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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장대 1탄··· 도로 위 달리는 중국산 전기차 그리고 미래차
<편집자주> 값싼 공산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함께 방향을 틀었다. 생산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항해시대 이전 동서 교역 루트이던 '실크로드'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테크로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기세 좋게 테크로드를 확장하는 중국의 공습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이코노믹데일리] 내연기관차 시장에선 힘을 못 쓰던 중국이 전기차(EV) 시장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에도 저렴한 가격, 정부 지원을 앞세워 성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신흥산업 연구기관인 이브이(EV)탱크가 11일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신에너지차 판매량의 약 65%를 차지했다. 미국과 유럽이 각각 20%, 10%로 뒤를 이었다. 신에너지차는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HEV), 수소전기차(FCEV) 등을 말한다. 중국은 신에너지차를 앞세워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수출국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중국 신에너지차 산업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2022년 대비 57.4% 증가한 522만1000대였다. 그 중 신에너지차는 120만3000대로 2022년 대비 77.6%(67만9000대) 급증했다. 올 상반기 신에너지차 수출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증가한 60만5000대였다. 중국이 신에너지차 시장을 주도한 데는 전기차가 있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비야디)만 봐도 가파른 성장세를 엿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를 보면 비야디의 올 3분기 매출액은 2011억 위안(약 38조9000억원)으로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3분기 매출(약 3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9월 유럽의 대표적인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내 공장 폐쇄 등 초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내놨을 때도 중국산 전기차 공세를 이유로 꼽을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독 전기차 시장에서 잘 나가는 이유로 공급망, 정부 지원, 저렴한 차량 가격을 꼽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개발 초창기부터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인재 교육 등에 유리했다"며 "인건비도 싸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판매하니 유럽과 개발도상국 시장에선 중국산을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7월 공개한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전망'을 보면 중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 대비 신에너지차 수출량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태국과 벨기에로 각각 92.3%와 80.6%였다. 필리핀, 스페인, 영국 역시 중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중 신에너지차가 각각 66.9%, 66.2%, 58.4%나 차지했다. 중국의 전기차 성장 요인으로 배터리 생산 공급망 확장을 짚은 전문가도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리 생산의 기본 광물인 리튬, 망간, 코발트 등은 중국산 비중이 높아 중국이 배터리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중국이 배터리 용량·수명·충전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를 대부분 생산해 전기차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자동차의 성장 질주는 멈추지 않을 기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차량에 대한 폭탄 관세 부과로 자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려고 하고 있지만, 외려 전기차를 넘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SDV와 자율주행은 이미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뛰어넘었다"며 중국 정부의 과감한 투자 지원을 성장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2020년 2월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스마트 자동차 혁신 개발 전략'을 발표해 자율주행차 사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차량 자동화·통신망 기술 통합 등을 지원했다. 같은해 12월 중국 교통운송부도 '도로교통·자율주행 기술 발전 및 응용 촉진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하며 일부 지역에서의 로보택시 시범 운행 및 상용화 서비스 추진에 나섰다. 또 중국은 내년까지 제한구역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2035년까지 자율주행차량 대규모 양산을 달성할 계획도 세웠다. 이항구 원장은 중국의 자율주행 성장을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표현했다. 이 원장은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인데다 대부분의 기업이 국영기업이라 실패 가능성이 적고 실패해도 국가가 세금 환급 등의 방식을 통해 지원하기에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며 "기업의 수도 한국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으로 많아 생태계 경쟁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조철 연구위원은 "중국산만큼은 아니라도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부의 '투자 비용 지원'이 필수"라며 "전기차는 배터리 공급망 자체를 싸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2024-11-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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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적극 대응··· 2030년 매출 32조원 목표
