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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한국 제조업, 노화 진행 중…AI로 일으켜야"
[이코노믹데일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한국이 인공지능(AI)으로 다시 제조업을 일으키지 못하면, 10년 후 상당 부분 퇴출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7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10년 전부터 상당히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산업정책과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한국 제조업은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제조업 실력이 점점 좋아지다 보니, 한국의 거의 모든 물품과 경쟁을 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은 점점 줄어들고 중국은 수출을 많이 하면서, 제3국 시장에선 모두 경쟁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특히 석유화학 산업을 언급하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저렴한 원유가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니, (한국의) 거의 모든 회사들이 적자투성이로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역시 "미국의 대중 규제로 오히려 중국 정부가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고, 실패하더라도 계속 밀어주면서 추격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이제는 (한국 반도체의) 거의 턱밑까지 쫓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까지 잘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들이 너무 많다"며 한국 제조업이 AI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는 현재 초기 시장이니 한국도 캐치업(catch up)을 빨리 해서 경쟁을 하도록 나아가야 한다"며 경쟁력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일본과의 협력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국은 데이터 등의 측면에서 사이즈가 안 된다"며 "일본과 손을 잡고 상호 데이터 교환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가진 데이터와 한국이 가진 데이터를 융합해 쓸 수 있어, 더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일 경제 공동체를 같이 해 더 커 나가서 유럽연합(EU) 같은 공동체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주요 현안들에 대한 답변도 이어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는 "(각 기업들이) 자사주를 어떻게 쓰겠다고 생각한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자유를 가져가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주요 추진 법안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두고서는 "(새 정부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하고 친기업 정부라고 계속 강조하는데,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것만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많은 규제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오는 10월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해선 "(숙박 등) 물리적인 준비는 어떻게든 맞춰낼 것"이라면서도 "더 걱정인 것은 APEC을 성공적으로 잘 치러내려면 소프트웨어적인 게 필요한 만큼, 지금부터 계획 등을 더 구체화해야 관련 발표도 할 수 있고 양해각서(MOU) 같은 계약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앓고 있는 미국 관세 문제를 APEC을 통해 완벽하고,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며 "그 전에 풀리면 더 좋겠지만 그때(APEC 개최일)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장남인 최인근씨가 SK이노베이션 E&S를 떠나 컨설팅 회사로 이직한 것과 관련해선 "그동안 자녀들을 방목형으로 키웠다"며 "밖에선 후계 수업이란 말이 있지만, 본인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무죄 선고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2025-07-20 16: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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⓽화 허창수 GS그룹 회장 "형보다 먼저 나서는 법은 없지"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선택으로 시대를 바꾸었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단의 순간을 돌아보며, 지금과 같은 혼돈과 위기의 시대 앞에 놓인 기업들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필요한 용기와 상상력을 다시금 떠올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번 주인공은 조용한 리더십으로 '갈등 없는 계열 분리'라는, 한국 재계에서 보기 드문 선례를 남긴 인물 허창수 GS 명예회장입니다. 2004년 7월, 한국 재계에 조용하지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LG그룹에서 GS그룹이 분리된 것입니다. 당시 LG그룹은 창업 2세대인 구인회 회장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이끌고 있었습니다. LG의 전통에는 분명한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장자(長子) 승계입니다. 허 회장은 LG그룹 내에서 LG상사, LG칼텍스 등을 책임지는 주요 경영인이었지만 장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룹 총수직은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로 넘어갔고, 그는 자연스럽게 '물러나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그러나 물러나는 방식조차 그는 달랐습니다. 계열 분리는 흔히 '형제의 난'이라 불릴 만큼 갈등과 분쟁을 동반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허 회장은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서 반기를 들지 않았고 “형보다 먼저 나서는 법은 없다”며 LG그룹의 질서를 존중했고, 묵묵히 계열 분리를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LG그룹에서 LG칼텍스, LG홈쇼핑, LG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분리돼 새롭게 ‘GS그룹’이란 이름으로 출범했습니다. 이 조용한 분리는 한국 재계 사상 최초의 ‘무혈 분리’ 사례로 회자됩니다. “싸워서 얻는 것보다 질서 있게 나누는 것이 더 큰 결단”이란 허 회장의 판단은 결국 성공이란 결실을 거뒀습니다. GS 출범 이후 허 회장은 그룹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빠르게 정립해 나갔습니다. 정유, 에너지, 건설, 유통 분야를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재배치했고, 내부 안정과 장기 전략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GS칼텍스를 중심으로 에너지 중심 사업군을 강화하고, 유통과 건설을 안정적으로 병행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외형 확대보다 내실 있는 성장과 사업 재편에 집중한 그의 행보는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상징하게 됩니다. 이후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역할도 병행합니다. 대기업 중심 경제계에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힘을 보탰으며, 재계의 안팎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허창수 회장의 ‘별의 순간’은 단순한 계열 분리 성공 그 이상입니다. 말 대신 질서 있는 물러남, 갈등 대신 품격 있는 분리,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은 현재 위기에 처한 많은 기업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지금도 GS그룹 명예회장으로서 후계 경영진을 조용히 응원하며, 자주 대중 앞에 자주 나서지 않지만 그가 이끌었던 ‘조용한 결단’은 분명 한국 산업사에 길이 남을 별의 순간이었습니다.
