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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 사회의 유일한 출구, '행정 통합'이라는 생존 카드
전 세계는 지금 ‘효율성’과 전쟁 중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잃어버린 제조업 패권을 되찾기 위해 공급망을 재설계하고 있고, 중국은 거미줄 같은 물류망으로 대륙을 연결해 ‘세계의 공장’ 지위를 굳혔다. 국경을 넘어 배터리 공급망을 분리하고 인프라를 연결하는 이 거대한 흐름의 핵심은 명확하다. 뭉쳐야 살고, 효율적이어야 생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시계는 멈춰 있다. 대한민국, 특히 수도권의 행정 지도는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당시의 그어진 선 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도시는 팽창했고, 경기도민의 하루는 서울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끝난다. ‘행정 구역’이라는 가상의 선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인데, 정작 행정 시스템은 그 선을 지키느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건 ‘내 주소지가 서울시인가 경기도인가’하는 타이틀이 아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직장까지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지, 즉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파편화된 행정 구역은 교통망 하나를 깔 때도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 조정에 수년을 허비하게 만든다. 서울의 생활권은 이미 경기도 인접 도시들을 깊숙이 파고들었는데, 행정 서비스는 이 실질 생활권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축소 사회’로의 진입은 확정된 미래다.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좁은 땅덩어리를 잘게 쪼개어 수많은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고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할 여력은 없다. 이제는 행정 구역 통합을 ‘땅따먹기’나 ‘서울 비대화’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국가 운영체제(OS)의 업데이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과거 런던, 파리, 도쿄 등 선진 대도시들이 광역 행정 체계를 구축해 몸집을 불린 것은 단순히 과시욕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이 교통, 주거, 환경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 시대, 행정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목이다. 쪼개진 행정력과 예산을 하나로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줄어드는 인구로도 도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메가시티 서울’ 논의는 그 시작점일 뿐이다. 비단 서울뿐만이 아니다. 생활권이 겹치는 지방 도시들 역시 과감하게 경계를 허물고 통합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누가 우리 동네 보도블록을 바꿔줄지가 아니라, 누가 낡은 1995년의 지도를 찢고 2025년에 맞는 새로운 ‘행정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장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전쟁의 파고 속에서, 낡은 칸막이 행정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리스크다.
2026-02-16 08: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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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재개발, 엇갈린 책임… 오세훈의 신통기획과 민주당의 출구전략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자 정치권의 오래된 풍경이 되살아났다. 10·15 대책 이후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여당과 서울시는 서로를 향해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한쪽은 재개발·재건축이 막혀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하고, 다른 쪽은 전임 정부와 시장이 남긴 공급 공백을 문제 삼는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익숙한 장면이다. 문제는 이 공방이 해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개발·재건축이 지연되며 주택 공급이 부족해졌다는 진단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논쟁은 “누가 막았느냐”에 머문다.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는 효과적인 질문일지 몰라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 부동산 문제는 단일 시점의 정책 실패가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은 정치인의 임기와 맞지 않는 정책이다. 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지금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현직 시장이나 현 정부의 성과라기보다, 10여 년 전 내려진 결정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결과에 가깝다. 이 단순한 시간의 논리를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외면해 왔다. 지난 20년간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공급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2015년부터 2017년이다. 민주당 소속 시장 재임 시기였다. 그렇다고 이를 당시 시정의 성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물량의 출발점은 2000년대 초 뉴타운 정책에 있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말기 공급이 급감한 것도 임기 말 정책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이전에 이어진 규제 강화와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가 누적된 결과다. 뉴타운 정책은 서울의 주거 환경을 빠르게 바꿨지만, 동시에 원주민 이탈과 세입자 문제라는 뚜렷한 부작용을 남겼다. 이 경험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강한 반작용을 불러왔고,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정비구역 해제와 규제 강화가 이어졌다. 그 선택은 단기적으로 갈등을 줄였을지 모르나, 공급이라는 문제를 미래로 미뤘다. 그 미뤄진 시간이 결국 공급 공백으로 돌아온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재개발·재건축에 다시 시동을 걸었을 때 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공사비는 급등했고,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그대로였다. 신속통합기획이 도입됐지만 착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값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 사이 정치권은 다시 책임 공방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신속통합기획의 실질 성과를 문제 삼고, 서울시는 과거의 공급 공백을 지적한다. 그러나 시장과 유권자가 묻는 질문은 다르다. “그래서 앞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방향이 또다시 흔들릴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집값 그 자체보다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서울 집값 문제를 둘러싼 정치의 태도는 솔직하지 못했다. 개발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공급의 필요를 외면했고, 공급 부족의 대가가 나타나자 책임을 돌렸다. 선거 때마다 정책은 바뀌고 사업은 멈췄다. 재개발·재건축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표 계산의 대상이 돼 왔다. 집값 앞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개발을 선택한다면 그 부작용을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하고, 규제를 선택한다면 미래의 가격 상승을 감수하겠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두 가지를 모두 피하려는 태도가 지금의 혼란을 만들었다. 서울 집값은 선거용 구호로 잡히지 않는다. 책임을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책임을 떠안는 정치만이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서 보고 싶은 것은 ‘네 탓’이 아니라, 이 불편한 진실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 정치다.
