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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 재편에 '부산항 패싱' 우려…"현실화 가능성 높아"
부산항 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내년 2월 세계적인 선사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새로운 해운 동맹 ‘제미나이’를 결성하기로 하면서 제기됐던 ‘부산항 패싱’ 논란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가 '부산항 환적량은 오히려 늘 것'이라며 논란을 잠재웠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해운 동맹 개편으로 부산항 환적량이 줄면 환적 허브항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머스크의 대형 선박이 부산항을 들르지 않을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한다. 현재는 그 물량이 많지 않지만 MSC 같은 대형 선사가 정시성을 지키기 위해 부산항을 찾지 않는다고 하면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며 “대형 선박이 부산을 허브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제미나이 동맹은 전 세계 주요 항로 중 하나인 유럽~아시아 항로에서 한국 부산항과 일본, 대만 등을 주요 항구(기항지)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신 유럽~아시아 항로의 아시아 지역 허브항으로 중국 상해 양산항과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을 선정했다. 이로써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직접 운항하는 대형 선박(모선)들은 더 이상 부산항에 오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다. 머스크가 세계 1위 선사 MSC와 이루던 ‘2M 동맹’을 깨고 하파그로이드와 제미나이 동맹을 구성한 주된 이유는 ‘정시성’ 강화다. 제미나이 동맹은 현재 50~70%에 머물고 있는 정시성을 9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시성은 선박이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출발하고 도착한다는 의미다. 물류에선 신뢰성과 효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꼽힌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대형 선박들이 더 이상 부산항에 들르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정시성 때문이다. 제미나이 동맹은 탄중 펠레파스항에서 유럽까지 가는 대형선 운항 기간을 기존 46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항 등 동아시아 항구들을 기항지에서 제외시켰다. 대형선이 부산에서 탄중 펠레파스로 가는 데 약 16일 걸렸었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부산항 패싱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부산항이 환적 허브항으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부산항만공사는 “유럽 노선의 환적 물동량 이탈은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처리하는 1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는 말로 일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미나이 동맹을 구성하는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 뿐 아니라 다른 대형 선사들도 부산항을 기항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도 "부산항은 아시아~유럽 간 물류의 중심지로, 매년 수백만TEU의 화물을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환적항 중 하나인데, 해운 동맹 재편 과정에서 부산항이 주요 선사들의 패싱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머스크 같은 대형 선사들이 부산항에 들르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항 역할이 축소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08-30 06:00:00
'모터쇼 위기' 걱정 안고 정식 개막…첫날 '절반의 성공'
[이코노믹데일리] 2024 부산모빌리티쇼(BIMOS 2024)가 28일 공식 개막한 가운데 첫날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은 꽤 많은 관람객이 찾았으나 앞선 '2022 부산국제모터쇼' 때보다 썰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시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대기업이 줄줄이 빠지면서 비는 공간이 많았던 탓이다. 이동 통로가 넓어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볼거리도 줄어든 게 사실이었다. 