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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삼성 이재용 회장 아들이 던지는 메시지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익숙하다. 그러나 이 표현이 힘을 갖는 순간은 대체로 특정 인물이 사회적 책임의 중심에 놓일 때다. 특히 대기업 오너 일가와 그 후계 세대가 공적 관심의 장으로 호출될 때 이 용어는 다시 전면으로 소환된다. 삼성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인 만큼, 그 미래를 이을 세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 오너 일가의 다음 세대는 단지 한 가문의 사적 구성원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경제·사회적 영향력의 세대적 계승자’라는 위치에 있다. 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기반으로 성장하느냐는 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 구조와 미래 지향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들은 후계자의 윤리성과 공공적 태도를 기업의 경쟁력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본다.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이 곧 사회적 자원과 공적 책임을 함께 물려받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화된 결과다. ESG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미 시대적 과제가 되었고, 대기업은 더 이상 ‘사적 소유물’이라는 인식 하에 머물기 어렵다. 사회와 공존해야 하는 거대 기업일수록 그 후계자는 공공적 지위를 가진 인물로 평가되며 그만큼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 삼성처럼 다수의 임직원과 협력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은 전략적 결정 하나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후계자가 어떤 태도와 철학을 갖추는가는 자연스레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투명성과 윤리성, 공정성에 대한 의식이 기업 문화와 지배 구조에 어떤 방식으로 투영될지를 사회는 지켜보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 이지호 씨가 지난달 해군 통역장교로 정식 임관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나아가 임관식 당시 공개된 그의 좌우명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 당시 전광판 화면이 올라 왔는데 전광판에는 이 씨의 사진과 함께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겨라"라는 좌우명이 소개됐다. 해당 전광판 사진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은 "왜 입대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좌우명이 심상치 않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핵심은 특권을 포기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특권의 기원을 성찰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능동적으로 감당하라는 요청이다. 재벌 3·4세에게 던져지는 사회의 질문은 단순하다. 과연 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자원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무게만큼의 책무를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개인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기업의 지배 구조, 사회적 제도, 내부 문화 역시 함께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회의 신뢰는 언제나 상징적 인물의 태도에서 크게 흔들리고, 종종 그들의 선택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그렇기에 삼성 후계 세대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는 한국 기업문화의 성숙도와 직결된 문제로도 읽힌다. 이미 한국 사회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보내던 시대를 지나왔다. 사회적 권한이 클수록 그만큼 더 높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이는 위계적 부담이라기보다, 공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증명할 기회로 이해될 수도 있다. 상속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대적 요구가 존재하며, 그 요구를 충족하는 태도가 곧 새로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일 것이다. 재벌 후계 세대가 이 흐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때, 우리는 대기업과 사회가 한층 성숙한 형태로 공존하는 길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미 과거의 귀족적 의무를 넘어섰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 기대하는 가장 현대적인 책임이자, 공동체의 품격을 결정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2025-12-10 0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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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오너 4세 '전진배치'…허세홍·허용수 동시 승진
[이코노믹데일리] GS그룹이 2026년도 임원 인사를 발표하면서 4세 경영진의 전진배치가 한층 뚜렷해졌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총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3·4세의 ‘지분·성과 경쟁’도 본격화되면서 향후 승계 구도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6일 GS그룹은 부회장 2명을 포함한 대표이사 선임 9명(승진자 3명 포함), 사장 승진 2명, 부사장 승진 4명, 전무 승진 5명, 상무 선임 18명, 전배 1명 등 총 38명에 대한 2026년도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70년대생 중심의 4세 경영진 대거 전진배치, 계열사 대표들의 세대 교체가 두드러졌다. ◇ ‘부회장 3인 체제’ 완성…GS 세대교체 본격화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2019년 지주사 계열 최초로 4세 중 가장 먼저 CEO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승진으로 4세 중 처음으로 총수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부회장은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장, 생산기획공장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현장과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2017년 GS글로벌 대표이사를 거친 후 2019년부터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그룹 최대 캐시카우인 GS칼텍스를 이끌며 2022년 역대급 실적(영업이익 3조9795억원)을 거두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와 함께 오너 3세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난해 승진한 GS 홍순기 부회장을 포함해 3인 부회장 체제가 구축됐다. 3세의 존재감 강화는 4세 경쟁 구도를 관리하고 그룹 안정성에 무게를 싣는 역할로도 해석된다. 허용수 부회장은 GS 창업주 허만정 회장의 5남인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남으로 3세 경영인 중 가장 앞선 지분(5.26%)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GS EPS와 GS에너지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그룹의 핵심 에너지 사업을 이끌어 왔다. 