[이코노믹데일리] 에코프로그룹이 차세대 전기차 시장 선점을 목표로 인도네시아에 통합 양극재 법인 설립과 함께 니켈 자원 확보에 나선다.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선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를 합병해 리튬 전환 및 리사이클 사업의 시너지 극대화도 시도한다. 에코프로는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에코프렌들리데이’ 기업 설명회에서 이 같은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과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 김종섭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 등 각 가족사 대표, 투자사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해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공유했다. 에코프로는 2030년까지 연간 71만t의 양극재와 25만5000t의 전구체 생산 능력을 구축해 매출 32조원, 영업이익률 12%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코프로 이동채 전 회장은 "우리는 양극재 산업의 개척자로서 시장을 선도해왔다"며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삼원계 양극재 시장을 재편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에코프로비엠은 중국 거린메이(GEM)와 합작법인을 통해 제련부터 전구체, 양극재까지 이어지는 통합 공정을 인도네시아에 구축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은 아시아 전기차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 헝가리에 이은 세 번째 글로벌 생산 기지다. 연내 GEM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내년 초 착공을 시작해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은 포항의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확장한 형태로 제련 공정까지 포함해 삼원계 양극재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GEM이 소유한 인도네시아 제련소에 약 3억 달러(약 4167억원)를 투자한 에코프로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인도네시아의 MHP 제련소 지분을 인수해 전구체 밸류체인 내 부가가치를 높이는 중이다. 리튬 확보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는 합병을 통해 리튬 추출과 정련 기술을 결합,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에코프로는 기술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진행한다. 하이니켈 양극재 외에 미드니켈 제품을 개발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삼원계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체 전해질, 실리콘 음극재, 나트륨이온전지(SIB), 양극재 등 4대 신소재를 개발해 미래 기술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에코프로비엠은 2030년까지 하이니켈 양극재를 통해 매출 21조원, 신규 소재 개발을 통해 4조원을 달성할 계획이고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폐수 재활용 기술인 폐수 친환경 처리(EWT)를 도입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원료 매출 7000억원, 전구체 매출 5조6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환경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선박용 저감장치,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신규 사업을 확대한다. 2030년까지 환경 부문 8000억원, 신소재 부문 5000억원 등 총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지난 26년간 끊임없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온 에코프로는 연구개발, 생산성 향상, 경영 효율화를 통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래를 선택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2024-11-08 19: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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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리서치, K-배터리 되살릴 KABC 2024 개최한다
[이코노믹데일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오는 24, 25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 첨단 배터리 컨퍼런스(KABC) 2024’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SNE리서치는 "최근 배터리 산업 생태계는 캐즘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캐즘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배터리 시장의 수급·투자·대응 전략을 조명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컨퍼런스 첫날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배터리 산업에 대한 찬조 발표를 시작으로,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와 삼성SDI, SK온, 중국 CATL 등 배터리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배터리 사업 현황과 향후 방향에 대한 발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세계적인 투자은행 맥쿼리 관계자도 참석해 배터리 산업 현황과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 발표 순서엔 임종우 서울대학교 교수가 배터리 발화와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둘째 날인 25일엔 현대자동차, 포스코홀딩스, 제이오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선 실리콘 음극재, 탄소나노튜브 같은 차세대 소재를 중심으로 발표가 진행될 걸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도 25일에 참석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BMS 안전 진단 기술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시스템을 결합한 배터리 관리 통합 시스템(BMTS)이 핵심 내용이 될 전망이다. SNE 리서치는 "이번 행사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최신 동향과 각 기업의 미래 전략을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참가자들은 캐즘이라는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각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전략을 직접 듣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중요한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4-09-11 17: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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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속도 내는 포스코, 대규모 사업 구조 개편 추진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그룹이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작업을 본격화한다. 약 2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 가치를 높이고 오는 2026년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매출 11조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제3회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밸류업 전략에는 사업 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정책, 이차전지 소재 사업 육성 방안 등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우선 포스코그룹은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 전략과 맞지 않거나 수익이 낮은 사업, 불용 자산을 대거 정리하기로 했다. 오는 2026년까지 총 120개 구조 개편 대상 가운데 97% 이상을 완료해 2조60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마련한다. 이렇게 조달한 현금은 사업 재투자와 주주 환원에 쓰인다. 강도 높은 주가 부양책도 시행된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보유한 자사주 약 870만주(지분율 10%) 가운데 교환사채 발행에 따른 의무 예탁분 345만주(4%)를 제외하고 나머지 525만주(6%·1조9000억원)를 2026년까지 전략 소각하기로 했다. 