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건
-
'쩐의 전쟁' 미국 대선···우리 기업은 어디에 후원했나
[이코노믹데일리] 전 세계 안보 및 경제·산업계 지형도를 바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이코노믹데일리는 2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 맞춰 21일 대선판에 투입된 우리 기업들의 로비 자금 내역을 살펴봤다. 결론부터 설명하면 우리 기업은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고 정당별 후원은 기업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원호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장은 "해리스 후보는 환경이나 인권 문제를 강조하고 있어 친환경 공급망 재편이나 노동조합 강화 등에 대응해야 한다"며 "반대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에 미국산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대선 후 세계 경제를 전망했다. 미 대선은 연방 상·하원 선거와 함께 다음달 5일(현지시간) 시작해 6일 마무리된다. 총 유권자는 약 2억4400만명인데, 지난번 대선 투표율 66.8%를 기준으로 보면 약 1억63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할 거라 예상된다. 선거 규모만큼 투입되는 로비 자금도 천문학적이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대선 관련 모금액은 총 10억8400만 달러(약 1조4850억원)였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억9600만 달러, 4억2060만 달러로 양분했다. 현재 미국은 로비 활동을 허용해 거액의 로비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슈퍼팩'이라 불리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대해선 무제한 후원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로비스트나 각종 모금 행사 등을 경유해 지원한다. 미 대선을 '쩐의 전쟁'이라 부르는 이유다. 다만 200달러(약 27만4000원) 이상 후원한 사람이나 기업은 로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은 미 의회나 정부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업별 로비 현황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로비 자금도 오픈시크릿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어느 당, 어떤 후보에게 흘러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공개된 모금액을 살펴봤더니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중에선 삼성이 올해만 354만 달러(약 48억5400만원)로 가장 많은 돈을 미 대선판에 투입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미국 활동을 위해 삼성SDI아메리카, 삼성전자 미국법인 등 6개 주요 계열사가 뭉쳐서 만든 삼성그룹이 후원금을 냈다. 해리스 후보를 향한 후원금이 3만1448달러로 가장 많았고 트럼프 후보는 10분의1 수준인 3483달러였다. 연방의원 선거를 위해선 텍사스주에서 10선을 지낸 마이클 맥콜 연방하원의원과 같은주에서 11선에 성공한 존 카터 의원 등에 적극적으로 로비했다. 대선 후보와 달리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정당별로는 민주당이 54.7%, 공화당이 43.9%, 기타가 1.4%였다. SK그룹이 254만 달러(약 34억8000만원)로 2위에 올랐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5개 주요 계열사가 공동 출자한 'SK아메리카스'가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연방의원 선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선 후보에 투입된 로비 자금은 없지만, 연방의원 후원엔 정당별로 민주당은 83.9%, 기타는 16.1%를 차지했다. 흑인 여성 최초의 델라웨어주 하원의원인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 민주당 의원과 마틴 하인리 뉴멕시코주 민주당 의원 등이 많은 후원금을 받았다. 3위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23만 달러, 48만 달러로 총 171만 달러(약 23억4400만원)를 로비 자금에 썼다. 현대차그룹의 후원 비중은 대선 후보, 정당 모두 민주당이 높았다. 해리스 후보에게 3817달러를 후원했다면 트럼프 후보에겐 10만원도 안 되는 63달러를 건넸다. 정당별로는 민주당에 87.5%, 공화당에 12.5%를 지원했다. 기아도 해리스 후보에 후원한 액수가 2488달러로 234달러를 후원한 트럼프 후보보다 많았다. 정당 후원도 공화당(17.4%)보다 민주당(69.9%)에 집중됐다. LG그룹은 총 43만 달러(약 5억9000만원)를 로비자금으로 썼다. LG전자가 31만 달러,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등이 뭉친 LG코퍼레이션이 12만 달러를 냈다. LG전자의 경우 엄밀히 보면 기업이 아닌 직원 개인의 후원이었다. LG전자 직원들은 해리스 후보자에게 957달러를 지원했지만 트럼프 후보에게 후원한 금액은 '0원'이었다. 정당별 후원은 민주당이 93.7%, 기타가 6.3%였다. LG코퍼레이션 역시 직원들이 해리스 후보에게 786달러를 후원했지만, 트럼프 후보에게 들어간 후원금은 없었다. 정당별 후원은 공화당이 65.9%, 민주당이 34.1%를 차지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미국 선거판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이유는 거대한 대미 투자 액수에 있다. 미국에 돈을 쓴 만큼 투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미 투자액은 277억 달러(약 38조155억원)였다. 해외 투자액 비중은 43.7%로 1위였다. 특히 배터리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미국 직접투자액이 각각 37억9900만 달러, 23억4100만 달러였다. 해당 분야는 우리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삼는 핵심 사업이다. 미국의 대선 판도가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로비 자금이 들어간 정당과 후보는 각 기업이 미국에서 펼치는 사업과 일맥하는 부분이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7일 공개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자동차‧배터리 산업에 청신호가 켜지고 트럼프가 당선되면 철강 등의 산업에 유리할 것이라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덕에 64억 달러를 지원 받았음에도 상대 정당인 공화당 지원 비율이 높았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과 연관된 걸로 풀이된다. SK그룹과 LG그룹은 미국 내 투자를 배터리 관련 계열사가 주도하면서 전기차 전환과 관련된 곳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배터리 제조 회사인 SK온의 후원액은 민주당 연방의원에 쏠리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도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서 빌 하이젠가 미시간주 공화당 의원에 후원액이 몰렸다. 