특히 전력·지역난방·LNG·자원개발 등 그룹의 에너지·자원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주도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GS그룹은 “이번 부회장 선임은 에너지 산업 전반의 구조 개편이 임박한데다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어려움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평범한 리더십을 넘어 보다 강력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 3·4세 경영 경쟁 구도 재편…지분력 vs 경영력 반면 지분 경쟁만큼은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이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여러 차례 장내매수를 통해 3.4%까지 지분을 끌어올리며 4세 중 처음으로 ‘3%대 벽’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별세한 부친 고(故) 허남각 명예회장의 1.96% 상속이 더해질 경우 지분율은 단숨에 5.4%대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현재 그룹 최대 개인 지분 보유자인 3세 허용수 부회장(5.26%)을 넘어 그룹 전체를 통틀어 개인 최대 지분 보유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다만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은 이번 부회장 승진 대상에서는 빠졌다. 재계에서는 “지분율만으로는 승계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GS그룹 방식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준홍 사장에게는 핵심 계열사에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 GS식 승계…성과·가문 내 신뢰가 관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4세 CEO들은 경영 성과로 승계 명분을 쌓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허세홍 부회장은 최근 정유 업황 악화 가운데 실적 방어와 미래 사업 투자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GS칼텍스의 최근 영업이익은 2022년 3조9795억원, 2023년 1조6838억원, 2024년 5480억원으로 하락세지만 이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가장 강력한 실적 기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건설 경기 불황이라는 악조건 속에 놓여 있다. 지분은 4세 중 가장 낮지만 부친인 허 명예회장의 지분(4.75%)이 잠재적 실탄으로 남아 있다. 허 사장이 GS건설의 재도약을 이끌 경우 지분을 초월한 리더십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룹의 전략통으로 불렸던 허서홍 사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올해 초 GS리테일의 수장으로 자리하며 본격적인 성과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룹 유통 부문의 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 GS그룹은 전통적으로 가족회의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분 확보 경쟁이나 단기 실적만으로는 후계 구도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구도는 지분 기반 리더십과 경영 성과 기반 리더십이 공존하고 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가족 경영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포스트 허태수 시대 과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총수는 가문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외부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내다봤다. 허태수 회장은 “거대한 사업 환경 변화 앞에서 관행에 기대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사업 혁신을 지속하고 과감한 도전 과제를 실행할 책임을 부여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2025-11-26 18: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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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하늘길이 닫혔을 때, 우리는 다른 문을 열었다"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2019년 한진그룹은 조양호 선대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총수 공백’이란 중대 변곡점에 놓였습니다. 명확한 후계 구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사장이 그룹 회장직에 올라섰습니다. 승계 초기부터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란 내홍에 직면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내외부의 의혹 속에서도 조 회장은 항공업의 본질과 회사를 지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취임 1년 만인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에 항공산업 전체가 마비됐습니다. 여객 수요는 순식간에 증발했고 대한항공의 하늘길도 멈춰섰습니다. 항공업계는 줄도산 위기에 몰렸고 국내 항공사들도 정부 지원 없이 버티기 힘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은 정면 돌파를 택했습니다. 빠르게 화물 중심 체제로 사업구조를 전환했고, 고정비 절감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그해 대한항공은 글로벌 화물 수요를 적극 공략하며 전 세계 항공사 중 이례적으로 흑자를 기록했고, 이는 단순한 실적 이상의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습니다. 하늘이 멈췄지만, 대한항공은 멈추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같은 해 11월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란 초대형 승부수를 던집니다.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떠안는다는 우려의 시선이 따랐지만, 조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며 밀어붙였습니다. 국적 항공사 간 빅딜은 정부, 산업은행, 경쟁 당국, 소비자 여론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지난한 여정이었지만 조 회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3년 넘는 진통 끝에 2024년 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항공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라는 그의 철학은, 한진그룹이 단기 생존을 넘어 장기적 전략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그의 ‘전환적 리더십’이었습니다. 변화와 소통, 글로벌 감각을 강조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고객 중심 서비스를 그룹 전반에 확산시켰습니다. 가족 내 갈등도 승계 중심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란 가치로 전환했고 내부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기업은 누구의 것도 아닌 구성원과 사회의 것’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조원태 회장의 ‘별의 순간’은 어쩌면 위기와 혼돈이 가장 짙었던 시기에 빛났는지도 모릅니다. 총수 부재, 산업 붕괴, 경영권 분쟁이란 삼중고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생존을 넘어 비전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날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 재편의 중심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 출발점엔 조 회장의 결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국 항공산업의 운명을 바꾼, 조원태의 '별의 순간'이었습니다.
