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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률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 "월드옥타, 대한민국 경제의 실전형 통상 사령부"
[이코노믹데일리] 세계 곳곳에서 조용히 혹은 묵묵히 그러나 단단히 대한민국 경제의 영토를 넓혀온 이들이 있다. 수출로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민간 통상 외교사절단’이었고, 위기의 순간에는 ‘경제 방패’가 돼 주었다. 이제 이들은 외교적 상징을 넘어 실질적 전략 파트너로서 제도적 위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로 성장해 왔고, 최전선에 ‘월드옥타’가 있었다.” 안경률 (사)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월드옥타 본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같은 말로 월드옥타를 소개하며 입을 열었다. 월드옥타는 전 세계 70개국에 151개 지회를 두고 4만명의 재외동포 무역인들이 연결된 거대한 경제 네트워크다. 1981년 4월, 서울국제교역전에 참가하기 위해 모국을 방문한 16개국 101명의 재외동포 무역인들이 뜻을 모아 창립한 단체가 월드옥타다. 시작은 모국의 수출입 거래 활성화, 해외 투자 유치, 차세대 무역인 양성 등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월드옥타는 창립 이래 '대한민국 수출 증진을 통한 경제 발전과 번영'이란 설립 이념을 중심에 두고 44년째 그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옥타와의 첫 만남, 한미 FTA 비준까지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안 원장은 2022년부터 월드옥타의 싱크탱크인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수장을 맡아 글로벌 한상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재계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월드옥타와 안 원장의 인연은 그가 재선에 성공해 2004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당시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월드옥타란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며 “월드옥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 대한민국의 수출 의존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데 수출하는 해외 동포들을 국회에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로서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채택해왔다. 특히 1970~1980년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국내 제조업의 급속한 팽창을 이끌었다. 이러한 수출 의존 구조는 숫자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199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은 51.3%였는데 2023년에는 88.9%까지 급등했다. 안 원장이 당시 한국의 수출을 위해 월드옥타가 중요한 단체라고 판단한 이유고,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온 이유다. 그리고 그가 월드옥타와 함께한 일련의 시간들은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월드옥타의 필요성을 한국에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2007년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 미국 내 정당 간 대립으로 비준이 지연되자 안 원장은 월드옥타와 자발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2010년 3월 미국 워싱턴DC부터 시작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달라스 등 주요 도시를 돌며 ‘한미 FTA 비준 촉구 궐기대회’를 조직했다. 안 원장은 “당시 월드옥타는 정당 소속이 아닌 순수 민간 경제인 조직으로써 정파를 넘은 신뢰를 기반으로 미국 정치권과 시민 사회에 한미 FTA의 상생 논리를 전달했다”며 “이러한 집단 행동은 단순한 시위가 아닌 전략적 설득의 장으로 기능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2011년 10월 미국 의회는 FTA를 최종 비준하게 된다. 안 원장은 이 과정을 두고 “현장의 민간 외교가 국가 통상 전략의 막힌 길을 뚫은 상징적 사건”이라며 "현재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도 적용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월드옥타는 창립 이래 단순한 무역 단체를 넘어 한국의 위기와 도전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늘 옆에 있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미주 지역의 ‘옥타맨’들은 교민들과 함께 ‘달러 보내기 운동’에 나섰다. 멀리서도 전국적인 금모으기 운동에 적극 동참한 것이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역시 월드옥타가 모국의 직접 도움을 준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한국이 요소수 수입의 약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가운데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인해 요소수 품귀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월드옥타의 전 세계 지회들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응해 모국에 필요한 요소수를 긴급 공급했다. 이는 요소수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현재까지 회자된다. ◆글로벌 통상 시대의 ‘실전형 탐색팀’ 월드옥타의 핵심 역량은 단연 ‘네트워크’다. 151개 지회는 실시간 시장 정보를 공유하며 국내 기업과의 연결 통로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본부 사무국과 각 지회 간의 긴밀한 소통 체계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인허가, 통관, 현지 바이어 소개 등 실무 전반을 지원하는 실전형 조력자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지난해 개최한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 비엔나(KBEV)’다. 월드옥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행사를 열며 유럽 각국의 재외동포 무역인과 바이어, 국내 중소기업인들의 참여를 대거 이끌었다. 그 결과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단순한 전시회가 아닌 거래와 계약 그리고 협업이 이뤄지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장을 마련한 것이다. 월드옥타는 오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경북 안동에서 ‘2025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 안동’을 개최한다. 해당 전시회에는 생활·뷰티업체, 식음료, 건축·재활용, 건강식품·미용용품, 섬유·섬유제품, 기계·도구, 산업 콘텐츠 플랫폼 등 분야의 250여개 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월드옥타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기반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안 원장은 월드옥타에 대해 “단순한 교류 조직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시장을 직접 탐색하고 수출 기회를 구체적으로 발굴해내는 실전형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기존의 한국무역협회, 지방자치단체 해외무역사무소 등은 일정한 파견 주기로 현지를 순환하는 방식이라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월드옥타는 현지에 뿌리 내린 재외동포가 중심이기에 소비자 성향, 유통 구조,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옥타의 또다른 목표는 차세대 인재 육성이다. 월드옥타는 매년 ‘차세대 무역 스쿨’을 운영하며 재외동포 2·3세 청년을 대상으로 무역 실무, 네트워킹, 창업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수백명의 청년이 무역스쿨을 통해 현지에서 창업하거나 한국 기업과 협업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을 위해 월드옥타는 현재 14개 통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각국 통상 법령, 무역 제도, 시장 진입 전략 등 전문 자문도 제공하고 있다. 안 원장이 운영하는 국제통상전략연구원은 이를 정책화하고 전략화하는 싱크탱크로 기능하고 있다.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생생한 무역 현장의 ‘맥’을 짚는 실용형 연구소다. 