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해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프로 3년차. 몰라보게 여유가 엿보인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탄탄한 실력을 갖춘 이소영(21)이 여유를 품자 확 달라졌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승을 수확한 이소영이 시즌 3승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이소영은 14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 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올포유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는 맹타로 7언더파 65타를 쳤다. 1~2라운드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를 기록한 이소영은 단독 2위(9언더파 135타) 박주영을 1타 차로 따돌리고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이소영은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7월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2승을 수확했다. 지난달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는 선두로 달리다 아쉽게 3위에 그쳤지만, 올해 21개 대회에 출전해 8차례나 ‘톱10’에 들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컷 탈락도 한 번밖에 없었다.
이날도 이소영은 거침이 없었다. 특히 아이언 샷이 날카로웠다. 올 시즌 그린 적중률 1위(81.0036%)를 기록 중인 이소영다운 샷이었다. 2~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시작한 이소영은 6번 홀(파5)에서 버디를 더해 전반에 3타를 줄였다.
후반에도 편안하게 경기를 즐겼다. 11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뒤 14, 16, 18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로 4타를 더 줄여 깔끔하게 둘째 날을 마쳤다. 마지막 홀 약 5m 버디 퍼트도 흔들림 없이 홀에 떨어뜨려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를 마친 이소영은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전체적으로 쉬운 플레이를 한 것 같다”며 “공략도 잘한 것 같고 운도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영의 아이언 샷이 더 날카로워진 건 올해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밸런스를 잡은 덕분이다. 여기에 시즌 초반 컨트롤을 하지 못해 100%로밖에 못 치던 아이언 샷도 컨트롤이 가능해져 80%의 힘으로 치면서 더 정교해졌다.
이소영이 올해 들어 가장 달라진 부분은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심리 상태의 변화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유’다. 이소영은 “3년차가 돼서 그런지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여유로워진 것 같다”며 “확실히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이소영은 “작년까지는 대회가 끝나면 ‘무엇을 못했나’ 생각했는데, 올해는 ‘대회 끝나면 월요일엔 뭘 할까’ 고민한다”면서 “지금은 성적만 생각하지 않고 즐기면서 편하게 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남은 이틀 우승 욕심에 대해서도 “그냥 편하게 계속 치고 싶은 마음만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주영이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9언더파 단독 2위로 우승 경쟁에 들어갔고, 장은수도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를 치며 단독 3위(8언더파 136타)에 올랐다.
김아림과 김지현이 7언더파 공동 4위에 자리했고,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최혜진과 박민지, 류현지, 박유나 등 4명이 6언더파 공동 6위에 포진했다. 첫날 선두로 출발했던 김자영2는 이날 2타를 잃는 바람에 5언더파 공동 10위로 떨어졌다. 오지현도 샷 난조를 보이며 2타를 잃어 4언더파 공동 19위로 밀렸다. 안신애도 후반 4번 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말린 탓에 트리플보기를 적어내 2타를 잃고 2언더파 공동 41위까지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