2025-08-01 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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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한국 제조업, 노화 진행 중…AI로 일으켜야"
[이코노믹데일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한국이 인공지능(AI)으로 다시 제조업을 일으키지 못하면, 10년 후 상당 부분 퇴출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7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10년 전부터 상당히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산업정책과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한국 제조업은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 실력이 점점 좋아지다 보니, 한국의 거의 모든 물품과 경쟁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점점 줄어들고 중국은 수출을 많이 하면서, 제3국 시장에선 모두 경쟁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특히 석유화학 산업을 언급하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저렴한 원유가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니, (한국의) 거의 모든 회사들이 적자투성이로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역시 "미국의 대중 규제로 오히려 중국 정부가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고, 실패하더라도 계속 밀어주면서 추격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이제는 (한국 반도체의) 거의 턱밑까지 쫓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잘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들이 너무 많다"며 한국 제조업이 AI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는 현재 초기 시장이니 한국도 캐치업(catch up)을 빨리 해서 경쟁을 하도록 나아가야 한다"며 경쟁력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일본과의 협력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국은 데이터 등의 측면에서 사이즈가 안 된다"며 "일본과 손을 잡고 상호 데이터 교환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가진 데이터와 한국이 가진 데이터를 융합해 쓸 수 있어, 더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일 경제 공동체를 같이 해 더 커 나가서 유럽연합(EU) 같은 공동체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주요 현안들에 대한 답변도 이어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는 "(각 기업들이) 자사주를 어떻게 쓰겠다고 생각한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자유를 가져가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주요 추진 법안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두고서는 "(새 정부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하고 친기업 정부라고 계속 강조하는데,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많은 규제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오는 10월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해선 "(숙박 등) 물리적인 준비는 어떻게든 맞춰낼 것"이라면서도 "더 걱정인 것은 APEC을 성공적으로 잘 치러내려면 소프트웨어적인 게 필요한 만큼, 지금부터 계획 등을 더 구체화해야 관련 발표도 할 수 있고 양해각서(MOU) 같은 계약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앓고 있는 미국 관세 문제를 APEC을 통해 완벽하고,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며 "그 전에 풀리면 더 좋겠지만 그때(APEC 개최일)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장남인 최인근씨가 SK이노베이션 E&S를 떠나 컨설팅 회사로 이직한 것과 관련해선 "그동안 자녀들을 방목형으로 키웠다"며 "밖에선 후계 수업이란 말이 있지만, 본인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무죄 선고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2025-07-20 16: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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⓽화 허창수 GS그룹 회장 "형보다 먼저 나서는 법은 없지"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번 주인공은 조용한 리더십으로 '갈등 없는 계열 분리'라는, 한국 재계에서 보기 드문 선례를 남긴 인물 허창수 GS 명예회장입니다. 2004년 7월, 한국 재계에 조용하지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된 것입니다. 당시 LG그룹은 창업 2세대인 구인회 회장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이끌고 있었습니다. LG의 전통에는 분명한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장자(長子) 승계입니다. 허 회장은 LG그룹 내에서 LG상사, LG칼텍스 등을 책임지는 주요 경영인이었지만 장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룹 총수직은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로 넘어갔고, 그는 자연스럽게 '물러나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그러나 물러나는 방식조차 그는 달랐습니다. 계열 분리는 흔히 '형제의 난'이라 불릴 만큼 갈등과 분쟁을 동반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허 회장은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서 반기를 들지 않았고 “형보다 먼저 나서는 법은 없다”며 LG그룹의 질서를 존중했고, 묵묵히 계열 분리를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LG그룹에서 LG칼텍스, LG홈쇼핑, LG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분리돼 새롭게 ‘GS그룹’이란 이름으로 출범했습니다. 이 조용한 분리는 한국 재계 사상 최초의 ‘무혈 분리’ 사례로 회자됩니다. “싸워서 얻는 것보다 질서 있게 나누는 것이 더 큰 결단”이란 허 회장의 판단은 결국 성공이란 결실을 거뒀습니다. GS 출범 이후 허 회장은 그룹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빠르게 정립해 나갔습니다. 