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 패권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압도적 맹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에 나서면서 치열한 3강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일 전국 직영주유소 320여곳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오일뱅크·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다양한 사업이 혼재돼 정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SK네트웍스는 가전·차량 등 렌탈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 직영주유소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번 매각에 에쓰오일(S-OIL)과 현대오일뱅크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후발업체로 SK에너지·GS칼텍스 대비 수도권 입지가 열악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주유소 가운데 S-OIL과 현대오일뱅크의 비중은 합쳐서 3분의 1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국내 주유소 수익성이 하락세이지만 시장점유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없다"며 "특히 주유소는 입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에 정유사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5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유소는 499곳에 달한다. 알뜰주유소 15개를 제외하면 △SK에너지 195개 △GS칼텍스 134개 △현대오일뱅크 80개 △S-OIL 75개 순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양사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억스 직영주유소를 흡수하게 되면 이 같은 '2강2약' 체제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서울에 있는 SK에너지 주유소 195개 가운데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는 22개다. 이들 주유소 간판이 현대오일뱅크로 바뀌면 서울지역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은 16%에서 20%로 훌쩍 상승하게 된다. 전국 주유소 기준으로는 GS칼텍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
S-OIL과 현대오일뱅크 간 2파전이던 이번 인수전은 현대오일뱅크가 압도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얻어냈다. 현대오일뱅크·코람코 컨소시엄은 약 1조3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일일 정제능력 65만배럴로 국내 4위 규모지만 경질유 기준 내수시장점유율(22.5%) 및 주유소 점유율(19.3%) 등 국내시장 점유율은 S-OIL에 앞선 3위다.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320여곳을 모두 흡수하게 되면 △SK에너지 3404개 △현대오일뱅크 2542개 △GS칼텍스 2387개 △S-OIL 2099개 순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다만 코람코는 이번에 인수하는 주유소 가운데 수익성이 낮은 일부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하고 부동산 개발에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본입찰 등 인수절차가 남아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달 중 본계약을 거쳐 내년 상반기께 인수가 마무리될 예정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