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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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입틀막 그리고 수원빵
[이코노믹데일리] “기자님,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지난 2012년 삼성전자 보도자료를 받고 그 내용을 확인하던 중 삼성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말이 기억나는 걸 보면 꽤 인상 깊었던 듯 싶다. 그 날 만큼은 그 말이 유독 '압박'으로 느껴졌으니 그럴 법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1년 넘게 애플과 ‘세기의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던 때였다. ‘밀어서 잠금해제’‘둥근 모서리’ 등의 단어들로 대표되던 특허 소송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 특허 전쟁은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와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디자인 등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일주일 뒤 삼성전자도 한국과 독일, 일본에 고속패킷전송방식(HSPA) 등 통신표준 특허 위주로 애플이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제소하면서 맞불을 놨다. 이후 소송은 복잡하게 흘러갔다.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호주, 프랑스 등으로 소송 무대는 넓어졌고 각 나라에 서로의 제품을 못 팔게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전 세계 9개국에서 50여건의 특허소송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니 최소 2∼3년은 걸린다는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 아이폰 전면(前面) 디자인(특허번호 678), 중첩된 반투명 이미지(특허번호 922), 손가락 2개를 이용해 화면을 키우거나 줄이는 핀치 투 줌(특허번호 915), 손가락을 비스듬하게 쓸어도 기능이 작동하는 휴리스틱스(특허번호 949), 이어폰에서 플러그 내 마이크를 인식하는 기능(특허번호 501) 등 번호가 매겨진 특허들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내용도 복잡했다. 1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각 나라에서 50여건 소송에 대한 판결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서두에 언급한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들은 것도 바로 이 때다. 애플의 본토인 미국에서 미국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는 '승소' 관련 보도자료를 삼성이 뿌렸다. 시간이 흘러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미 법원이 일부 특허권에 대해 삼성의 침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보도자료였다. 앞서 새너제이법원에서 열린 1심 판결에서 9명의 배심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일종의 텃새’로 의심을 받고 있는 와중에 나온 미 법원의 판결이라 보도자료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궁금하니 물었다. 예상된 답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신들이 보낸) 보도자료 내용이 맞다"고 확언했다. 미국 현지 뉴스를 찾기 시작했다. 판결문을 직접 보고 쓴 현지 언론은 삼성이 보낸 보도자료 내용과 달리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중요한 특허권에 대해선 애플이, 그다지 중요치 않은 특허권은 삼성이 이겼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사실상 '애플의 승리'라고 결론 내렸다. 사실 확인이 필요해 삼성에 물었더니 돌아온 말이 바로 기자의 '국적' 확인이었다. 기억을 소환해 그때의 말을 떠올려보면 "언론에 보도된 기사도 법원에 증거 자료로 제출된다. 애플은 미국 언론들이 도와주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한국 언론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걸 상기시켰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관계자의 말에 압도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보도자료 위주로 기사를 쓴 뒤, '애국심'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놀랍게도 2012년 삼성전자를 2024년 다시 만났다. 지난달 8일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총파업을 시작한 뒤였다. 총파업 직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은 없다"며 삼성전자는 여유를 보이는데 사흘 뒤인 7월 11일자 일부 조간에선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멈출 경우 발생할 천문학적 피해나 고객사 이탈 등의 내용 일색이었다. 여기에 '경쟁사는 노조가 없다'거나 '연봉 1억2000만원 노조'라는 글로 '귀족노조'라는 프레임도 씌웠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이 파업 저지를 위해 언론사 로비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 개인적 경험이 떠오른 이유였다. 요즘 말로 '국뽕'을 앞세운 일종의 '입틀막(입을 틀어 막는다)'이 아닐까 의심도 생겼다. 어찌됐건 언론 보도는 주효했던 듯 싶다. 노조는 이후 기자들의 전화를 피했다. 노사 간 끝장 협상은 결렬됐고 파업 25일 만인 지난 1일 노조는 현업 복귀를 선언했다. 얼핏 보면 삼성전자의 승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국뽕'과 '입틀막'에 이어 '수원빵'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다. 수원빵은 수원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0원'을 빗대 부르는 말이다. 이천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쟁사 SK하이닉스가 풍성한 성과급 덕에 '이천대감'이라는 기분좋은 별칭을 듣는 것과 비교된다. 근거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올 상반기 성과급을 기본급의 최대 75%로 정했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두 배 높은 기본급의 150%를 상반기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수원빵'이 우려되는 건 해외 경쟁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인력 빼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국뽕'을 앞세운 '입틀막'이 2024년에도 재현됐을 거라는 게 그저 의심과 오해이기를 바라는 이유다. 애플을 상대로 애국심을 말하던 2012년과 달리 지금은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함께 싸워야 할 아군에 총을 겨누는 느낌이니까. 참고로 '수원빵'의 '빵'은 숫자 '0'인 동시에 총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다.