여기에 더해 월드옥타는 매년 대륙별 지역경제인대회를 개최하며 재외동포 기업인들이 모국 및 제3국 기업과 네트워킹하고 협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현지에서 직접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월드옥타 회원들은 해외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안 원장은 “단순히 문서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닌 현지 소비자 반응, 거래 관행, 인허가 절차, 통관의 어려움 등 실제 경험에 기반한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월드옥타의 네트워크는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실전형 조력자로 기능하다”고 말했다. ◆‘경제 7단체로의 격상' 절실···실천적 제도화 필요 현재 국내 경제 6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내수 산업계를 대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며 실질적인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월드옥타의 제도적 위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옵서버 자격으로 경제 6단체가 주제하는 회의에 참석했지만 현재는 공식 참여 채널조차 부재하다. 안 원장은 “월드옥타는 글로벌 경제 현장에서 직접 뛰는 유일한 조직이다. 이들이 축적한 해외 시장 정보, 민간 네트워크, 실전형 통상 감각, 차세대 육성 관련 노하우와 정책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경제 7단체로의 격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04-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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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플랫폼' vs '전통 재벌'…네이버·카카오, 한경협 합류 '새로운 긴장감'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전격 합류한다. IT 업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오는 20일 정기총회를 열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한 IT 기업들의 신규 회원 가입 안건을 승인할 예정이다. 하이브, 두나무 등 혁신 기업들도 함께 한경협에 새롭게 둥지를 틀며 국내 대표 경제 단체인 한경협이 '젊은 피'를 수혈해 재계의 '맏형' 위상 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번 한경협 합류는 급변하는 대외 경제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 필요성이 증대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시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한경협의 적극적인 구애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경협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의 정경유착 이미지를 벗고 젊고 혁신적인 경제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3년 협회 명칭을 변경하고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 싱크탱크 기능 강화,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등 쇄신안을 발표하며 IT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회장단을 젊고 다양하게 구성하여 젊은 세대와 소통하겠다"고 밝히며 IT 기업 영입에 힘을 실었다. 한경협은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도 하이브, 두나무 등 IT,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업들을 회원사로 맞이하며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0일 한경협 정기총회에 직접 참석, 경제계 인사들과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제조업 중심의 기존 한경협 회장단 구성에 IT 기업 대표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에서는 이번 IT 기업들의 한경협 합류를 계기로 한경협이 과거 '경제 맏형'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경협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회원사 이탈, 4대 그룹 탈퇴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류진 회장 취임 이후 회원사 확대, 4대 그룹 회비 납부 재개 등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류진 회장 취임 후 한경협의 신뢰 회복 노력이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경협은 향후 회원사를 600개 수준으로 확대,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2025-02-19 1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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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칼 빼든 트럼프 2기…한국 원팀 대응 시급하다
[이코노믹데일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출범한 가운데,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트럼프 2.0 시대 개막 100시간과 한국 경제'를 주제로 24일 제4차 글로벌 줌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국 신정부 출범 3일 만에 마련된 이번 긴급 세미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기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대적인 정책 변화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조선, 원자력, 바이오 등 미국과의 협력 속에서 우리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캘리 앤 쇼는 화상으로 진행된 기조발표에서 "미국은 현재 통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우선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이 주요 타겟이 될 것이지만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달 1일 예고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불법이민, 마약유통 등 비경제적 이유로 실시되는 것이라면,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관세 부과는 정부조사가 완료되는 4월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따른 중국 자본의 한국 유입,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원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서는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직접적 영향은 물론 연쇄적 파급효과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각국의 보복으로 이어지는 '관세전쟁'으로 번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 우려도 나왔다. 강태수 한경연 객원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전망과 전략적 대응 방안'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신원규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상품인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부품에 대한 한-미 보완관계와 한-중 대체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대한국 관세보다 15%p 이상 높으면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 '패키지딜'을 통해 한-미 양국이 경제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전략산업군에 대해서는 사전에 관세를 면제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급변하는 정책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트럼프 2기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TF를 이끌고 있는 정철 원장은 "향후 100일이 한국 산업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며 "경제단체와 싱크탱크 등 미국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한국 경제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우리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2025-01-24 14: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