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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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에 무너진 신뢰… 건설사 CEO들 국감 증인석 앉는다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잇따른 건설현장 사망사고로 도마에 오른 국내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진들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대거 소환된다. 25일 '2025년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안)'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 중 7곳의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를 비롯해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이해욱 DL그룹 회장,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서희건설의 이봉관 회장과 김원철 대표, 금고건설 박세창 회장까지 포함돼 총 10명의 건설업계 수장들이 증인석에 앉게 됐다. 이들 기업의 공통분모는 모두 올해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번 국감 소환은 단순한 업무보고 차원을 넘어 '책임 추궁'의 성격이 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건설면허 취소와 입찰 제한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제재를 검토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이후에도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안전사고 방지가 경영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관리 부실과 비용 절감 논리, 공기 단축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주택공급 정책 점검과 함께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대형 사고의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국토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개별 현장의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건설사 경영진의 총체적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국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규모 CEO 소환을 업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표출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대표들이 직접 증인석에 선 것은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방증"이라며 "안전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강력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회는 상임위별 증인·참고인 채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여야 협의를 거쳐 최종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건설업계가 이번 국감에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업계 신뢰 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9-25 14: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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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대재해 건설사 등록말소 추진…과징금·입찰 제한도 강화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건설사에 대해 등록을 말소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영업이익의 5%까지 제재성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망사고 다발 기업에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이번 조치는 기업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성격을 띤다. 정부는 1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정부의 감독과 통제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앞서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제한을 언급했으나 현실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이 한계였던 점을 반영해, 등록 말소와 입찰 제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해 최근 3년 내 세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에 대해 등록말소 요청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노동부 요청 시 건설사 등록말소가 이뤄지도록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도 추진한다. 영업정지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는 한 사고에서 2명 이상이 사망해야 영업정지 요청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연간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제재가 내려진다. 지금까지는 10명 이상 사망해도 최대 5개월까지만 가능했던 영업정지 기간 역시 확대될 방침이다.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도 신설된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영업이익의 5%까지 부과된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최대 500억원대 과징금이 현실화될 수 있다. 과징금 규모는 사망자 수와 사고 발생 횟수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이를 심사할 과징금 심의위원회도 신설된다. 거둬들인 과징금은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돼 산재 예방에 활용된다. 공공사업 입찰 제한도 강화된다. ‘중대재해 반복’을 입찰 제한 요건에 포함하고, 제한 기간은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법인 분할이나 명의 변경 등을 통한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해 제재효력 승계 규정도 신설된다. 민간사업에서도 건설안전 평가 배점이 높아지고, 사고 건설사에 대한 평가 감점 기준이 명확해진다. 여신심사, 보증, 분양 등 자본조달 과정에도 중대재해 리스크가 반영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시 안전도 평가가 도입되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선분양 제한을 받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분양 매입이나 HUG의 환매 지원 등 정책자금 지원에서도 반복 사고 기업은 심사가 강화되거나 배제될 수 있다. 상장사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이나 형사판결 시 즉시 공시가 의무화된다. 중대재해 기업에는 산재보험기금 투자도 제한되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 기준인 ESG 평가와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된다.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관장 해임 근거도 마련된다. 정부는 강력한 제재와 함께 사고의 구조적 원인 해결을 위한 지원책도 내놓았다. 전체 사망사고의 60%를 차지하는 추락·끼임 사고가 빈번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내년부터 433억원을 투입해 안전장비 구입 비용을 지원한다. 10인 미만,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추락방호망, 신체감지센서 등을 구입할 경우 기존 50~80%였던 보조율을 최대 90%까지 확대한다. 외국인과 고령자에 대한 대책도 포함됐다.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3년간 외국인 고용이 제한되고, 중대재해성 질병이나 부상 사고가 발생하면 1년간 고용이 제한된다. 대신 장기근속 외국인은 ‘안전리더’로 지정돼 현장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이를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고령 노동자에 대해서는 맞춤형 작업 가이드라인을 보급하고, 고령 친화적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비용도 지원된다. 불법 하도급 개선 방안도 추진된다. 국토부와 노동부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에 대한 합동 단속을 정례화하고,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해 저가낙찰 관행을 개선한다. 100억원 미만 공사의 낙찰하한율은 2%포인트 상향되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책임도 발주자에서 원청으로 확대된다. 공사기간 역시 발주자가 기준을 마련해 전문기관이나 인허가 기관장이 심의·검토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도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명시한다. 폭염 등 기상재해도 공기 연장 사유에 포함된다.