2024-08-02 18: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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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너 있다
[이코노믹데일리] 내 차는 범퍼카다. 그렇다고 막 부닥치고 다니는 차란 말은 아니다. 자유가 방임은 아니듯, 그저 자동차를 어디 흠집이라도 날까 신주단지처럼 모시지 않는다는 게다. 오래 전, 운전면허증을 따고 처음 내 차로 출퇴근하기 시작했을 무렵, 회사 선배가 툭 던진 말이 내 자동차 가치관 형성에 큰 울림이 됐다. “자동차 범퍼는 부딪치라고 있는 거야.” 반은 농담 삼아 개떡같이 한 말이었지만 난 찰떡같이 듣고 받들었다. 자동차에 어느 정도 가치를 두느냐는 사람마다 제각각일 테지만, 내게는 딱 소모품이다. 자동차의 사이즈로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평생 소형차나 경차를 타왔고, 지금은 단종된 경차를 몰고 다닌다. 지난 몇 년 동안 운전 초보자인 대학생 아들이랑 교대로 운전하며 성남의 낡고 좁은 주택가 골목을 오갔더니, 자동차 지붕과 본닛 빼곤 사방에 멀쩡한 구석이 없다. 실수로 벽에 긁은 면적이 너무 넓어 아들이 검정 비닐테이프로 교묘하게 가린 부분을 또 긁어 떨어져 나온 비닐이 바람에 흔들리기도 한다. 물론 전조등이 나가거나 엔진오일과 같이 기능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즉각 수리하거나 제때 교체를 한다. 그저 외관에 그리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내년 봄쯤 아들의 운전 경력 5년차를 기념해 한 번에 외관을 수리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이대로 국산 대형차와 고급 수입차들이 오가는 광화문으로 매일 출퇴근할 생각이다. 검정 테이프가 휘날려도 뭐 어때? 남의 시선 따위 개나 줘 버리지. 앗. 지금은 개에게 아무거나 주는 시대가 아니다.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으며 개는 성견이든 강아지든 '강아지'로 통칭하는 시대잖나. 고양이를 키우는 나는 '우리집 아이들'을 “이쁜 내 강아지”로 부른다. 인구는 줄고 고령화 되며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우리 사회의 급격하게 변화된 모습은 직장에서 대면한다. 젊은 후배들은 줄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재취업해 직장 생활을 이어 간다. 주거 비용에 치이는 후배들에게 결혼하라는 선배의 말은 덕담이 아니라 부담이다. 여러 어려움을 딛고 결혼하는 후배들을 보면 진심으로 대견하고, 아이라도 생긴다면 내 일처럼 기쁘다. 그들도 그랬으리라. 서울 시청역 인근이었을 직장에서의 분주했을 하루를 평소처럼 마치고, 어떤 이들은 승진한 동료를 축하해주며 저녁 자리를 가진 뒤 집으로 향하던 하루의 끝자락, 평범한 일상의 시간이 승용차가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하며 산산조각 났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 가해 운전자가 차량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운전자가 68세란 점에서 나이 문제가 부각됐다. 하필이면 잇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70대, 80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급발진을 주장했다. "고령 운전자가 사고만 내면 급발진이냐"는 냉소적 반응이 퍼졌다. 현행법상 70세 이상에서는 자진 운전면허 반납을 장려하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해 고령 운전자의 차량 운전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교통사고를 내고 급발진을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실 규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한 '급발진 주장' 사고 신고(총 456건) 현황을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신고 사례(43.2%)보다 50대 이하 신고 사례(56.8%)가 더 많았다. 급발진이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낸 뒤 주장하는 단골 변명으로 폄하돼선 안 되는 이유다. 그저 출생 인구 감소로 고령 인구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을 뿐이다. 시청역 사고 이후 자동차 패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운전자가 늘고 국회에서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급발진은 자동차업계와 관련 부처에서 규명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와 별도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차별적 생각도 털어내야 한다. 자동차를 소모품으로 평가하는 가치관의 내 자아와 별도로, 행정적으로는 고령자로 분류되는 내 안에 젊은 시절의 내가 있듯이, 젊은 그대들도 언젠가는 고령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4-07-11 18: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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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TURANDOT)와 투란도트(TWORANDOT)
[이코노믹데일리] 오페라 '투란도트'가 21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공연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2003년 월드컵경기장 공연은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2005년 세종문화회관 공연 또한 성공적이었다. 올해 12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Again 2024 Turandot)’주최측은 2003년과 2005년의 감동을 재현하며 매년 대규모 오페라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투란도트는 중국을 배경으로 차가운 마음의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에게 구혼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푸치니의 아름다운 음악과 극적인 스토리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Nessun Dorma'와 'In Questa Reggia' 등의 아리아는 매우 유명하다. 이번 공연은 실내 오페라 공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는 최고의 캐스팅과 압도적인 무대 효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휘는 파올로 카리야니, 호세 쿠라, 쟈데르 비냐미니가 맡고, 칼라프 역에는 유시프 에이바초프, 호세 쿠라, 알렉산드로 안토넨코 등이, 투란도트 역에는 아스믹 그리고리안, 리우드밀라 모나스티스카 등이 캐스팅 됐다. 특히 한국인 소프라노 박미혜 교수도 출연해 눈길을 끈다. 