추가로 10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즉시 소각한다. 기존 핵심 사업인 철강 부문 경쟁력도 높인다. 포스코그룹은 인도와 미국에 상공정(철광석을 녹여 반제품 상태인 슬래브와 빌렛을 만드는 공정) 투자를 추진하고 저수익 자산 구조조정으로 자산 운용 효율성을 개선한다. 정기섭 사장은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성장 투자, 저수익 자산 조정 등 자본 효율성 개선과 함께 향후 3년간 교환사채 예탁분을 제외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등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차전지 소재 부분에서는 종합 밸류체인(가치사슬) 완성, 사업 경쟁력 강화, 차세대 전지 소재 시장 선점을 주요 과제로 추진한다. 올해는 포스코그룹이 보유한 이차전지 소재 공급 체계를 전면 가동하는 원년으로 조업 경쟁력 제고와 미래기술연구원·포스텍·포스코퓨처엠을 연계한 산·학·연 시너지 창출을 동시에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정체) 대응 방안으로 광물 확보와 음극재 제품군 확장에 나선다. 포스코그룹은 리튬을 채굴할 수 있는 해외 염호·광산에 투자하고 국내에서 제련·정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적격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026년 리튬 9만6000t, 니켈 4만8000t, 양극재 39만5000t, 음극재 11만4000t 수준으로 연간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음극재 제품은 천연·인조·실리콘계를 모두 갖추는 동시에 '꿈의 전지'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 상용화에 대비해 고체 전해질 공급을 준비한다. 이번 밸류데이 행사에는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대표이사 사장, 김준형 이차전지소재총괄 부사장, 홍영준 이차전지소재연구소장(부사장)과 국내·외 기관투자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2024-07-12 15: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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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코퍼'의 시대··· 금, 은보다 귀해지는 '동' 공급망 중요성 대두
[이코노믹데일리] 전기차, 해상풍력 발전,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이 성장하며 금, 은보다 동(銅·구리)이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가 왔다. 관계자들은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외 자원개발부터 도시광산 등을 다양한 수급처를 제시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5월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1만857달러(약 151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 8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에 비해 25% 급등한 수치다. 이달 들어선 선물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몰리며 9500달러에서 거래 중이다. 구리는 건설, 전력,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쓰이는 데다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런 의미에서 구리를 '닥터 코퍼(Dr. Copper, 구리 박사)'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상승세는 전기차 등 미래 산업이 이끌고 있어 구리에 대한 관심도는 더 높아지는 추세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는 양·음극재, 전해질 등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일종의 차단벽 역할을 하는 게 구리를 얇게 편 '동박'이다. 전기차 한 대에 평균적으로 구리 83㎏이 쓰이며 이는 내연기관 차량에 쓰이는 구리 22㎏의 4배에 달한다. 전기차 생산에 소비될 구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에 전기차 약 2억2600만대가 운영될 걸로 예상했다. 2억대가 넘는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선 구리 1876만t이 필요하다. 2022년 세계 구리 소비량 2480만t의 75.6%에 이르는 규모다. 해상풍력 발전기 역시 구리는 필수재다. 전기를 만드는 코일부터 육지와 연결하는 케이블까지 모두 구리로 이뤄져 있다. 해상풍력 발전 1메가와트(㎿)당 약 8t의 구리가 들어간다고 알려졌는데, 해상풍력 발전은 2030년까지 307기가와트(GW) 추가 증설될 걸로 예상된다. 단순히 계산해도 구리 245만6000t이 필요하며 이는 국내 연간 구리 소모량 240만t과 맞먹는 수치다.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도 구리 소비를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망 증설 과정에 쓰이기 때문이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를 위해 미국에서만 구리 23만8000t이 사용될 것이라 예상했다. 구리 생산량이 사용량을 따라오지 못하며 공급 부족 우려도 나왔다. 구리 생산량이 연평균 2%가량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채굴 난이도가 높고 환경 문제가 겹쳐있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IEA는 보고서에서 2030년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이 수요 대비 20%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구리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지난 4일 열린 한국-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선 구리, 코발트 등 핵심 광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으며, 지난달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에서 한-칠레 자원협력위원회가 12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민간 업체들도 선제적인 투자에 나섰다. 국내 최대 구리 생산 업체 LS MnM은 지난 2일 BHP와 구리 정광 173만t 구매 계약을 맺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계약으로 연간 소비량 20%를 충족할 전망이다. LS MnM은 전선에 쓰이는 전기동을 연간 68만t 생산해 LS전선에 납품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구리 수급처로 '도시광산'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광산은 산업 폐기물이나 폐가전 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가공하는 걸 말한다.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전자 폐기물 등으로 연간 구리 3만t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7년까지 도시광산을 통해 연간 구리 생산량을 15만t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다만 국내에선 LS MnM 이외에 구리를 10만t 이상 다루는 업체가 없어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요원한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통해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구리의 활용 영역이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방면으로 넓어졌지만 해외 자원 개발은 여러 구설에 올라 사실상 10년 동안 허송세월 했다"며 "해외 광산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걸 일종의 비축 개념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4-06-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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