2025-09-15 21: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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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변호사 "속도 강제하는 계약 구조, 건설현장 사고 근본 원인…입법 개선 필요"
[이코노믹데일리] 김용환 법무법인 서한 변호사는 한국 건설 산업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을 ‘속도를 강제하는 계약 구조’에서 찾으며, 실효성 있는 예방 중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0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코노믹데일리 2025 건설포럼’에서 ‘건설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2024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0.29명)을 크게 웃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대통령의 건설사 면허 취소 지시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층적 책임 체계를 두고 있음에도 사고 예방에 실패하는 이유를 “계약 구조 자체가 안전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현장소장, 안전관리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와 원·하청 대표이사에게 의무를 부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계약서상 책임 준공 의무가 불가항력적 사유를 제외하면 어떠한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완공 의무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안전 점검이나 보강을 위한 공사 중단조차 불가능하고, 사고 위험보다 준공 기한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를 “안전을 고려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 완공 의무 체계”라고 규정하며, ‘구조적 안전 경시’가 사고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주체별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시공사는 PF 대출 원리금을 전액 떠안아 존립이 흔들릴 수 있고, 신탁사는 판례상 대출금 전액을 금융기관에 배상해야 한다. 시행사 또한 분양 지연 시 계약 해제 요구와 대금 반환, 위약금 지급을 부담한다. 분양계약 역시 입주 지연 시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은 사실상 인정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을 강행법규로 인정해야 한다”며 “도급계약 체결 시 최소 안전 공사 기간 이상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계약이어야 한다”며 “처벌 강화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 시스템 구축으로 지속 가능한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2025-09-10 16: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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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사고 충격' 넘고 공사 재개… 건축사업서 활로 모색
[이코노믹데일리]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건설 면허 취소 위기까지 내몰린 포스코이앤씨가 안전 확보가 끝난 일부 현장의 공사를 재개하며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정부의 영업정지 제재 여부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지만, 중단됐던 사업을 단계적으로 되살리며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6일 기준 전국 70여개 현장에서 공사를 재개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잇단 사망사고로 지난 4일부터 전국 103개 현장을 전면 중단했으나, 안전점검을 통과한 약 70%의 현장을 다시 가동한 것이다. 서초구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사업, 중랑구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등 건축 현장 41곳과 인프라 21곳, 플랜트 7곳이 포함됐다. 회사는 공사 재개 기준으로 외부 전문가 점검, 개선조치 확인, 안전관리 이행 점검, 최고안전책임자(CSO) 승인, 관계기관 협의 등 5단계 절차를 내세웠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현장을 최우선 점검 후 공사를 순차 재개하겠다”는 설명이다. 신규 수주 전략도 방향을 튼다. 송치영 신임 사장은 이달 초 “인프라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주택 등 건축 분야는 곧 재개할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7000억원 규모의 전북 전주시 전라중교일원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음달 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사실상 수주가 유력하다. 다만 안전 리스크를 고려해 포스코이앤씨 지분은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강남 개포우성4차 재건축 등 대형 정비사업에서도 도전 기회는 여전하다. 성수2지구는 다음달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가며, 개포우성4차는 오는 12월 재공고를 낼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서울 광장동 상록타워 리모델링(1560억원)을 시작으로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1조2972억원), 이수 극동우성2·3단지 리모델링(1조9796억원), 방배15구역 재건축(7553억원), 구리 수택동 재개발(8421억원) 등 총 5조302억원의 정비사업 수주를 확보했다. 반면 지난달에는 송파 한양2차 재건축(6856억원) 입찰에서 불참을 선언하며 존재감을 스스로 지운 바 있다. 결국 포스코이앤씨의 경영 정상화는 안전이 좌우할 전망이다. 사고 여파로 인프라 부문 신규 수주가 막힌 상황에서, 건축 분야에서의 연착륙과 정부 제재 수위가 향후 회사의 명운을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8-27 17: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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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취소는 피했지만'…정부, 중대재해 건설사 공공입찰 제한
[이코노믹데일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면허취소는 어렵고 영업정지만 가능하다”고 밝히자 중대재해 압박을 받아온 건설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 부처 전반에서 강도 높은 제재 방침이 쏟아지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공공 입찰 제한을 골자로 한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중대 사고를 낸 기업은 향후 공공공사 입찰 자체가 제한되고, 입·낙찰 단계에서 안전 평가 요소가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입찰 자격 심사 시 안전 전문 인력·기술 보유 여부, 안전관리비 확보 현황 등을 평가항목에 추가하고,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도 ‘중대재해 이력’은 감점 요인으로 신설한다. 특히 연간 사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기업은 공공 입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지금까지는 ‘동시 2인 이상 사망’의 경우에만 배제됐지만, 앞으로는 ‘연간 누적 다수 사망자’ 기준이 적용된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과징금 강화, CEO 책임 명문화, 안전 예산 확대 등 후속 규제를 준비 중이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최근 2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돈 아끼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최고경영진의 직접적인 안전 책임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체불 문제를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강도 높은 제재가 예고된다. 