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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에서 '회장님'은 예외?...제 역할 못하는 준법감시 체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법원 밖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방만한 기업 경영이 위기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기업은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감사위원회(감사위) 등을 추가하며 준법 감시 제도를 꾸준히 강화했다. 그러나 다양한 제도가 생겨났음에도 기업 오너에 대한 감시는 부실한 걸로 나타났다. 이코노믹데일리가 7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 지배구조(거버넌스)에서 주요 성과로 직원 교육과 준법 감시를 내세웠다. 기업이 내세운 준법 감시의 성과는 상법 542조13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에 따라 2011년 도입된 '준법지원인 제도'를 기반으로 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의 준법 감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직원들의 준법 위반 사례만 있을 뿐 오너의 준법 준수 사항을 지적한 내용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오너 감시에 구조적 어려움이 많다고 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준법 감시를 수행하는 데 키를 쥐고 있는 이사회다. 현재 상법 제393조 2항에 따르면 회사 경영에서 중요한 결정 사항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며 이사진은 결정한 내용이 적합한지 검증할 의무가 있다. 서울고등법원도 2021년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감시의무 위반'을 다룬 재판에서 "주식회사 이사는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 대해 찬부 의사표시에 그치지 않고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무가 있다"고 이사의 준법감시 의무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소위 '오너 입맛’에 맞춰 이사를 선출하는 데다 임원 수당까지 사실상 오너가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독립적인 감시를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사회를 감시할 감사위원회 역시 오너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감사위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활동을 감시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내부 기구다. 상법 제542조 11항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감사위를 두도록 했다. 감사위원은 이사 3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고 그중 2명은 사외이사여야 한다.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감독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주목할 부분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는 점이다. 특히 사외이사를 선출할 땐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한 '3% 룰'을 최소 1명에게만 적용했다. 외부 독립 조직으로 출범한 준감위도 자기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을 계기로 출범한 삼성준감위가 대표적이다. 삼성준감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7개 회사를 감시하는 외부 준법감시기구다.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 당시 재판부의 권고로 설치됐으며, 무노조 경영 철폐와 '4세 경영 포기' 등을 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삼성준감위는 2021년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사안에 대해 "위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삼성전자에 권고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법무부가 이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다고 알린 직후였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사회를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3% 룰을 감사위원 전체로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준감위 같은 옥상옥(屋上屋) 조직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미흡한 준법감시 체계가 ESG경영 실천에 걸림돌이 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으킨다는 우려도 있다. 오너가 지배력 강화나 자녀 승계를 위해 주주가치를 해쳐도 이사회가 막을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감사위원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민사 소송법에 따라 준법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기업 밸류업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업이 회계감사처럼 준법감사도 외부에서 받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동구 법무법인 서울제일 변호사는 "멋대로 기업을 물적 분할하거나, (자기 자본으로)자사주 취득을 하거나, 승계에 도움이 되도록 회사를 매각하는 행위엔 전부 불법 요소가 있다"며 "자격이 있는 외부 회계법인이 감사하는 것처럼 준법감시도 검증된 외부 전문가를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4-10-08 07:00:00
이재용 2심 재판 시작···내년 초 '삼성 사법리스크' 털어낼까
[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2심 재판 첫 공판에 출석했다. 내년 초 2심 선고와 함께 삼성전자가 '사법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이 회장은 굳은 얼굴로 검은색 현대 제네시스 차량에서 내려 서울지법으로 들어갔다. 현장 공동 취재진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중간에 멈춰 답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법원에 들어간 이 회장은 바로 공판장으로 이동했고 법원 내부에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한 이 회장 측 변호인단 수십여명이 길게 줄을 섰다. 같은 시간 법원 외부에선 이 회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7개 단체는 "재벌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으로 인한 피해를 모든 국민들이 떠안고 있는 셈"이라며 "불법 합병 관련자들을 이번에도 봐준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2심 재판이 막을 올린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올진 쉽사리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월 진행된 1심 판결에선 이 회장을 비롯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2심을 앞두고 달라진 환경을 고려하면 1심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우선 검찰은 2심을 앞두고 증거 약 2300건을 법원에 추가 제출했다. 1심 판결 당시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3700여건이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년 검찰이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압수수색 하 과정에서 바닥을 뜯는 등 수색 영장에 기재된 방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탈이 한국정부를 상대로 진행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과정에서 승소한 결과가 재판에 영향을 줄지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해 삼성물산 주주인 메이슨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게 3200만 달러(약 42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PAC는 지난해 6월에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과 한국 정부간 유사 재판에 대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1억850만 달러(약 14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또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한 판결이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삼바가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선물위)를 상대로 낸 시정 요구 취소 소송에 대해 과징금 처분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선물위의 조치가 적법했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판결은 이르면 내년 초쯤 나올 전망이다. 사건을 맡은 제13형사부가 지난 7월부터 다음달까지 새로운 사건 배당 없이 '이 회장 재판'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구체적 시점으론 내년 1월 말에 있을 법관 인사 전까지 선고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24-09-30 16: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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