참가 기업 수와 부스 숫자는 2년 전 134개사, 1817부스에서 올해 161개사, 1910부스로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완성차·이륜차 업체가 대거 불참했다. ◆굵직한 기업 '대거 불참'에도 관람객 발길 이어져 앞선 2022년에도 한국지엠이나 KG모빌리티(당시 쌍용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대동모빌리티나 DNA모터스, 디피코 같은 중견급 자동차·이륜차 회사가 부스를 꾸리며 공백을 메웠다. 통신사인 SK텔레콤도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체험장을 마련하며 콘텐츠 부족을 그나마 해소했다. 지난 부산국제모터쇼에 불참했다가 올해 BIMOS에 참가한 곳은 신차 '그랑 콜레오스'를 선보인 르노코리아와 배터리셀 제조사 금양 정도다. 전시장 내부 분위기 만큼은 제법 뜨거웠다. 관람객들은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전시된 차량을 둘러보기 바빴다. 현대자동차가 전날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처음 실물을 공개한 '캐스퍼 일렉트릭', 같은 날 기아가 선보인 'EV3'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시 부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곳은 단연 르노코리아였다. 부산 향토 기업이기도 한 르노코리아는 글로벌 신차 전략인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차량 그랑 콜레오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020년 XM3(아르카나) 출시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차인 만큼 차량 안팎을 둘러보기 위해 10~20분가량 줄을 서는 모습도 보였다.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50대 주부 김모씨는 "남편이 차량을 계약했는데 실물을 보려고 올해 처음 부산모빌리티쇼에 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여러 차량을 둘러볼 수 있어서 오길 잘한 것 같다"며 "다음부턴 자녀들과 와야 겠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부스에서 만난 20대 후반 남성은 "생각보다 차 종류도 많고 무엇보다 전시 기간이 길어서 만족스럽다"면서도 전시장에서 나간 후 재입장이 안 되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콘텐츠 부재' 실망스럽다는 반응도…'흥행' 고심 "볼거리가 없다"고 단호하게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방문한 부산 거주 30대 여성은 "신차나 슈퍼카 같은 다양한 차가 많을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스럽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매번 부산에서 모터쇼가 열릴 때마다 왔는데 다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면 안 올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트렌드가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미국에서 하는 가전 박람회(CES)처럼 자동차 말고도 디스플레이 같은 것도 전시되면 좋겠다"며 BIMOS가 잘 되기를 바랐다. 콘텐츠 부족의 원인인 완성차 회사의 모터쇼 불참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일본 도쿄 모터쇼도 매 전시 때마다 참가 기업 유치를 걱정하는 실정이다. '모터쇼 패싱'의 주된 이유는 전시회 참여로 얻는 이득보다 들이는 비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나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1대륙 1모터쇼 참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국적 완성차 브랜드 연합인 스텔란티스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중국 베이징 모터쇼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동차 전시회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전통적인 모터쇼보다는 미국 국제가전박람회(CES)나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같은 정보기술(IT) 전시회 참여를 선호하곤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첨단 통신·전자 기술이 중요해진 탓이다. BIMOS 관람객 중에는 이러한 완성차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아 부스에서 EV3를 둘러보던 김달기(56)씨는 "아무래도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에 투자를 하는 거니까 참가가 어렵지 않겠냐"고 전했다. 벡스코 인근에서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밝힌 김씨는 매번 BIMOS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BIMOS 사무국 측도 다양한 부대 행사와 축제를 곁들이는 등 흥행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전시가 열리는 다음달 7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 캠핑카 전시회 '코리아캠핑카쇼'와 산업용 로봇 전시회 '부산로봇자동화산업전'을 동시 개최하고 수제 맥주 축제도 진행한다.
