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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번 경고해도 안 듣는데"…산재 책임, 건설사만 져야 하나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건설사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건설현장에서는 "사고 책임을 시공사에만 묻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수칙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고령 근로자들의 관행과 하도급 업체의 안전관리 부실 등 구조적 문제를 간과한 채 원청 건설사만 압박해서는 산재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 2회 처분 후 재발생 시 등록을 말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용자들은 산재에 신경을 별로 안 쓴다"고 질타한 지 나흘 만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건설현장에서 20년 넘게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해온 한 관계자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근로자들의 안전수칙 불이행을 꼽았다. 벽돌 절단기에 보호 커버를 씌우라고 수차례 지시했지만 시야 확보가 안 된다는 이유로 무시하다 결국 톱날에 허벅지를 크게 다친 60대 인부, 안전화 착용을 거부하다 낙하물에 발등을 다친 50대 작업자 등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안전모는 대부분 착용하지만 실내 작업이나 마감 단계에서는 답답하다며 벗어놓고 일하는 게 일상이다. 방진마스크나 안전화 착용을 아예 거부하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다. CCTV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현장도 있지만 지하 작업장이나 넓게 펼쳐진 공사현장 곳곳을 감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루에도 수십 개 공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대형 현장에서 관리자가 일일이 따라다니며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추락사고는 건설현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589건 중 227건(38.5%)이 떨어짐으로 인한 것이었다. 2023년에도 추락사고는 전체 사망 원인의 41%를 차지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높은 곳에서는 단단한 고정물에 반드시 신체를 결박하라고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맨날 떨어져 죽는데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또 일하다 또 떨어져 죽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비계나 동바리 작업을 할 때 무조건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아침 조회 때마다 강조하지만, 불편하다거나 작업 속도가 안 난다는 이유로 대충 걸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50~60대 고령 근로자들이 다수인 건설현장에서는 예전부터 해왔던 방식대로 일하려는 관행이 강하게 작용한다. 작업 속도를 내세워 편의를 중시하다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책임이 원청 건설사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관리·감독의 총괄 책임자인 원청이 사실상 모든 책임을 진다. 한 안전관리 책임자는 원청이 기본적인 안전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안전교육과 보호장비를 제공하고 수십 번 경고했는데도 근로자 본인이 편의를 위해 안전수칙을 어기다 사고가 난 경우까지 회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근로자의 과실 여부를 명확히 가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래야 작업자들도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원청에서 아무리 예산을 쏟아붓고 안전관리 인력을 늘려도 1~2일 단기로 투입되는 인부들까지 세세히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소규모 하청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안전관리자를 두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위험성 평가나 안전관리 시스템이 있지만 사고 발생 시 하청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면피용 서류에 그친다는 것이다. 정부도 소규모 사업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번 대책에 10인 미만 사업장의 추락·끼임·부딪힘 예방 비용을 90%까지 지원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강력한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결국 안전은 현장 문화의 문제이며, 경영진부터 관리자, 하청업체, 근로자까지 모두가 안전 제일이라는 의식을 내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를 줄이려면 원·하청 구분 없이, 관리자와 근로자 모두가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며 "건설사만 옭아맨다고 일터에서 죽는 사람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산재 예방은 이제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기보다 어떻게 함께 바꿔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025-10-0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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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 확대...2028년 전면 의무화
[이코노믹데일리]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의 전자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불투명한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공시제도를 확대하고 규율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시장 경쟁을 통한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전자금융업자 결제수수료 공시제도를 개편하고 불합리한 다단계 결제구조를 정비하기 위한 PG업 규율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간편결제 확산과 온라인 거래 급증으로 가맹점 부담이 커진 가운데 티몬·위메프가 정산자금 관리 부실로 파산 위기에 몰리며 거래 안전성 우려가 불거진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전자금융결제 시장 규모는 2019년 348조원에서 2024년 1037조원으로 커졌고, 간편결제 이용액도 같은 기간 116조원에서 320조원으로 늘었다. 그간 공시 대상은 간편결제 거래규모가 월평균 1000억원 이상인 11개 업체에 한정돼 가맹점이 다양한 업체의 수수료를 비교하기 어려웠다. 금융위는 2026년부터는 결제규모가 월평균 5000억원 이상인 업체를, 2027년에는 2000억원 이상 업체를 추가해 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2028년에는 모든 선불업자와 PG업자까지 의무화할 계획이다. PG업자가 실제로 받는 자체 수수료와 카드사·상위 PG업자가 가져가는 외부 수수료를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고 사업구조별로 △전업 PG형 △겸업형 △플랫폼형으로 나눠 비교 가능성을 높인다. 공시자료는 회계법인이 주기적으로 검증해 신뢰성도 확보한다. 특히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처럼 다단계 PG 구조에 대한 규율도 강화된다. 상위 PG업자가 하위 PG업자와 계약할 때 재무건전성과 불법행위 연루 이력 등을 평가해 위험도가 높으면 계약을 중단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도록 의무화한다. 가맹점 수수료 고지 범위와 시점을 명확히 하고 최초 계약뿐 아니라 변경 시에도 사전 고지를 의무화한다. 