오는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서 7000석 규모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40년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상연되었던 프랑코 제페렐리 연출의 투란도트를 라 스칼라의 2024 뉴 프러덕션 투란도트 연출자인 데이비드 리베모어가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인다. 그런데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공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또 다른 투란도트 공연소식이 들려왔다. 오페라 공연기획사 솔오페라단이 오는 10월 12∼19일 8일간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 DOME에서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을 공연한다며 6월 17일부터 티켓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이다. 이 공연은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칼라프 역에는 마틴 뭴레와 아르투로 샤콘-크루즈, 투란도트 역에는 마리아 굴레기나, 올가 마슬로바, 전여진 등이 출연한다. 솔오페라단은 “세계적 오페라 공연팀 ‘아레나 디 베로나’는 창단 이래 100년 만에 최초로 해외 공연을 시도하는데 그 첫 공연을 한국에서 여는 것”이라며 “유서 깊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공연 의상과 소품을 볼 수 있고, 중국 황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웅장한 무대도 관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공연 모두 웅장한 스케일과 감동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은 그 공개 타이밍이 참 묘해서 어게인 투란도트에 대한 김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공연의 구성이 '베로나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것인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이 오지 않는데다 캐스팅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연출자에 대해서도 이미 고인이 된 프랑코 제피렐리만 언급됐을 뿐 그를 대신할 연출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 지휘자 다니엘 오렌은 베로나에서 활동하는 훌륭한 지휘자이지만 세계적인 명성의 지휘자라 하기엔 좀 부족하다는 지적이며, 올가 마슬로바는 큰 무대에 오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인 소프라노 전여진 또한 신인이다. 특히 올가 마슬로바는 어게인 투란도트 공연과 이중 계약을 맺어 어게인 투란도트 캐스팅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너 마틴 뭴레는 1급 극장에서 칼라프를 맡은 경험이 없고, 아루투로 챠콘 크루즈는 칼라프 역에 어울리는 소리를 갖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주최측 유튜브채널과 티켓사이트인 인터파크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노출된 베로나 오리지널 홍보 영상에는 유시프 에이바초프가 노래하는 모습이 등장해 혼란을 주고 있다. 그는 베로나 오리지널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12월 어게인 투란도트 코엑스 공연에 출연한다. 아무튼 우스갯소리로 투란도트(TURANDOT)는 '투란도트(TWORANDOT)'가 되어 버렸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잘 살펴보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둘 다 보기엔 티켓 값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2024-07-0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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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테스형 히포크라테스형
[이코노믹데일리] 강대강 의정갈등이 점입가경이다.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휴진을 시작하자 정부는 초강수로 맞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집단 진료 거부는 의협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의협 해산'카드까지 꺼내들었고, 교육부도 의대가 있는 대학에 '집단휴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를 이어갈 시 엄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지난 17일 집단휴진에 들어간 서울대의대 관련 병원 4곳에 이어 서울의 '빅5' 대형병원들도 무기한 집단휴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협도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는 심각한 지역 의료 공백,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첨예한 갈등으로 치달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양측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에 비해 부족한 의사 수를 늘려 지역 및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 시스템의 복잡성을 간과한 단순한 접근이라며 의사 수 부족 문제는 단순히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료 인력의 지역 불균형, 열악한 근무 환경, 저수가 문제 등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의료 공백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의 급격한 증원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달체계 개편, 필수 의료 분야 처우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의 우려는 충분히 타당해 보이며,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다.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데 있다. 양측 모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는 무책임 그 자체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고,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있다. 