정유, 에너지, 건설, 유통 분야를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재배치했고, 내부 안정과 장기 전략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GS칼텍스를 중심으로 에너지 중심 사업군을 강화하고, 유통과 건설을 안정적으로 병행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외형 확대보다 내실 있는 성장과 사업 재편에 집중한 그의 행보는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상징하게 됩니다. 이후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역할도 병행합니다. 대기업 중심 경제계에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힘을 보탰으며, 재계의 안팎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허창수 회장의 ‘별의 순간’은 단순한 계열 분리 성공 그 이상입니다. 말 대신 질서 있는 물러남, 갈등 대신 품격 있는 분리,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은 현재 위기에 처한 많은 기업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지금도 GS그룹 명예회장으로서 후계 경영진을 조용히 응원하며, 자주 대중 앞에 자주 나서지 않지만 그가 이끌었던 ‘조용한 결단’은 분명 한국 산업사에 길이 남을 별의 순간이었습니다.
2025-07-18 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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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상법 개정안 통과, 전환점 맞은 오너 경영
콜마그룹의 내분은 한국 기업사회가 반복해 온 가족 중심 지배구조의 불안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배구조, 경영권, 실적 그리고 주주가치까지 한국 재계 오래된 가족경영 문제를 다시 묻고 있다. 본지는 콜마그룹 내분을 통해 한국형 가족경영의 한계와 리스크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혈연을 중심으로 이어온 가족경영이 주주가치 우선 시대에서 과연 지속 가능한지 되짚는다. <편집자 주> [이코노믹데일리] 화장품 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콜마그룹뿐 아니라 다수의 주요 기업들이 가족 중심의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오너 2세 형제가 각각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 또한 오너 3세 자매가 경영 수업을 받으며 후계 구도 형성 과정에 있다. 이들 기업도 가족 중심 체제를 지속할 경우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은 ‘피의 결속’에서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주주 신뢰, 시장 가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등이 중시돼 거버넌스 개선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는 평가다.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소유 중심 경영에서 책임 중심 지배구조로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 대응이 요구된다. 韓 화장품 기업 지배구조 현주소는 전통적인 가족기업 모델은 고성장기 시절 빠른 의사 결정과 장기 비전 수립에 유리했으나 일감 몰아주기, 불투명한 승계 등으로 인해 오너 리스크의 원천이 됐다. 최근에는 브랜드 경쟁력뿐 아니라 소액주주 권리, 배당정책, 사외이사 독립성 등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은 여전히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서경배 회장이 48.6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장녀 서민정 씨는 2.75%, 차녀 서호정 씨는 2.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민정 씨의 실무 경험과 지분을 토대로 후계 구도가 유력했으나 최근 경영 참여가 감소하면서 구도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반면 서호정 씨는 홀딩스 자회사 오설록의 PD(제품개발)팀에 지난 1일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그룹 내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대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적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서경배 회장은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병행해 왔으며, 사외이사 비중 확대와 ESG 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LG그룹 지배구조 아래에 있는 LG생활건강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차석용 전 부회장이 15년 이상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사외이사 비중이 높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한국콜마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장 투톱인 코스맥스도 전문경영인과 오너 3세 형제 경영이 혼합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창업주 이경수 회장의 장남 이병만 대표는 코스맥스 경영을, 차남 이병주 대표는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를 맡고 있으며 양측은 각각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병만 대표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19.95%, 이병주 대표는 10.52%를 갖고 있다. 다만 이병주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코스엠앤엠이 지주사 지분 9.43%를 보유해 형제 간 실질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현재까지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 분장이 이뤄져있으나 향후 경영 성과에 따라 승계 구도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경영·지배’ 구분 명확히 해외 화장품 기업의 경우 가족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경영과 지배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미국 로더(Lauder) 가문이 약 38%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CEO는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브랜드 철학은 가문이 주도하지만, 이사회 과반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평가다. 