2024-06-28 18:43:15
애플 '코리아 패싱' 이번에도 또…비전프로·통화녹음 대상 제외
[이코노믹데일리] 애플이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또다시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척했다. 국내 애플 이용자의 충성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인데도 여전히 '코리아 패싱'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개최된 WWDC 2024에서 확장현실(XR) 기기 '비전프로'의 해외 출시 일정을 공개했다. 중국, 일본 등 총 8개국이 발표됐으나 한국은 출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지난해 열린 WWDC 2023 당시 최초로 공개된 XR 헤드셋이다. 올해 2월 미국에서만 선 출시했으나 비싼 가격 탓에 흥행에는 실패했다. 비전프로 가격은 3500달러(약 479만원)로 약 500만원에 육박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비전프로가 한국 시장에 우선 출시될 것으로 봤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이 "비전프로가 출시될 해외 시장은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호주, 일본, 중국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도 내놨으나 예상을 빗겨간 것이다. 애플의 코리아 패싱은 새롭게 공개한 통화녹음·텍스트 변환 기능에서도 이어졌다. 아이폰 이용자는 새 운영체제(OS)인 iOS18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올 하반기부터 통화 녹음과 텍스트 변환, 요약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텍스트 변환·요약 기능을 지원하는 8개 언어에서 한국어를 제외했다. 애플이 한국 시장을 등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25%를 넘는 등 소비자의 선호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은 한 번도 아이폰 신제품을 1차 출시국에 포함한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 속 애플이 하반기에 내놓을 아이폰16 1차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애플이 한국에 아이폰16 시리즈를 1차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도 "1차 출시국 리스트는 제품 공개 직전까지 확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4-06-12 16:37:54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
[이코노믹데일리] 1995년의 일이다.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앞마당엔 휴대폰과 팩스 15만대가 쌓여 있었다.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가 500억원 상당의 애니콜 휴대폰에 불이 붙었다. 정확히 말하면, '불량' 애니콜이었다. 당시 삼성은 시장을 장악한 모토로라 휴대폰을 따라잡겠다며 생산량을 늘리는 데 급급했다. 질보다 양에 치중하면서 휴대폰 불량률은 11.8%까지 치솟았다. 격노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날의 사건을 '애니콜 화형식'이라 말했고 훗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게 된 ‘갤럭시 신화’를 이끄는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2011년엔 '인사'라는 방식으로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 선대회장이 삼성의 연말 인사 관례를 깨고 7월 1일 주요 계열사 사장과 임원을 교체했다. 깜짝 인사라고는 하지만 예고편은 있었다. 이 선대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사내 게시판에 남긴 “앞으로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글에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삼성은 LCD 사업부가 패널 수익성 감소 등으로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인사의 이유도 ‘실적 부진’이었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장이던 장원기 사장을 경질하면서 LCD 사업부를 메모리·시스템LSI 등 반도체 사업부와 묶었다.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 총괄은 그렇게 신설됐다. 현재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을 이끄는 DS부문의 출발이었다.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때면 ’화형식‘과 ’불시 인사‘로 체질 개선 의지를 보여주며 기회를 잡은 삼성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말과 오버랩된다. 케네디는 “중국인은 '위기(危機)'를 두 글자로 쓴다. 첫 자는 위험(危)의 의미, 두 번째 글자는 기회(機)의 의미”라며 “위기 속에서 위험을 경계하되 기회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위기는 기회’라는 말로 쓰이게 됐다. 최근 삼성은 ‘위기’라는 단어를 또 다시 꺼냈다. 예고되지 않은 인사를 단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이재용 회장이 이번 인사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일단 삼성전자의 매출을 이끄는 반도체는 말 그대로 기업부터 국가까지 참전하는 글로벌 전쟁터가 됐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 장벽을 높여 견제하는 동시에 자국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된다면 외국 기업이라도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의 국가들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엔비디아나 대만의 TSMC가 전 세계 기업과 국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사이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던 삼성은 밀리고 있다. 한국 패싱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내 사정도 좋지 않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1969년 삼성전자 창립 후 첫 파업인데 하필 조합원 대부분이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회장의 2심 재판도 지난 27일부터 시작됐다. 올 초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한숨 돌리던 차에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 중재(ISDS)에서 승소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판결이어서다. 지난해 같은 이유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소송에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재판정문에 적시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간 '공모' 사실을 메이슨 판정문에는 명확히 담아 2심에도 악영향을 줄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배상액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위험한 이슈들이 혼재돼 있는데도 삼성 내부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단순히 실적 문제라기보다 분위기를 쇄신할 강한 인물로 교체한 것”이라며 위기론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 "낙관주의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보고,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 위기를 본다"는 영국 윈스턴 처칠의 말을 삼성에 건네고 싶은 이유다. 지금 삼성은 낙관주의자가 될 것인지, 비관주의자가 될 것인지 판단해야 할 때라는 얘기와 함께.
2024-05-29 17: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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