2025-12-22 1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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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 회장 인선 고지 앞두고 '흔들'…"셀프 연임" vs "안정적 경영"
[이코노믹데일리] BNK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선정을 앞두고 빈대인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반면, 후보 접수 기간 논란과 정치권·일부 주주들의 경고 등 압박이 겹치며 인선 과정이 잡음을 빚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회장 인선을 진행 중인 BNK금융은 오는 8일 최종 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최종 압축 후보군엔 빈대인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 안감찬 전(前) 부산은행장 4명이 올라있다. 비슷한 시기 경영승계 절차를 밟아 온 신한금융은 진옥동 현 회장이 이변 없이 최종 후보로 내정되면서 업계에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BNK금융의 경우 인선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BNK금융 이사회는 앞서 10월 1일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을 시작으로 같은 달 16일 접수를 마감했는데, 추석 연휴와 겹치며 회장 후보 접수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10월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NK금융 회장 후보 접수 기간이 실제 영업일 기준 4일에 불과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필요 시 수시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아울러 민주당 부산지역 원외 위원장과 부울경 국회의원들이 BNK금융 임추위 구성과 절차 구조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빈대인 회장이 임명한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임추위로 배치됐고, 짧은 등록 기간 역시 사실상 '셀프 연임' 방식이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행동주의 펀드 라이프자산운용도 BNK금융 측에 현재 진행 중인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는 공개 주주 서한을 보내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주주 대상 설명회나 자문단 설치, 최종 회장 후보자의 공개 프레젠테이션(PT) 등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BNK금융 임추위는 타 금융지주사와 같이 금감원의 모범관행을 핵심기준으로 삼아 외부 검증 절차를 강화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추위원이 아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질문과 평가로 외부전문가 면접을 진행하고, 후보자들과 평가위원들 간 상호 익명 형태로 독립성과 객관성을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부 주주가 제기한 소통 부족 우려에 대해선 "주주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회장 선임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재차 확인했고, 후보 확정 이후에도 최종 후보자와 함께 적극적인 주주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는 8일 최종 후보자 선정을 위한 심층면접에서 지난 11월 열린 주주 라운드테이블에서 제기된 의견을 후보자에게 충분히 확인하고, BNK가 지난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외부 논란과는 별개로 사실상 빈대인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빈 회장이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직접 만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해수부 이전 특별법 통과 및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식 환영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지역 정책과 긴밀히 연계된 행보를 보이면서다. 전재수 장관은 민주당 내부에서 부산의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한 인물이다. 아울러 BNK금융은 '해수부 부산 이전 대응 전략 패키지'를 전사적으로 가동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BNK금융은 지난 2일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 직후 그룹 해양도시 전략 수립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전략 패키지안을 마련했다. 해수부 산하기관 및 해운기업의 원활한 부산 이전 지원을 위한 금융 패키지를 강화해 이전 직원들의 금융 접근성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해수부가 정책 과제 중 하나인 북극항로 개척 사업도 전담하고 있어 관련 수혜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나선 BNK금융의 역할도 확대될 전망이라 안정적인 경영 지속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런 정책 대응력과 지역 밀착 행보가 빈 회장 연임 구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선 절차를 둘러싼 논란과 외부 압박이 지속되는 만큼 최종 후보자 발표 전까지 적지 않은 변수도 존재한다. BNK금융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인지하면서 인선 절차와 일정, 결과 등을 적시에 공개하며 시장과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금융 특성을 잘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끌어갈 최적의 CEO를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2-08 0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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