2025-07-18 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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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상법 개정안 통과, 전환점 맞은 오너 경영
콜마그룹의 내분은 한국 기업사회가 반복해 온 가족 중심 지배구조의 불안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배구조, 경영권, 실적 그리고 주주가치까지 한국 재계 오래된 가족경영 문제를 다시 묻고 있다. 본지는 콜마그룹 내분을 통해 한국형 가족경영의 한계와 리스크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혈연을 중심으로 이어온 가족경영이 주주가치 우선 시대에서 과연 지속 가능한지 되짚는다. <편집자 주> [이코노믹데일리] 화장품 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콜마그룹뿐 아니라 다수의 주요 기업들이 가족 중심의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맥스그룹은 오너 2세 형제가 각각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 또한 오너 3세 자매가 경영 수업을 받으며 후계 구도 형성 과정에 있다. 이들 기업도 가족 중심 체제를 지속할 경우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은 ‘피의 결속’에서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주주 신뢰, 시장 가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등이 중시돼 거버넌스 개선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는 평가다.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소유 중심 경영에서 책임 중심 지배구조로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 대응이 요구된다. 韓 화장품 기업 지배구조 현주소는 전통적인 가족기업 모델은 고성장기 시절 빠른 의사 결정과 장기 비전 수립에 유리했으나 일감 몰아주기, 불투명한 승계 등으로 인해 오너 리스크의 원천이 됐다. 최근에는 브랜드 경쟁력뿐 아니라 소액주주 권리, 배당정책, 사외이사 독립성 등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은 여전히 가족 중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서경배 회장이 48.6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장녀 서민정 씨는 2.75%, 차녀 서호정 씨는 2.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서민정 씨의 실무 경험과 지분을 토대로 후계 구도가 유력했으나 최근 경영 참여가 감소하면서 구도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반면 서호정 씨는 홀딩스 자회사 오설록의 PD(제품개발)팀에 지난 1일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그룹 내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대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적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서경배 회장은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병행해 왔으며, 사외이사 비중 확대와 ESG 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LG그룹 지배구조 아래에 있는 LG생활건강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차석용 전 부회장이 15년 이상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사외이사 비중이 높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한국콜마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시장 투톱인 코스맥스도 전문경영인과 오너 3세 형제 경영이 혼합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창업주 이경수 회장의 장남 이병만 대표는 코스맥스 경영을, 차남 이병주 대표는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를 맡고 있으며 양측은 각각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병만 대표는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19.95%, 이병주 대표는 10.52%를 갖고 있다. 다만 이병주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코스엠앤엠이 지주사 지분 9.43%를 보유해 형제 간 실질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현재까지는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 분장이 이뤄져있으나 향후 경영 성과에 따라 승계 구도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경영·지배’ 구분 명확히 해외 화장품 기업의 경우 가족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경영과 지배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미국 로더(Lauder) 가문이 약 38%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CEO는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브랜드 철학은 가문이 주도하지만, 이사회 과반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성과 객관성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평가다. 에스티로더는 S&P500 평균을 상회하는 지배구조 평가를 받고 있으며 ESG A등급 유지,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의 주주친화 정책도 지속하고 있다. 프랑스 대표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창업자 가문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네슬레가 공동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CEO는 전문경영인이며, 이사회 역시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기적인 배당 확대와 ESG 경영 강화, 장기 비전 설명회 등을 통해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ESG 평가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규모가 성장할수록 전문경영인 체제는 강화되는 반면 가족의 직접 개입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는 주주 신뢰 확보와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국내 화장품 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형 성장 못지않게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친화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은 과거 성장하는 국가로 기업이 클 수 있는 방향에 너그러웠지만, 세계 경제 10위권에 랭크되면서 성장뿐 아니라 안정적 경영도 중요해졌다”며 “이사회도 오너 일가에 집중되는 결정보다는 전반적인 주주들의 이익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번 상법개정이 단기적으로 오너 일가에 불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소액주주 눈치를 봐야 기업이 오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영 방향도 백년기업을 위해선 전문경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판 흔든 상법 개정안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혈연 중심 경영을 이어오던 기업들은 구조적 재편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전자주총 의무화 등 다수의 조항을 통해 주주권 보호와 기업 투명성 제고를 제도화했다.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이사의 법적 책무 범위를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함으로써 오너 일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제동을 거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역시 가족 중심 이사회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감사위원회는 제도상 불가능해지고, 외부 독립 감사위원 선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곧 이사회 내부 감시 기능이 형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전자주총 의무화와 집중투표제 확대는 주총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장치로 평가된다.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가 강제로 적용될 경우, 기존처럼 오너 일가가 우호세력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기 어렵게 된다. 소액주주 또는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집중시켜 이사 1인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지배권 분산을 유도하는 동시에, 기업의 이사회가 외부 감시 하에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된다. 상법 개정안이 혈연 중심 기업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지배력 약화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명한 경영 체계 구축과 외부 신뢰도 확보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ESG 평가기관 또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도 존재한다. 