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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선택 주저하는 기업들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손바닥 뒤집듯 바뀌며 전 세계에 혼란을 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과 정부의 대응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 트럼프 2기 위기,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하나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선 대한상의와 한미협회의 주도로 '제5회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이날 산업계 주요 인사와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산업·투자 협력 방안'을 주제로 △인공지능(AI)·첨단반도체 △방산·조선 △에너지 등 세가지 핵심 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행사는 정치권의 갈등과 지도자 공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본격적인 협상을 위한 마중물을 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더해 지난 1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정부 차원의 관세 협상을 위한 첫 수단으로 '알래스카 LNG'프로젝트를 꺼내들었습니다. 정부에서는 해당 사업 참여가 미 정부와의 협상에 유효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현재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와 관계자들은 관세 문제를 잘 조율하면 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알래스카 LNG 사업 자체도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가스 사업 수익 창출은 물론 LNG선박 수주·철강 산업 업황 개선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핵심 수입 국가인데다가 가스공사 등 국내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 미 행정부에서도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선 우려가 나옵니다. 이 사업이 사업비 약 64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수익성이 명확하지 않아서 입니다. 이 사업이 정말 좋은 사업이라면 현지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했을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국들에게까지 압박을 주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글로벌 공룡 기업들도 지난 2013년에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철수했습니다. 때문에 기업 담당자들은 국가 차원의 협력 논의에도 앞으로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 곤란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스크 해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이처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투자를 늘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해외 진출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려운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도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를 독점 제작하는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이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ASML은 이번 분기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수주 내용은 시장 기대치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하며 관세로 인한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해석한 애널리스트와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도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성과를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ASML은 올해 1분기 순매출 77억 유로(약 11조2400억원), 당기순이익 24억 유로(약 3조5000억원), 매출총이익률 54%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수주액은 39억4000만 유로(약 6조3000억원)로 시장 전망치 평균 48억2000만 유로(약 7조8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주 내역을 기록했습니다. 기업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고 가계, 정부와 함께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기업의 향방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늘어나고, 국가도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트럼프로 인한 불확실성이 하루 빨리 해소돼서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그 혜택이 소수의 자산가나 지배주주가 아니라 모든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에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 일이 없겠습니다.
2025-04-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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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가 뭐길래 투자자들이 화가 났나… 한화에어로·삼성SDI는 왜?
[이코노믹데일리] #김인규의 기분상승은 '기업 분석'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짚어보고 산업군을 읽는 맥락과 용어 그리고 기업 분석의 상식을 제공합니다. 산업군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기분도 자산도 상승'하도록 돕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산을 불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면서 여러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하긴 어렵고, 그러다 보면 내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왜 올랐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취업과 이직,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유관 산업 분석은 필요해 보이지만 경제신문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재무제표는 어렵기만 하죠. 그래서 주말마다 일주일간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기업, 산업군의 맥락·용어·재무제표 등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주는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의 사례를 통해 기업의 자본 조달 수단과 부채 비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대규모 유상증자 발행···대체 뭐길래 투자자들이 화 났나 유상증자는 기업의 대표적인 자본 조달 수단 중 하나예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처음 만들어지면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단계에 따라 시드투자· 시리즈 A·B·C 등의 투자 유치를 하고, 이후 사업 모델이 충분히 성숙된 비상장 기업은 기업공개·상장(IPO)을 준비합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지인, 벤처캐피탈(VC)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다 점차 대기업, 사모펀드,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자금 확보를 이어나가고 그 이후엔 IPO을 통해 기관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자금을 조달받는 거죠. 기업은 그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투자자들은 그 성장에 대한 이익을 배당·시세차익 등을 통해 나눠 갖는 게 자본시장의 기본 구조예요. 이미 상장된 기업은 일반적으로 분기, 반기 등 필요한 시점에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요. 하지만 회사채는 채권의 일종으로 구매자들에게 돈을 빌려온 개념이기 때문에 재무재표 상에서 부채로 인식되죠. 이 때문에 사업보고서 상에서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투자자 혹은 고객 업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부채비율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특히 방산 분야처럼 장기 계약을 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 계약 수주 시의 재무재표 상 재무건정성의 중요성은 더 높아져요.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유상증자예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면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 대규모 자본금을 조달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요. ◆ 취지 납득하지만 '결과' 예측이 불가능한 유상증자 유상증자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그 목적과 시점에 따라 논란이 될 여지가 있어 주주들에게 명확한 이유와 향후 계획 제시를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하지만 이번 사례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고, 한국 증시 환경을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크다는 의견이 많아요.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미래 경쟁력 강화와 중장기 성장 가속화를 위한 시설 투자 자금 확충 명분으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어요. 