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에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재차 부각되면서 NH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연루된 증권사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이달 12~13일에는 NH투자증권·대신증권·삼성증권 대표가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최근에는 정부 핵심인사와 로비 문제까지 불거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 사태 증권사 제재심 '임박'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제재심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달 7일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의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를 사전통보한 상태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이뤄진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KB증권이 될 전망이다. 박정림 KB증권 공동대표가 유일하게 현역에 근무하고 있어 직무정지 징계가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박 대표는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3년 금융사 재취업 불가' 징계로 연임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가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찰은 올해 6월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하고 최근 대신증권에 대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파헤치려고 이달 16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경인본부와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주요 목표가 된 증권사는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대신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상품을 처음 판매하게 된 경위를 포함해 로비 의혹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금감원도 올해 7월 옵티머스 펀드 관련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옵티머스운용의 펀드 판매사 중 NH투자증권 판매액은 설정원본 기준 4327억원(35개, 84%)으로 가장 많다.
◆NH투자증권 부실 실사 해명에 '진땀'
가장 난처한 곳은 NH투자증권이다. 환매 중단 시점에 대규모로 펀드를 판매해 피해자 보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국정감사에서 주요 타깃이 돼 질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상품을 팔았던 대신증권은 2018년 1~2월 사이 옵티머스운용의 실사를 진행해 특이사항을 감지하고 펀드 판매를 중지했지만, NH투자증권은 오히려 더 확대했다는 점에서 실사 부실에 관한 의혹이 더 커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달 13일에는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16일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금융지주 국정감사에도 참석했다.
국정감사에서 정영채 대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와 관련해 “김진훈 옵티머스 고문으로부터 4월에 전화가 걸려왔고 금융상품 판매 관련 담당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받았다”면서 “상품담당자에게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를 접촉해보라고 메모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부하직원에게 지시나 영향력 행사는 없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농해수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전모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정영채) 대표로부터 김재현 대표 연락처를 전달받아 제가 전화를 했고, 미팅을 했지만 운용사를 접촉할 때 내외부 관계자로부터 소개를 받는 일은 자주 있는 일로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13일 진행된 정무위 국감에서는 김재현 옵티머스 전 대체투자 대표가 정영채 사장에게 펀드 판매를 위한 로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다뤄졌다. 김재현 대표와 정 사장이 접촉했다는 사실을 집중 추궁했지만 NH증권은 해당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공식 해명자료를 추가로 내며 진화에 나섰다. NH투자증권 측은 "옵티머스에서 제출한 모든 문서가 위조였기 때문에 실사과정에서 알아차리긴 어려웠다"며 "이미 9000억원 이상 판매된 상품이므로 단순히 실사 부실로 치부되기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업계에서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들의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실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고, 충분히 확인을 했음에도 문제가 불거졌다면 위험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비리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