이사 충실의무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이사 개인의 법적 책임이 증가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과도한 위축 의사결정이나 경영 판단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인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총 대응 비용이 증가하고, 지배구조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소송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속도 저하와 책임 회피 경향이 동반될 경우 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상법 개정의 취지가 주주 보호에 있더라도 이를 오너 리스크 억제 장치로만 작동시키게 될 시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화장품 산업의 경우 단일 지배 체제를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브랜드 전환, 제품 개발 전략 등에 있어 중요한 경쟁력이 돼 왔다. 상법 개정안 이후 이사회의 전략적 결정이 보다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외부 감시에 놓이게 되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 또한 브랜드 리뉴얼, 고위험 고수익 신제품 투자, 해외시장 진출과 같은 중·장기 전략은 단기 수익성과 충돌할 수 있어, 이해관계자와의 조율 과정에서 실행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의 독점적 이사 선임 구조를 깨기 위해 비례대표 원칙을 반영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그 미만 기업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 배제를 위한 정관 개정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연구소장도 “집중투표제는 경영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과 달리 실증연구에 따르면 경영 성과를 개선하는 게 일관되게 많은 나라에서 관찰됐다”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회사의 감사 기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들어가야 하고, 부작용을 줄일 보완 입법을 생각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2025-07-11 14: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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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상폐 강행' 신성통상, 실적 하락·소액주주 갈등 자구책은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자발적 상장폐지에 물을 먹었던 신성통상이 다시 한번 공개매수에 나섰다. 신성통상은 상폐를 통해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승계 구도와 실적 부진이 맞물리며 상폐의 진정한 목적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탑텐을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의 부진을 타개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외부 견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액주주들도 이번 상폐 추진이 오너 2세를 위한 지분 정리에 방점을 찍은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1대 주주와 2대 주주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이달 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주당 4100원에 발행주식총수의 16.13%(2317만8102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신성통상 지분은 가나안이 45.63%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션패션은 20.02%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은 총 18.21%를 가지고 있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염 회장과 거의 장남 염상원 이사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들이다. 공개매수 조건에 따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공개매수 청약주식을 70%대 30%의 비율로 안분해 매수한다. 단수주가 발생하는 경우 소수점 이하 절상해 가나안이 1주 더 매수할 예정이다. 앞서 신성통상은 지난해 6월 상폐를 목적으로 한 차례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공매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공개매수 결과 지분 5.89%만 추가로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당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77.98%에서 83.87%로 확대됐지만 상폐 요건인 95%엔 도달하지 못했다. 이번 공매가는 직전 거래일 종가인 3020원보다 35.8% 높게 책정됐다. 이번 공매를 통해 지분 11.13%를 매입하면 95%가 돼 자진 상폐가 가능하다. 만약 이번 공매에서 지난 목표한 지분(16.13%)을 모두 매수하면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과 염 회장 장남인 염상원 씨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100%가 된다. 공개매수자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 측은 “공개매수 응모율에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의 전부를 매수할 예정”이라며 “응모주식 수량이 공개매수 예정주식 수에 미달해 응모주식 전부를 매수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실패는 예정돼 있지 않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신성통상은 “상폐를 통해 회사의 경영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경쟁력을 지속 유지·발전시키고자 한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주식은 제3자에게 양도하기로 합의·계획한 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83.87%에 달해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없지만, 자발적 상폐를 추진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신성통상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 상폐 절차를 밟아 외아들 중심의 기업 승계를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성통상이 자진 상폐를 통해 비상장사가 된 이후 염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이션패션과 합병하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양사의 합병은 곧 전반적인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2세로의 후계구도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성통상의 부진한 실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신성통상은 탑텐, 지오지아, 폴햄 등을 전개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매출이 탑텐에서 나온다. 지난해 탑텐의 총 매출은 약 97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탑텐을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이 실적을 받쳐주지 못해 성적표가 내리막을 걸었다. 신성통상의 제58기 3분기(작년 7월~올해 3월) 영업이익은 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63억원으로 24% 줄었고, 매출액은 1조915억원으로 0.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성통상의 총매출 중 패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패션 사업은 니트 등 수출 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 사업부와 브랜드 사업을 운영하는 패션사업부 등으로 나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내수 패션시장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으로 소비심리 회복 지연, 동종업계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저하와 매출신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적 개선을 위해 향후 제품 혁신,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중심 브랜 운영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브랜드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재 개발, 유통 효율화 등 전반적인 브랜드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확보해 경쟁력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5-06-11 18: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