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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엑시트' 향한 부정적 시선…사모펀드, 백기사 되려면
[이코노믹데일리] 일명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모펀드의 ‘엑시트(탈출)’는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에겐 숙명과도 같다. 여기서 말하는 엑시트는 사모펀드가 기업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투자금을 상회하는 금액을 회수해 수익을 창출하면 빠져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사모펀드의 성과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논란의 출발점은 엑시트 이전에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였느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4일 “사모펀드가 무조건 수익률만 쫓아 기업을 쪼개고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문제”라며 “재무적으로 이익만 남기는 게 목적이지 기업을 운영하거나 경영하는 데 관심이 없어 비판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사모펀드는 투자 기간이 짧다 보니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투자자보다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략적 투자자는 금융 수익을 올리는 게 목적인 재무적 투자자와 달리 기업의 장기적 경영과 사업 성장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박용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충분한 수익률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사모펀드 업체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비교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국내 사모펀드들은 진득하게 하나의 기업을 갖고 있지 않고 수익률을 내기 위해 빠르게 팔아버리는 모습을 보면 이윤 창츌 생각 밖에 없는 듯 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사모펀드들의 투자 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K-PE(국내 사모펀드)의 현주소’를 보면 한국 사모펀드의 평균 투자 존속 기간은 지난 2017년 4.25년에서 2020년 4년, 2022년 3.9년으로 시간이 갈수록 회수 기간이 단기화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 KCGI도 결과만 놓고 보면 단기 차익실현에 치우친 결정들을 해나갔다는 평가다. KCGI는 2018년 설립과 함게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투자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걸며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엔 한진칼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재무구조와 지배구조가 개선됐다며 엑시트 명분을 세웠지만,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4년 만에 지분을 처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도 DB하이텍에 투자한 지 9개월 만에 블록딜(장외 매매)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KCGI가 보유 지분 일부를 지주사에 매각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6%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관점에서도 재무적 투자가 문제시 되는 이유는 수익률이 낮아서다. 전문가들이 한국 사모펀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중장기 투자, 대형화 등 각기 다른 용어로 제시했지만 결국은 전략적 투자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사모펀드 규모가 외국처럼 큰 규모로 성장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형화가 될 필요가 있다”며 “수익률을 일관되게 꾸준히 높일 수 있는 창의적인 ‘딜 소싱(매력적인 투자처를 발굴하는 과정)’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규모가 커지기 위한 방법으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가 수익 창출을 높이려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차익을 조금 내는 것보다 기업 가치를 완전히 높여서 다시 되팔 수 있는 중장기적 접근 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오너 3·4세 경영을 본격화하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사모펀드가 자본 공급 수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승계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면서 오너 일가가 사모펀드를 활용할 요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사모펀드가 부실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고, 되살아난 기업을 높은 가격에 다시 매각하는 본원적 역할을 수행하면 경제 시스템 전반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면서도 “고려아연 사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방법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에 경영권 분쟁을 유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4-10-06 08:00:00
고려아연-MBK '경영권 분쟁'은 오너3세 시대 사모펀드 개입 확장판
[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촉발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대기업 오너 3세 시대에 사모펀드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오너 1, 2세대와 달리 장악력이 떨어지는 3세대 오너의 약한 고리를 이용해 사모펀드가 공개 매수 등 방식으로 경영권을 '약탈한다'는 비판과 함께 3세대 오너의 지배력 강화로 기업 경영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이사는 “3세대로 넘어가면 회사 지분율이 줄어들게 된다. 상속을 통해 경영권을 받게 된 사람도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모펀드가 필요하게 됐다”며 “미국의 경우 투자은행(IB)이 그 역할을 하는데 한국은 IB가 기업 금융보다 부동산이나 기업공개(IPO) 중심으로 발달하다 보니 그 역할을 사모펀드가 하게 됐다”고 2일 설명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지난달 13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한 뒤 논평에서 “(한국 재벌 같은) 패밀리 비즈니스는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1~2세대를 지나 3세대가 되면 대개 위기를 맞게 된다”며 고려아연도 이 같은 사례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오너 3세가 경영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영풍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부터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다. 이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경영해 왔다. 공정위의 요구가 있고 2년 뒤인 2019년 2세대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계열사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끊었다. 그 결과 지주사격인 영풍에 대한 장씨 일가의 지배력은 커졌고 최씨 일가의 영향력은 약해졌다. 최씨 일가의 반격은 오너 3세인 최윤범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2022년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이 공격적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고 시장에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지분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한화H에너지 USA’ 등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최씨 일가 지분이 장씨 측 지분을 앞서게 됐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윤범 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후 2022년, 2023년 한화 등 국내외 기업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으로 무려 16% 지분을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MBK와 연합 전선을 꾸린 영풍(25.4%)이다. 영풍을 소유한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33.1%에 이른다. 고려아연 경영진인 최씨 일가의 지분율은 15.6% 내외로 우호 지분까지 합치면 34.3%다. 최씨 일가의 지분이 장씨 일가의 지분을 뛰어넘은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분쟁은 고려아연 같이 건실한 기업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내실 있는 좋은 기업이 사모펀드에 휘둘리는 상황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사례가 성공하면 다른 사모펀드들도 기업 사냥에 나설 수 있다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사태로 사모펀드의 존재가 부각됐지만, 오래 전부터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는 키맨으로 활약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3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일명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분쟁이다. 2018년 11월 KCGI는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해 2대 주주로 등극했다. 곧바로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꾸려 한진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 들어갔다. 치열한 공방 끝에 조 회장이 방어에 성공하면서 분쟁은 끝났지만 한진칼 분쟁은 한국 최초의 주주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국내 최초로 주요 재벌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사건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에서 ‘형제의 난’이 일어났을 때도 MBK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당시 MBK는 조현식 고문과 손을 잡고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방어하는 입장인 조현범 회장이 조양래 명예회장과 큰아버지(조석래 명예회장)가 이끄는 효성그룹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MBK와 조현식 고문의 공개매수 시나리오는 무위로 돌아갔다.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창업자인 고(故) 조홍제 명예회장의 손자로 오너 3세다. 한진칼이나 한국앤컴퍼니 사태는 오너 3세들이 친족 등 우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모펀드 등 외부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손쉽게 상실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최근엔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경험을 앞세워 오너 3세가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경우도 생겨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을 시작한 오너 3세와 오너 일가가 직접 사모펀드를 찾아나서는 일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2024-10-03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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