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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밀쳐내자 중국산 저가제품이 몰려왔다
<편집자주> 값싼 공산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함께 방향을 틀었다. 생산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항해시대 이전 동서 교역 루트이던 '실크로드'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테크로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기세 좋게 테크로드를 확장하는 중국의 공습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이코노믹데일리] 미국과 유럽이 고강도 관세로 중국의 수출 정책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 세계 무역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우회수출로를 확보해 수출 물량 밀어내기에 나선데다 보조금으로 확보한 기술력으로 제품 경쟁력까지 강화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도 앞세웠다. 중국산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월별 수출입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지난 9월 수출액은 3037억 달러(약 419조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67억 달러(약 409조원)에서 70억 달러(2.4%)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수출액 증가 추세는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대(對) 중국 고관세 정책을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수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2조4242억 달러(약 3342조원)에서 2018년 2조6556억 달러(약 3661조원)로 2314억 달러(9.5%) 증가했다. 2019~2020년엔 팬데믹으로 수출이 잠시 정체됐다가 2021년 3조5541억 달러(약 4896조원)로 2017년 대비 1조1299억 달러(46.6%)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견제에도 수출이 꺾이지 않는데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먼저 미국의 견제를 우회수출로 극복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지난 5월 발간한 '중국의 대 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베트남과 멕시코를 거점으로 삼아 미국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중간재를 만들어 넘기면 현지에 진출한 중국계 기업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베트남에 우회수출한 규모는 2016년 182억 달러(약 25조원)에서 2022년 468억 달러(약 64조원)로 15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멕시코 우회수출액은 163억 달러(약 22조원)에서 378억 달러(약 52조원)로 131.9% 상승했다. 특히 2021년 베트남으로 향한 전체 우회수출액 470억 달러(약 65조원) 중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둔 액수는 34.0%(160억 달러)에 달했고 멕시코도 같은해 전체 우회수출액 366억 달러(약 51조원) 중 71.8%(263억 달러)가 미국에 흘러갔다. 막대한 보조금이 중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미국에 수입길이 막힌 중국의 첨단 제품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기술력을 키우면서 자가발전했다.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반도체 사업기금을 5년 단위로 조성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 왔다. 앞선 1, 2기 기금을 합치면 3429억 위안(약 66조원)이다. 올해 조성된 3기 반도체 투자기금도 3440억 위안(약 66조원)에 달했다. 사업기금은 미국이 지난해 중국으로 향하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 반입을 막았을 때도 해결사로 나섰다. 투자를 통해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 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했다. 반도체 외에도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자국 전기차 업체에 1600억 위안(약 31조원)을 보조금으로 지출하며 전기차 기술력을 키웠다. 보조금이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진 건 수치로도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에 의하면 12대 핵심 과학기술에서 미국을 100%로 뒀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였다. 중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추월한 건 처음이다.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연구원은 "반도체는 보조금을 통해 생산 설비를 많이 늘려 레거시(구형) 반도체에선 염가 공략을 지속하고 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워 기술력도 끌어올리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비롯해 미래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계 전문가는 앞선 상황을 종합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면,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방법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만 살아남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2024-11-05 07:00:00
삼성-ASML 우정 '이상無'…지난해 보여준 이재용 협상력, 올해도 '굳건'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다. 지난해 ASML 본사 방문 당시 보여줬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협상 능력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ASML의 차세대 EUV 노광 장비인 하이(High) NA 'EXE:5000'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 NA EUV는 설비가 복잡해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장비다. 기존 EUV 노광 장비보다 같은 칩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 장비로 꼽힌다. 현재 이 장비는 전 세계에서 ASML이 독점 생산 중이다. EXE:5000는 하이 NA EUV의 최신 버전이다. 가장 먼저 EXE:5000을 선점한 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은 ASML로부터 초도물량 6대의 장비 구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이 연간 생산하는 EXE:5000이 8대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75% 물량을 차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장비 확보 경쟁에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인텔보다는 늦었지만, 삼성의 최대 경쟁사이자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보다 장비 도입이 빨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TSMC는 ASML과 가격 협상에 실패해 EXE:5000을 도입하지 못했다"며 "TSMC의 파운드리 사업 규모가 삼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장비 1~2대로는 커버가 불가능하다. 올해 물량은 놓친 것으로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규모는 각각 28조원, 6조8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EUV 장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이재용 회장의 협상력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ASML 본사를 방문해 ASML과 삼성전자 간 공동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공동 R&D 센터 조성 사업은 계획대로 순항하고 있다. ASML은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2지구에 약 1만9000㎡의 부지를 매입하고 새로운 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ASML은 약 1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센터와 엔지니어 트레이닝 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에서 보도된 R&D 센터 논의 중단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2024-08-20 18:07:54
최태원 SK 회장, TSMC 회장과 면담…"AI 반도체 협업 강화"
[이코노믹데일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를 이끄는 웨이저자 회장과 만났다.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데 이어 TSMC에도 손을 내밀며 '반도체 경영'에 탄력이 붙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지난 6일 대만에서 웨이 회장을 비롯한 TSMC 경영진과 현지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인사를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배석했다. 최 회장은 웨이 회장에게 "인류에 도움을 주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놓자"는 메시지와 함께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을 전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 제품인 HBM4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TSMC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반도체 후공정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패키징은 집적도가 매우 높은 반도체 회로를 보호막(패키지)으로 감싸는 첨단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칩의 밑바탕이 되는 베이스 다이(Die) 생산에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스 다이는 연산 작업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SK하이닉스와 TSMC는 수평(2D) 기판 위에 수직(3D) 적층된 HBM을 하나로 결합한 '2.5D' 패키징 기술 결합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한 이후 AI와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연합 전선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인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용 수소 가스 재활용 기술과 차세대 EUV 개발에 관해 논의했다. 올해 4월 젠슨 황 CEO와의 만남에선 HBM 공급을 비롯한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한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반도체 광폭 행보는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고객사의 광범위한 요구를 충족하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SK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06-07 11: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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