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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데스크 칼럼] 정권의 금융개혁 의지, 인사 현장서는 공회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유명환 기자
2026-01-07 16:57:24
유명환 금융증권부
유명환 금융증권부
[이코노믹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을 향해 "폐쇄적이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지 한 달여. 그러나 현장의 인사 결과는 대통령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우리금융지주까지 현직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와 실제 인사 결과 사이의 괴리가 선명히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괴리가 단순히 금융사 이사회의 독자적 판단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금융권 인사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했고, 금융감독원이 BNK금융지주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는 등 가시적인 압박 신호를 보냈음에도 연임 기조가 꺾이지 않은 것은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가 그만큼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현 시점에서 검증된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은 분명 존재한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부채 관리 압박, 부동산 PF 부실 정리,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은 곧 경영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각 금융지주 이사회가 경영 연속성과 실적을 내세워 현직 회장을 재신임한 배경에는 이러한 현실적 고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논리의 반복일 뿐이다. 금융권 장기 연임 관행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금융개혁을 외쳤지만, 매번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앞에서 인사 쇄신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 결과가 바로 대통령이 비판한 '폐쇄적 이너서클'의 고착화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스스로 금융개혁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인사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중앙대 법대 동기이자 함께 고시 공부를 한 사이다. 최근 취임한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 역시 사법시험 동기이며,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 수장 자리에 대통령의 학연·고시 인맥이 집중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들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해도, 금융권에 '이너서클 타파'를 요구하는 정부가 정작 자신의 인맥으로 핵심 자리를 채우는 모순은 개혁 드라이브의 동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민간 금융사의 인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도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립서비스로 전락한다. 금융권이 정부의 개혁 의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이 '어차피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학습효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과 금융당국 인사에서 인맥 논란을 불식시키고, 민간 금융사에 대해서는 일관된 원칙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압박의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처럼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민간에는 엄격하되 정부 인사는 예외를 두는 이중 잣대가 계속된다면 금융개혁은 또다시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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