국회 논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PG업자의 재무정보 공시와 경영지도기준 미준수 시 제재 근거도 마련된다. 업계도 자율적인 상생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페이, 지마켓, SSG닷컴은 지난해 말부터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0.1~1.1%p 인하해 연간 109억원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토스, NHN페이코도 내달부터 수수료를 인하해 추가로 51억원의 절감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신규 가맹점 수수료 환급·면제, 정산금 조기 지급, 대출보증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도 시행 중이다. 추석 연휴에는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고, 쿠팡·배달의민족 등은 판매자 정산대금을 조기 지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11월 중 개정된 '전자금융업자 결제수수료 공시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수시 공시를 시범 도입하고, PG업 규율 강화는 행정지도를 거쳐 2026년 상반기까지 감독규정 개정에 반영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사태를 교훈 삼아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소상공인의 체감 부담을 줄이면서 업계와 협력해 상생 방안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10-01 11: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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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 중점으로 조직 개편 추진"
[이코노믹데일리]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소비자 보호 기능을 은행·보험·금융투자 등 권역 본부로 이관해 민원이나 분쟁이 '원스톱'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한다. 29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본원에서 열린 '전 임직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결의대회'에서 "조직 운영·인사·업무절차 등을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연말까지 금소처를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로 격상하고, 각 권역 본부가 민원·분쟁, 상품심사, 감독·검사 업무를 동일 임원 책임 아래 원스톱으로 처리하도록 체계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현재 금소처 산하의 분쟁조정국을 은행·중소·금융투자·보험 등 본부로 편제해 민원·분쟁조정과 감독·검사 간 환류가 더 신속히 이뤄지도록 개편한단 방침이다.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보험사기 등 민생침해 금융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과 조직을 보강한 '민생범죄대응총괄단'도 가동한다. 또 원장 직속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해 주요 제도 개선과 검사 사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정말 바뀌고 있구나'라고 국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쇄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금융소비자에게 열린 조직이 되고, 공정한 룰을 어긴 금융회사에 엄격한 심판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금융회사는 과징금·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최대한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달 초 출범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한다. 금융상품 제조·설계부터 심사·판매 단계까지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광고·개인정보보호·소비자 선택권 강화 등 체감 과제를 발굴·개선할 예정이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 대토론회, 경영진 민원 상담 데이(Day), 금융소비자 서비스 헌장 개정 등도 추진한다.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 운영과 조직개편 결과 등을 바탕으로 내년 '금융소비자 보호 혁신 국민보고대회'도 실시할 예정이다. 임직원들은 이날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원 임직원의 다짐' 선서를 통해 "금융감독의 최종목표는 금융소비자 보호인 점을 인식하고, 맡은 바 업무를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철저히 수행해 금융소비자 편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전체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용하고, 항상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어진 책무를 수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5-09-29 16: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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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까지 급소환… 성수1지구, 시공사 경쟁입찰 성사 '총력전'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재개발이 삼성물산(래미안)까지 급소환되며 시공사 경쟁입찰 성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초 GS건설 단독 입찰로 흘러가던 분위기가 재입찰 결단으로 뒤집히면서 판도가 요동치는 모양새다. 성수1지구 조합은 지난 24일 조합사무실에서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 4곳과 잇따라 면담을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행보는 조합이 지난달 내놓은 첫 입찰 공고가 사실상 GS건설 단독 체제로 굳어지자 경쟁 구도를 살리기 위해 ‘재입찰’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데 따른 것이다. 관건은 현대건설과 HDC현산의 태도다. 두 회사는 첫 입찰 과정에서 조합에 지침 완화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장설명회에 불참했다. 이후에도 조합의 공정성 논란을 지적하며 △GS건설 편향 의혹 해명 △불법 홍보 제재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공문까지 보내며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조합은 경쟁입찰 성사를 위해 지난 19일 대의원회에서 기존 입찰을 취소, 재입찰에 돌입키로 결정하고 아예 삼성물산까지 초청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번 면담은 이같은 입찰지침에 관한 건설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마련된 것으로 오전 11시 GS건설, 오후 2시 HDC현산, 오후 3시 현대건설, 오후 4시 삼성물산 순으로 진행됐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성수 2~4지구 입찰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1지구 첫 설명회에는 발길을 돌렸던 상황이다. 성수1지구는 지상 최고 69층, 17개 동, 3014가구 규모로 공사비만 2조1540억원에 달하는 ‘대어급’ 사업지다. 