이번 유상증자 주식 수는 1182만1000주로 증자 비율은 16.8%에 해당돼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20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어요. 이는 보통주 595만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13%에 해당됩니다. 삼성SDI는 어려운 업황을 극복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에어로는 역대급 호황에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실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물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전문가들로부터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SDI에 대해 최근 차입금이 급증한 상태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려는데 자체 영업 현금 흐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훼손하지 않고 설비 투자를 하겠다는 설명은 타당하지만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하란 의문을 제기했어요. 삼성SDI의 주가순자산 비율(PBR)은 0.64배였거든요. 중국 업체들처럼 PBR 3배에 비슷한 규모로 증자했으면 5배 많은 10조원 규모 자본 확보가 가능하고, 2조원으로 충분하다면 3% 수준의 주식 희석화로 일반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 한화에어로의 경우에는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에 회사 여유 자금을 사용하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 주주에게 받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한화에어로 이사회는 지난 2월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한화에너지 및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해 지배력을 강화했기 때문이에요. 이후 한달 만에 이뤄진 유상증자는 일반 주주에게 대규모 부담을 떠안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지요. 게다가 이들은 회사채 등급이 'AA-'로 높아 조 단위 회사채 발행에 지장이 없어 더 논란이 됐어요. ◆경영진의 임시방편, 자사주 매입으로 투심 달래기…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양사 경영진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어요.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19일 당일 1억9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1000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밝혔고 한화에어로도 김동관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들이 지난 24일부터 총 48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한다고 밝히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어요. 이에 따라 실제 주가가 일부 회복하기도 했고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증자 규모와 주주 피해에 비하면 소액에 불과해 허울만 좋은 구색 갖추기란 비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이번 유상증자를 토대로 가파르게 성장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투자자들에게도 공정하게 이익을 배분하면 더할 나위 없을 텐 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는 일반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어요.
2025-03-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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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캠페인 확산에…"기업들 방어 수단 마련해야"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등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때면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참전해 새로운 형태의 'K-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국회의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려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진화하는 K-행동주의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에 예전에 보지 못한 경제 용어가 등장했다. 소버린, 칼 아이컨, 엘리엇 등의 이름을 건 행동주의 펀드였다. 이들은 한국의 기업을 상대로 경영진 교체, 자회사 매각, 합병 반대 등을 요구했다. 소버린은 2003년 SK 최태원 회장 등 분식회계에 연루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의 대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2015년에는 삼성물산의 2대주주로 등장한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국내 기업들이 통째로 해외 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됐고 '흡혈귀 해외자본', '기업 사냥꾼' 등의 오명을 썼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9일 "(기업)지배권이나 경영권을 가져가는 펀드의 개념과 꼬이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오해를 사게 됐다"며 "국내 기업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역할은 가려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오해에도 국내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 숫자는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7년 3곳에 불과하던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 기업은 2021년 27곳, 2022년 49곳으로 늘더니 지난해 77곳으로 급증했다. 성장을 이끈 건 달라진 제도였다. 2016년 개정된 상법을 통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를 도입했고 2020년에도 주주대표소송제도 개선,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의 내용을 담아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 2019년 한진칼을 공격한 KCGI, 2022년 SM을 타깃으로 한 얼라인파트너스, 올해 KT&G를 겨냥한 FCP 등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은 활발히 전개됐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두산 합병에 문제를 제기한 얼라인의 캠페인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이코노믹데일리 12월 5일자 B1면 참고) 재계가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다. 지난달 21일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은 한경협과 함께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기업 사장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상장폐지를 택하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든 건 한국보다 앞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을 펼친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2015년 ‘기업 지배구조 코드’로 불리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 주주의 권리 행사를 보호하고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며 공시 투명성을 높이는 등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맞춰 일본 기업들도 움직였다. 지난 1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2022년 1170억 달러(약 165조57884억원)에서 지난해 2520억 달러로 2배 이상 커졌다. 그러자 행동주의 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개입이 늘었다. 일본 경제연구소 다이와소켄 자료를 보면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한 일본 기업의 수는 2021년 23곳에서 지난해 61곳으로 약 3배 급증했다. 한국도 상법 개정과 밸류업 정책을 진행할 경우 일본처럼 행동주의 캠페인 숫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상법과 밸류업은 주주 행동주의를 돕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건 부작용이다. 일본에선 투자자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한경협이 지난 10월 발간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행동주의 펀드 개입이 단기적으론 주가를 부양해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한 기관투자자와의 관계 재정립이다. 긴밀한 소통으로 기관투자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공격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가는 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기업들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영자들이 기관투자자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정부도 지배주주 견제와 감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하고 가치를 제고하도록 제도를 균형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4-12-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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