내연기관 차량을 주유하는 시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충전 대기 차량이 늘어선 건 이곳이 영등포구에 있는 유일한 수소 충전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소전기차 운전자들은 충전소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수소전기차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일반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이 짧아 미래 친환경 차량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대중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공개된 전국 수소 충전소 수는 7일 기준 182곳에 불과했다. 이 중 충전소가 가장 많이 설치된 지역은 경기도(30곳)였다. 서울에는 10곳, 충북과 경남에는 각각 19곳, 울산에는 10곳이 만들어졌다. 제주를 비롯해 강원 태백시, 경북 안동시, 영덕군 등 내륙과 동해안 일부 지역에는 한 곳도 없다. 이날 국회 수소 충전소에서 만난 운전자 모두 차량에는 만족하면서도 충전 문제를 지적했다. 장거리를 이동할 땐 미리 수소 충전소 위치와 운영 시간을 확인해 여행 계획에 반영하거나 아예 다른 차량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운전자가 다수였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임재근(47)씨는 "넥쏘를 구매할 때 정부 지원금이 3500만원가량 나와 좋았다"면서도 "비수도권에선 충전소를 찾기 어려워 멀리 갈 땐 KTX를 타고 이동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넥쏘 운전자 김종도(68)씨는 "차량을 운행하기 전에 미리 충전소 위치를 확인하고 전화로 충전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출발한다"고 전했다. 이른바 세컨드카로 넥쏘를 탄다고 한 유재학(62)씨는 "넥쏘로 장거리 운전을 하기보단 연료 보충이 쉬운 다른 내연기관차를 이용한다"며 "수소전기차 연료비가 가솔린차보다 1년에 400만원 정도 저렴하지만 충전소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국회 수소 충전소는 충전기가 2개 설치돼 사정이 낫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 대부분은 충전기를 하나 밖에 갖추지 않아 이용객이 오랫동안 줄을 설 수밖에 없다"며 "수소전기차 보급이 내연기관차만큼 활발해질 때까지는 한참 멀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수소 충전소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국회 수소 충전소 운영 업체인 하이넷만 놓고 봐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무경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하이넷은 △2019년 11억4000만원 △2020년 22억5800만원 △2021년 58억8200만원 △2022년 84억5000만원 적자를 냈다. 4년간 누적 적자만 166억원에 달한다. 막상 충전소가 있어도 수소를 소비할 수소전기차 보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국내 수소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해 6월 기준 3만5987대로 같은 달 자동차 총 등록 대수(2613만4475대)의 0.14%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030년 30만대'와 비교해도 한참 모자란다. 소비자들은 수소를 충전할 곳이 없어 수소전기차 구매를 꺼리고 수소 충전소는 수요 부족을 이유로 만들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는 전기나 석유와 달리 생산과 운송이 어려워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며 "정부나 기업이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전기차도 완전히 보급되지 않은 상태여서 역량을 수소전기차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08-08 17: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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