업계는 규제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중복 규제가 산업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토부 외에도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산업부, 해수부 등 여러 부처에서 중복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산발적 규제를 통합하고 국토부 중심의 규제 총괄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간 건설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 공공입찰 제한 조치가 업계 전반에 안전관리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질적 변화가 있으려면 적정 공사기간과 안전 확보 비용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면허취소는 피했지만 공공공사 입찰 제한이 시작된 만큼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가 새로운 기준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2025-08-21 08: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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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산재 사망사고 직보"…건설사 옥죄는 정부, 구조 개선은 뒷전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산업재해 감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건설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직접 보고를 지시하고, 면허취소까지 언급하자 고용노동부는 경제적 제재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건설사들은 사고 감축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공사에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건설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20대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최고경영자부터 안전을 직접 챙겨야 한다”며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예산의 규모를 늘리고, 전 임원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정부는 안전수칙 위반이나 중대재해 발생 시 다양한 경제적 제재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이러한 조치들이 단순한 기업 옥죄기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복잡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인명사고가 반복된 포스코이앤씨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최근 DL건설 사고 보고를 받은 직후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면허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사실상 ‘산재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지난 13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망사고 재발 시 건설업 등록 말소와 공공입찰 제한을 가능케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시공사에 책임을 집중시키는 반면, 건설 산업의 구조적 병목에 대해서는 근본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업계는 사고 책임의 범위를 시공사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발주·설계·감리 등 모든 참여 주체가 공동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공 발주 사업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단계부터 공사비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는 지적이다. 최저가 낙찰로 이어진 결과, 안전예산은 줄고 공기는 촉박해진다. 김 장관이 “안전보다 납품기한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 관행을 조장한 주체가 정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은 2015년 개정된 ‘건설설계관리규제법(CDM)’을 통해 발주자에게도 안전 책임을 명확히 부여했다. 해당 규정은 건설 프로젝트 참여자 전원에게 안전 및 위험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특히 발주자를 최종 책임 주체로 규정한다. 안전 확보를 위한 예산 편성과 관리 체계를 갖출 의무도 발주자에게 있다. 시공사에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길 수 없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이른바 ‘십장’ 중심의 작업 문화다. 건설업은 공정 특성상 다수의 비정규직과 외주 인력이 투입되는 프로젝트형 산업이다. 십장들이 작업개시서 없이 먼저 작업을 시작한 뒤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는 사례는 흔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확보를 위해 작업개시서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십장은 개시서 없이 작업을 먼저 해놓고 다른 현장을 다녀오는 식의 ‘두탕’이 일상화돼 있다”며 “수천 세대 규모 현장에서 이를 완전히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대형사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비제도권의 사각지대로, 십장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 없이는 안전 확보의 실효성 역시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강한 제재 조치는 경각심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일방적 제재는 결국 ‘책임 떠넘기기’로 귀결될 수 있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는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구조 안에서 비용을 아끼게 만든 시스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2025-08-18 08: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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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설사 중대재해' 매출 3% 과징금 추진…"안전투자 늘려도 사고 못 막아"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고강도 중대재해 처벌 방안을 예고하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안전관리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연 매출 3%의 과징금이나 1년 이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수년째 안전경영 예산을 늘려왔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예산만 늘린다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현대건설이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본사와 협력사 포함 현장 재해 건수는 628건으로, 전년(462건) 대비 3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안전경영 투자액은 2399억원에서 2773억원으로 15.6% 늘었다. 2021년 1349억원, 2022년 1658억원으로 매년 투자액을 확대했지만, 재해 건수도 2021년 286건, 2022년 344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올해 안전보건 투자 목표를 2603억원으로 제시했는데, 전년보다 6.1% 줄었다. 회사 측은 “현장 규모를 반영한 목표치”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 역시 2021년 838억원에서 2023년 997억원까지 안전경영 투자를 늘렸다. 그러나 근로손실재해율(LITR)은 오히려 상승했다. 2022년 1.48%에서 2023년 1.72%로 0.24%포인트 높아졌다. LITR은 근로시간 대비 사고 발생 비율을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강도 높은 안전 규제를 예고했다. 지난 6일에는 올해 들어 네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9일에는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신속히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인명사고 발생 시 매출 3% 과징금이나 1년 이하 영업정지를 가능하게 하는 건안법 제정이 거론되고 있다. 문진석 의원이 지난 6월27일 발의한 법안에는 시공자의 안전관리 의무로 △하도급사에 위험요인 정보 제공 △안전관리조직 배치 △안전시설물 설치 △하수급사 공사기간·비용 적정성 검토 등이 명시됐다. 문제는 ‘매출 3% 과징금’이 실제로 건설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별도 매출은 16조7301억원으로, 과징금 3%면 5019억원이다. 이는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총이익(3488억원)을 웃돈다. 대우건설도 매출 9조3973억원 중 3%를 내면 2819억원으로, 매출총이익(5810억원)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안전 예산을 늘려도 근로자의 모든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두고 소송이 이어지는 사이 주가 하락, 신용등급 강등, 회사채 발행 실패 등 재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5-08-13 0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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