규모와 상징성이 모두 크다 보니 결국 입찰 지침 완화의 수준이 실제로 어느 정도 달라질지가 향후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입찰로 경쟁입찰 구도를 만들겠다는 조합의 의지는 분명해졌다”며 “다만 건설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조건이 반영되지 않으면 GS건설 단독 수의계약 시나리오로 다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025-09-25 16: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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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에 무너진 신뢰… 건설사 CEO들 국감 증인석 앉는다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잇따른 건설현장 사망사고로 도마에 오른 국내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진들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대거 소환된다. 25일 '2025년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안)'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 중 7곳의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를 비롯해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이해욱 DL그룹 회장,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서희건설의 이봉관 회장과 김원철 대표, 금고건설 박세창 회장까지 포함돼 총 10명의 건설업계 수장들이 증인석에 앉게 됐다. 이들 기업의 공통분모는 모두 올해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번 국감 소환은 단순한 업무보고 차원을 넘어 '책임 추궁'의 성격이 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건설면허 취소와 입찰 제한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제재를 검토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이후에도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안전사고 방지가 경영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관리 부실과 비용 절감 논리, 공기 단축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주택공급 정책 점검과 함께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대형 사고의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국토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개별 현장의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건설사 경영진의 총체적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국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규모 CEO 소환을 업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표출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대표들이 직접 증인석에 선 것은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방증"이라며 "안전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강력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회는 상임위별 증인·참고인 채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여야 협의를 거쳐 최종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건설업계가 이번 국감에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업계 신뢰 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9-25 14: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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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금품수수로 유죄 받은 현대건설, 성수1지구선 제재 요구… '내로남불' 비판
[이코노믹데일리] 현대건설이 지난달 4일 반포주공1단지 금품수수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에서 경쟁사 GS건설의 불법홍보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8년간 법정공방 끝에 조직적 금품 살포로 유죄가 확정된 건설사가, 다시 경쟁 현장에서 상대방의 위법 의혹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내로남불” 비판과 함께 정비사업 수주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4일 현대건설이 2017년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벌금 5000만원을 확정했다. 법원이 인정한 금품 규모는 1억3859만원, 제공 방식도 고가 가전제품과 명품가방까지 동원된 조직적 매수였다. 법원은 “시공사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개별 직원 일탈이 아닌 회사 차원의 행위로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 조합에 공문을 보낸 배경에는 GS건설이 이미 사업지 선점효과를 확보한 데 있다. GS건설은 이른 시점부터 조합원 대상 홍보에 나서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건설로서는 GS건설의 우위를 흔들지 못하면 수주전에서 승산이 낮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맞은편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랜드마크 단지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공문에서 GS건설의 불법홍보 의혹을 열거하며 입찰 배제를 요구했을 뿐 아니라, 입찰지침 변경까지 요청했다. 특히 입찰보증금 몰취 조항을 문제 삼았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조합은 시공사가 입찰지침을 위반할 경우 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성수1지구의 입찰보증금은 무려 1000억원 규모다. 몰취가 현실화되면 시공사에는 막대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조항의 수정을 공식 요구하며 조합을 압박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강경 행보는 제도적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2018년 개정된 도시정비법은 금품·향응 제공 시 시공권 박탈, 과징금 부과, 입찰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도입했다. 특히 올해 4월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위반 행위 금액을 기준으로 공사비의 5~20%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등 한층 구체적이고 강화된 규정을 담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사건은 구법 적용으로 제재가 약했던 반면, 이번에는 신법 적용을 앞세워 경쟁사의 리스크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공방이 성수1지구 조합의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입찰지침 사전 공개, 이해충돌 기록, 조합원 접촉 금지 규정 명문화 등 투명성 확보 장치를 강화하지 않으면 특정 업체 유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동시에 사업 속도 저하와 비용 증가라는 현실적 부담도 커진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지침 투명화와 분쟁 절차 명확화 없이는 조합원 피로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현대와 GS의 단순한 공방을 넘어 정비사업 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임원은 “대형 건설사의 과열 경쟁은 결국 조합원 피해로 귀결된다”며 “제도적 장치 강화와 건설사들의 자율적 컴플라이언스 확립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수1지구 논란은 향후 수십조원대 정비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5-09-2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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