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158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12~13일에는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은 물량은 18일과 19일 이틀간 일반 공모를 진행해 소화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항공 대주주인 AK홀딩스는 724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상태다. 2대주주인 제주항공도 40억원 규모로 참여할 계획이다. 주요주주가 약 50%가량 유증 물량을 소화한다는 것은 그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최대주주 청약 저조로 투심이 위축되면서 유증을 철회했다. 반면 유증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최대주주 참여를 제외하면 제주항공이 유증 성공확률을 높이는 요인은 제한적이다. 이스타항공 인수 철회는 수많은 불확실성 중 하나를 제거하는 방안에 국한된다. 현재로선 펀더멘탈 제고에 이은 실적 개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제주항공 모집가액(1만3050원) 산정에 적용된 할인율은 20%다. 보통 주주배정 유증은 10~3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가 발행된다. 모집이 어려울수록 할인율은 높아진다. 현재 제주항공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만족할 가격 수준은 아니다.
반면, 과도한 할인율 적용은 향후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만큼 자본조달비용도 높아져 향후 기업가치와 내실 다지기에도 부정적이다.
최종 발행가액이 정해지면 목표로 한 자금조달은 원활할 전망이다. 일반 공모에서 실권주가 발생해도 주간사(한국투자증권)가 잔액을 전액 인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제주항공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8.5% 급감한 36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적자 폭은 각각 2배 넘게 증가(-847억원, -831억원)했다.
지난 1분기 제주항공 부채비율은 483%다. 단순 계산으로는 올해 2분기 700%를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증에 성공하면 300%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증을 통해 일시적으로 재무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일회성에 불과하다. 현재 항공업은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자체 체질 개선에 주력해도 그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유증 실권주 물량이 많아진다면 투심은 더 싸늘해지기 마련이다. 저가항공사(LCC) 업계 1위 명성을 유지할지 항공업 추락과 동행할지 기로에 서있는 상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제주항공 최대주주의 유증 적극 참여 결정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음 분기 혹은 적어도 올해 안에 실적이 개선되지 않지만 유휴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 조달은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고 실패한다면 경영환경에 큰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