에스티로더는 S&P500 평균을 상회하는 지배구조 평가를 받고 있으며 ESG A등급 유지,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의 주주친화 정책도 지속하고 있다. 프랑스 대표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창업자 가문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네슬레가 공동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CEO는 전문경영인이며, 이사회 역시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기적인 배당 확대와 ESG 경영 강화, 장기 비전 설명회 등을 통해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ESG 평가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규모가 성장할수록 전문경영인 체제는 강화되는 반면 가족의 직접 개입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는 주주 신뢰 확보와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국내 화장품 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 못지않게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친화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은 과거 성장하는 국가로 기업이 클 수 있는 방향에 너그러웠지만, 세계 경제 10위권에 랭크되면서 성장뿐 아니라 안정적 경영도 중요해졌다”며 “이사회도 오너 일가에 집중되는 결정보다는 전반적인 주주들의 이익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번 상법개정이 단기적으로 오너 일가에 불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소액주주 눈치를 봐야 기업이 오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영 방향도 백년기업을 위해선 전문경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판 흔든 상법 개정안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혈연 중심 경영을 이어오던 기업들은 구조적 재편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총 의무화 등 다수의 조항을 통해 주주권 보호와 기업 투명성 제고를 제도화했다.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이사의 법적 책무 범위를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함으로써 오너 일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제동을 거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역시 가족 중심 이사회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감사위원회는 제도상 불가능해지고, 외부 독립 감사위원 선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곧 이사회 내부 감시 기능이 형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전자주총 의무화와 집중투표제 확대는 주총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장치로 평가된다.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가 강제로 적용될 경우, 기존처럼 오너 일가가 우호세력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기 어렵게 된다. 소액주주 또는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집중시켜 이사 1인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지배권 분산을 유도하는 동시에, 기업의 이사회가 외부 감시 하에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된다. 상법 개정안이 혈연 중심 기업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지배력 약화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명한 경영 체계 구축과 외부 신뢰도 확보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ESG 평가기관 또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존재한다. 이사 충실의무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이사 개인의 법적 책임이 증가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과도한 위축 의사결정이나 경영 판단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인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총 대응 비용이 증가하고, 지배구조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소송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속도 저하와 책임 회피 경향이 동반될 경우 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상법 개정의 취지가 주주 보호에 있더라도 이를 오너 리스크 억제 장치로만 작동시키게 될 시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화장품 산업의 경우 단일 지배 체제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브랜드 전환, 제품 개발 전략 등에 있어 중요한 경쟁력이 돼 왔다. 상법 개정안 이후 이사회의 전략적 결정이 보다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외부 감시에 놓이게 되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 또한 브랜드 리뉴얼, 고위험 고수익 신제품 투자, 해외시장 진출과 같은 중·장기 전략은 단기 수익성과 충돌할 수 있어, 이해관계자와의 조율 과정에서 실행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의 독점적 이사 선임 구조를 깨기 위해 비례대표 원칙을 반영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그 미만 기업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 배제를 위한 정관 개정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연구소장도 “집중투표제는 경영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과 달리 실증연구에 따르면 경영 성과를 개선하는 게 일관되게 많은 나라에서 관찰됐다”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회사의 감사 기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들어가야 하고, 부작용을 줄일 보완 입법을 생각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2025-07-11 14: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