현대차의 경우 많은 액수를 후원한 해리스 후보보다 트럼프 후보에게 적은 액수라도 꾸준히 자금이 흘러간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수입차에 고관세를 부여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대형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공장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국제 정치 전문가들은 로비 액수보다 로비의 목적과 방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얼마나 후원하냐 보다 대선 후보들의 참모나 권력 심층부에 다가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 듯 하다"며 "결국 중요한 순간 후보들은 리딩 포지션(선도자)에 있는 사람에게 자문을 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연원호 센터장은 "바로 로비의 효과를 거둔다는 단기적 생각으로 접근하기보단,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관계를 만드는 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10-22 07:00:00
-
-
-
바이든주냐 트럼프주냐... "정책·테마주 움직임, 심상찮다"
[이코노믹데일리] 오는 11월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서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방송을 통해 첫 TV 토론을 벌인 가운데 두 후보 정책과 관련된 주식 종목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압승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던 만큼 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개장한 미국 뉴욕증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수혜주로 꼽히는 석유, 천연가스 등 전통 에너지 업체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엑손모빌, 코노필립스 등 석유기업 주가에 상승 불이 켜졌고, 에너지 기술회사 베이커휴즈는 2.18%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석유 시추를 세 배로 늘리고 전기차 의무 정책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금융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은 은행주에서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간스탠리는 1%대로 올랐고 웰스파고는 3%대를 넘는 등 주가 상승 반열에 올라탔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친환경 에너지주, 전기차주 등 대체 에너지 주가는 하락 양상을 보였다. 썬런(-10.63%), 퍼스트솔라(-9.79%), 엔페이즈에너지(-5.25%) 등 재생에너지 관련주가 급락했다. 정책 수혜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틸레이 브랜즈(-4.05%), 캐너피 그로스(-3.3%) 등 대마초 관련 주식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정치 테마주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트럼프 미디어·DJT)'은 달랐다. 대선 TV토론 당일 트럼프 미디어는 주당 최고 39.94 달러를 찍었으나 막판에 32.75달러(-10.84%)로 급락하며 이날 테마주에 탑승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저버렸다. 트럼프 미디어에 투자한 대학생 김연수씨(22)는 "트럼프 미디어 주가가 대선을 앞두고 상승과 하락을 꾸준히 반복하길래 이번엔 상승세를 타는 줄 알았다"며 "트럼프 압승을 예상하면서 토론 당일 투자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하락해 투자금이 물리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미디어는 지난 5월 말 최고 53.92 달러를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대선 토론을 한 주 앞둔 지난달 19일에는 최저 28.76달러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대선 토론이 있는 주부터는 다시 상승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최고 36.09달러로 마무리해 21.19% 급등했다. 이후 며칠 간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하다가 토론 당일 장 마감 시간에 기세가 꺾인 것이다. 이후 거래량도 줄었다. 이는 미 대선 불확실성이 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TV토론 이후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와 함께 미국 유권자 5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잘했다"는 응답이 67%로 "바이든이 잘했다"는 응답(33%)을 압도했다. 이는 2020년 미국 대선 토론 때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당시 미국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보다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60%, "트럼프 후보가 앞섰다"는 평가는 28%였다. 두 후보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인지력 논란 등 '고령 리스크'가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종류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11월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여러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다음 TV토론은 오는 9월 10일 ABC방송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그 전에는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일)를 시작으로 민주당 전당대회(8월 중순) 등 두 대선 후보 일정이 남아 있다.
2024-07-02 17:01: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