양측 모두 국민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은 잘못된 접근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우리는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종종 볼 수 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의 윤리적인 책임을 강조하며, 환자의 건강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그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남겼다. 이 선서는 오늘날까지도 의료 윤리의 기본 원칙으로 여겨지며, 전 세계 의사들이 선서와 함께 의사로서 첫 걸음을 뗀다. 가수 나훈아가 2020년 발표해 대히트를 친 노래 '테스형'이 귓전에 맴돈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이 노래는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 부르며 철학적인 가사와 친근한 멜로디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오늘은 '히포크라테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아! 테스형 의사가 왜 이래 왜 이렇게 무모해/ 아! 테스형 히포크라테스형 정부는 또 왜 이래" 이번 의정갈등은 정부나 의료계 모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는 아주 나쁜 방식의 대결이며 무책임한 처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정부는 소크라테스에게, 의료계는 히포크라테스에게 물어보시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극한 대립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벼랑 끝 대결을 멈추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2024-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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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연착륙이냐 불시착이냐
필자는 지난 주말 서울과 지방으로 '부동산 임장'을 다녀왔다. 가정의 달 5월에 이어서 초여름의 문턱에 있는 6월까지 일 년 중 가장 날씨 좋은 시간이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한시적으로 야장(野場)을 허용해 초저녁부터 가게 앞에 테이블들을 내놓고 테라스 있는 가게들은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뒀다. 냉난방비 안 나갈 때 바짝 장사해야 되는 시즌이다. 그런데 막상 골목 골목을 누비고 다녀보니 거리에 사람도 활기도 없다. 맛집으로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여전히 손님이 많은데, 그 바로 옆이나 윗집은 공실이다. 점심 장사가 한참인 시간인데도 맛집 말고는 사람이 없다. 살아남은 곳만 장사가 되고, 전반적으론 골목 상권의 장사가 엉망인 상황이다. 단골 부동산 사장님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인근에 매물로 나온 꼬마빌딩(대지면적 330㎡ 미만 건물)을 소개했다. 주말에도 활기를 잃은 거리, 공실 투성이 건물, 그 건물주 속도 많이 타겠다 싶었다. 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겠단 심정으로 술 몇 잔을 들었다. 공영 주차장에서 대리 운전을 불렀더니 지체 없이 달려왔다. 대리 운전을 하시는 분께 요즘 어떠시냐 물으니 일이 없어서 공 치는 날이 태반이라고 한다. 저녁 아홉시쯤 필자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대리 콜을 한 번 더 잡을 수 있다며 서둘러 주차장을 달려나가는 뒷모습이 서글퍼 보였다. 다음날 월요일 회사에 출근해 은행에 물어봤다. 은행장들 마음 놓고 여름휴가 갈 분위기냐고. 전부 손사래를 친다. 먼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은행장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분기 자산 순위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1%대까지 치솟았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대비 부동산 PF 차입금 비중이 100%를 넘은 건설사도 9곳이 넘는다고 한다. 저금리일 때 너도나도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생활형숙박(생숙) 시설 짓는데 써버렸다. 건설사들은 생숙을 분양해 구매자에게 받은 돈으로 은행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데, 생숙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엄중한 법 적용에 이게 어긋나 버린 상황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과 저축은행들에게 PF 충당금 쌓고 부진 사업장 처분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원칙을 들먹이면서 생숙 분양자 거주도 못 하게 막아버리고 올해 지나면 무조건 매년 감정가 10% 이행강제금 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생숙에 금융사들 PF가 엄청나게 물려있는데 국토부는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이 금감원장이 번갈아 칼 춤을 추면서 생숙 분양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금융사는 부실물량 토해내고 시장에 물량이 쌓이는 거 뻔히 보이는데 어떤 간 큰 사람이 덤비겠느냐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PF를 연착륙시키려는 게 아니라 동체착륙 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온다. 그냥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피눈물 흘리며 하는 우스개 소리다. 생숙 사업장을 정리하려면 살 사람들이 지갑을 들고 몰려오게, 소비자의 맘이 동하게 만들어야는데, 본인이 부동산에 과문한 탓인지 미분양 물량 취득시 세제 혜택을 준다든지 생숙 취득에 대해 한시적으로 주거용으로 열어준다든지 그런 정책적 배려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생숙을 포함해 지방 미분양 아파트들을 사게 하려면 종부세 면제, 양도소득세 감면, 주담대 확대 등 화끈한 패키지가 필요해 보이는데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협조를 끌어낼 능력은 없고, 그저 할 수 있는 게 책잡히지 않고, 앞뒤 안 따지고 가계부채만 잡으려는 몸부림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경기 지표는 바닥은 쳤다고 하는데 부동산PF 현장과 금융 시장은 지금이 동지, 대한쯤 지나는 중인가? 생숙이 은퇴자들의 퇴직금 무덤으로 전락해버린 지금, 부동산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 지갑을 열게 하려면 종부세 전면 폐지+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혜택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보인다. 부동산에 과문(寡聞)한 금융부장의 넋두리다.
2024-06-05 17: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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