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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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임대료 갈등, 면세산업 지속 가능성 시험대로
[이코노믹데일리]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은 액수의 문제가 아닌, 이 산업을 지탱해온 계약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호황기에는 과열 경쟁으로 임대료가 치솟고 불황이 닥치면 한쪽이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구조다. 관광객 수요가 흔들리고 소비 패턴까지 달라진 지금, 쟁점은 단순한 감액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위험을 분담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최근 법원은 신라면세점 임대료 25% 감액을 강제 조정했지만 인천공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나 인천공항의 입장은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면세점들이 과열 경쟁 속에 무리한 금액을 써낸 책임은 분명하다. 인천공항 면세 구역 입찰 당시 사업자들은 최저수용금액 대비 훨씬 높은 투찰가를 제시했고, 이 구조가 지금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이 줄고 개별 여행객 위주로 수요가 바뀐 현실에서 이용률과 객단가는 과거만 못하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자업자득’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공항도 사정이 있다. 면세점 임대료는 비(非)항공 수익의 핵심 축이다. 대폭 감면을 수용하면 재무 구조가 흔들리고, 그 부담은 항공사 이용료나 서비스 축소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임차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갈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고정 임대료 체계는 불황을 거의 흡수하지 못한다. 해외 주요 공항이 매출 연동형 모델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 감면으로 시간을 버는 게 아니라 애초에 위기를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본질적 과제다. 해결책은 어느 한쪽의 양보로 끝날 수 없다. 임대료를 매출에 연동시키되 상·하한선을 두고, 경기 상황에 따라 자동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계약 주기 중간에도 재협상 절차를 열어 분쟁을 제도적으로 풀어가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감면이 ‘특혜’가 아니라 합의된 규칙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업계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명품·주류·담배에 매출이 쏠린 구조로는 회복이 어렵다. K-브랜드, 뷰티, 식품 같은 카테고리로 넓히고 온라인 예약과 옴니채널 판매를 강화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과 편의성의 이점이 사라진 면세점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직구와 해외 현지 매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면세점 매출 회복은 결국 입국자 수에 달려 있다. 중국·동남아 단체 관광객 유치 확대, 환승 관광 프로그램 활성화 같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계 회복은 요원하다. 면세산업을 관광 생태계와 연결해 관리할 때만 장기적 지속성이 확보될 것이다. 이번 갈등은 특정 기업과 공항 간의 법정 싸움을 넘어 면세산업 구조 전반의 시험대가 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용 완화가 아니라 구조 개편, 즉 예측 가능한 규칙과 유연한 위험분담 설계다. 갈등이 지속되면 면세점은 철수하고 공항은 공실이 늘어나는 ‘동반 침몰’로 이어질 수 있다. 서로의 계산만 앞서는 것이 아닌, 상대의 생존을 전제로 움직여야 산업 전체가 버틸 힘을 얻을 것이다.
2025-09-11 16: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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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1만 달러 돌파, 기관 자금 유입에 시총 세계 5위 등극
[이코노믹데일리] 비트코인(BTC) 가격이 11만 달러를 넘어서며 4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가격 역시 1억500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기준 세계 5대 자산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상승의 배경에는 단기 투기성 자금보다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자리하고 있어 과거와 다른 견고한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달러 기준으로 11만1861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1월 20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도 전날 한때 1억5518만원까지 오르며 원화 신고가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상승으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2조2000억 달러에 달해 아마존(약 2조1350억 달러)을 제치고 금,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이러한 강세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휴전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이 미 상원을 사실상 통과하는 등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불확실성 해소에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6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통상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가상자산 분석업체 샌티멘트는 최근 5주 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9조 1261억 원(66억 3000만 달러)이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IBIT)에는 4개월 만에 최대치인 약 8조 3000억 원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온체인 지표에서도 기관의 움직임은 뚜렷하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인베이스에서 하루 동안 10억 달러(약 1조 4155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출금됐다. 이는 올해 일일 기준 최대 출금량으로, 거래소에서의 출금은 통상 매수 목적의 자금 유입 신호로 해석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가 윌리 우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지금까지 비트코인으로 이렇게 자금이 순조롭게 흘러들어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적립식 투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마저 고객의 비트코인 구매를 허용하며 기관 채택 가속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비트코인의 자금세탁 가능성 등을 우려했지만 지난 19일(현지시간) "나는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흡연할 권리는 지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할 권리도 지지한다"고 말하며 고객 수요 증가를 인정했다. 라이언 리 비트겟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인데스크에 "미국 최대 은행이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비트코인의 위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며 "다른 전통 금융기관들도 비트코인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규제 환경의 변화도 긍정적이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 '지니어스 법'은 은행 자회사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법안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본회의 토론종결 표결을 통과하며 사실상 상원 문턱을 넘었다. 여기에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로 제도권 인프라가 갖춰진 상황에서 트럼프 2.0 시대와 함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로샨 로버트 오케이엑스 US CEO는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 거시경제 불확실성 해소와 더불어 가상자산 규제 완화가 비트코인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과거 불장만큼 뜨겁지 않다는 것이다. 22일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대한 구글 트렌드 점수는 37로, 개인 투자 심리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10일(100)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는 이번 상승이 개인의 투기적 과열보다는 기관 중심의 안정적 자금 유입에 기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기관 주도의 장세가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옴카르 갓볼레 코인데스크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승장이 올해 초와 달리 단기 급등이 아닌 지속 가능한 흐름"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로 강한 자금 유입과 시장 전반의 변동성 축소 등에 따라 비트코인 상승 기반이 한층 견고해졌다"고 평가했다. 민 정 프레스토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승장은 개인 투기가 아닌 기관 및 장기 자본이 주도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메타플래닛, 21캐피탈 등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들의 패러다임 전환이고, 이를 통해 비트코인은 올해 최대 21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기관 투자자의 본격적인 시장 참여와 규제 환경의 점진적 개선은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제도권 금융 시장의 일부로 편입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 중심의 변동성 큰 시장에서 벗어나, 기관의 장기적인 자금 유입이 지속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더욱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국 정부의 규제 방향과 거시 경제 상황 변화 등은 여전히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5-05-23 08: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